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의 증권형 토큰 규제 세미나 방문기
쟁글 리서치팀은 지난 9월 6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 금융감독원 등 5개 기관의 주최로 열린 ‘증권형 토큰 발행, 유통체계 정비 방향’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증권형 토큰 발행, 유통체계의 정비를 위해 지난 5월 신설된 유관기관 T/F (이하 위원회; 김갑래 선임연구위원 발표)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 방향성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최근 증권형 토큰 규제에 대한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몰려있는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을 듣고자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세미나에서 발표된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정비 방향과 토론 참여자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정비 방향
배경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증권형 토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 원으로 전체 가상자산 시장 규모(1,000조 원 이상)의 발전에 비하면 미비한 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증권형 토큰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증권형 토큰 시장의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는 증권형 토큰에 기존의 증권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발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2017년 정부의 ICO 금지 방침에 따라 증권형 토큰의 발행과 유통(STO)이 허용되고 있지 않아, 일부 조각투자 사업자가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여 수익증권을 토큰화해서 이를 유통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STO 허용을 포함, 자본시장법 규율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을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고,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기존 자본시장법 정비, 그 외 가상자산은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일관된 규율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증권형 토큰에 대한 자본시장법 적용에 대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증권성 여부 판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및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토큰 발행, 유통과 관련된 제도 확립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증권성 판단 기준
현재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증권성 판단 기준일 것입니다. “증권형 토큰”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의미하며,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란 증서성(證書性)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지분/채무/수익/파생결합/투자계약 6종의 증권 전부 토큰 형태로 발행이 가능합니다.
토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명시적 내용뿐만 아니라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며, 이에 따라 투자 계약의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사안별로 판단할 예정입니다.
위원회는 올 4분기 중 증권형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에 증권성 판단에 필요한 실질적인 예시를 포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 투자자가 사업의 손익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경우로서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사업자의 노력, 경험과 능력을 통한 해당 사업의 성과와 연계된 수익, 가격 상승 또는 투자 손실 방지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갖도록 하는 경우
-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 : 발행인이 없거나, 발행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의 권리가 없는 경우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시 가상자산 사업자는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게 되어 아래와 같은 공시 규제, 불공정 거래 규제, 사업자 규제 등의 대상이 될 예정입니다.
증권형 토큰 정책방향
증권형 토큰의 혁신성은
- 발행 측면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저비용으로 다양한 맞춤형 증권의 발행 및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
- 유통 측면에서 토큰의 활발한 유통성을 이용해 기존에 거래가 어려웠던 조각투자 등의 비정형적 권리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위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증권형 토큰에 대한 규제 정립에 있어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은 수용하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유통 체계를 도입해 투자자 보호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임을 밝혔습니다. 기존 인프라 활용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행 : 발행인이 기존 계좌관리기관을 통하거나 직접 계좌관리기관이 되어 발행. 예탁결제원이 증권형 토큰의 발행 관리 담당
- 유통 : 한국거래소에 디지털증권 시장을 추가 개설하고, 증권사가 장외거래를 중개하되 규모 제한 및 자기발행 증권 중개금지
발행시장 개선방향
위원회는 현재 발행된 토큰화된 증권들은 전자증권법상 전자증권에 해당되지 않고, 블록체인에 담긴 내역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의 안정성과 고객 보호를 위해 계좌 관리 기관이 블록체인에 담긴 데이터를 예탁결제원에 넘겨 계좌부 전자증권을 추가로 발행하는 미러링 방식을 활용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또 기존의 증권 관리를 해온 예탁결제원이 발행관리의 주체가 되어 등록심사와 총량관리를 담당할 것이며,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블록체인에 담긴 내역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유통시장 개선방향
위원회는 증권형 토큰 유통시장의 경우 투자자 보호와 규제차익 방지를 위해 기존 증권과 동일한 유통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은 증권사가 매매를 중개하고, 한국거래소가 장내 시장을 운영하는 현재의 체계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장내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가 디지털증권 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며, 선제적으로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디지털증권 시장을 개설한 뒤 추후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장외시장에서는 증권사를 통한 거래를 허용할 예정입니다. 증권사의 중개를 허용하되, 발행과 유통의 분리를 위해 자기발행 증권형 토큰에 대한 장외 거래 중개는 제한될 것이며 나아가 당분간 시장 질서의 확립을 위해 거래 규모와 투자 한도를 제한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패널 토론
발표 이후 학계, 법조계, 주무부처 등 유관 기관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패널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여러 기관이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그중 흥미로웠던 몇 가지 의견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실무와 괴리되지 않은 법안 제정 필요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변호사는 증권형 토큰에 대한 자문을 진행하는 실무 담당자로써 토큰의 특성을 무시한 법안이 만들어질 경우 현실과 괴리된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온체인 거래를 통해 24시간 거래가 가능한데, 현재의 증권시장처럼 시간제한을 두고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형 토큰을 각각 신규 가상자산법과 자본시장법으로 이원화하여 관리할 시 풍선효과가 생겨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증권과 증권형 토큰의 형평성을 맞춰야 함과 동시에,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형 토큰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 확인
금융위원회의 이수영 자본시장과장은 현재 금융위의 정책 방향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임을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서 정보 비대칭성의 완화, 유통 시장에서의 합리성 마련 및 시장 교란 행위 방지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향후 전자증권법의 개정을 통해서 분산원장에 쓰인 내용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소정의 요건을 충족한 발행인에게 계좌관리기관의 자격을 부여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마치며
쟁글에서는 이번 증권형 토큰 규제 세미나 방문을 통해서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정책 당국의 정책 기조와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위원회의 발표에 따라서 올해 4분기 중 증권형 토큰 판단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이르면 내년 중 증권형 토큰의 발행 및 유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형 토큰 발행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시 의무 등 다양한 추가 책임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상자산 시장에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던 스캠코인들이 정리되는 순기능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증권형 토큰이 자본시장법에 포함되고, 비증권형 토큰에 대해 가상자산법이 제정되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규제에 대한 논의들이 어떻게 구체화되어 가는지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