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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필 (KP)
CSO/
Xangle
2024.10.31

사진 출처: UC Berkely News(Harris) & Kevin Dietsch/Getty Images(Trump)

 

목차

1. 트럼프 지지율이 오르자 비트코인이 상승했다

2. 바이든 정부의 가상자산 죽이기와 해리스 후보의 애매한 스탠스

3. 트럼프는 가상자산 업계의 수호자가 되려고 한다

4. 미 대선 결과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1. 트럼프 지지율이 오르자 비트코인이 상승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대선 결과가 비트코인 가격과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거를 앞둔 10월 말 비트코인 가격이 70,000달러를 돌파한 데에는 미국 대선, 특히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모두가 미 대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금 미 대선이 가상자산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 후보자별 정책 차이, 그리고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폴리마켓의 신뢰도에 대한 논쟁이 있으나, 폴리마켓 이외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은 10월 들어 상승세를 나타냈다. 

 

2. 바이든 정부의 가상자산 죽이기와 해리스 후보의 애매한 스탠스

트럼프 후보 지지율과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지난 바이든 정부가 가상자산 업계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후보는 이를 역이용해 선거에 유리한 구도를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 민주당 정부에서 SEC를 필두로 도입된 규제는 가상자산 시장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특히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이라 불리는 규제는 가상자산 업계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행정 제재로 상당 부분 차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은행들이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상자산 업체들에게 은행 라이센스를 발급하지 않았으며, 가상자산 업계와 일하는 은행들에 대한 조사강도가 높아졌다. SEC에서 제정한 SAB 121 정책 또한 금융 기관들의 가상자산 사업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 행정조치였다. 고객을 대신하여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기관들에게 해당 자산 규모를 부채로 잡아 재무제표에 반영하게 한 것이다. 부채/자본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기관들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여 고객들의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경우 추가적인 자본을 배치해야 부채/자본 비율을 유지할 수 있기에 사실상 관련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해당 행정조치를 무효화하기 위한 법안이 양당 합의하에 제출되었으나, 바이든 정부가 이를 거부하며 업계와의 갈등은 정점을 향했다.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결국 가상자산 업계에는 자금이 마르게 되었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 점유율 그래프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미국의 규제를 준수하며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운영하는 USDC (서클사)와 USDT (테더사)의 점유율이 23년초를 기점으로 재차 벌어지게 된다. 물론 23년 3월 Silicon Valley Bank의 파산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USDC의 페깅이 $0.87까지 깨진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이후 하락세는 SAB 121와 오퍼레이션 초크 2.0 규제로 인해 자금 수혈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줬다고 판단한다. 미국 정부의 규제 하에 금융 기관들의 수요를 처리해줬던 USDC는 신규 자금 유입이 마르게 된 반면, 미국의 규제 밖에서 글로벌하게 영업을 했던 USDT는 비트코인 상승과 업계 성장에 힘입어 신규 자금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권이 가상자산 업계를 옥죄였던 것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해리스 부통령은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 언급하며, 업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기 위한 스탠스를 취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정권과는 다르게 친 가상자산 정책을 펴겠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제를 만들어 나가고 업계를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기존의 인사 체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급격한 정책 변화가 이뤄지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 정권의 정책을 뒤집는 것은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3. 트럼프는 가상자산 업계의 수호자가 되려고 한다

위와 같은 규제 조치들과 해리스 후보의 애매한 태도로 인해 민주당 정권에 대해 업계의 원성이 자자한 것은 너무나 자명했다. 카르다노의 창업자인 찰스 호스킨슨은 “매우 잘 짜여진 크립토 죽이기 노력”이라고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였으며,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SEC는 미국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출처: X(@brian_armstrong)

바이든 정부와 SEC에 대한 업계의 원성이 이렇게 자자한 틈을 트럼프 후보 캠페인은 놓치지 않았다. 과거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일축했던 트럼프 후보자였지만, 그는 이번 대선에서 입장을 180도 바꾸게 된다. 아무래도 4년 전 대선 때 대비 수십배 성장해 버린 가상자산 업계를 무시하기 보다는 이들의 표심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렸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비트코인 준비금 설립을 약속하며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게 된다. 특히 비트코인2024 컨퍼런스에서 “Never Sell Your Bitcoin”이라고 언급한 장면은 그 동안 쌓여왔던 업계 종사자들의 속을 뚫어주는 하이라이트였다.

출처: The Guardians

이 뿐만 아니라,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시행했던 각종 규제들을 전면 수정하여 초크포인트 2.0과 SAB 121 등의 규제를 해결하고, SEC의 수장인 겐슬러 해임을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며 규제 도입을 미뤘던 SEC와는 다르게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임을 이야기했다. 규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사업리스크라는 점에서 명확해진 규제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고, 또 기존의 초크포인트 규제 해제를 통해 금융권 자금까지 흘러들어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스탠스를 보이고 있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트럼프의 지지율과 연동되어 상승하고 있다. 실제 리서치 회사 번스타인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위 공약들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그 동안 각종 규제를 피해 중동, 싱가포르, 포르투갈 등으로 떠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미국으로 재차 돌아와 미국이 정말 “암호화폐의 수도” 역할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트럼프 지지율 상승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 또한 상승했던 것은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4. 미 대선 결과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고 있는 미 대선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규제 관점에서 미국의 규제 방향성은 글로벌 표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규제 완화 스탠스와 가상자산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가 당선되어 미국 규제 환경이 변화한다면, 현재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한국 정부도 규제 완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트코인 ETF 출시, 법인의 계좌 설립 및 투자 허용과 같은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규제 이외에도 트럼프의 친 가상자산 기조와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규제 철폐는 업계에 신규 자금을 유입시키고,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떠난 많은 창업자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새로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등장할 것이며, 비트코인 이외의 알트코인 거래가 활성화된 한국 가상자산 시장도 신규 프로젝트들과 함께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토큰 발행(ICO) 금지, 비트코인 ETF 발행 및 거래 금지, 법인 계좌 설립 및 투자 금지 등 각종 규제로 인해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싱가폴, 아부다비, 두바이 등 가상자산 규제가 확립되어 있고, 세제 혜택이 큰 지역으로 이동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어찌 보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반면에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항상 글로벌 상위권에 들 정도로 크다. 거래대금은 크지만 실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프로젝트들은 거의 없는 빈약한 상태로 해외 코인을 한국인들이 열심히 거래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번에 미 대선 주자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해 우호적인 스탠스를 공표한 만큼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가상자산 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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