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
2. Web3는 빈부격차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3. 커뮤니티 분배 끝판왕 하이퍼리퀴드의 등장
4. 서비스 라인업 확장과 높은 진입 장벽은 풀어야 할 숙제
1.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
오늘날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빈부격차의 확대 이야기는 지표로 봐도 사실에 가깝다. 다양한 지표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70년대를 거치며 좁혀졌던 빈부격차가 다시 확대되어 세계대전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음을 보여준다. 미국 사회를 예로 들면, 상위 0.1% 가구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8%까지 낮아졌으나, 2010년대 들어 20%를 넘어섰다.
자산 형성의 근원이 되는 임금 격차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1979년 이후 그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2018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2025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러한 격차는 줄어들기보다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빈부격차는 단순히 자산이나 임금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에서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20년대나 1960년대 후반 ‘니프티피프티’ 시절의 산업 집중도를 뛰어넘으며, 역사상 가장 부가 집중된 시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상위 10개 기업 중 사우디 아람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회사가 모두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통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비해 이들 빅테크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크고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AI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갈등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극우 혹은 극좌와 같은 정당들이 등장하며 정치사회적 합의는 점차 실종되고 있고, 난민 수용과 같은 이슈는 첨예한 대립으로 점차 국경을 닫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하나둘 발생하고 있는데 이 빈부격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 우리는 혁명 혹은 전쟁을 경험했었다. 인류 역사는 중앙집중적 권력인 ‘타워’(왕권, 정부, 대기업 등)로 추가 기울면 다시 대중적 네트워크인 ‘광장’(민중, 개인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산, 임금, 산업 등 모든 영역에서 ‘분배’에 대한 요구는 점차 커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르네상스 시대에 ‘광장’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21세기에도 재현될 수 없는 것일까? 혹시 Web3가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까?
2. Web3는 빈부격차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Web3가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점차 필수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Web3의 대중화는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대중에게는 업계에서 논의되는 탈중앙화나 트릴레마 해결 같은 철학적·기술적 이슈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이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그 서비스가 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편리함을 제공하는지 여부다. 이런 맥락에서 Web3는 일반 대중이 직면한 생계 문제, 즉 ‘먹고사니즘’의 일부를 해결할 잠재력이 있다.
Web3의 가장 큰 특징은 ‘분배’의 관점에서 기존의 Web1, Web2 서비스들과는 차원이 다른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만약 Web3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는다면,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특정 소수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될 가능성이 있다. Web2와 비교해 Web3가 얼마나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는 아래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 Web3는 '분배'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았다
3년 전, Axie Infinity는 Web3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Web3 게임을 통해 실제로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Axie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월수입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했으며, 이에 힘입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2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게임에 참여했다.
물론, 기존 게임에서도 작업장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는 존재했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이 결합된 Web3 게임은 Play-to-Earn(P2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강력한 파급력을 보였다. 이는 대중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후 메타버스 시장과 크립토 시장의 침체로 인해 유저 수는 감소했지만, Web3 서비스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각인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Web3 서비스가 ‘분배’의 관점에서 대중들에게 선택받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한 사례는 NFT 마켓플레이스 블러(Blur)였다. 2021년, NFT 거래 시장이 형성되고 붐이 일었던 당시, 오픈씨(OpenSea)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점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오픈씨의 비즈니스 모델이 NFT 크리에이터와 홀더가 모이는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질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오픈씨는 2022년 1월 약 19조 원($13.3B)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처럼 견고했던 NFT 마켓플레이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주체가 있었으니, 바로 블러였다. 오픈씨가 유저들에게 2.5%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기존 Web2 플랫폼 모델을 따랐다면, 블러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내세웠다. 블러는 우선 0% 수수료를 앞세워 크리에이터와 유저를 끌어들였고, 나아가 자체 토큰을 발행한 후 그 50%를 블러를 사용한 유저들에게 에어드랍 형식으로 분배했다. Axie를 통해 증명된 ‘사용하면 돈을 번다’는 Web3 서비스 → 유저 유입 공식이 NFT 마켓플레이스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그 결과, 오픈씨는 블러에게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며 2022년 1월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4년 말 현재 20%까지 떨어졌다. 블러 토큰은 2023년 2월 첫 에어드랍을 시작으로 시즌3까지 분배를 완료했으며, 현재 시즌4 에어드랍이 진행 중이다. 시즌3까지 전체 공급량의 25% 이상이 분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정 수준의 토큰 분배가 이루어진 뒤, 일부 유저들은 새로운 에어드랍 보상을 기대하며 매직에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 블러와 매직에덴은 에어드랍 보상을 기대하는 유저들을 중심으로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경쟁에서 밀린 오픈씨 역시 결국 토큰을 발행해 유저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일한 NFT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Web3 서비스(블러)는 Web2 서비스(오픈씨)보다 유저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저와 커뮤니티 보상을 위해 할당된 50%의 BLUR 토큰(약 5,000억 원 상당)은 이러한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오픈씨가 성공했다면 그 과실은 창업자와 약 19조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제공한 VC 투자자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블러의 성공은 수많은 유저와 커뮤니티가 그 과실을 나눠 갖는 결과를 만들었다. Web3 서비스는 단순히 유저를 획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배’라는 측면에서도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 셈이다.
더 많은 '분배'를 향해 가는 토크노믹스
사실, 커뮤니티가 토큰을 소유하며 프로젝트의 성장을 함께 향유해야 한다는 생각은 Web3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더리움의 퍼블릭 세일 당시를 들 수 있다. 당시에는 에어드랍 방식보다는 ICO(Initial Coin Offering) 방식이 선호되었으며, 이더리움은 80%, EOS는 90%에 달하는 토큰을 대중에게 판매해 초기 투자자들이 이후 토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리게 했다.
하지만, ICO 방식은 초기 리테일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모 방식으로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상승장에서 사기성 프로젝트가 급증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문제로 변질되었다. 별도의 스크리닝 과정 없이 전 세계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특성은 ICO를 국경을 초월한 사기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SEC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 당국, 국내 금융위원회 등은 ICO를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하게 되었다.
ICO를 통한 퍼블릭 세일이 어려워지면서, 토큰 프로젝트들은 VC 투자 유치와 주요 CEX 상장을 통해 프로젝트를 빌드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경로는 비교적 검증 과정을 거친 후 프로젝트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한 방식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프로젝트 물량의 20~30% 정도만 커뮤니티에 할당되는 구조로 인해 커뮤니티와 유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제대로 된 서비스 출시 이전에 투자를 받고 토큰을 출시하며 CEX 거래소에 상장하는 프로젝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투자자와 거래소(CEX)에게 과도한 물량이 할당되고 커뮤니티의 비중이 줄어드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 점은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며, Web3 생태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토크노믹스의 발전 과정은 Xangle의 ‘토크노믹스 연대기’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커뮤니티 분배 끝판왕 하이퍼리퀴드의 등장
이처럼 초기 프로덕트 빌드 과정에서 VC와 CEX가 가져가는 물량의 비중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커뮤니티의 비난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특히 최근 바이낸스를 비롯한 거래소가 전체 물량의 5% 이상을 상장 시 요구하고, 낮은 밸류에 투자한 VC들이 높아진 토큰 가격으로 리테일에게 물량을 넘기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업계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커뮤니티 분배의 끝판왕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가 등장하게 된다.
* 이번 글에서는 Why Web3?와 분배의 관점에서 하이퍼리퀴드를 다룰 예정으로 Perp DEX 및 생태계 측면에서의 Hyperliquid가 궁금하신 분은 훌륭한 리서치 하우스인 포필러스와 디스프레드에서 발간한 글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포필러스 <사랑할 수 밖에 없다, 하이퍼리퀴드> / 디스프레드 <퍼페츄얼 DEX 엔드게임>
올해 조용히 온체인 선물 거래소(Perpetual DEX)를 만들던 하이퍼리퀴드는 모든 오더북을 온체인으로 처리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프로덕트와 역대급으로 높은 커뮤니티 물량 분배로 단숨에 업계 시선을 사로잡았다. TGE (토큰 출시 이벤트) 당시에만 커뮤니티에 30%의 물량을 배정한 하이퍼리퀴드는 총 70%의 물량을 커뮤니티에 배정하며 차원이 다른 규모의 토큰 분배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VC 투자를 받지 않고, 재단이 CEX에 상장할 계획도 없음을 덧붙였다. 이는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기존 관행을 깬 하이퍼리퀴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토큰 가격은 TGE 시점 대비 10배 가까이 상승하며 $30B에 달했고, 커뮤니티 배정 물량인 70% 중 남은 40%의 토큰 물량의 가치는 $12B(16.5조원)을 초과하며 이 물량을 받기 위해 유저들이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부분은 하이퍼리퀴드 프로덕트 자체보다는 70%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분배 물량이었다. 파운더, 초기 투자자가 아닌 ‘서비스를 사용한 유저들’에게 전체 지분의 70%를 분배하는 것이 기존의 Web2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사례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투자의 민주화’라는 슬로건 아래 전통 금융업계를 혁신하고 있는 로빈후드는 IPO 당시 전체 지분의 1~2%를 로빈후드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배정했었다. Web3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고작 1~2%?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정도도 TradiFi 업계에서 매우 파격적인 행보로 해석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기업이 IPO를 할 때 신주의 대부분은 기관투자자가 배정받으며 리테일 투자자는 총 주식의 1% 미만을 배정받기 때문이다. 전체 토큰 물량의 70%가 유저들에게 ‘무상으로 배분’ 되는 하이퍼리퀴드와 총 주식수의 2%가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 되는 로빈후드다. 만약 하이퍼리퀴드가 로빈후드와 마찬가지로 주식, 크립토를 다 거래할 수 있다면 유저들은 어떤 서비스를 선택할까? 또 어떤 서비스가 부의 분배 관점에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현재 초고자산가들의 자산 대부분이 주식 자산이라는 점에서 답은 명확해 보인다.
파격적인 토큰 분배를 제시한 하이퍼리퀴드의 등장으로 Web3 업계는 다시금 Web3의 방향성을 재정비하고 고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CO의 금지 이후 어느 순간 공식으로 자리 잡은 VC 투자유치 → CEX 상장 공식은 이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필자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 산업(Web2)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유저(커뮤니티) 분배가 Web3 서비스가 성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점차 심해질 빈부격차의 완화 작용은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서비스를 사용하고 커뮤니티에 기여한 대가를 ‘당연하게 기대하는’ Web3 유저들처럼 일반 대중들의 인식 또한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당연히 주식(혹은 토큰)의 일부를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이 관점에서 너무나 필요했던 프로젝트다.
하이퍼리퀴드 에어드랍으로 캘리포니아에 집을 살 수 있게된 하이퍼리퀴드 유저
4. 서비스 라인업 확장과 높은 진입 장벽은 풀어야 할 숙제
하이퍼리퀴드를 포함한 DEX 시장 전체 거래량은 이번달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어서며 CEX 거래소 대비 어느덧 12%까지 성장했다. 점차 DEX 서비스가 발전하며 CEX의 유저 경험에 차이가 없어지고 있는 만큼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DEX,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시작된 Web3 물결은 앞으로 다른 온라인 서비스들을 하나둘 대체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DEX, NFT 이외에 기존의 Web2 서비스를 위협하는 유의미한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숙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영역은 현재 Web2 시장에서 가장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소셜 플랫폼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물론 소셜 플랫폼의 경우 과거 스팀잇을 포함해 많은 시도들이 있었으나 Web3 업계를 넘어서 대중에까지 다가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또한 아직까지는 유투브의 아성을 넘어설만한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Farcaster와 같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가 나오는 것은 Web3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테더사가 $700M 이상 투자한 Rumble이라는 동영상 플랫폼도 추후 동영상 시청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Web3 요소를 접목한 토크노믹스를 고민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광고 수익, 구독자 기부 수입의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유저에게는 아무런 보상 없이 개인 데이터만 활용하는 구글의 유투브는 오픈씨의 사례와 같이 Web3 동영상 플랫폼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이건 유투브 동영상을 열심히 보면 구글 주식을 주는 격이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AI의 발전 또한 역설적으로 Web3의 태동을 가속화할 것이다.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AI라는 기술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엔비디아 칩을 독과점 하면서 거대 AI 모델은 빅테크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거대 플랫폼들은 유저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아무런 보상 없이 활용하면서 유저들을 더 서비스에 종속시키는 알고리즘을 발달시키고, 자율주행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아주 초기 단계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Web3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이 본인이 소유한 GPU 자원을 공유하고 보상을 받는 분산형 GPU 렌더링 서비스, 유저들이 생성한 데이터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수익화를 추구하는 서비스 등 AI 시대에 빅테크로 편중되는 부가가치를 대중과 유저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서비스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유투브와 같은 퀄리티를 구현하고, 유저들이 쉽게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프라 발전과 블록체인 서비스의 UI/UX 개선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하이퍼리퀴드처럼 높은 유저 수익(총 $12B, 16조원)이 기대되는 서비스도 아직까지 유저가 30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대중화에 있어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이 문제는 지난 수년간 업계에서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으로 점차 Web2 서비스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더리움 체인에서 크립토키티 서비스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7년 전 대비 블록체인 인프라 환경은 많이 개선되어 온체인으로 수많은 거래 주문과 체결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신규 유저를 유입시키는데 큰 진입장벽이었던 크립토 지갑은 소셜 아이디로 생성이 가능해 이전처럼 비밀 문구를 종이에 적을 필요도 없어졌다.
Web3 서비스는 기존의 VC, 대주주가 상당 부분 가져갔던 부를 일반 유저들과 함께 향유하는 것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서비스 퀄리티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된다면 대중들에게 선택 받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좋은 Web3 서비스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대중들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다면 21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