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6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자체 암호화폐인 바이낸스코인(BNB)에 대한 8번째 소각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 코인데스크코리아

이에 따라 BNB 코인의 가격은 불과 1년 6개월만에 1달러에서 34달러까지 치솟았다.

 

 

“코인제스트, 토큰 소각했다더니 ‘홀딩 중’…투자자 “신뢰 잃었다” – 블록인프레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 거래소의 먹튀 논란 사건 

 

 

안녕하세요, 쟁글선생님입니다.

 

코인투자를 한다면 한 번쯤 “토큰 소각”이라는 키워드를 들어봤을 겁니다.

토큰 소각은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개념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소각의 제대로 된 의미도 모른 채 무작정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각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각을 하는 이유, 그리고 소각이 토큰 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토큰 소각이란?-

토큰 소각(token burn)이란, 토큰을 다시는 회수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해당 토큰을 개인키가 없는 지갑 주소로 보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가상자산 지갑에 있는 코인을 사용하려면 개인키로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애초에 개인키 자체가 없으면 그 누구도 출금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해당 지갑으로 코인을 보내면 그 코인은 영원히 ㅃㅃ입니다.

 

먹기만 하고 뱉지는 못하는 블랙홀 같은 지갑인 셈이죠.

pick

(소각 당하는 비트코인…)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바로 자사주 소각입니다. 자사주 소각이란, 말 그대로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매입한 뒤 그것을 없애 버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반대로 프로젝트가 자체 발행 토큰을 사들이기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바이백 (Buy Back)이라 합니다.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자사주 매입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토큰 소각을 하는 이유-

자사주 소각을 이해하면 토큰 소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회사는 자사주 소각을 왜 할까요? 언뜻 생각해보면 자사주 소각은 미친 짓입니다. 몇 십억, 몇 백 억씩 쓰면서 기껏 매입한 자기주식을 그대로 없애다니, 이건 경영자가 회사 엿 먹이려고 작정한 것이 분명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신규투자를 하거나 회사 규모를 키워 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하는 것이 회사에 훨씬 유익해 보입니다. 아니면 하다못해 기부를 해서 사회에 환원하던가.

 

위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자사주 소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점도 굉장히 많습니다. 자사주 소각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주에게 이익을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면 주식시장에 돌아다니는 주식의 유통 물량이 줄게 되고 이는 곧

1.     주가의 가치 상승2. 주주의 지분율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친화/주주중심경영 정책이에요.

 

예를 들어보죠.

삼성전자가 1000주를 발행하였으며 매년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주식의 20%를 소각하면, 주식 수는 800주로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주당순이익 (주식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1주당 이익 🔺)과 자기자본이익률(자기자본으로 주식을 매입한 뒤 그대로 소각했기 때문에 자기자본은 🔻, 반면 당기순이익은 그대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마디로, 숫자가 예뻐지는 효과가 있죠.

 

*주당순이익(EPS) = 1억 -> 1.25억. 자기자본이익률(ROE) = 당기순이익/자기자본X100%

 

또한, 간접배당 효과도 있고 세금절약까지 할 수 있습니다.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을 줄 경우 배당소득세(16.5%)를 내야 하는데, 자사주 소각을 할 경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토큰 소각으로 돌아옵시다.

토큰 소각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1.    시장에 유통되는 코인의 공급량을 줄여 가격상승의 요인 제공

자사주 소각과 같은 이치입니다. 토큰 유통량을 줄이면 공급량이 감소하여 수요가 같다는 전제하에 토큰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간접적으로 토큰 홀더들에게 보상을 제공해주는 셈이죠.

 

2.    ICO/토큰 세일 당시 미판매 분량에 대한 소각

ICO (Initial Coin Offering) 혹은 프라이빗/퍼블릭 토큰 세일에서 토큰이 완판되지 않았을 경우 프로젝트들은 일반적으로 미판매된 토큰을 소각합니다. 토큰 홀더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홀더들은 프로젝트가 남은 토큰을 소각시키지 않으면 상장 후 이를 처분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ICO 이후 남은 토큰이 있으면 곧바로 소각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3.    소각증명방식 (Proof of Burn) 운영

코인에는 작업증명(PoW), 지분증명(PoS) 외에도 여러가지 합의 알고리즘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소각증명(PoB)입니다. 소각증명방식은 채굴성공 가능성을 소각하는 코인량에 비례하게끔 설계된 합의 알고리즘입니다. 즉, PoB 기반 코인을 채굴하려면 채굴자들은 값비싼 컴퓨터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코인을 소각하여 채굴 확률을 높여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지코인(Zcoin)과 카운터파티(XCP)가 PoB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PoB 합의 알고리즘은 작업증명 방식보다 지속 가능하고 에너지 낭비가 적다는 이점이 있지만, 돈 많은 놈이 장땡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토큰 소각과 가격의 상관관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토큰 소각을 했다고 반드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낸스의 자체 발행 토큰 바이낸스토큰(BNB)처럼 공격적인 소각 전략을 통해 토큰 가격이 오르면 좋지만,

토큰 소각과 가격이 100% 서로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상황과 경우에 따라 토큰 소각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애매하게 설명해서 죄송하지만 이게 팩트입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1.    토큰 소각에 사용된 비용만큼 프로젝트의 자기자본이 깎여 나간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토큰 소각은 본질적으로 돈을 태우는 행위입니다. 즉, 토큰 소각을 한다면 토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기업가치가 줄어든다는 뜻이죠. 따라서 기회비용을 따져본다면 토큰 소각이 꼭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신규투자를 하거나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회사/지속적인 기술개발 혹은 설비투자가 중요한 기업이라면 토큰 소각은 오히려 쥐약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회사들은 유동성이 높은 현금을 보유하면서 돈을 적재 적소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며, 토큰 소각을 가격 부양 정책으로 사용하기에 리스크가 큽니다 (e.g. 현금고갈 리스크).

토큰 소각을 해도 무방한 회사는 시장 경쟁력이 있거나 영업 이익이 충분히 나오는 회사입니다. 바이낸스가 완벽한 예시입니다. 바이낸스는 이미 코인판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코인러들의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는 매출액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낸스 정도의 규모가 토큰 소각을 감행한다면 이는 효과적인 주주정책이 될 수 있고, 실제로도 엄청난 효과를 거두기도 했죠.

 

2.    유통되지 않은 토큰의 소각은 가격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ICO/토큰 세일 당시 미판매된 토큰은 시장에 풀린 물량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토큰 가격을 상승시킬 만한 직간접적인 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프로젝트 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토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3.    유동성이 낮은 토큰의 경우 소각은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가 없다

소각은 단기적으로 토큰 홀더들의 홀딩 경향을 높이기 때문에 매도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유동성이 높고 그 가치를 입증 받은 토큰에 한합니다. 애초에 시가총액이 낮고 유동성도 없는 잡알트는 토큰 소각을 해도 의미 없습니다. 얘들은 그냥 고래 한 마리가 와서 휘젓고 다니면 그걸로 끝이에요.

 

4.    토큰 바이백 (Buyback) 이후 소각을 발표했다면 가격이 이미 선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5.    토큰 소각비중이 낮을 경우 그 효과는 미미하다

 

6.    아직까지 코인 시장은 투기판에 가깝다

제 생각에 토큰 소각이 아직까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코인판은 아직 성장초기 단계에 있으며 펀더멘탈과 정확한 가치측정에 의해 토큰의 가격이 좌지우지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여전히 이 시장은 아무 이유없이 토큰을 사고파는 투기꾼들이 득실거리며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세력들의 놀이터에 가깝죠. 제 경험에 미루어 봤을 때 토큰의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프로젝트의 펀더멘탈도, 경영 성과도 아닌 마케팅 능력입니다. 하하하.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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