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 솔라나는 온체인 나스닥이 될 수 있을까
2. MEV, 온체인 거래의 보이지 않는 손
3. Jito : 보이지 않는 손을 보이는 손으로
3-1. JitoSOL: MEV를 포함하는 스테이킹 구조
3-2. Jito Bundles와 Validator 인프라
4. BAM : 완벽하게 투명한 MEV 시장 구축
4-1. BAM의 핵심 설계
4-2. 네트워크 레벨 효과
5. BAM의 활용법 : 솔라나 위의 퍼프덱스 구축
5-1. 메이커 우선순위 : 취소 주문이 보호되는 시장 구조
5-2. 적시(Just-in-Time) 오라클 업데이트 : 현실 가격과의 괴리 해소
5-3. 동적 수수료 시장 관측 : 수수료의 예측 가능성
5-4. 사전 실행 신뢰(Pre-MPS) : 실행될 거래만 제출하는 환경
6. 결론 : BAM, 솔라나가 완벽한 금융 엔진으로 자리잡기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
1. 서론 : 솔라나는 온체인 나스닥이 될 수 있을까
솔라나는 스스로를 ‘온체인 나스닥(On-chain Nasdaq)’에 비유하며, 고속·저지연·대규모 거래 처리가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인 솔라나를 기반으로 한 실물자산 토큰화(RWA)와 기관 친화적 금융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이러한 방향성의 연장선에서 Solana Foundation은 2025년 7월 24일, 솔라나를 2027년까지 인터넷 자본시장(Internet Capital Markets, ICM)의 핵심 기반 인프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디파이 확장을 넘어, 전통 자본시장의 기능을 온체인으로 이전하려는 전략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ICM은 전 솔라나 재단 핵심 개발자였던 Akshay가 제안한 개념으로, 엔터티·통화·문화 전반이 토큰화되어 단일 원장에서 표현되고, 누구나 인터넷만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발행, 거래, 결제, 청산이 파편화된 기존 금융 인프라를 하나의 프로그래머블 레저로 통합하고, 접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자본시장 레이어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솔라나가 RWA, 온체인 오더북, 기관 참여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배경 역시 이 ICM 구상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바로 MEV(Maximal Extractable Value)다. 초고속·고빈도 처리를 강점으로 하는 Solana 환경에서는 트랜잭션 순서와 포함 여부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MEV는 단순한 부가 수익원이 아니라 시장 공정성, 가격 발견 기능, 네트워크 신뢰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솔라나가 ICM이라는 온체인 자본시장을 지향할수록, MEV를 어떻게 통제하고 제도화할 것인지는 성능이나 확장성 못지않게 핵심적인 인프라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MEV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블록 생산자가 트랜잭션의 포함 여부나 순서를 재배열함으로써 추가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의미한다. 이 과정은 사용자 관점에서는 프론트러닝, 백러닝, 샌드위치 공격 등의 형태로 드러나며, 결과적으로 슬리피지 확대, 체결 가격 왜곡, 거래 결과의 비예측성 증가라는 비용으로 전가된다. MEV는 단순히 일부 악의적 행위자의 문제가 아니라, 트랜잭션이 경쟁적으로 처리되는 모든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이 문제는 특히 고속·고빈도 처리와 병렬 실행을 핵심 가치로 설계된 Solana 환경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Solana에서는 낮은 지연과 높은 TPS로 인해 트랜잭션 간 경쟁이 극단적으로 압축되며, 그 결과 MEV가 네트워크의 부수적 현상을 넘어 검증자 인센티브, 네트워크 안정성, 사용자 경험 전반을 훼손할 수 있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특정 검증자나 인프라 주체가 트랜잭션 흐름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공정한 실행이라는 Solana의 설계 철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Solana 생태계에서는 MEV를 은폐하거나 제거하기보다, 이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프로토콜 친화적으로 재배치하려는 접근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주체가 바로 Jito Labs이다.
2. MEV, 온체인 거래의 보이지 않는 손
그렇다면 MEV가 정확하게 무엇일까? MEV는 본래 작업증명(PoW) 환경에서 채굴자가 블록 구성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치라는 의미의 Miner Extractable Value로 정의되었다. 이후 지분증명(PoS) 체계가 확산되면서, 이 개념은 특정 합의 메커니즘에 국한되지 않고 블록 생산 전반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을 포괄하기 위해 Maximal Extractable Value라는 의미로 확장·정착되었다.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블록을 생성하는 주체가 단순히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역할을 넘어, 경제적 의사결정의 주체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MEV의 핵심은 블록 생산자, 즉 검증자(validator)가 보유한 트랜잭션 포함·제외·재정렬 권한에 있다. 이 권한은 단순한 기술적 재량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적 선택지로 전환된다. 대표적으로 사용자 거래보다 앞서 자신의 거래를 삽입하는 프론트러닝, 특정 거래를 기준으로 전후에 매수·매도 트랜잭션을 배치하는 샌드위치 공격, 그리고 상태 변화 이후 발생할 이익을 노리는 백러닝 등이 MEV의 전형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행위는 사용자에게는 불리한 체결 조건과 예측 불가능성을, 네트워크 전체에는 신뢰 저하를 초래한다.
Solana에서의 MEV 작동 방식은 이더리움 계열 체인과 상당히 다른 경로를 따른다. 이는 Solana가 짧은 블록타임, 리더 기반 블록 생산 구조, 그리고 병렬 실행을 전제로 한 트랜잭션 처리 파이프라인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Solana에서는 매 슬롯(slot)마다 미리 정해진 리더 검증자가 블록을 생성하며, 이 리더는 네트워크로부터 유입되는 트랜잭션을 수집해 자신이 제안할 블록의 구성을 결정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일부 검증자나 인프라 제공자가 특정 트랜잭션 흐름을 먼저 관측할 수 있는 정보 우위를 갖게 되며, 이는 곧 프론트러닝이나 백러닝 기회의 선점으로 이어진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온체인 오더북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스왑, 가격 갱신, 청산 트랜잭션은 MEV의 주요 표적이 된다.
이처럼 솔라나에서 MEV는 이더리움에서 흔히 논의되는 것처럼 프로토콜의 우연한 허점이나 부수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MEV는 고속 실행과 경쟁적 블록 생산 환경 속에서, 검증자들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채택해온 메커니즘에 가깝다. 즉, 솔라나의 MEV는 사후적으로 발견된 취약점이 아니라, 네트워크 인센티브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익 창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Jito Labs가 개발한 jito client다. 이 클라이언트는 MEV를 비공식적으로 추출하는 대신, 블록 조립 과정에 MEV 전략을 명시적으로 통합함으로써 검증자 수익을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 Jito : 보이지 않는 손을 보이는 손으로
Jito의 기본 문제의식은 MEV 자체가 아니라, 그 추출 과정이 불투명하고 특정 주체에게 편중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Jito는 MEV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규칙화된 방식으로 관리·분배함으로써 네트워크 안정성과 사용자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접근을 취해왔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validator와 사용자 사이에 별도의 MEV 인프라 레이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Jito는 자체적으로 이더리움의 멤풀과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밸리데이터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3-1. JitoSOL: MEV를 포함하는 스테이킹 구조
JitoSOL은 Solana 기반의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으로, 기존 SOL 스테이킹 보상에 더해 MEV 수익을 동일한 스테이킹 구조 안에 내재화한다. 사용자는 SOL을 스테이킹한 상태에서도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JitoSOL은 발행 수량이 고정된 상태에서 SOL 대비 교환 비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를 통해 누적 수익을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MEV는 개별 검증자의 비공식적 추가 수익이 아니라, 스테이커 전체에게 귀속되는 공통 수익원으로 재정의된다. 결과적으로 MEV는 사용자 경험을 훼손하는 외부 변수에서, 스테이킹 참여를 통해 공유되는 예측 가능한 보상 요소로 전환된다.
3-2. Jito Bundles와 Validator 인프라
Jito는 트랜잭션을 단일 거래가 아닌 번들 단위로 묶어 원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함으로써, MEV 전략을 명시적이고 통제 가능한 형태로 구현했다. 이 방식에서는 특정 MEV 기회가 개별 트랜잭션 간의 암묵적 경쟁이 아니라, 사전에 정의된 번들 간 경쟁으로 전환된다. validator 입장에서는 블록 조립 과정에서 수익을 합리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네트워크 차원에서는 무분별한 트랜잭션 스팸이나 멤풀 기반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즉, Jito Bundles는 MEV를 숨겨진 부작용이 아닌, 블록 생산 과정에 내재된 시장 메커니즘으로 재구성함으로써 Solana의 고속 실행 환경과 보다 정합적인 인프라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Jito는Jito Client 안에서 번들 단위로 묶어 MEV 경쟁을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음성화되어있던 MEV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validator들에게 자신의 client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 validator들을 들어올 수 있게 했고, 이 과정에서 MEV 수익을 validator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센티브를 일방적으로 validator들이 수취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커들에게 수익을 배분함으로써 솔라나 생태계에서 가장 큰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MEV를 단순히 투명화하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도래할 ICM 시대에서 솔라나가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블록 번들까지는 온체인 경로로 공개되었지만, 실제로 어떤 번들이 블록에 포함되고 어떤 순서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결정권은 여전히 밸리데이터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번들 생성 과정은 드러났지만, 순서 경쟁의 핵심 구간에는 여전히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음성적 영역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Jito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차세대 블록 빌딩 레이어를 제안한다. 그것이 바로 BAM(Block Assembly Marketplace) 이다.
4. BAM : 완벽하게 투명한 MEV 시장 구축
BAM은 Jito Labs가 Solana 생태계에서 제안하는 차세대 블록 빌딩 및 트랜잭션 처리 구조다. BAM의 출발점은 MEV를 완벽하게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쟁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블록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순서 경쟁과 정보 우위를 음성적인 방식으로 방치하기보다, 이를 하나의 공식적인 시장으로 끌어올려 네트워크 전체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BAM은 기존 Jito-Solana 클라이언트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도입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취한다. 새로운 합의 규칙을 강제하거나 validator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점진적 채택이 가능하다. 이는 BAM이 단일 기능 추가가 아니라, Solana의 블록 생산 흐름을 장기적으로 재정렬하기 위한 인프라 레이어로 기획되었음을 보여준다.
4-1. BAM의 핵심 설계
BAM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블록 빌딩 과정을 경매 기반 메커니즘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블록에 포함될 트랜잭션이나 번들은 프라이빗한 환경에서 경쟁하며, 이 경쟁은 프로그래머블한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동시에 결과는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특정 참여자가 정보 비대칭이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기존 멤풀 기반 환경에서 발생하던 불투명한 순서 조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이러한 경매 기반 블록 빌딩은 Relayer–Block Engine–Jito-Solana로 분리된 역할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Relayer는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일반 트랜잭션을 안정적으로 수집·전달하는 진입점으로서, 순서 경쟁이나 MEV 판단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MEV 봇이 구성한 MEV 번들은 Block Engine으로 전달되며, Block Engine은 이 번들들을 프라이빗 환경에서 수집해 충돌 여부와 규칙 준수 여부를 검증한 뒤, 사전에 정의된 경매 로직에 따라 가장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조합을 선별한다. 최종적으로 Jito-Solana 검증자 클라이언트는 Relayer를 통해 들어온 일반 트랜잭션과 Block Engine이 선정한 번들을 함께 받아 블록을 조립하며, 이 과정에서 임의적 재정렬 대신 경매 결과를 따르게 된다. 이처럼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네트워크 전파, MEV 경쟁, 블록 제안이라는 서로 다른 단계가 명확히 구획되고, 각 단계에서의 권한 남용이나 비공식 개입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이 구조에서 MEV는 더 이상 숨겨진 행위가 아니라, 명시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경쟁 대상이 된다. 블록 생산자는 임의로 트랜잭션 순서를 조정하는 대신,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제시하는 번들을 선택하게 되며, 그 과정은 규칙에 의해 제한된다. 이를 통해 트랜잭션 시퀀싱 과정에서 발생하던 정보 비대칭이 완화되고, MEV 추출은 개인의 재량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으로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블록 빌딩은 기술적 최적화 문제를 넘어, 명확한 인센티브 구조를 갖춘 경제 활동으로 재정의된다.
4-2. 네트워크 레벨 효과
BAM이 네트워크 차원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단순한 수익 구조 개선을 넘어선다. 우선, MEV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던 과도한 트랜잭션 재제출과 폐기가 줄어들면서 블록 공간 활용 효율이 개선된다. 이는 동일한 블록 자원으로 더 많은 유효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네트워크 혼잡 완화로 이어진다. 동시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트랜잭션 체결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체결 왜곡이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validator 관점에서도 BAM은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MEV 수익이 비공식적 기술력이나 인프라 우위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명시적인 경쟁 구조 안에서 결정되면서 수익 구조가 보다 안정적으로 정렬된다. 이는 validator 간 과도한 경쟁이나 격차 누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참여 동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BAM은 2025년 중반 이후 Solana 메인넷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validator 온보딩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단계에 있다. 이러한 흐름은 Solana가 지향하는 인터넷 자본시장 인프라에서 블록 빌딩과 MEV 처리 방식이 하나의 표준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5. BAM의 활용법 : 솔라나 위의 퍼프덱스 구축
BAM은 단순히 MEV를 완화하거나 트랜잭션 순서를 정리하는 보조적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BAM이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는 트랜잭션이 어떤 순서로, 어떤 조건에서, 어떤 가격 기준에 따라 실행되는지가 사전에 정의되고, 그 결과가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 있다. 이는 기존 온체인 환경에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구현하더라도 극도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던 설계들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끌어올린다. 다시 말해, BAM은 온체인 실행을 확률적 사건이 아닌 결정론적 프로세스에 가까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블록 빌딩 레이어로 기능한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온체인 시장 구조 자체의 설계 가능 범위를 확장한다. 그동안 MEV와 불확실한 시퀀싱으로 인해 구현이 어려웠던 규칙과 보호 장치들은, BAM 환경에서는 명시적인 조건과 시장 메커니즘으로 치환된다. 그렇다면 BAM이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핵심은 솔라나를 트레이딩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한 사전 조건들을 구조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솔라나는 하이퍼리퀴드나 라이터와 같은 퍼프덱스(perp DEX)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기에는 몇 가지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지정가(메이커) 주문의 우선순위가 일관되게 보장되지 않고, 오라클 역시 완전한 실시간(real-time)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수수료 또한 예측이 어렵고, 거래 취소도 빈번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솔라나를 정밀한 금융 엔진으로 평가하는 데 구조적인 약점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BAM을 통해 MEV 경쟁을 음성적 경쟁이 아닌 공정한 시장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 전제 자체가 달라진다.
5-1. 메이커 우선순위 : 취소 주문이 보호되는 시장 구조
기존 온체인 DEX 환경에서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메이커가 주문을 취소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역선택(adverse selection)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주문 취소 트랜잭션이 블록 내에서 뒤로 밀릴 경우, 이미 시장 가격이 불리하게 변한 상태에서 주문이 체결될 수 있으며, 이는 메이커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시장을 만든다. 이 문제는 단순한 UX 이슈가 아니라, 온체인 유동성이 얕아지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BAM은 완전히 제어 가능한 트랜잭션 시퀀싱을 제공하기 때문에, 취소 주문을 체결 주문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규칙을 구조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메이커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언제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고, 이는 주문 제출 자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 결과 메이커의 자본 투입이 확대되고, 호가 두께가 증가하며, 스프레드가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이는 전통 금융 시장에서 메이커 보호 규칙이 유동성의 핵심 기반이 되는 것과 동일한 논리이며, BAM은 이를 온체인에서 처음으로 구조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제를 제공한다.
5-2. 적시(Just-in-Time) 오라클 업데이트 : 현실 가격과의 괴리 해소
현재 온체인 거래의 상당수는 이미 오래된 오라클 가격을 기준으로 실행된다. 오라클 업데이트는 블록 단위로 이루어지는 반면, 사용자의 거래는 그 사이에 연속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가격 왜곡과 불필요한 슬리피지, 그리고 추가적인 MEV 기회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는 특히 대규모 거래나 고빈도 전략에서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BAM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트랜잭션이 최신 가격이 선행 반영되는 조건을 명시적으로 포함할 수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오라클 업데이트가 먼저 실행되고, 그 이후에 사용자 거래가 처리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최적화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가격 변화와 온체인 실행 사이의 시간차를 구조적으로 축소하는 메커니즘이다. 그 결과 가격 리스크가 감소하고, 기관이 요구하는 가격 기준의 정합성, 즉 price integrity를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5-3. 동적 수수료 시장 관측 : 수수료의 예측 가능성
기존 온체인 환경에서는 수수료 시장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트랜잭션이 여러 경로로 분산되고, 수수료와 처리 시점 간의 관계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용자는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를 설정해 체결 실패를 반복하는 비효율에 노출되어 왔다.
BAM에서는 트랜잭션이 하나의 블록 빌딩 시장으로 집약되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수수료 분포와 우선순위별 처리 확률, 전략별 체결 성공률을 정량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수수료에 대한 백분위 분석이 가능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별 최적 수수료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는 블록 공간을 하나의 경제적 자원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기관과 프로 트레이더에게 비용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수료 파생 전략이나 블록 공간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 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5-4. 사전 실행 신뢰 : 실행될 거래만 제출하는 환경
BAM이 제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능성은 트랜잭션이 실제로 실행되기 전에 일정 수준의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흔히 Pre-MPS(Pre-Message Processing Signal)로 설명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거래가 어떤 순서로, 어떤 조건에서, 어떤 가격 범위 내에서 실행될지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으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거래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선택도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한 사용자 경험 개선을 넘어, 네트워크 전반의 효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패 트랜잭션이 줄어들고, 네트워크 혼잡이 완화되며, MEV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전 실행 신뢰는 기관 관점에서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요건을 충족시키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BAM은 이처럼 온체인 실행을 확률의 영역에서 관리 가능한 프로세스로 이동시키며, Solana가 지향하는 인터넷 자본시장 인프라의 실질적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6. 결론 : BAM, 솔라나가 완벽한 금융 엔진으로 자리잡기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
솔라나는 높은 처리량, 낮은 지연 시간, 단일 상태 머신 기반의 실행 모델 등 여러 구조적 강점을 갖춘 블록체인이다. 이러한 특성만 놓고 보면, 솔라나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솔라나가 지닌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애초에 CEX나 나스닥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의 매칭 엔진을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이로 인해 지정가 주문의 우선순위 보장, 오라클 가격의 실시간성, 수수료 구조의 예측 가능성, 거래 취소 및 보호 메커니즘과 같은 요소들이 항상 구조적 불안정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개별 프로토콜의 구현 문제라기보다는, 블록 빌딩과 시퀀싱 계층이 금융 시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제약에 가깝다.
그러나 BAM이 도입된다면 이 전제 자체가 달라진다. BAM은 트랜잭션이 어떤 조건과 규칙에 따라, 어떤 가격 기준으로, 어떤 순서에서 실행되는지를 블록 생성 이전 단계에서 명시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솔라나 위에서 실행이 더 이상 불확실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사전에 설계된 시장 규칙의 결과가 되도록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BAM은 단순한 MEV 개선 도구가 아니라, 솔라나를 범용 고성능 체인에서, 결정론적 실행을 전제로 하는 온체인 금융 엔진으로 전환시키는 마지막 핵심 레이어에 가깝다. 그렇기에 Jito가 새롭게 제시한 BAM은,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솔라나가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