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코인, 모두를 위한 탈중앙화 인터넷

1. 들어가며: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가진 연결과 중앙화 문제
2. 스페이스코인, 인공위성을 통한 광범위한 연결을 만들다
3. 연결을 넘어, 프라이버시와 접근성을 바꾸는 SpaceRouter
4. 로드맵 및 토크노믹스
5. 결론
1. 들어가며: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가진 연결과 중앙화 문제
1-1. 국가 간 디지털 격차
우리는 매일 인터넷 위에서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메시지를 확인하고, 출근길에 지도를 켜고, 일하는 동안 클라우드에서 문서를 주고받는다.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송금을 하고, 병원 예약을 하고, 무언가 궁금하면 AI를 통해 질문한다. 인터넷은 통신 수단을 넘어 교육, 금융, 의료, 고용 같은 거의 모든 기본 서비스로 이어지는 연결이다. 2016년 UN이 인터넷 접근을 인권으로 결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이 연결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약 21억 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이고, 대부분은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몰려있다. 위에서 나열한 일상 서비스인 메시지, 지도, 영상 통화, 송금, 검색 등이 이들에게는 닿지 못한 세계다.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다. 2025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연결하려면 약 1조 5,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광섬유 케이블, 4G 무선망, 위성 같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이 비용은 회수가 어려운 투자다. 개발도상국 대부분의 1인당 GDP는 약 2,000달러 안팎이고, 1인당 통신비 지출은 월 2달러 수준으로, 비싼 인프라를 투자할 만한 시장 구매력이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에서 국가가 단독으로 부담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개발도상국 정부 대부분은 의료, 교육, 전력 같은 더 시급한 우선순위를 안고 있어 인터넷 인프라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통신사는 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다리고, 정부는 민간이 먼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결국 어느 쪽도 움직이지 않은 채 21억 명은 그대로 오프라인에 남아있으며, 이 구도는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격차가 인터넷이 가진 유일한 구조적 한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1-2. 중앙화된 인터넷의 구조적 문제
연결되지 못한 사람만 문제가 아니다. 연결된 사람들조차 자신이 쓰는 인터넷이 얼마나 좁은 통제 아래 놓여있는지 모르는 채 살아간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인터넷은 보이지 않는 단일 지점들 위에 얹혀있고, 이 구조는 세 가지 방향에서 위험을 만들고 있다.

Source : Google Maps, Submarine Cable Map
첫 번째는 물리적 단절이다. 광섬유 케이블 한 가닥이 끊기면 한 도시가, 한 국가가, 때로는 한 대륙이 통신에서 단절된다. 2024년 11월 발트해에서는 중국 국적의 화물선에 의해 두 개의 해저 케이블이 잇따라 절단되며 스웨덴-리투아니아, 핀란드-독일 간 통신이 영향을 받았다. 2026년 5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 매체 Tasnim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7개 주요 해저 케이블에 대해 라이선스 비용 부과, 외국 기업의 이란법 적용, 유지보수 독점권 확보를 주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저 케이블은 매일 약 10조 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를 중계하고 있으며, 걸프 연안국들은 인터넷 연결의 90% 이상을 이 해저 케이블에 의존한다. 케이블이 절단되는 것도 위험이지만, 케이블이 특정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이는 것도 같은 종류의 위험이다.
두 번째는 검열과 감시다. 인터넷은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자유롭게 작동하지 않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콘텐츠가 차단되고 특정 플랫폼의 접근이 제한되며,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이 추적되기도 한다. 그리고 검열은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만이 아니다. 중앙화된 인프라 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누가 어디에서 접속하고, 누구와 통신하고, 그 연결이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났는지가 인프라 운영자에게 노출된다. VPN이나 암호화 메신저 같은 도구는 통신의 내용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이러한 메타데이터까지 숨기지는 못한다. 이 도구들 역시 결국 중앙화된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탈중앙을 추구하는 블록체인조차 결국 중앙화된 인터넷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채굴자도, 이더리움 밸리데이터도, 모든 디앱도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통신 인프라를 거쳐야만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노드가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어도, 그 노드들이 통신하는 길 자체가 소수 ISP의 통제 아래 있는 한, 블록체인의 탈중앙은 그 인프라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작동한다.
연결되지 못한 21억 명과, 연결되었지만 끊기고 통제되고 감시되는 수십억 명, 그리고 그 위에서 작동하는 탈중앙 기술조차 같은 인프라의 한계에 묶여있다. 이 구조를 다시 짜려면 인프라 자체가 누구의 허가도 받지 않고 작동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상의 케이블이 아닌 궤도 위의 위성으로, 그리고 단일 주체가 아닌 분산된 네트워크로. 스페이스코인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재설계다.
2. 스페이스코인, 인공위성을 통한 광범위한 연결을 만들다
2-1. 비용의 벽을 넘은 소형 위성 통신
스페이스코인이 선택한 방법은 소형 저궤도 위성이다. 이 선택이 가능해진 건 최근의 두 가지 변화 덕분이다. 첫 번째는 발사 비용의 급감이다. SpaceX의 재사용 로켓은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비용을 kg당 10만 달러에서 1,4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한 번 쓰고 버리던 로켓을 회수해서 다시 쓰는 것만으로, 위성 발사 비용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두 번째는 부품의 표준화다. 스마트폰 산업이 키워낸 저비용 고성능 부품이 위성에도 쓰이기 시작하면서, 수 톤짜리 대형 위성이 하던 일을 수십 kg짜리 소형 위성이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두 변화가 겹치면서, 과거에는 정부와 거대 기업만의 영역이었던 위성 통신이 민간 기업도 직접 위성을 발사하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페이스코인이 이 변화 위에서 선택한 궤도는 저궤도(LEO)다. 지표면에서 약 500km 상공에 위치하는 저궤도는 지연시간이 짧아 실시간 통신에 적합하고, 소형 위성으로 충분히 운용할 수 있어 비용 구조를 낮출 수 있다. 같은 저궤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위성 인터넷을 실현한 것이 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다. 10,000기가 넘는 저궤도 위성으로 전 세계에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며, 위성 기반 글로벌 인터넷이 실현 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하지만 스타링크와 스페이스코인은 같은 궤도에 있을 뿐, 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스타링크는 고대역폭 및 고품질 연결에 최적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다. 위성 접시 안테나에 349달러, 월 구독료로 50달러 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가격 구조는 선진국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구매력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케냐에 진출한 스타링크는 약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입자 약 22,000명, 시장 점유율 0.9%에 머물러 있다. 장비 비용과 월 구독료가 현지 소득 수준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이스코인은 스타링크의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다. 고대역폭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더 저렴하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월 1~2달러 수준의 데이터 요금으로 메시지, 결제, 검색 같은 기본적인 연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구조도 다른데, 스타링크가 직접 위성을 발사하고, 운영하고, 통제하는 중앙화된 네트워크인 반면, 스페이스코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탈중앙 위성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따라서 두 프로젝트는 경쟁한다기보다, 같은 저궤도 위에서 서로 다른 시장을 서로 다른 구조로 채우려 한다.
2-2. 소형 위성의 역할
스페이스코인의 소형 위성이 하는 일은 하늘에서 기지국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상에 기지국을 세우는 대신, 궤도 위의 위성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 구조는 국제 이동통신 표준을 정하는 기관인 3GPP가 정의한 5G-NTN(Non-Terrestrial Network)이라는 표준에 기반한다. 쉽게 말하면, 위성을 하나의 이동통신 기지국으로 취급하는 기술 규격이다. 이 표준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라면 별도 위성 접시나 전용 장비 없이 위성 신호를 직접 수신할 수 있다. 애플, 삼성 등 글로벌 주요 제조사가 이미 5G NTN 지원 기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스페이스코인은 이 표준 위에서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한 가지 풀어야 할 물리적 조건이 있다. 지구 표면에서 약 500km 상공을 도는 위성은 약 90분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한 위성이 특정 지역 위를 지나가는 시간은 5~15분에 불과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연결이 끊긴다. 우리가 이동 중에 휴대폰 기지국이 바뀌어도 통화가 끊기지 않듯, 하나의 위성이 지나가기 전에 다음 위성이 연결을 이어받아야 한다. 이를 핸드오버라 부른다.
핸드오버가 끊김 없이 작동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위성들끼리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매번 지상을 거쳐 데이터를 우회시키면 지연이 발생하고 구조가 복잡해진다. 궤도 위에서 위성과 위성이 바로 통신하는 것, 이를 위성 간 링크(Inter-Satellite Link)라 부른다. 스페이스코인의 CTC-1 위성군 3기가 궤도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핸드오버와 위성 간 링크다.
이 기능들이 개별 위성의 역할이라면, 그 위성들이 궤도 위에서 서로 연결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은 지상 인프라를 거치지 않는 독립적인 통신 네트워크다. 수십, 수백 기의 소형 위성이 핸드오버와 위성 간 링크로 묶이면, 데이터는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고도 위성들을 따라 대륙을 건너갈 수 있다. 스페이스코인이 만들려는 것은 개별 위성이 아니라 이 네트워크 자체이며, 이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개방형 프로토콜로 설계되어 있다. 향후 다른 위성 회사나 통신사가 자신의 위성을 동일한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가 실제로 돌아가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서로 모르는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제3자의 중재 없이 데이터 전송과 정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다.
2-3. 탈중앙화 방식으로 작동하는 데이터 전송과 정산
위성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지만,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위성 운영자와 사용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회사가 없는 탈중앙 네트워크에서는 두 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하나는 서로 모르는 참여자 사이에서 결제가 성립할 수 있는지, 다른 하나는 위성이 주장하는 위치와 활동이 진짜인지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두 문제를 각각 블록체인 에스크로와 위치 증명(Proof of Location, POL)이라는 합의 방식으로 풀고 있다.

결제 문제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받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또는 운영자가 데이터를 제대로 전송하지 않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스페이스코인의 에스크로 구조는 이 양쪽 위험을 동시에 제거한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요청하기 전에 $SPACE 토큰을 먼저 락업하기 때문에 전송자 입장에서 미수금 위험이 없고, 전송이 완료되면 사용자가 서명한 암호학적 ACK 서명(영수증)이 블록체인에 제출되어 에스크로 컨트랙트에서 자동으로 정산을 실행하여 제3자나 중재자의 개입이 필요 없다.
그래도 사용자가 데이터를 받고 영수증에 서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무임승차(free-rider) 문제라 부르며, 온체인 신용 시스템으로 대응한다. 전송자가 "이 사용자가 데이터를 받고도 서명을 거부했다"는 증거를 블록체인에 제출하면, 해당 사용자에게 부정 이용 기록이 쌓인다. 기록이 누적되면 다른 전송자들이 해당 사용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사용자는 데이터를 요청하기 위해 이미 $SPACE 토큰을 에스크로에 락업한 상태이므로, 네트워크 접근권을 잃으면 락업된 토큰의 효용까지 함께 잃게 된다. 무임승차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부정 이용의 경제적 유인이 없다.
결제의 신뢰가 에스크로와 신용 시스템으로 해결된다면, 두 번째 문제는 위성 자체의 신뢰다. 한 회사가 모든 위성을 소유하는 구조라면 어떤 위성이 언제 어디서 데이터를 보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는 각 저궤도 위성이 각 지역을 5~15분 동안만 지나면서 작업을 처리하고, 해당 지역을 실제로 지나갔는지, 지나간 속도는 얼마인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문제를 위치 증명이라는 자체 개발 합의 메커니즘으로 풀고 있으며, 이 기술은 미국 등록 특허로 보호되어 있다. 원리는 위성들이 서로의 위치를 검증하는 것이다. 검증 위성이 대상 위성에게 전파(RF) 신호를 보내면, 대상 위성이 이를 반사한다. 검증 위성은 이 신호가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해 대상 위성까지의 최대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상 위성이 존재할 수 있는 3차원 구형 영역을 설정한다. 여러 검증 위성이 각각 이 과정을 수행하고 결과를 공유하면, 이 구형 영역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대상 위성의 실제 위치가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노드 간 시간 동기화가 필요 없다는 점이 기존 위치 측정 시스템과의 핵심 차이다. 검증된 위치와 속도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이 기록이 곧 해당 위성의 활동 이력이 된다.
2-4.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

스페이스코인은 현재까지 두 차례의 발사를 통해 총 4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2024년 12월 첫 번째 위성 CTC-0가 SpaceX Falcon 9에 실려 발사되었고, 2025년 10월 칠레에서 포르투갈까지 약 7,000km 거리에서 암호화된 블록체인 거래 데이터를 위성 경유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에스크로 기반 정산과 블록체인 통신이 실제 위성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 2025년 11월에는 CTC-1A, CTC-1B, CTC-1C 세 기가 추가 발사되어, 현재는 위성 간 핸드오버와 위성 간 링크를 궤도에서 검증하고 있다.
기술이 궤도에서 검증되는 동안, 스페이스코인은 이미 지상에서 실제 사용자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현재 진입 중인 시장은 케냐,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4개국이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인구는 많지만 인터넷 인프라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도시 외부에서는 연결이 부족하거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25세 미만 인구가 1억 명이 넘지만 대도시를 벗어나면 2G조차 불안정한 지역이 대부분이고, 인도네시아는 약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제성 이전에 물리적으로 케이블을 연결할 수 없는 지형이다. 인프라를 제공해도 투자로 회수할 수 없는 경제 구조까지 겹쳐, 통신사도 정부도 움직이지 못한 채 남아있는 곳들이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시장에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위성에 접속해 월 1~2달러 수준의 $SPACE 토큰으로 데이터를 이용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요금 결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데이터 요금을 지불할 때마다 그 기록이 블록체인에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이는 검증 가능한 신용 이력이 된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용자도 이 이력을 바탕으로 대출이나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이 통신을 넘어 금융 포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이며, 같은 개발사가 개발도상국에서 블록체인 기반 신용 인프라를 구축해온 크레딧코인(Creditcoin)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이스코인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이 기술이 실제로 쓰일 현장의 기반을 직접 만들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부통령실 및 지가와주와 협력해 매년 1,000명의 청년에게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나,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의 대통령, 부통령급 인사와 직접 만나 아프리카 전역의 위성 네트워크 배치를 논의해왔다. 4개국 모두 파일럿이 발표되었으며, 스페이스코인은 이를 발판으로 3년 내 1,000만 사용자 확보와 손익분기 달성을 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3. 연결을 넘어, 프라이버시와 접근성을 바꾸는 SpaceRouter
위성 네트워크가 연결 자체를 탈중앙화하는 인프라라면, SpaceRouter는 그 연결 위에서 데이터가 이동하는 경로, 즉 라우팅을 탈중앙화하는 인프라다. 중앙화된 인터넷의 문제는 연결이 끊기거나 차단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결되어 있더라도 누가 어디에서 누구와 통신하는지가 인프라 운영자에게 노출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SpaceRouter는 이 라우팅 계층에서 프라이버시와 접근성을 동시에 풀고 있으며, 두 가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3-1. SpaceRouter Onion: 프라이버시 인프라
오늘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도구는 대부분 애플리케이션 레벨에 머물러 있다. 암호화 메신저는 메시지 내용을 보호하고, VPN은 접속 IP를 숨긴다. 하지만 이 도구들도 결국 중앙화된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연결되는지, 연결이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나는지 같은 메타데이터는 인프라 운영자에게 여전히 노출된다. VPN의 경우, 트래픽이 하나의 회사 서버를 경유하기 때문에 그 회사가 로그를 남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신뢰해야 한다. 프라이버시가 기업의 정책에 의존하는 구조인 셈이다.

SpaceRouter Onion은 이 문제를 구조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네트워크인 Tor에서 영감을 받은 Onion(양파) 라우팅을 사용하며, 트래픽을 여러 겹의 암호화로 감싸고 각 노드가 한 겹씩 벗겨내며 전달한다. 양파 껍질을 한 겹씩 벗기듯 암호화가 해제되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었다. 트래픽은 세 개의 독립적인 노드를 순서대로 거치며, 각 노드는 자기 앞뒤의 정보만 알 수 있다. 첫 번째 노드(Guard)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마지막 노드(Exit)는 트래픽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지만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단일 노드도, 어떤 단일 기업도 전체 경로를 볼 수 없다. 프라이버시가 누군가의 약속이 아니라 경로 설계 자체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Tor가 있는데, 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까. Tor는 오랜 시간 검증된 프라이버시 네트워크지만, 구조적으로 두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노드가 자원봉사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된다. 누구나 노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려 있지만, 반대로 악의적인 노드가 섞여 들어올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배제하지 못한다. 둘째, 경제적 보상이 없기 때문에 노드 공급이 불안정하고, 이는 속도 저하와 품질 문제로 이어져왔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느린 속도를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SpaceRouter Onion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블록체인 기반의 노드 검증과 토큰 인센티브로 해결하려 한다. 노드는 크레딧코인 L1 블록체인에 암호학적 키로 등록되어 검증되며, 노드의 신원과 활동 이력이 온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별도의 신뢰 기관 없이도 네트워크의 무결성을 유지할 수 있다. 동시에 노드 운영자에게 토큰 보상이라는 경제적 동기를 설계에 포함함으로써, 자원봉사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노드 공급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SpaceRouter Onion은 오픈 테스트 단계에 있다. 크롬 확장 프로그램과 데스크톱 앱을 설치하면 누구나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브라우저 툴바에서 연결 경로와 각 노드의 국가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노드 수가 제한적이고 사용 가능한 국가도 많지 않지만, 이후에는 노드 평판 시스템 도입, 누구나 노드를 운영할 수 있는 오픈 참여 구조, 실제 중계한 대역폭에 기반한 온체인 보상 정산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3-2. SpaceRouter Proxy: AI 에이전트를 위한 라우팅
SpaceRouter Onion이 사람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푸는 제품이라면, SpaceRouter Proxy는 같은 인프라 위에서 전혀 다른 문제를 풀고 있다. 인터넷의 새로운 사용자가 되고 있는 AI 에이전트는 사람 대신 웹을 탐색하고, 양식을 작성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예약을 실행하고, 구매까지 처리한다. 이러한 시장은 점차 확장되어가면서 웹 트래픽에서 AI 에이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보통 데이터센터에서 실행되고, 많은 웹사이트는 데이터센터 IP를 봇으로 판단해 차단하거나 접근을 제한한다. CAPTCHA, IP 차단, 속도 제한이 전부 같은 원리다. 데이터센터에서 접속하는 한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SpaceRouter Proxy는 이 문제를 인프라 레벨에서 풀고 있다. 에이전트의 트래픽을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실제 가정집의 인터넷 연결을 통해 라우팅하는 분산 프록시 인프라다. 웹사이트 입장에서는 AI 에이전트의 접속이 일반 사용자가 집에서 브라우징하는 것과 구분되지 않는다. 구조는 세 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에이전트가 접속하는 프록시 게이트웨이(Proxy Gateway), 어떤 가정 노드로 트래픽을 보낼지 결정하는 코디네이션 API(Coordination API),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가정용 인터넷을 통해 트래픽을 웹사이트에 전달하는 홈 노드(Home Node)다. 에이전트가 프록시 게이트웨이에 요청을 보내면, 게이트웨이가 코디네이션 API를 통해 노드 상태와 위치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홈 노드를 선택하고, 해당 노드의 가정용 IP를 통해 트래픽이 웹사이트에 도달한다.
결제는 기존 프록시 서비스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서비스는 계정을 만들고, 카드를 등록하고, 월 구독료를 내는 구조였으나, SpaceRouter Proxy에서는 지갑 주소가 곧 신원이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API 키 없이, $SPACE를 온체인 에스크로에 입금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요청이 발생할 때마다 소액이 자동으로 차감되고, 트래픽을 중계한 홈 노드 운영자에게 온체인으로 정산된다. 개발자를 위한 SDK도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별도의 승인 없이 기존 에이전트를 SpaceRouter에 연결할 수 있다.
$SPACE 토큰 보유자는 스테이킹 후 홈 노드 앱을 설치해 자신의 가정용 인터넷을 중계 노드로 운영할 수 있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노드 운영 방식을 액티브 스테이킹이라 부른다. 기존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스테이킹은 토큰을 락업하고 프로토콜이 새 토큰을 발행하거나 할당량을 통해 보상하는 구조라면, 액티브 스테이킹은 스테이킹과 실제 대역폭 기여가 모두 충족되어야 보상이 발생한다. 보상이 새로운 토큰 발행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경유하는 실제 트래픽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SpaceRouter의 Onion과 Proxy는 각각 다른 문제를 풀지만, 같은 인프라 위에 있다. 스페이스코인이 궤도 위성으로 중앙화된 통신사에 의존하지 않는 연결을 만들고, Onion이 그 연결 위에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구조적으로 보장하며, Proxy가 AI 에이전트의 접근 문제를 해결한다. 탈중앙 연결, 탈중앙 프라이버시, 탈중앙 라우팅이 하나의 스택으로 엮이는 구조다. 스페이스코인이 설계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인프라 자체의 재구성이다.
4. 로드맵 및 토크노믹스
4-1. 스페이스코인 로드맵
앞서 위성 네트워크와 SpaceRouter 모두에서 한 가지 공통된 설계가 반복되었다. 스페이스코인의 위성 프로토콜은 다른 위성 회사가 자신의 위성을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도록 열려있고, SpaceRouter의 SDK는 누구나 별도의 승인 없이 자신의 에이전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붙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원칙을 Open Architecture라 부른다. 폐쇄형 네트워크가 한 회사의 자본과 의사결정 속도만큼만 성장하는 반면, 개방형 네트워크는 참여자가 늘어나는 만큼 인프라가 함께 확장된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원칙 위에서 위성 인터넷이 닿는 영역을 세 단계로 확장해 나가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지상과 위성의 연결이며, 현재 진행 중이다. CTC-0와 CTC-1으로 위성-지상 블록체인 통신, 핸드오버, 위성 간 링크를 궤도에서 검증하고 있고, 4개국 파일럿과 SpaceRouter를 통해 $SPACE 토크노믹스를 지상에서 먼저 작동시키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위성과 위성의 연결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위성은 개별적으로 지상과 통신하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는 위성들이 궤도 위에서 서로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메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이 메시 네트워크가 갖춰지면 데이터가 지상국을 경유하지 않고도 궤도를 따라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한 지역에서 올라간 데이터가 궤도를 따라 다른 대륙 위의 위성까지 전달되고, 거기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구조다. 이 단계에 이르면 위성 인터넷의 커버리지, 안정성, 속도가 첫 번째 단계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지상의 케이블을 전혀 거치지 않는 독립적인 통신 경로가 생기기 때문에, 해저 케이블의 물리적 단절이나 국가의 통제 문제로부터 구조적으로 자유로워진다. 또한 위성 네트워크 자체가 항공, 해양, 국방 분야의 보안 통신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세 번째 단계는 행성 간 통신이다. SpaceX가 100만 기 위성을 신청하고, Google이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상하는 등 우주 산업 전체가 궤도 위 데이터 경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스페이스코인은 행성 간 통신의 탈중앙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서 쌓이는 위성 간 통신 기술과 탈중앙 정산 메커니즘은 그대로 행성 간 통신의 기반이 된다. 지구 궤도에서 위성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고, 신뢰 없이 정산하는 구조가 작동한다면, 그 구조를 화성 궤도까지 확장하는 것은 거리의 문제이지 설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기술의 연장선 위에 이 비전이 놓여있다.
4-2. $SPACE 토크노믹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토큰의 유틸리티는 거버넌스 투표가 전부다. 프로토콜 업그레이드에 투표하는 것 외에 토큰이 실제로 쓰이는 곳이 없고, 네트워크 자체는 토큰 없이도 돌아간다. 토큰이 네트워크의 작동에 필수적이지 않으면, 그 가치는 실사용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에 의존하게 된다. $SPACE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다. 스페이스코인에는 세 개의 프로덕트가 있다. 저궤도 위성 인터넷, SpaceRouter Proxy, SpaceRouter Onion. 이 세 프로덕트 모두에서 $SPACE가 결제와 스테이킹에 실제로 사용된다. 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요청할 때 $SPACE를 에스크로에 락업하고, SpaceRouter에서 트래픽을 라우팅할 때 $SPACE로 결제하고, 홈 노드를 운영하려면 $SPACE를 스테이킹해야 한다. 실제 제품에서 쓰이는 토크노믹스를 구축한 것이다.
다만, 세 프로덕트 모두에서 결제와 스테이킹에 쓰인다면, 굳이 자체 토큰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미 널리 쓰이는 USDC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이 더 간단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가 특정 계정을 동결할 수 있고, 실제로 규제 요청이나 의심 거래를 이유로 계정이 동결된 사례가 존재한다. 네트워크 인프라부터 정산까지 탈중앙으로 설계되었으나, 결제 수단에서 다시 중앙화된 통제에 노출되면 스페이스코인이 제시하는 탈중앙, 검열 저항 구조 전체의 일관성이 깨진다. $SPACE가 자체 결제 수단인 이유는 결제까지 포함해서 네트워크 어디에도 중앙화된 통제 지점을 두지 않기 위해서다.
5. 결론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기존 인터넷 위에서 작동한다. 이더리움도, 솔라나도, 그 위에 올라간 모든 디앱도 ISP가 제공하는 통신 인프라를 통해 작동한다. 블록체인이 탈중앙을 말해도, 그것이 통과해야 하는 인프라가 단일 주체의 통제 아래 있다면 그 탈중앙은 완전하지 않다. 스페이스코인은 이 전제를 뒤집는다. 블록체인이 작동하는 그 인터넷을 블록체인으로 다시 만든다. 위성을 직접 궤도에 올리고, 라우팅을 직접 설계하고, 정산을 온체인에서 처리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물리적 인프라까지 직접 구축하는 접근이다.
스페이스코인이 블록체인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못한 21억 명에게 연결을 제공하고, 연결된 사용자에게는 검열 없는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려면 누구의 허가 없이도 작동하는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서로 모르는 위성 운영자와 사용자 사이의 자동 정산, 위성의 위치와 활동에 대한 검증, 검열에 노출되지 않는 결제 수단까지 모두 중앙 관리자 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SPACE의 수요도 일반적인 크립토 토큰과 다른 곳에서 나온다. 케냐 농촌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 나이지리아에서 결제하는 사람,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쓰는 사용자, 데이터센터를 우회해야 하는 AI 에이전트가 실수요자다. 토큰의 가치가 투자자의 기대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의 트래픽 위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이 인프라의 확장이 스페이스코인 한 팀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코인은 위성 프로토콜과 기술 스택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며, 다른 위성 회사, 통신사, 정부가 호환 위성을 직접 제작하고 허가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폐쇄형 네트워크는 한 기업의 자본과 의사결정 속도만큼만 성장하지만, 개방형 네트워크는 참여자가 늘어나는 만큼 인프라가 함께 확장된다. 현재 4기의 위성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로 가는 경로는 자체 발사 계획만이 아니라, 이 개방형 아키텍처 위에 놓여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위성 메시 네트워크는 아직 구축 중이고, 통신 요금이 실제 시장에서 반복적인 매출로 이어질지는 파일럿 이후에 증명될 일이며, 각국의 규제와 주파수 확보도 시장마다 다르다. 다만 이 과제들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검증된 기술을 규모로 확장하는 단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운영이다.
인터넷 인프라의 경쟁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더 빠른 속도와 더 높은 대역폭만으로는 연결되지 못한 시장을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넓은 지역에, 더 개방적인 구조로, 더 검열 저항적인 방식으로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가다. 스페이스코인은 위성, 블록체인, 토크노믹스를 결합해 기존 통신 인프라가 남긴 공백을 메우며, 새로운 인프라 위에서 다음 단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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