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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 (Erlym)
리서치 팀원/
Xangle
2026.04.30

 

목차

1. 온체인 자본시장의 구조적 공백

2. 전통 금융 방식으로 RWA를 설계하는 카이아
2-1. KIP, RWA를 전통 금융 방식으로 풀어내다
2-2. Yield-8, 첫 번째 토큰화 RWA 상품

3. Yield-8은 어떻게 실물자산에 투자하는가?
3-1. Galactica : 인도네시아 선박금융
3-2. YieldCore : 한국 주유소 단기 금융
3-3. Forest Jalan : 인도네시아 마이크로 대출

4. 결론 : RWA, 온체인 자본시장의 출발점

 

 

1. 온체인 자본시장의 구조적 공백

최근 몇 년간 디파이와 RWA를 둘러싼 논의의 중심에는 '온체인 자본시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아 왔다. 전통 금융의 자본 조달·운용·결제 기능을 블록체인 위에서 재구축한다는 서사다. 이 서사가 실제 구조로 성립하려면 세 축이 필요하다. 투자할 수 있는 자산, 그 자산을 굴리는 순환, 그리고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용자다. 자산은 시장의 재료이고, 순환은 자본이 돌아가게 만드는 엔진이며, 사용자는 그 자본이 최종적으로 닿는 목적지다. 세 축이 맞물려야 시장이 작동한다.

지난 몇 년간 디파이는 이 중 순환 구조를 빠르게 쌓아 올렸다. 대출, 예치, 유동성 공급, 레버리지 전략 같은 기능은 이미 대부분 온체인 위에서 구현되었다. 반면 자산축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온체인에서 올라온 자산 대부분이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이었고, 수익도 체인 내부의 순환에서 만들어졌다. 유동성이 들어올 때는 수익률이 유지되다가, 빠지면 같이 사라지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주목받은 것이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다. 미국 국채, 사모신용,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체인 위로 올리는 접근이다. 자산은 온체인에 있지만, 수익의 원천은 체인 외부의 실물경제다. 디파이의 순환 구조가 그동안 기다리던 진짜 자산축이 만들어지는 단계로,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RWA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블랙록이나 프랭클린 템플턴같은 전통 금융 대형 기관들이 직접 RWA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RWA가 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서 자본이 실제로 유입되고 있는 시장이 된 것이다.

다만, 성장의 내용을 뜯어보면 편중이 뚜렷하다. 전체 RWA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지만, 실제 디파이에서 담보, 레버리지, 수익 구조에 활용되는 자산은 27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의 9% 정도만 온체인에서 실질적으로 쓰이고 있다. 더 중요한 건 구성이다. 토큰화 자산만 놓고 보면 미국 국채가 전체의 절반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사모신용은 17%에 그치고 있다. 반면 실제 디파이에서 쓰이는 자산을 들여다보면 구도가 완전히 뒤집힌다. 디파이에서 활용되는 RWA 자산 중 사모신용이 80%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채는 2%에 불과하다. RWA 시장 규모에 비해, 실제로 온체인 자본시장을 형성하는 건 사모신용인 것이다.

이 괴리는 온체인 자본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국채처럼 수익률이 낮은 자산은 토큰화되더라도 디파이의 레버리지·담보 구조 안에서 수익이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사모신용은 수익률이 높고 전통 금융 안에서도 유동성 제약이 큰 영역이라 온체인 위에서 담보, 레버리지, 유통 구조와 결합될 때 오히려 실질적 가치가 생긴다. 사모신용이 온체인 자본시장에서 실제로 역할을 하는 자산군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사모신용 영역에도 또 다른 공백이 있다. 디파이에서 쓰이는 사모신용 대부분이 메이플(Maple Finance)처럼 미국·유럽 기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자산이고, 아시아 실물경제 기반의 RWA 상품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들이 온체인으로 올라올 통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디파이에서 활용되는 RWA 수요는 분명하고, 아시아에도 사모신용으로 채워야 할 공백이 광범위하게 존재하지만, 이 둘을 연결할 고리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아시아의 온체인 자본시장이 구축되려면, 이 자산축부터 채워져야 한다.

 

2. 전통 금융 방식으로 RWA를 설계하는 카이아

이 공백에 접근하는 대표적 사례가 카이아다. 카이아가 지향하는 건 아시아의 온체인 자본시장을 구축하는 것이고, RWA는 그 작업에서 자산축을 채우는 수단이다. 앞서 살펴봤듯 온체인 자본시장은 자산·순환·사용자 세 축이 맞물려야 돌아가는데, 카이아는 이미 카카오톡, 라인이라는 아시아 최대 메신저 기반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체인 위 디파이 프로토콜도 쌓아가고 있다. 남은 건 자산축이다. 체인 바깥 실물경제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이 온체인에 올라와야 카이아가 지향하는 자본시장이 실제 구조로 성립한다. 이 자산축을 쌓기 위해 카이아가 세운 것이 KIP(Kaia Investment Partners)이다.

2-1. KIP, RWA를 전통 금융 방식으로 풀어내다

지금까지 레이어1 블록체인이 생태계를 키워온 방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자체 토큰을 배분해 개발자 그랜트를 집행하고, 유동성 인센티브로 예치를 유도하고, 마케팅 리워드로 사용자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초기 확장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생태계 성장의 동력이 토큰 가격과 재단 재원에 크게 의존했고, 외부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는 제한적이었다. 시장 사이클이 꺾이면 재단의 집행 여력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카이아는 RWA에서 이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토큰 인센티브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대신, 전통 금융의 자산운용 구조를 온체인으로 옮기는 방향이다. 먼저, 1)싱가포르 규제 체계 안에서 외부 자본을 수용할 수 있는 투자 법인을 세우고, 2)그 위에 아시아 실물경제 기반 수익 자산을 펀드 형태로 구조화한 뒤, 3)이를 토큰화해 온체인에서 유통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자산을 선별하고, 펀드로 묶고,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흐름은 전통 자산운용사와 같다. 차이는 최종 상품이 블록체인 위에서 유통된다는 점이다. 이 구조의 중심에 있는 것이 KIP다. 카이아는 싱가포르에 KIP라는 투자 법인을 별도로 설립했다. KIP는 카이아 DLT 재단이 100% 소유한 자회사지만, 기존 재단 운용 방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재단 트레저리에 기대어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 LP(펀드 출자자)자금을 받아 별도 구조 안에서 운용하는 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법적 구조도 외부 자본 수용에 맞춰 설계했다. KIP는 싱가포르 VCC(Variable Capital Company, 가변자본법인) 구조 아래 운영된다. VCC는 글로벌 펀드 운용에 널리 쓰이는 법적 형식으로, 외부 자본 유치와 펀드 운용에 필요한 회계, 감사, 실사 체계가 이미 제도화되어 있다. 카이아는 RWA 상품을 발행하기에 앞서, 이를 담을 수 있는 법적·운용 기반부터 먼저 구축한 것이다.

KIP는 두 개의 디비전으로 나뉜다. VC 디비전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에 필요한 인프라에 투자한다. 결제 인프라, 온·오프램프, 수익 프로토콜,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처럼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유통되기 위해 필요한 기반이 대상이다. RWA 디비전은 아시아 실물자산을 펀드 형태로 구조화하고, 이를 토큰화해 반복적으로 발행 가능한 상품으로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하나는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른 하나는 온체인에 올릴 자산을 공급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KIP는 계획을 넘어 이미 행동에 나서고 있다. 홍콩 주요 금융기관과 변동금리채 토큰화를 논의 중이며, 한국 금융기관과도 RWA 토큰화 협업 모델을 가동하는 등 추가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다만 KIP가 그리는 발행 사이클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자산을 한 번 토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이 사용자에게 닿아 수익이 발생하고 자본이 회수되는 흐름까지 증명되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시도가 Yield-8이다.

2-2. Yield-8, 첫 번째 토큰화 RWA 상품

Yield-8은 KIP RWA 디비전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인 Kaia Multi-Asset Yield Fund를 기초 펀드로 두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토큰화 펀드로, 여러 수익 자산을 단일 펀드 형태로 통합해 토큰화된 형태로 유통하는 구조다. 사용자는 Yield-8 토큰을 보유함으로써 이 펀드가 운용하는 자산 전체의 수익에 노출된다.

Yield-8이 타겟하는 시장은 사모신용이다.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며, 그중에서도 아시아 실물경제 기반 자산에 집중한다. 사모신용은 현재 디파이에서 RWA 수요가 가장 두텁게 쌓이는 영역이지만, 아시아 기반 상품은 거의 비어 있다. 디파이에서 활용 가능한 RWA 수요는 분명한데, 그 수요를 받아낼 아시아 자산이 충분히 토큰화되지 않은 상태다. Yield-8은 이 공백을 공략한다.

주목할 지점은 이 시장의 접근성이다. 사모신용은 수익률이 매력적인 만큼 원래는 대형 기관이나 전문투자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상품 단위가 크고, 장외에서 유통되며, 운용 기관마다 정보 공개 기준이 달라 일반 투자자의 진입 장벽이 높았다. Yield-8은 이런 자산을 단일 펀드로 묶은 뒤 토큰화해 온체인에서 유통함으로써 접근 장벽을 낮춘다. 기존에는 제한적이었던 접근을 개방하는 구조다.

다만 접근성을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모신용이 온체인으로 올라올 때 가장 큰 리스크는 수익률이 아니라 불투명성이다. 토큰 발행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그 토큰이 실제로 어떤 자산에 연결되어 있고, 누가 관리하며,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받는지가 불분명하면 해당 토큰은 기초자산의 뒷받침 없이 가격만 움직이는 자산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이를 디파이에서 담보로 맡기고 활용하려면, 토큰이 실제 자산에 의해 뒷받침되고 부도나 분쟁 상황에서도 자산이 보호된다는 점이 검증되어야 한다.

Yield-8은 이 문제를 전통 금융과 온체인의 검증 체계를 이중으로 쌓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기초 펀드 자체는 싱가포르에 정식 등록된 사모펀드로, 전통 금융 기준의 펀드 관리·회계감사·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그대로 따른다. 그 위에 얹히는 토큰화 레이어는 별도의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집행되며, 스마트컨트랙트와 브릿지 양쪽에 외부 보안 감사가 적용된다. 두 검증 체계가 각 영역의 전문 주체에게 분산 위탁되어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Yield-8은 두 교집합에 위치한 상품이다.

투명성 측면에서도 추가 개선이 예정되어 있다. 카이아와 KIP는 사용자가 펀드의 시가평가,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 실시간 APR을 온체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 대시보드를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Always-On NAV”다. 토큰화는 이뤄졌지만 운용 내역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던 기존 RWA 상품의 한계를 온체인 데이터 공개로 보완하려는 시도다. 해당 대시보드는 2026년 상반기 내 출시될 예정이다.

 

3. Yield-8은 어떻게 실물자산에 투자하는가?

Yield-8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를 살펴보기 전에, 이 상품이 사용자에게까지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자금은 여러 층의 인터페이스를 거쳐 Yield-8에 도달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메신저 안에서 USDT를 예치하고 수익을 수령하는 단일 행위지만, 뒤에서는 네 개의 인터페이스가 연결되어 작동한다. 주목할 지점은 SuperEarn이다. SuperEarn은 온체인의 여러 스테이블코인 수익원을 조합해 운용하는 Super Vaul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Yield-8은 슈퍼 볼트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어, 사용자가 예치한 USDT는 SuperEarn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자산 배분을 거쳐 일부가 Yield-8의 RWA 운용 수익에 노출된다.

그렇다면 Yield-8은 어떤 RWA 자산에 투자하고 있을까. 현재 Yield-8은 세 개의 RWA에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Galactica가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YieldCore와 Forest Jalan이 각각 25%씩 뒤를 잇는다. 나머지 15%는 USDT로 보유해 사용자의 환매 대응과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고 있다. 세 자산은 모두 아시아 사모신용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작동하는 시장은 각기 다르다.

3-1. Galactica : 인도네시아 선박금융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으로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로, 물류의 상당 부분이 선박에 의존한다. 수출입뿐 아니라 국내 물류 이동에서도 해상 운송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선박금융이 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박은 단가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고가 자산이라, 선주가 자기 자본만으로 매입하기는 어렵다. 통상적으로 선박 가치의 50~60%는 은행 대출로 채우고, 나머지를 자기 자본이나 다른 자금원으로 메우는 LTV 구조가 표준이다. 한국, 일본, 미국에서는 이 대출 구조가 잘 발달해 있어 선주가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사정이 다르다. 선대가 소형 연안 운송 중심이라 표준화된 가치 평가가 어렵고, 선주의 신용 정보도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아 전통 은행이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결국 분명한 금융 수요는 존재하는데, 이를 받아낼 공급 채널이 빈약한 상태가 이어져 왔다. 이 수요-공급 불일치를 토큰화로 해소하는 것이 Galactica의 출발점이다.

Galactica는 카이아와 인도네시아 해운사 PT Pelayaran Korindo가 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한 구조다. PT Pelayaran Korindo는 약 50년 업력의 대형 해운사로, 자체 선대 운용 경험과 현지 해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토큰 발행과 외부 자금 연계는 카이아가 담당하고, 실제 선박 운용과 현지 실행은 Korindo가 맡는 분업 구조다.

Galactica는 지금까지 두 번의 펀딩을 집행했고, 두 번 모두 모집에 성공했다. 첫 번째로 발행한 Pegasus 1은 2,500만 달러 규모의 LNG 선박(MT Danaputri 1)을 대상으로 한 단기 브릿지 파이낸싱에 투입되었고, 두 번째로 발행한 Pegasus 2는 150만 달러 규모로 인도네시아 해운사의 선대 운영 확장에 투입되었다. 두 발행 모두 싱가포르 통화청(MAS) 감독 아래 운영되는 라이선스 플랫폼 InvestaX를 통해 발행되면서 정식 규제 프레임 안에서 집행되었다. 단발성 파일럿이 아니라 시장 수요를 검증하면서 발행 구조를 반복 가능한 형태로 다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Galactica의 의미는 단순한 해운 투자를 넘어선다. 장기 고정금리 임대 계약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수익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크립토 시장 변동성과 분리된 안정적 자산이고, 선박이라는 실물자산이 물리적 담보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모신용 상품 중에서도 담보 질이 상대적으로 높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라는 지역 경제의 실제 물류 흐름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실물경제를 온체인에 연결한다는 카이아의 서사가 가장 선명하게 구현된 자산이다.

3-2. YieldCore : 한국 주유소 단기 금융

YieldCore가 겨냥하는 것은 한국 주유소 시장의 자금 구조 특성이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연료를 먼저 받아 판매한 뒤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고 매입과 판매 대금 회수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시차가 존재한다. 평상시에는 자기 자본과 예상 가능한 판매량으로 이 시차를 무리 없이 메우지만, 유가가 급등하거나 소비 회전이 둔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재고는 쌓여 있는 상태에서 대금 결제 시점은 유지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지는 구간이 발생한다. 이 구간을 메우는 단기 금융 수요가 주유소 단위에서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주유소는 자산 규모 대비 매출 회전이 빠르고 담보 평가가 복잡해 전통 은행이 전문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 수요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지면서 더 선명해졌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정세 불안은 원유 조달 비용을 높이고,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주유량을 줄이고, 주유소의 재고 판매 속도는 느려진다. 판매 대금 회수는 늦어지지만 정유사 대금은 약정된 결제일에 지급해야 한다. 이 간극이 주유소의 단기 운전자금 수요로 이어진다. YieldCore는 이 공백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공급한다.

YieldCore는 주유소 단기 대출 자산을 토큰화해 외부 투자자의 참여가 가능한 구조로 전환했다. 주유소가 정유사에 결제해야 할 대금을 투자자 자금이 먼저 집행하고, 주유소는 3개월 안에 원리금을 상환한다. 이 대출 채권이 토큰 형태로 Yield-8 펀드에 편입되며, 사용자는 Yield-8을 통해 이 대출의 수익에 간접적으로 노출된다. 상환 안정성은 이중 담보로 확보된다. 1차 담보는 주유소의 미래 매출이며, 2차 담보로 부동산이 추가되고, 여기에 한국의 증권사가 신탁 구조로 참여해 자금 흐름을 관리한다. 첫 발행은 50만 달러 규모였고, 현재는 90만 달러 규모의 발행이 진행 중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장해가고 있다.

YieldCore의 의의는 주유소 단기 금융이라는 오프체인 자산을 일반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온체인 수익 상품의 일부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금융기관과 주유소 사이에서만 다뤄지던 대출 채권이지만, Yield-8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면서 일반 사용자도 그 수익에 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이는 한국 상업 금융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온체인 수익 구조 안으로 가져온 사례다.

3-3. Forest Jalan : 인도네시아 MSME 운전자본 및 임금 선지급

Forest Jalan이 겨냥하는 시장은 인도네시아의 중소상공인(MSME) 대상 운전자본 금융과 일반 노동자 대상 EWA(Earned Wage Access, 임금 선지급)이다. 가맹점에는 일매출 기반으로 상환되는 운전자본을 공급하고, 근로자에게는 이미 근로한 임금에 대한 선지급을 제공한다. 특히 EWA는 부채(loan)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임금 청구권을 앞당겨 받는 비부채성 상품으로, 마이크로 대출과는 구조적으로 구분된다.

인도네시아처럼 자영업, 비공식 노동 비중이 높은 경제에서 이 두 영역의 자금 수요는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다만, 분명한 자금 수요가 존재함에도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서는 제대로 공급된 적이 없다. 문제는 신용 심사 데이터의 부재다. 인도네시아의 상당수 소상공인은 공식 재무제표나 세무 기록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노동자 다수는 은행 거래 이력도 충분하지 않다. 전통 은행의 심사 모델로는 이들의 신용을 평가할 방법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대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그 공백을 채운 것이 비공식 단기 대출 시장이었는데, 여기서 수수료와 이자율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임금을 기반으로 한 가불 서비스도 존재했지만, 실효 금리 기준으로는 차입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수준이었다.

Forest Jalan은 이 문제를 플랫폼 데이터 기반의 AI 신용 평가로 해결한다. Grab과 구인 플랫폼 JOOB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약 28,000개의 비즈니스와 약 85만 명의 근로자 풀에 접근하여 가맹점의 결제 규모, 구인 활동 및 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 신용과 근로자의 고용·소득 연속성을 평가한다. 신용 평가의 출발점은 PG 결제, 임금 지급 기록, 구인 활동 같은 직접 관측 가능한 1차 데이터이며, Forest Jalan은 여기에 AI 기반의 평가를 더해 매출 안정성, 고용·소득 연속성 등 단일 데이터로는 포착되지 않는 데이터까지 추론한다. 거래가 누적될수록 평가 정밀도가 더욱 정교해지며, 관측 데이터의 폭과 추론 모델의 깊이를 함께 확장해가는 것이 Forest Jalan의 핵심 경쟁력이다.

평가된 자산은 토큰화되어 Yield-8 펀드에 편입되고, 사용자는 Yield-8을 통해 이 자산의 수익에 간접적으로 노출된다. 가맹점 운전자본은 일매출 기반의 자동 상환 구조로 회수되고, 임금 선지급은 근로자가 이미 근로한 급여의 일부를 먼저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파일럿 기간 한정이기는 하나, 중소상공인 대상으로 운전자본 부도율 0.2%, 임금 선지급 미회수율 0% 라는 지표를 기록하면서, 플랫폼 데이터 기반 심사가 신용 평가의 대체 지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 자산을 묶는 논리는 여기서 분명해진다. Galactica, YieldCore, Forest Jalan은 산업과 지역은 다르지만 모두 전통 금융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아시아의 신용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 해운금융, 주유소 단기 금융, 마이크로 금융은 각각 다른 시장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실물경제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과 제도권 금융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신용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Yield-8은 이 자산들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어 일반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온체인 수익 상품으로 전환한다.

Yield-8은 완성된 상품이 아니라 시작점으로, 카이아 Onchain Yield ETF 시리즈의 첫 번째 상품이다. 향후 10개 이상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가 확장될 예정이며 다음 상품은 2026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이아는 이 구조를 통해 아시아 실물경제의 현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온체인 자산으로 만들고, 이를 발행·운용·유통하는 자본시장을 구축하려 한다.

 

4. 결론 : RWA, 온체인 자본시장의 출발점

카이아가 RWA에서 구축한 구조는 단발성 파일럿과 구분된다. KIP라는 자립형 투자 법인을 싱가포르 VCC로 세워 외부 자본을 수용할 통로를 마련했고, 그 위에 Yield-8이라는 첫 상품을 올리며 전통 금융과 온체인 양쪽에서 검증 가능한 발행 구조를 만들었다. 개별 프로젝트가 아닌 하나의 체계 안에서 지속적인 발행을 전제로 설계된 운용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카이아 RWA의 의의는 이 글 초반에 짚었던 공백들이 실제로 메워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존 RWA 시장의 가장 큰 한계는 미국 국채에 자산이 쏠려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토큰화된 자산이 정작 디파이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괴리였다. 카이아는 이 두 공백을 동시에 공략한다. 아시아 실물경제 기반의 해운, 주유소, 마이크로 금융 자산을 사모신용 영역에서 토큰화했고, 그 토큰이 SuperEarn을 거쳐 실제 수익으로 유통되는 경로까지 연결했다.

다른 RWA 프로젝트들이 거래량 많고 토큰화하기 쉬운 자산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 카이아는 전통 금융이 닿지 못하거나 제공하지 못한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 단순히 토큰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비효율을 온체인 자본시장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카이아의 접근이 더 온체인 자본시장의 목적에 가깝다. 이러한 접근은 카이아만이 가진 강점에 의해 뒷받침된다. 아시아 전체 2.5억 명에 이르는 메신저 사용자 기반은 RWA 유통의 실질적 채널로 작동하고, JPY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아시아 각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온보딩까지 추진되고 있다. RWA는 그 출발점이고, 이를 시작으로 자산 발행과 유통, 결제 인프라까지 한 생태계 안에 묶이는 온체인 자본시장이 카이아가 그려가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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