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지난 12월 19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들어가며

크립토 윈터 속에서도 건재한 업계와 커뮤니티 

세금 문제와 두바이로의 이주 행렬

멤버십형 NFT 프로젝트와 Web2 게임

나가며 

들어가며

2022년은 일본에게 Web3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업계의 눈부신 성장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아예 'Web3.0 정책추진실'을 설립했고, 스타트업 컨퍼런스들은 Web3/Crypto 업계를 떼어 내어 사이드 컨퍼런스를 열기 시작했으며, 닛케이신문이 메인넷 프로젝트의 전면 광고를 실어주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도 Web3를 하나의 트렌드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해외 프로젝트들이 다시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일본 프로젝트들이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왜 갑자기 올해부터?'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러 요인 중 몇 가지를 나열해보자면,

1. 글로벌 커뮤니티로부터의 고립이 연이은 악재 중 자신감으로 작용
2. 철저한 규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성공
3. 키시다 정권의 친Web3 정책기조
4. De-fi에서 NFT 및 게임으로의 산업 저변 확장에 따른 레거시/IP 활용성 증대
5.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되는 '가상'통화에서 차세대 인터넷 패러다임인 Web'3'로의 용어/인식 변화

를 꼽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위 요인들을 포함해, 현재 일본 Web3 업계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크립토 윈터 속에서도 건재한 업계와 커뮤니티

일본은 De-fi가 2019년부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동안 업계의 트렌드에 전혀 탑승하지 못하고 점점 소외되기 시작했다. 한국과 더불어 중앙화 거래소가 유독 강한 일본이었지만, 2018년 1월에 발생한 5,700억원 규모의 코인체크 해킹 사건은 선진국 중 최초로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의 체면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당국은 즉각 거래소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신규 면허 발급을 중지했으며, 이른바 '박상기의 난'으로 겨울의 문턱을 오가던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는 공식적인 동면에 접어들었다.

사실 일본은 2018년의 크립토 윈터뿐만 아니라 2014년의 크립토 윈터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80%를 차지했으나 비트코인 85만개를 해킹 당해 파산한 마운트곡스 역시 시부야에 본사를 둔 일본 회사였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나라에서 역대급 해킹 사건이 두 번이나 터진 데다가, 애초에 기술(스마트 컨트랙트)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중앙화 거래소)로 승부를 보던 일본이 De-fi의 성장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규제는 숨막히게, 창업가들은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물론 그 와중에도 뜻이 있는 일부는 해외로 나가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모두가 일본을 추월하여 치고 나가는 와중에도 손가락만 빨며 “일본은 규제가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고…”를 중얼거렸다. 그런데 테라가 무너지고, 3AC가 파산하면서 선두 그룹이 하나씩 고꾸라지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거… 완주만 하면 메달권일지도?’

한술 더 떠 최근 터진 FTX 사건은 리스크 관리에 올인한 일본의 규제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FTX는 Liquid라는 일본 거래소를 인수하여 이를 FTX Japan으로 운영 중이었는데, 일본의 분별 관리 규정에 따라 고객 자금을 엄격히 분리 보관하고 있었다. FTX Japan은 현재 고객 자산의 100% 이상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또한 고객 자산이 Chapter 11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시간은 다소 걸리겠으나 전액 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글로벌 업계에는 세번째 윈터와 연쇄 도산의 위기가 닥쳤는데, 사실상 타격이 없는, 그다지 입을 타격 조차 없었던 일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2018년 이후로 기세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도 좋은 상황이다.

2) 세금 문제와 두바이로의 이주 행렬

이 기세를 등에 업은 일본인 창업가들의 해외 이주 러시가 심상치 않다. Web3 업계의 해외의 거점으로는 1세대 스위스(~2017)와 2세대 싱가포르(~2021)에 이어 3세대인 두바이(2022~)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인 창업가들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니, 스위스는 한물 갔고, 싱가포르는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두바이가 가장 좋아보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일본을 뜨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세금 이슈다. 현재 일본은 법인의 암호화폐 소득에 대해서 미실현 평가이익을 그대로 과세하고 있다.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30%이므로, 기말 시점에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기업은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개인의 암호화폐 소득은 잡소득으로 분류되어 분리 과세가 적용되지 않고, 금액에 따라 최대 5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몇 년 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나,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최근 Web3 친화적 정책 기조가 들어서면서 내년부터 암호화폐 발행사에 한하여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를 면제할 방침이다.

이들에게 개인소득세가 전혀 없고 자유 구역에 설립한 법인의 법인세와 소득세가 면제되는 두바이로의 이주는, 일본의 세제가 개편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다. 올해 주위에서만 두 자리수의 지인들이 두바이로 이주했거나 이주 예정이다. 일본인 창업가들이 사업을 위해 이렇게 해외로 대거 이주하는 사례는 200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그만큼 이들은 진심이고, 두바이의 일본 커뮤니티는 이미 Critical Mass를 넘겼다. 2018년을 전후로 다수의 한국 프로젝트들이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던 것과 오버랩 된다.

번외로, 해외가 아닌 일본 국내에서의 이주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JPYC의 오카베 대표가 밀고 있는 ‘아오가시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오가시마는 도쿄에서 약 360km 정도 떨어진 섬이다. 전체 인구가 170여명이 채 안 돼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섬이지만, 평균연령이 43.9세로 일본의 평균연령 48.6세보다 5세 가량 낮은, 비교적 젊은이들의 마을이다. 오카베 대표는 주민들을 설득해 아오가시마를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게 여러 혜택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커뮤니티를 DAO화 하여 아오가시마를 ‘다오가시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크립토 성지를 만들겠다는 다오가시마 구상은 업계에서 하나의 밈으로 소비되며 많은 팬들을 양산하고 있다.

3) 멤버십형 NFT 프로젝트와 Web3 게임

한편, 안타깝게도 Web3 업계에서 일본은 기술의 발전을 전혀 리드하지 못 했으며, 당분간은 이러한 양상이 지속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일본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에 중심을 두고 있다. 업계 내에 개발자가 많지 않고, 비개발자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규모와 구매력, 특히 본인이 꽂혀 있는 대상에는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는 수집 문화, 오타쿠로 대표되는 서브컬쳐 등 일본의 레거시는 NFT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성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서는 실물 경제를 NFT로 Wrap한 것과 다름 없는 멤버십형 NFT 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몇 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다.

• Not A Hotel: 멤버십 NFT로 운영되는 호텔. 후쿠오카, 나스, 아오시마에 호텔을 운영 중이다. ‘멤버십 S’라 불리는 마스터 NFT 보유 시, 매년 1박을 할 수 있는 투숙권 NFT가 47년간 주어진다. 47년인 이유는 일본 법률상 호텔의 내구연수가 47년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며, 2연박이 가능한 멤버십 Y와 3연박이 가능한 멤버십 X도 있다. 단, 아무 때나 투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리빌을 통해 마스터 NFT의 날짜가 픽스되어 있다. 예를 들면 12월 19일의 마스터 NFT를 보유한 경우 앞으로 47년 간 12월 19일에만 투숙이 가능하며, 매년 10월 2일(90일 전)에 투숙권 NFT가 에어드랍 된다. 사정 상 투숙이 불가능하다면 그 해에만 2차 거래로 투숙권 NFT를 팔아도 되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면 마스터 NFT를 통째로 처분할 수도 있다.
• CryptoBar P2P: 회원권 NFT로 운영되는 긴자의 바. 1일 회원권, 1개월 회원권, 연간 회원권이 있다. 재밌는 점은 1개월 회원권은 구입한 날로부터 한 달이 아니라, 11월 회원권, 12월 회원권과 같이 그 달의 회원권이다. 따라서 특정 달의 중순부터 여러 차례 방문할 예정이라면 1개월 회원권을 2차 거래로 매입하여 입장하는 것이 이득이다. 연간 회원권은 게스트 1인과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 후 노미호다이(음료/주류 무제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부 메뉴는 추가 요금을 받으나 현금/카드 결제는 불가능하고, USDC에 페깅된 자체 발행 토큰인 P2P 토큰을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 Bonsai NFT Farm: 본사이 구독이 가능한 NFT 프로젝트. ‘본사이’는 분재(盆栽)를 뜻하는 일본어로, 소나무 등을 작은 화분에 키우는 원예를 의미한다. NFT를 10개 이상 보유할 경우 매 분기마다 식물원으로부터 본사이를 배송 받을 수 있다. NFT 보유량에 따라 10~99개까지는 소형 본사이, 100개 이상부터는 대형 본사이를 배송해준다. 단, 어느 나라든 식물 검역이 매우 엄격한 관계로 현재는 일본 내에서만 배송이 가능하다. 향후 영국, 미국 등 해외의 현지 식물원과의 제휴를 통해 순차적으로 배송 가능 지역을 확장할 계획에 있다. (Disclosure: 저자는 동 NFT의 홀더이다.)

상기 프로젝트들은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한다기 보다는, Web3를 이용해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Use Case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에 가깝다. 글로벌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NFT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유동성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실물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일본 내에서 NFT의 Mass Adoption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컨텐츠 쪽에서는 Web3 게임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캐릭터와 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IP가 있는 일본이다보니, 해당 IP들이 Web3로 온보딩 했을 때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의 리더로는 Double Jump Tokyo가 개발하는 Oasys와 Gumi의 창업자 쿠니미츠 대표가 리드하는 Thirdverse가 있다. Oasys는 EVM 기반 레이어1으로, SEGA, Bandai Namco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사들이, 한국에서는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 등이 밸리데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Thirdverse는 VR 게임(Web2)과 블록체인 게임(Web3)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캡틴 츠바사의 IP를 활용한 Web3 게임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사실 쿠니미츠 대표가 Oasys의 어드바이저이고, Double Jump Tokyo가 Thirdverse의 투자자이기 때문에 두 프로젝트는 깊게 얽혀 있다. 양쪽 모두 일본 내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는 점이, 아직은 일본 Web3 업계가 시작 단계에 있다는 것과, 기본적으로 경쟁이 적은 일본 스타트업 업계의 특징이 Web3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Disclosure: 하이퍼리즘은 Oasys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나가며

서두에서 언급한 닛케이신문의 전면광고는, 폴카닷의 패러체인이자 와타나베 대표가 이끄는 ASTAR가 9월 26일 게재한 ‘Japan as No.1 Again’이라는 타이틀의 광고였다. 광고의 취지는 제조업 시절 세계 1위를 달리던 일본이, (IT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추고 밀려났지만) Web3를 통해 다시 한번 세계를 리드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ASTAR는 광고비를 전액 부담할 테니  광고의 취지에 찬성하는 기업들은 로고를 함께 실어달라고 요구했고, 총 329개사가 동참하여 광고가 완성되었다. 하단에 일부 의역한 광고의 번역문을 첨부한다.

개중에는 일본 최대 은행인 UFJ은행이나 시가총액 20조원의 보험사인 SOMPO Holdings 등, 일본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업들도 있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기업의 동참은커녕 닛케이신문에서 광고를 불허했을 것이다. ‘가상’통화에서 Web3라는 패러다임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일본의 사회통념 역시 크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제반 환경의 호조 속에서 일본의 Web3 업계와 커뮤니티가 기세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결과들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2022년 일본의 웹3 동향' 원문 보러가기

※ 저자에 대해

이원준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중 처음 창업한 이후로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을 비롯한 다수의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2017년부터 도쿄에 거주 중입니다. 일본의 패밀리 오피스에서의 근무를 거쳐 2018년 하이퍼리즘을 창업하였습니다.

주요 경력

•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Founder (2013~2016)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최우등/조기 졸업 (2016)
• 서울프라이스 CMO (2016)
• ABC Finance Business Development (2017~2018)
• Hyperithm Co., Ltd. Founder/CEO (2018~현재)
• 와세다대학교대학원 경영관리연구과(MBA) 재학 (2021~현재)
• Forbes 30 Under 30 Asia 2022 (2022)

※ 하이퍼리즘에 대해

하이퍼리즘은 2018년 1월 설립되어 일본과 한국을 거점으로 법인 고객을 위한 암호화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완료하였습니다.

주요 연혁

• 2018.01: Hyperithm Co. Ltd. (株式会社HYPERITHM) 설립
• 2019.08: VIP자산운용,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스프링캠프로부터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
• 2021.08: 해시드, 위믹스, 코인베이스벤처스, 코코네, GS퓨처스, 가디언펀드, 삼성넥스트로부터 시리즈B 라운드 투자 유치
• 2021.09: 하이퍼리즘 한국법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 2021.12: 하이퍼리즘 한국법인, 금융정보분석원(KoFIU)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완료
• 2022.04: 코인베이스벤처스로부터 시리즈B 브릿지 라운드 투자 유치
• 2022.05: 일본 최초 비트코인 표시 펀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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