BOB : 보관 자산을 넘어서는 비트코인 금융 인프라
1. 비트코인은 왜 아직 DeFi에서 충분히 쓰이지 못할까?
2. Bank of Bitcoin,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방법
3. BOB Gateway : 네이티브 BTC에서 DeFi까지 아우르는 실행 레이어
4. BOB Bitcoin Vault : 비트코인을 담보와 수익 자산으로 확장
5. 결론 : 비트코인의 유동성은 새로운 기회
1. 비트코인은 왜 아직 DeFi에서 충분히 쓰이지 못할까?
2024년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었다. 출시 이후 약 2년이 지난 2026년 4월 기준, 미국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 운용자산(AUM)은 약 1,000억 달러에 이르고, 보유량은 약 131만 BTC에 달한다.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약 1,990만 BTC)의 6.5%가 ETF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까지 더하면, 비트코인은 전체 공급의 12.8%가 ETF 및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한편, ETF에 담긴 131만 BTC는 그저 보유될 뿐 담보로 잡히지도, 대출에 쓰이지도, 수익을 생성하지도 않는다. 펀드 안에 묶여 있을 뿐이다. 투자자는 연 0.15~1.5%의 관리 수수료를 내면서 비트코인의 가격 노출을 얻지만, 자산을 실제로 활용할 권한은 없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면서, 정작 그 비트코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다.
ETF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체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BTCFi에 적극 활용되는 BTC는 전체 유통량의 약 0.3%에 불과하다. 수요가 없는 게 아니다. 거래소에서는 매월 약 8,000억 달러 규모의 BTC 거래가 발생한다. 부족한 것은 이 수요가 온체인으로 나오는 경로다. 비트코인을 DeFi에서 쓰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너무 많고,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보안 리스크와 비용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가치를 전송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할 수 없다. 비트코인을 DeFi에서 쓰려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작동하는 다른 체인으로 옮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많다. 거래소에 입금하고, 브릿지를 거쳐 다른 체인으로 옮기고, 대부분의 경우 wBTC(Wrapped BTC), cbBTC(Coinbase Wrapped BTC) 같은 래핑(Wrapped)된 형태로 변환한 후, 목적지 체인의 가스 토큰을 따로 확보하고, 원하는 프로토콜을 찾아 다시 예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단순한 수수료에 그치지 않는다. BTC 스왑을 실행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컨펌(confirmation)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대기 시간이 길게는 30분 가량 소요된다. 그 사이 BTC 가격이 움직이면 처음 받은 견적과 실제 수령액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가격이 유리하게 움직이면 그 차익은 대부분 스왑을 진행하는 솔버(solver)나 프로토콜이 가져가고, 불리하게 움직이면 손실을 사용자가 떠안는 구조다. 더불어, 래핑 과정에서 따라오는 커스터디 리스크와 브릿지 보안 사고까지 고려한다면, 비트코인 보유자 입장에서는 거래소에 맡기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다.
결과적으로, BTCFi의 병목은 비트코인 위에 디파이 프로토콜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자산을 온체인 금융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불편하고, 비싸고, 느리고, 보안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병목의 이면에는 거대한 잠재 시장이 있다.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가장 크고 유동성이 가장 깊은 자산이지만, 온체인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가장 큰 자산이면서 가장 적게 움직이는 자산. 이 격차 자체가 BTCFi의 잠재 시장이다.
2. Bank of Bitcoin,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방법
BOB(Build on Bitcoin)은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출발한 프로젝트다. "Bank of Bitcoin" 으로 비트코인을 단순 보관 자산에 머무르게 두지 않고, 스왑하고, 맡기고, 빌리고, 결제할 수 있는 금융 자산으로 확장하는 비전이다.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가장 크고, 유동성이 가장 깊고, 제도적 신뢰가 가장 높은 자산이다. 그런데 온체인 금융에서는 래핑을 통해 이더리움 DeFi에 올려놓는 부수적 자산에 그쳐왔다. 현재 DeFi의 기반 자산은 ETH와 스테이블코인이다. 담보도, 유동성도, 가스비도 대부분 이 두 자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비트코인은 거기에 편입되는 자산이었으며, 중심이 된 적이 없다. Bank of Bitcoin이 제시하는 방향은 이 관계를 뒤집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래핑해서 다른 체인에 올리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과 검증을 기준점으로 두고 그 위에서 금융을 작동시킨다.
BOB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레이어2 체인이다. 기술적으로는 OP Stack 기반의 EVM 호환 레이어2이지만, 최종 정산과 신뢰의 기준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둔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체인(Hybrid Chain)이라 불린다. 핵심은 비트코인 라이트 클라이언트가 체인에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 덕분에 비트코인 메인넷에서 발생한 트랜잭션을 BOB 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직접 검증할 수 있다. 제3자를 통해 특정 사용자가 BTC를 전송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라, BOB 체인이 비트코인 블록 데이터를 직접 읽고 확인한다.
래핑을 통해 누군가에게 BTC를 맡겨야 했던 기존 경로를, 단계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두 제품이 이 개편을 나눠 맡는다. Gateway는 래핑된 BTC를 쓰되,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블록 데이터를 직접 검증하는 구조를 통해 제3자 신뢰 없이 언제든 네이티브 BTC로 회수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Bitcoin Vault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이티브 BTC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그대로 둔 채 그 가치만 DeFi에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래핑 자체를 거치지 않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 방향이 실현되면 비트코인은 더 이상 매수하고 보관만 하는 자산을 넘어, BTC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리고, BTC 자체로 수익을 얻고, 비트코인 네트워크 위에서 토큰화 금이나 다른 실물자산까지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나아가 결제까지 확장되면, 비트코인으로 은행의 핵심 기능 대부분을 온체인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금을 넘어 디지털 자본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3. BOB Gateway : 네이티브 BTC에서 DeFi까지 아우르는 실행 레이어
Bank of Bitcoin의 출발점은 교환이다. BTC가 온체인으로 들어오는 경로가 없으면 저축이든 대출이든 시작할 수 없다. Gateway는 이 진입점을 담당한다. 네이티브 BTC를 출발점으로, 다른 체인의 자산이나 DeFi 포지션까지 한 번의 트랜잭션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연결하는 실행 레이어다.
3-1. BTC 스왑 비용 차이
BTC 스왑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수수료만이 아니다. BTC를 보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그 거래를 확정할 때까지 10~3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가격이 움직이며 처음 받은 견적과 실제 수령액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다. 이를 슬리피지라 하고, 래핑 과정에서 따라오는 커스터디 리스크까지 더하면 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쌓인다.
문제는 이 슬리피지가 기다리는 시간에 비례해 커진다는 점이다. 2026년 3월 기준 30일간의 온체인 BTC 스왑 데이터를 보면, 대기 시간별 가격 차이는 10분에 -0.14%, 20분에 -0.22%, 30분이면 -0.28%까지 벌어진다. 오래 기다릴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게다가 가격이 유리하게 움직이면 그 차익은 솔버나 프로토콜이 가져가고, 불리하게 움직이면 손실만 사용자가 떠안는 구조적 비대칭이 존재한다.
이 비용은 대기 시간 동안 추가로 쌓이는 것이지만, 거래를 넣기 전 견적 단계에서 이미 벌어지는 차이도 적지 않다. 같은 시점에 1 BTC를 USDC로 바꾸는 견적을 프로토콜별로 비교하면, 수수료와 스프레드, 라우팅 비용을 포함한 차감액만으로도 상당한 격차가 나타난다.

같은 1 BTC, 같은 시점임에도 BOB의 거래 비용은 34달러 수준으로, 타 프로토콜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대기 중 슬리피지까지 예상한다면, 실제 사용자가 부담하는 총비용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Gateway가 사용자의 의도(intent) 기반 라우팅으로 중간 단계를 줄인 결과이며, Gateway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슬리피지의 근본 원인인 대기 시간 자체를 없애려 하고 있다. 고정 환율 기반의 즉시 실행(zero-conf)은 비트코인 컨펌을 기다리지 않고 정해진 환율로 거래를 바로 체결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면 대기 시간 동안 가격이 움직여 생기는 슬리피지가 구조적으로 사라진다. 아직 개발 단계이지만, 슬리피지를 줄이는 게 아니라 발생 원인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라우팅 최적화와는 결이 다르다.
3-2. Gateway 작동 구조
기존 브릿지 대부분은 사용자의 BTC를 오프체인에서 수령한 뒤, 제3자를 통해 특정 사용자가 BTC를 보냈다고 증명하는 구조다. 빠르지만, 항상 제3자를 신뢰해야 한다는 의존성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 Gateway는 제3자의 보증이 아니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데이터 자체를 근거로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핵심은 비트코인 거래 자체가 사용자의 의도를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는 데 있다. 사용자가 BTC를 보내면, BOB은 그 거래가 실제로 비트코인 블록에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비트코인 전체를 내려받는 대신, BOB 체인에 내장된 라이트 클라이언트가 머클 증명을 검증한다. 머클 증명은 특정 거래가 블록 안에 포함 되었다는 사실을, 블록 전체가 아니라 짧은 증거 하나로 입증하는 방식이다. 머클 증명을 통해 송금 내역은 증명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어디서, 어디로, 어떤 의도로 비트코인을 전송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으나, 비트코인 트랜잭션의 송금 내역 외에 짧은 데이터를 새겨 넣을 수 있는 OP_RETURN을 통해, 사용자가 받고 싶은 자산과 주소를 압축한 값을 담아낸다. 따라서, 릴레이어가 머클 증명을 제출하면, OP_RETURN에 담긴 주문 값이 실제 거래 내용과 일치하는지 대조되고, 일치하는 순간 제3자 없이 사용자가 약속대로 BTC를 보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OP_RETURN에 사용자의 의도가 담기고 머클 증명으로 송금이 확인되면, 남은 건 그 의도를 실제로 실행하는 일이다. 사용자가 Aave 예치를 지정했다면, BTC 전송부터 Aave 예치까지가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처리된다. 이더리움과 베이스를 포함한 11개 주요 체인에서 Pendle 마켓 진입, LP 포지션 생성 같은 복합 전략도 같은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사용자가 보낸 것은 BTC지만, 돌려받는 것은 랜딩 포지션이거나 수익 전략이다. Gateway가 단순 브릿지가 아니라 실행 레이어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실행 구조는 Gateway SDK와 API를 통해 외부 앱에도 열려 있다. 지갑, 거래소, 어그리게이터가 SDK를 연동하면 자체 서비스 안에서 동일한 원클릭으로 BTC에서 DeFi까지 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Gateway는 사용자용 제품인 동시에 B2B 인프라이기도 하다.
물론 Gateway의 검증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라이트 클라이언트는 블록 안의 모든 거래를 직접 검증하는 풀노드와 달리, 블록 헤더와 머클 증명만으로 특정 거래의 포함 여부를 확인하는 경량 검증(SPV) 방식으로 비트코인 풀노드만큼 완전하지는 않다. 다만 현재의 이 구조를 깨려면 막대한 연산력과 비용이 드는 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제한적이어서, Gateway가 보호하는 자산 규모가 공격 비용을 밑도는 한 공격할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 BOB은 장기적으로 모든 블록 헤더를 검증하는 풀 클라이언트로 전환해 이 한계를 좁혀갈 계획이다.
3-3. 스왑을 넘어, 더 넓은 자산과 생태계로
Gateway가 처음 연결한 목적지는 wBTC와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DeFi 포지션이었다. 비트코인을 온체인으로 끌어와 수익 기회에 연결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진입점의 가치는 그 자체의 성능만이 아니라, 그 점이 무엇과 무엇을 연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비트코인이 더 많은 자산과 더 많은 서비스에 닿을수록, 같은 Gateway라도 사용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선택지는 넓어진다. 그리고 그 확장은 닿는 곳과 닿는 경로, 양쪽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닿는 곳은 디지털 자산에서 실물 자산으로, 그리고 더 많은 체인으로 넓어진다. Gateway는 최근 토큰화 금인 PAXG(Paxos Gold)와 XAUt(Tether Gold)의 스왑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거래소에 입금하고, BTC를 팔고, 토큰화 금을 사고, 다시 출금하는 다단계 과정이 필요했지만, Gateway는 이를 하나의 비트코인 트랜잭션으로 줄였다. BTC 보유자가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네이티브 BTC에서 금 가격에 연동된 온체인 자산으로 직접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업데이트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구조가 아니라 기존 플로우에 목적지 자산이 하나 늘어난 것이지만, 의미가 있는 건 방향성이다. Gateway의 도달 범위가 DeFi 수익 포지션을 넘어 전통적 가치 저장 자산까지 확장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목적지 체인도 넓어진다. 현재 Gateway가 네이티브 BTC를 연결하는 목적지는 이더리움과 베이스를 포함한 11개 주요 체인이지만, 여기에 트론과 솔라나가 추가될 예정이다. 두 체인은 모두 EVM 바깥에 있으면서도 각자 거대한 유동성을 가진 생태계다. 트론은 USDT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가장 활발한 체인 중 하나이고, 솔라나는 독자적인 DeFi와 거래 생태계를 두텁게 쌓아왔다. 두 체인이 새롭게 추가된다면, 네이티브 BTC 한 번의 전송으로 닿을 수 있는 자산군과 유동성의 폭은 EVM 영역을 넘어 그만큼 넓어진다.
닿는 경로는 BOB 앱 바깥으로 넓어진다. Gateway는 자체 서비스뿐 아니라 SDK와 API 형태로도 제공되며, 외부 플랫폼은 이를 연동해 자사 앱 안에서 네이티브 BTC 스왑을 구현할 수 있다. 외부 플랫폼 입장에서 비트코인 결제 검증과 크로스체인 실행, 유동성 확보를 직접 구축하는 일은 부담이 크지만, Gateway를 연동하면 그 복잡성을 떠안지 않고도 자사 사용자에게 BTC 스왑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크로스체인 DeFi 어그리게이터 DZap과 크로스체인 브릿지 인프라 Router Protocol은 이미 Gateway를 연동해 각자의 앱에서 네이티브 BTC 스왑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멀티체인 거래 플랫폼 ShapeShift도 같은 연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사용자층을 확보한 서비스이고, 각각이 Gateway를 연동할 때마다 네이티브 BTC에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접점도 함께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BOB 앱을 따로 거치지 않고도, 이미 쓰던 서비스 안에서 네이티브 BTC를 통한 스왑에 접근하게 된다. 앞서 Gateway를 사용자용 제품인 동시에 B2B 인프라라고 설명했던 것이, 이 연동 사례들을 통해 실제 채택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3-4. Bank of Bitcoin의 프라이빗 뱅킹
Gateway의 확장이 자산과 체인, 외부 서비스로 뻗어가는 동안, BOB은 또 하나의 방향으로도 움직이고 있다. 인프라가 닿는 범위를 넓히는 것과 별개로, 그 인프라를 가장 활발하게 쓰는 사용자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스왑과 같은 제품은 개선점이 대부분 실제 사용 과정에서 드러난다. 견적이 체결 전에 사라지거나, 확정까지의 대기가 길거나, 특정 경로의 비용이 유독 비싼 지점은 그 제품을 가장 많이 써본 사람이 가장 정확히 안다. BOB이 거래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파워유저를 초대제 그룹인 이너서클(Inner Circle)로 선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의 어디가 부족한지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가진 사용자를,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 그룹의 멤버에게는 제품팀과 직접 연결되는 채널과 수수료 무료 혜택이 제공된다. 멤버들은 로드맵 초안과 프로토타입을 가장 먼저 받아보며,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접을지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 설문이나 피드백 폼이 아니라, 제품 결정에 실제로 반영되는 통로다. 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소수의 적합한 사용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전통 은행이 소수의 고자산 고객에게 전담 창구와 우대 조건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뱅킹과 닮은 구조다. 가장 가치 있는 고객을 따로 관리하며 그들의 요구를 먼저 반영하는 방식은, 은행이 오래전부터 써온 운영 원리이기도 하다. BOB은 제품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이 쓰는 고객의 요구를 제품 방향에 반영하며 Bank of Bitcoin을 안에서부터 채워가고 있다. 이름이 표방하는 '은행'의 운영 방식을, 고객 관계의 층위에서도 따라가기 시작한 셈이다.
4. BOB Bitcoin Vault : 비트코인을 담보와 수익 자산으로 확장
Gateway는 BTC를 DeFi로 보내는 과정에서 제3자 없이 검증하고 실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BTC가 DeFi에 도착한 뒤의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BTC를 담보로 쓰려면 대부분 wBTC 같은 래핑 자산을 거쳐야 하는데, 이 구조에는 BTC 홀더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첫째, 래핑된 BTC는 제3자 수탁자가 실제 비트코인을 보관한다. 수탁자가 해킹당하거나 준비금에 문제가 생기면 토큰 가치가 흔들린다. Gateway가 진입 과정에서 제거한 커스터디 리스크가, 담보로 쓰이는 단계에서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둘째, 수탁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자신의 BTC를 강제로 회수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핵심 원칙인 자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이 래핑되는 순간 사라진다. 셋째, BTC 담보 대출에서 가격이 급락해 청산이 발생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결제 특성상 처리에 수일이 걸린다. 그 사이 손실이 확대되거나 프로토콜에 부실이 쌓인다.
4-1. Bitcoin Vault
BOB이 개발 중인 Bitcoin Vault는 이 세 가지를 정면으로 푸는 구조다. BTC를 비트코인 네트워크 밖으로 꺼내지 않고, 비트코인 위에 잠가둔 채 그 가치만 DeFi에서 쓴다.

작동 방식은 직관적이다. 사용자가 비트코인 위의 볼트에 BTC를 잠그면, DeFi 체인에 그 BTC의 가치를 나타내는 담보 NFT가 발행된다. 사용자는 이 NFT를 담보로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나 ETH같은 크립토 자산을 빌리거나 CDP(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이 NFT는 풀에 섞인 수량이 아니라, 사용자가 잠근 바로 그 비트코인(UTXO)을 가리키므로, 차입한 자산을 전부 상환하면 NFT를 반환 받을 수 있으며, 사용자는 처음 예치한 BTC를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여기서 제3자의 중개 없이 담보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BitVM이다. BitVM은 비트코인 위에서 복잡한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참여자 중 단 한 명만 정직하면 부정을 막을 수 있다. 이 구조 덕분에 사용자는 브릿지 운영자나 수탁자의 협조 없이도 BTC 출금을 강제할 수 있다. 앞서 제기한 커스터디 리스크와 강제 회수 불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4-2. Bitcoin Vault의 청산 엔진
BTC가 비트코인 네트워크 위의 볼트에 잠겨 있으면, 담보 가치가 급락했을 때 청산과 정산 사이에 시간차가 생긴다. DeFi 랜딩에서는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청산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기존 Bitcoin Vault 구조는 이 요구를 맞추기 어려웠다. 정산까지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릴 수 있고, 담보 전체가 한 번에 청산되며, 청산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도 사전에 지정된 소수로 제한되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플래시론 기반의 자본 효율적인 청산이 불가능하고, 청산 보너스도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차입자의 부담이 커진다. 이 문제가 Bitcoin Vault가 DeFi 담보로 쓰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병목이었다.

BOB의 청산 엔진은 이 병목을 청산 실행과 BTC 정산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핵심은 OMM(Onchain Market Maker)이다.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청산자는 플래시론으로 USDC를 빌려 차입자의 부채를 대신 상환한다. 이때 OMM은 볼트의 담보 포지션을 기반으로 랜딩 마켓에서 wBTC 유동성을 빌려, 청산자에게 wBTC를 즉시 지급한다. 청산자는 이 wBTC를 DEX에서 USDC로 바꿔 플래시론을 상환하고, 청산 보너스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이 과정이 단일 트랜잭션 안에서 실행된다. 이후 정산은 비동기로 진행된다. 볼트에 잠겨 있던 네이티브 BTC가 브릿지를 통해 전송되면, 이를 wBTC로 전환해 OMM이 앞서 빌린 대출을 상환한다. 청산자는 즉시 수익을 확보하고, BTC 정산은 뒤에서 별도로 완료되는 구조다.
부분 청산은 Quantized Splits 구조로 구현한다. 예치 시점에 하나의 BTC 볼트를 N개의 동일 크기 병렬 볼트로 분할한다. 예를 들어 담보비율을 회복하는 데 30% 청산이 필요하면, 10개 볼트 중 3개만 청산하고 나머지 7개는 차입자에게 남는다. LTV가 계속 하락하면 추가 볼트가 순차적으로 청산된다. 이 구조는 담보 전체를 한 번에 청산하는 기존 문제를 해소하고, 차입자의 불필요한 담보 손실을 줄인다. 분할 개수는 예치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소규모 예치는 단일 볼트, 대규모 예치는 더 많은 분할을 적용한다.
Bitcoin Vault는 아직 출시 전 개발 단계에 있으며, 출시 이후 운영 모델은 단계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기관 보안 위원회가 분쟁 조정을 담당한다. 출금이나 청산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이 위원회가 m-of-n 멀티시그 방식으로 해당 요청의 유효성을 판단한다. 이후 Phase 2에서는 BitVM 기반의 영지식 증명(ZK proof)으로 검증 과정을 대체해, 온체인 담보 상태를 기반으로 청산의 유효성을 자동 판단하는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구조를 통해 BOB 내부 제품에만 쓰이는 기능을 넘어, Aave, Morpho, Euler 같은 기존 랜딩 프로토콜이 네이티브 BTC를 담보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공통 청산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Gateway와 Vault는 Bank of Bitcoin의 핵심 실행 구조를 이룬다. Gateway는 네이티브 BTC를 스테이블코인, wBTC, DeFi 포지션으로 전환하고, Vault는 네이티브 BTC를 DeFi 프로토콜에서 담보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Gateway가 BTC의 이동과 교환을 담당하고, Vault가 BTC의 담보 활용을 담당한다. 두 제품이 연결되면 BOB은 비트코인을 보관 자산에서 온체인 금융 자산으로 확장한다. 사용자는 BTC를 거래소에 맡기거나 직접 래핑하지 않고, 네이티브 BTC를 출발점으로 교환, 예치, 차입까지 이어갈 수 있다. 비트코인이 보유 자산에서 이동·담보·수익 기회에 연결되는 온체인 금융 자산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5. 결론 : 비트코인의 유동성은 새로운 기회
BOB이 만들고 있는 건 Bank of Bitcoin이라는 하나의 금융 스택이다. Gateway로 네이티브 BTC의 이동 경로를 열고, 그 목적지를 wBTC와 스테이블코인에서 토큰화 금(XAUt) 같은 실물자산까지 넓혔다. Vault로는 BTC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그대로 둔 채 DeFi의 담보, 대출, 수익 자산으로 확장하고, 기존 랜딩 프로토콜이 네이티브 BTC를 수용할 수 있는 청산 인프라까지 설계하고 있다. 교환에서 저축, 대출, 그리고 실물자산 연결까지 ‘Bank of Bitcoin’의 각 기능이 단계적으로 쌓여가는 구조다.
BOB이 제시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비트코인 보유자가 BTC를 팔거나 제3자에게 맡기지 않고도,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교환, 저축, 대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DeFi에서 쓰이려면 래핑되어야 했고, 래핑되는 순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성과 자산 통제권을 포기해야 했다.
BOB이 제시하는 방향은 이 구조를 뒤집는다. 비트코인을 다른 체인에 맞춰서 바꾸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기준점으로 두고 그 위에서 금융을 작동시킨다. 디지털 금이라는 가치 저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금으로 빌리고, 벌고, 교환할 수 있는 환경. 비트코인이 보관 자산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금융 자산으로 확장되는 경로가 Gateway와 Vault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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