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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포뇨)외 1명
Research Team Lead/
Xangle
2023.10.25

목차

들어가며

1. 블록체인 게임의 시대는 언제 도래하는 걸까?

2. 주목해야 할 블록체인 게임은?

3. 블록체인 게임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4. 결론

 

 

 

들어가며

블록체인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지 벌써 6년이 됐다.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인 크립토키티와 P2E의 개념을 선보인 엑시 인피니티를 거쳐 이제는 유비소프트, 세가, 넥슨 등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게임사들까지 잇따라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블록체인 게임의 대중화는 요원해 보인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코인과 NFT에 부정적이며, 대형 IP를 활용한 게임들마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의 시대는 대체 언제 도래하는 걸까? 게이머들은 블록체인 게임에 왜 그토록 부정적일까? 블록체인 게임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본 글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방향성을 찾고자 한다.

 

1. 블록체인 게임의 시대는 언제 도래하는 걸까?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대규모 자본이 흘러 들어간지는 사실상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게임은 블록체인이 맞닿아 있는 영역 중 인프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간 영역이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투자는 2021년 엑시 인피니티, 미르4와 같은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2020년 $151.6M에 불과하던 투자 규모는 2021년 $5.5B, 2022년 $8.5B로 크게 확대됐다. 비록 2023년 투자 규모는 전반적인 가상자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4 수준인 $2.3B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누적 투자금액은 $16.3B에 달한다.

이는 기존 게임산업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글로벌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 특수, 메타버스 열풍 등으로 이례적으로 규모가 컸던 202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B 내외에서 이루어져 왔다. 2019년, 2020년, 2022년 블록체인 게임을 제외한 게임산업에 각각 $7.3B, $13.3B, $8.3B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블록체인 게임이 전체 게임산업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1%에서 2021년 9.5% → 2022년 38.3% → 2023년 1분기 57.2%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자금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음에도 블록체인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발전 과정을 블록체인 게임과 비교해보면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해 보고자 한다. 

PC/모바일 게임은 기술 발전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지만

게임산업은 크게 세 번의 변곡점을 맞으며 성장했다. 1970년대 아케이드 게임의 등장으로 개화한 게임산업은 1980년대 콘솔 게임, 2000년대 PC 게임, 2010년대 모바일 게임이라는 세 번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게임산업 매출액은 각각의 시기를 거치며 크게 성장했는데, 1970년대 초 <$5B에 불과했던 게임산업 매출액은 1980년대 ~$45B, 2000년대 ~$80B, 2010년대 ~$140B 규모로 증가했다. 

2022년 기준 PC 게임은 $40.5B, 모바일 게임은 $92.6B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체 게임산업에서 각각 22%, 55%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PC/모바일 게임이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높은 매출 규모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PC/모바일 게임이 처음 등장한 시점과 매출이 가속화된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C 게임 매출이 처음 인식됐을 때 매출액은 $1.0B로 당시 전체 게임산업의 2.4%에 불과했다. 해당 매출액이 $10B(29.4%), $15B(22.1%)로 성장하는데 각각 13년, 25년이 걸렸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 매출이 처음 인식됐을 때 그 규모는 $1.0B로 당시 전체 게임산업의 2.9%를 차지했다. 해당 매출액이 $10B(16.1%), $15B(20.4%)로 증가하는데 각각 10년, 12년이 소요됐다. 비록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에 비해 빠른 매출 성장을 보였으나, PC 게임과 동일하게 실제로 성장이 가속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시 말해, PC/모바일 게임 모두 단기간에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PC/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을까? 첫째, 하드웨어의 보급과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PC 게임의 성장에는 PC의 보급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이동통신 기술(WiFi, 3G, 4G 등)의 발전이 있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PC 게임 매출은 PC와 인터넷, 모바일 게임 매출은 스마트폰과 3G 보급률의 증가와 함께 성장했다. PC와 인터넷은 혼자서 즐기던 게임을 수많은 다른 게이머와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변화했고,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기술은 게임을 즐기는데 존재하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처럼 게임 하드웨어의 진화는 더 편리하고, 더 재미있는 게임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게임산업에 신규 게이머 집단을 유입시켰고, 이는 PC/모바일 게임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둘째, 새로운 게임 장르의 개척이다. PC/모바일 게임의 역사는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해당 장르를 개척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장르의 성공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게임사들은 해당 장르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됐고, 이는 시장 성장과 활성화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Ultima Online(1997)은 최초의 MMO(대규모 다중 이용자) 게임은 아니었지만, MMORPG(대규모 다중 이용자 롤플레잉 게임) 장르가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Ultima Online의 흥행은 EverQuest(1999), Runescape(2001), World of Warcraft(2004) 등과 같은 다양한 MMORPG가 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DotA(2003) 역시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의 선구자로서 League of Legends(2009), Dota 2(2013) 등과 같은 MOBA 장르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MOBA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2000년대 후반부터 모바일 게임을 살펴보면, 2009년 캐주얼 게임 Angry Birds의 흥행 이후 Cut the Rope(2010), Candy Crush Saga(2012) 등 수많은 캐주얼 게임들이 쏟아졌고, 캐주얼 게임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주얼 장르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주를 이루게 됐다. 이후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미드코어 전략 게임 Clash of Clans(201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MMO 전략 게임 Game of War: Fire Age(2013), MOBA 게임 Honor of Kings(2015)와 같은 미드코어/하드코어 멀티플레이 장르로 시장이 확장됐다. 또한 PUBG Mobile(2018)의 흥행은 배틀로얄 장르가 모바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며 PC 게임 Fortnite Battle Royale(2017)이 2018년 모바일로 이식되게 된 계기로 작용했고, PUBG Mobile과 함께 배틀로얄 장르의 성장을 견인하게 됐다.   

정리하면 PC와 모바일 게임은 1) 기술의 발전, 2) 신규 장르의 개척과 함께 성장했다. 두 가지 요인 중 시장 성장에 더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전자다.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PC 게임 시장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시작으로 확대됐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속도 증가와 PC/스마트폰 사양 발달에 따른 그래픽 향상, 프레임 속도 개선은 더 많은 게이머를 수용하고, 더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MMORPG, MOBA, 배틀로얄 등 멀티플레이어 모드가 가능하고 더 몰입감 있는 장르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PC/모바일 게임의 성장은 하드웨어의 보급과 기술적 진화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했기 때문에 성장이 본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게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시장 규모와 성장 속도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때 1) 단기적인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나, 2) 현재 성장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고 판단한다. 

우선 블록체인 게임의 단기적인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게임이 새로운 하드웨어와 함께 탄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C/모바일 게임은 새로운 하드웨어의 보급과 함께 해당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인터넷, 이동통신, 반도체 등의 기술 발전이 그 성장을 가속화했다. 이로 인해 PC/모바일 게임은 새로운 하드웨어의 보급과 함께 개화한 시장의 파이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었고, 하드웨어 보급률 증가와 함께 확대되는 시장의 성장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 블록체인 게임은 이미 대중화된, 즉 보급률이 높은 PC/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구동된다. 이는 블록체인 게임이 이미 포화된 PC/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기존 게임들과 경쟁해야 하며, 업사이드가 제한적인 시장의 파이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게임은 과거 PC/모바일 게임이 그러했듯 하드웨어 산업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PC/모바일 게임과 같은 눈높에서 바라보기에 무리가 있는 이유이다.

비록 단기적인 시장 규모는 크지 않으나 블록체인 게임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가 보급되는 시기에 본격적인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개화를 예상한다. 따라서 블록체인 게임의 성장성에 대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관련한 내용은 후술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정말 느린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해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2018년 $746.1M → 2022년 $4.6B로 성장해 2023년에는 $7.4B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2023년 연평균 성장률 +58.1%). 비록 초기 5개년 시장 규모는 PC/모바일 게임 대비 작지만 절대적인 성장률만 비교했을 때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며, 오히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성공 사례가 하나씩 등장하기를 기대

그러니 우리가 정말 던져야 할 질문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아닌 단기적으로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의 성장을 가속화할 기술은 무엇일까?라고 본다. 1) 단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게임의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를 기대하며, 2) 장기적으로는 AR/VR 하드웨어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과거 PC/모바일 게임 시장이 새로운 장르에서 성공 사례 등장 → 더 많은 게임사들이 해당 장르 게임을 개발 → 또 다른 성공 사례들이 등장 → 해당 장르의 확대를 경험했던 것처럼, 블록체인 게임도 초기 성공 사례 창출 → 더 많은 게임사들이 참여 → 더 많은 성공 사례 창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뤄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을 이루게 되면 게이머들에게 P2E를 넘어서는 새로운 게임 경험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긍정적인 점은 더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출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국내 게임사가 가장 앞서고 있는데, 당장 블록체인을 게임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엔씨소프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형 상장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게임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형태는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 타이틀을 블록체인 게임으로 출시하는 것에서부터 블록체인 게임을 위한 오리지널 IP 제작, 게임 이외의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 국내 게임사의 블록체인 게임 개발 현황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아시아: 블록체인 게임의 심장’ 리포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해외 게임사들을 대체로 국내 게임사들보다 이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일본의 반다이남코, 스퀘어에닉스, 코나미, 세가 등과 서구권의 유비소프트,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와 같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출을 알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직 국내 게임사처럼 게임 출시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출시되는 첫 게임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은 잡힌 수준으로 비춰진다.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수준에서 성공 사례를 창출할 수 있는 게임으로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을 제시한다. 국내 흥행으로 검증된 게임성을 바탕으로 미르4 글로벌 수준의 글로벌 흥행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의 성공이 더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게이머들이 가진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를 기대한다. 관련한 내용은 후술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AR/VR 산업의 수혜를?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은 AR/VR 하드웨어의 주요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AR/VR 하드웨어 산업의 성장과 동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AR/VR 하드웨어로 구현되는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핵심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구체적인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완벽한 메타버스 모델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Matthew Ball이 제시한 메타버스의 핵심 속성을 살펴보면, 1) 데이터와 디지털 자산의 상호운용성과 2) 다양한 참여자들이 제작하고 운영하는 콘텐츠에 있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될 가능성이 비춰진다.

메타버스의 다양한 플랫폼 간에 디지털 자산이 동일한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통일된 표준 하에 디지털 자산이 설계 및 발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은 서로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간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창작하고 운영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모드(MOD)와 연관지어 후술할 예정이다.  

PC/모바일 게임이 그러했듯 블록체인 게임도 하드웨어의 보급과 함께 개화할 시장의 파이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주목해야 할 블록체인 게임은?

지금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게임으로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을 제시한다. 위메이드는 연내 나이트크로우의 블록체인 버전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나이트크로우의 게임성은 국내 흥행으로 검증됐다. 미르4 글로벌 수준의 글로벌 흥행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흥행으로 게임성이 검증된 나이트크로우

나이트크로우는 지난 4월 27일 출시된 PC/모바일 MMORPG로 V4, 히트, 오버히트의 개발진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매드엔진이 개발하고 위메이드가 퍼블리싱한 게임이다. 나이트크로우는 올해 1분기까지 리니지 시리즈(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와 오딘이 양분하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아키에이지 워(3/21), 프라시아 전기(3/30), 붕괴: 스타레일(4/26) 등 다수의 신작 RPG와 함께 출시됐다. 유사 장르 게임들과 함께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구글플레이 일매출 순위 1위(5/10), 앱스토어 일매출 순위 1위(4/28)를 달성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양대 앱마켓 매출 상위권(구글플레이 2위, 앱스토어 5위)에 위치해 있어 장기 흥행 궤도에 안착했다는 판단이다.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 흥행에 힘입어 지난 2분기 매출액 1,59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4월말 출시되어 흥행 성과가 온기로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1%, 전분기 대비 69.6% 증가하며 미르 IP를 잇는 새로운 캐시카우로서의 위력을 증명했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1억달러(한화 약 1,300억원)를 돌파했으며 일평균 매출은 9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트크로우의 국내 흥행 성과는 미르4 대비 압도적

나이트크로우와 미르4의 흥행 성과를 비교하면 나이트크로우가 압도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출시 이후 6개월 동안의 양대 앱마켓 매출 순위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극명하다. 해당 기간 동안 미르4의 최고 순위는 구글플레이 8위, 앱스토어 4위였으며 6개월 차의 순위는 구글플레이 14위, 앱스토어 42위에 그쳤다. 반면 나이트크로우의 양대 앱마켓에서 1위를 기록했고 출시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도 구글플레이 2위, 앱스토어 5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르4, 미르4 글로벌, 나이트크로우 매출이 온기 반영된 2021년 1분기, 2021년 4분기, 2023년 3분기 매출액은 각각 760억원, 1,267억원, 1,634억원(예상치)으로 2023년 3분기 매출액은 2021년 1분기, 2021년 4분기 대비 각각 115.0%, 29.0% 높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P2E 광풍을 몰고 온 미르4 글로벌과 비교했을 때 나이트크로우가 국내 매출만으로 미르4 글로벌 매출을 상회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국내 출시된 미르4 매출에 비해 미르4 글로벌 매출이 66.7% 높다는 점도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의 파급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성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단순 게임성만을 고려한다면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에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절대적인 매출액과 장기 흥행성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나이트크로우의 성과가 미르4 글로벌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의 흥행을 예측하는데 있어 오로지 게임성만을 고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존 PC/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재미있고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 성공하기 마련이지만 블록체인 게임은 재미 외에도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게임은 게이머뿐만 아니라 토큰 투자자, 토큰 발행사(게임사)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토큰 가격을 중심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게임의 흥행에 있어 토큰 가격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르4 글로벌이 출시됐던 2021년 8월은 가상자산 상승장과 맞물렸던 시기로 토큰 가격 상승 → P2E 이익 증가 → 유저 수 증가 → 토큰 가격 상승의 사이클이 흥행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반영되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반등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당시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이 여전히 P2E 모델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르4 글로벌 출시 당시와 같은 강한 시장이 받쳐주는 그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시 일정이 내년 1분기로 연기될 경우 비트코인 ETF 승인(1분기 예상), 비트코인 반감기(4월 예상) 등과 같은 대형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지금보다 낙관적인 시장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상황이 토큰 가격의 상방을 열어준다면 토크노믹스는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미르4 글로벌은 게임 자산을 토큰으로 교환하는 직관적인 토크노믹스를 도입했으나 알려진 바와 같이 토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장치의 부재로 게임 수명이 단축되는 현상을 겪었다. 미르M은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해 미르4 글로벌보다 정교한 토크노믹스 설계를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토큰 가치 방어에는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 미르4 글로벌 및 미르M의 토크노믹스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웹3 게임 토크노믹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다’ 리포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은 미르4 글로벌과 미르M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설계한 완전히 새로운 토크노믹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은 멀티 유틸리티 토큰 이코노미(MUTE, Multi Utility Token Economy)라는 명칭 하에 1개의 기축 토큰과 6개의 유틸리티 토큰, 총 7개의 토큰을 지원한다. 기축 토큰인 $CROW는 $1를 추종하며 자체적인 페깅 안정성 모듈(PSM, Peg Stability Module)을 갖추고 있어 가격이 $0.7 아래로 떨어지면 발행이 일시 중단된다. 6개의 유틸리티 토큰은 각각의 토큰을 상징하는 게임 내 대표적인 아이템과 교환되며 $CROW와 쌍을 맺어(예: $TEAR-$CROW) 자체 DEX에서 오직 $CROW로만 거래가 된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에서 선보일 멀티 유틸리티 토큰 이코노미는 토큰 가치 방어를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도입했다. 다만 해당 장치들이 급격한 유저 유입이 이루어졌을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게임은 항상 환금성이 있는 재화나 아이템을 채굴하는 작업장과 봇 문제에 시달려왔고 블록체인 게임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과거 다양한 사례에서 경험했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역시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CROW 대량 매도에 따른 $CROW 및 $CROW와 거래쌍으로 묶인 6개의 유틸리티 토큰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존재하며, 만약 $CROW 발행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 수익을 목적으로 유입된 유저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큰 가격과는 별개로 게임 자체의 흥행에 있어서 복잡한 토크노믹스가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미르4 글로벌과 미르M의 사례를 보면 미르M이 토큰 가치를 방어하는 측면에서는 더욱 발전된 토크노믹스를 갖췄지만 동시접속자 수는 미르4 글로벌이 약 5배가 높았다. 물론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게임 출시가 서둘러져 완성도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점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겠으나 비교적 직관적인 미르4 글로벌의 토크노믹스에 비해 미르M은 기존 게이머들에게 낯선 Web3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의 복잡한 토크노믹스 역시 이들에게 진입장벽으로 비춰질 수 있고, 블록체인 게임의 흥행을 위해서는 Web3 사용자뿐만 아닌 기존 게이머들의 대규모 유입과 지속적인 플레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복잡성은 흥행의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게임사를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의 토크노믹스에 대한 우려는 있다. 그 어떤 게임에서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접근법인 만큼 실제 게임 환경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토크노믹스는 토큰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게임의 장기적인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의 흥행 잠재력은 높다. 미르4 글로벌의 토크노믹스는 가격 유지라는 관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토크노믹스지만 최대 130만명의 동시접속자 수를 달성했고 현재까지도 블록체인 게임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24만명이라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르4 글로벌의 흥행이 많은 국내 대형 게임사를 블록체인 게임 시장으로 이끄는 계기로 작용했던 것처럼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은 미르4 글로벌에 버금가는 혹은 더 큰 성공을 몰고 와 글로벌 게임사를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블록체인 게임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대형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는 이유

P2E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엑시 인피니티와 P2E 게임의 완성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미르4 글로벌을 제외하고 여태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이렇다 할 게임이 없었다는 것을 반박하기 어렵다. 이 둘을 제외하고 여태 성공적인 블록체인 게임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왜 대형 IP를 활용한 게임들조차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이는걸까?

앞서 언급했듯이 결국 블록체인 게임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Web3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존 게이머들의 유입과 지속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져야 한다. 게임의 완성도보다 Web3 철학에 중점을 둔 게임은 당연하게도 기존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기존 게임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의 특성을 반영하려고 시도하지만 이러한 특성들은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 블록체인 게임의 진입장벽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P2E게임의 현재와 미래’ 리포트의 ‘3-1. 높은 진입 장벽’ 파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기존 게임 시장에서 유명한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소위 말해 중박은 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해당 IP를 중심으로 형성된 두터운 팬층이 새로운 게임이 출시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입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와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들 수 있다.

  • 디아블로 시리즈: 1996년 첫 출시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는 최근 4번째 신작인 디아블로 4를 출시했는데 해당 타이틀은 출시 일주일만에 $666M의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 블리자드 게임 중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타이틀에 등극했다.
  • 젤다의 전설 시리즈: 1986년 첫 출시된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최근 20번째 신작인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출시했다. 해당 타이틀 역시 출시 3일간 1,000만장 넘게 팔리며 젤다의 전설 시리즈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기존 IP를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에 이와 같은 팬층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당 IP를 플레이하던 게이머 입장에서는 1) 새로운 콘텐츠가 공급되지 않고 2) 진입장벽은 높으며 3) P2E 게임 등장 초기 수준의 유의미한 P2E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블록체인 게임을 플레이할 유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러한 게임들은 Web3 게이머와 토큰 투자자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데 Web3 게이머에게는 퀄리티가 보장되는 흔치 않은 블록체인 게임이며 토큰 투자자에게는 초기 매도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쿠션과 같은 유저 층이 타 블록체인 게임 대비 두텁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Web2 게이머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이들에게 익숙한 게임 IP를 활용하지만 게임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노후화된 IP를 재활용하는 식의 게임은 Web2 게이머가 아닌 Web3 게이머와 토큰 투자자만을 게임 생태계로 끌어들이게 된다.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은 재활용식 블록체인 게임이 흥행할 수 없는 이유이다.

현재의 블록체인 게임은 기존 게이머를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Web2 게이머들을 어떻게 블록체인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을까? 글로벌 게임 시장의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아시아태평양(48%), 북미(26%), 유럽(18%) 순으로 높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사실상 중국(63%), 일본(25%), 한국(8%) 세 나라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대표적인 블록체인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의 유저는 필리핀(41%), 베네수엘라(6%), 미국(6%), 태국(5%), 브라질(3%) 순으로 분포되어 있어 대부분의 유저가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 지역들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각각 4%, 5%의 미미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는 지역이다. 미르4 글로벌의 경우 아시아,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유럽, 인도, 중앙아시아 순으로 높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남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에 가장 많은 유저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현재 가장 큰 게임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동아시아 3국(중국, 일본, 한국), 북미, 유럽 지역의 게이머들에게 블록체인 게임이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고 한국은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가 금지되어 있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을 뒤이어 가장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향후 일본과 한국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서구권 지역은 평균 소득이 비교적 높아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 모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더 나아가 싱글 플레이 위주의 콘솔 게임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토크노믹스와 NFT 접목이 쉽지 않을 뿐더러 부분 유료화 모델(F2P, Free-to-Play)에 익숙한 아시아 게이머들과 달리 서구권 게이머들은 결제를 유도하는 콘텐츠에 거부감을 느껴왔기 때문에 토큰과 NFT에 반발이 심하다. 유비소프트가 NFT 도입 계획을 밝힌 유튜브 영상에 ‘싫어요’ 비율은 95%에 달했으며 결국 유비소프트는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서구권 블록체인 게임 시장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2023 Crypto Outlook: Antifragile’ 리포트의 '4-1-A. 해외 시장은 Web3 native 게임사가 주도’ 파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모드(MOD)에 주목하자

블록체인 게임에 기존 게이머들을 유입시키려면 그들이 익숙한 게임 형태를 제공하는 동시에 블록체인 게임만의 독특한 게임 경험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지갑 생성 및 연결, 트랜잭션 서명, 브릿지 사용 등과 같은 요소는 유저 경험을 저해하는 부분으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블록체인 업계는 해당 문제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서비스의 UI/UX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위의 문제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부분은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기존 게이머에게 친숙하면서도 블록체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담은 게임은 어떠한 특성을 갖추어야 할까?

* 블록체인 서비스의 UI/UX 개선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ERC4337, UX 혁신의 핵’을 참고하길 바란다.

블록체인이 게임과 결합됐을 때 게이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토큰의 환금성 그 이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잠재력은 게이머들에게 자유롭게 2차 창작물을 제작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사실 기존 게임에서도 게이머들이 게임의 요소를 수정한 2차 창작물, 즉 모드(MOD, Modification)를 만드는 경우가 존재한다. 국내 크래프톤의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는 ARMA 2의 모드인 DayZ, 그리고 DayZ의 모드인 DayZ: Battle Royale에 기반을 둔다. DayZ는 ARMA 2의 세계관을 수정했고, DayZ: Battle Royale은 DayZ의 게임 시스템을 바탕으로 게임 규칙을 변형했다. 이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워크래프트3의 모드인 DOTA를 기반으로 하며,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하프라이프의 모드에 해당한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모드를 상용화해 독립적인 게임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게임사는 모드 제작을 허용하지 않거나,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제작을 허용한다. 실질적으로 게이머들이 2차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게임사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게임사의 관점에서 이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무제한적인 모드 허용은 원작 게임의 의도를 왜곡시킬 수도 있고 게임사의 유료 확장 콘텐츠(DLC, Downloadable Content)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게임사의 무형자산인 게임 코드의 유출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접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 이는 아래와 같다.

게임사: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  

게임사는 게이머를 모으고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 게임사는 지금까지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콘텐츠 업데이트를 전적으로 도맡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한 게임사도,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지속적으로 게이머를 유입시키고 게이머를 유지할 정도의 업데이트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게임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넷플릭스, 웹툰 등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끊임없이 생산되는 반면, 우리의 여가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게임사가 생산하는 콘텐츠만으로는 경쟁 플랫폼에서 유저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양과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글로벌 게임 산업이 역성장 기조에 들어선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게임 모드는 게임의 지속성에 있어서 구조적인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게임사는 게임 모드를 허용함으로써 게임 콘텐츠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부담을 게이머와 함께 나눌 수 있다. 훨씬 더 빠르고 더 많은 양의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어 게임의 콘텐츠 범위가 확장되면 콘텐츠가 소진되는 속도가 줄어들어 게임의 수명이 연장된다. 결국 게임사는 게임의 지속성을 위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드를 제작하는 게이머들은 때때로 게임사보다 게이머들의 요구와 취향을 더 잘 반영한 모드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제작과 그에 따른 수익 공유 모델의 효용성은 이미 유튜브와 로블록스에서 증명됐다. 

모드 제작자: 돈을 번다, 번다, 번다! 

기존 게임에서는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드를 제작하고 이를 무료로 배포했다. 일부 모드는 상용화되어 독립적인 게임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모드는 무료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모드 제작자들에게 주어지는 적절한 보상 메커니즘이 없었기 때문에, 인센티브의 부재로 개발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개발 완료 후에 모드를 방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블록체인 게임에서는 토큰을 매개로 모드의 활성도 정도에 따라 모드 제작자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는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여 그들을 게임 생태계 안에 묶어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드 제작자가 증가하면 다양한 콘텐츠가 공급되어 사용자 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한 매출 증대는 다시 제작자에게 더 큰 보상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위믹스가 도입한 PoET(Proof of Ecological Transaction) 시스템과도 유사하다. PoET은 위믹스 생태에서 활동하며 그 성장에 기여하는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WEMIX 토큰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생태계에 더 큰 기여를 하는 참여자일수록 더 많은 토큰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PoET 시스템은 게임 모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믹스 생태계에서 dApp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 PoET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위믹스 Docs 페이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위믹스 PoET 시스템, 출처: WEMIX>

게이머: 재밌다, 재밌다, 재밌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블록체인을 접목시켜서 양질의 콘텐츠가 빠르게 공급되면 게임은 당연히 더욱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다양하게 변형된 원작 게임을 플레이하고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 게임을 찾아 정착하면 된다. 게임사는 수익성을 중시해 대중을 위한 게임을 제작하는 반면, 모드 제작자들은 상용 게임사처럼 개발 비용이나 수익성의 부담이 없기에 특정 매니아 층을 위한 게임도 출시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드는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하는 것이 자유로우므로 게이머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다.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더욱 재밌어지는 게임에 게이머가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블록체인 게임만이 모드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것들

이처럼 모드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2차 창작물 제작 및 수익화의 기회를 제공하면 게임사, 모드 제작자, 게이머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생기는 의문은 다음과 같다. 1) 모딩이 가능한 것은 블록체인 게임만의 특징이 아니다. 블록체인 게임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2) Web2 게임사들이 기존의 폐쇄적인 기조에서 벗어나 완전한 모딩을 허용하게 될까? 앞서 언급했듯이 무제한적인 모드 허용은 다양한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블록체인 게임의 차별점은 상호운용성과 투명성에 있다는 것이다. 기존 게임에서는 각 모드가 독립적인 세계관, 규칙, 경제 체제를 가지기 때문에 개별 게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모드 생태계가 매우 파편화되어 있어 게이머가 한 모드에서 다른 모드로 넘어갈 때 발생하는 전환비용은 매우 크다. 그러나 동일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작된 모드들이 게임 재화나 경제 체제를 공유할 수 있다면 게이머는 더 이상 전환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동일한 수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투자해서 더욱 풍부한 게임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면 초기 게이머와 후발주자 간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존 게임들은 서버를 분리하거나 시즌제를 도입해서 모든 게이머들이 동등한 출발점에서 경쟁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후발주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여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동시에 새로운 게이머의 유입을 유도하여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러나 캐릭터나 게임 재화를 모든 모드에서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다면 초기 게이머와 후발주자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진다. 물론 더 많은 유저 기반을 조성해서 게임의 지속성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불균형이 심화되더라도 코어 게이머 층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서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지는 각 게임사나 모드 제작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러나 일부 게이머만이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는 상황, 즉 고인물화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게임의 또 다른 장점은 투명한 수익 정산이다. 유튜브나 로블록스처럼 수익 공유 모델을 채택하는 기존 플랫폼에서는 명확한 수익 분배의 기준을 알기 어렵고, 실제로 해당 기준에 따라 수익이 정산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불투명하다. 반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스마트 컨트랙트에 따라 자동으로 수익이 분배되고 모든 정산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러한 점은 게이머들의 게임사에 대한 신뢰를 높여 게임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당연하게도 게임사가 처음부터 게임 리소스와 개발 권한을 완전하게 개방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완전한 모딩의 허용은 원작의 훼손이나 무형자산 침해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게임사는 이러한 방향성을 추구하고 이를 부분적으로나마 실험하려고 하는데, 넥슨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생태계의 한 축인 MOD N은 블록체인 게임 제작 플랫폼으로 넥슨과 외부 게임의 NFT를 활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넥슨은 MOD N으로 제작된 게임의 인기를 통해 생태계 기여도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통해 이러한 방식의 블록체인 도입의 효과와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 넥슨의 시도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NFT/블록체인 게임 컨퍼런스 참관기’와 ‘Adoption 2023 시리즈 3편: 게임’을 참고하길 바란다.

 

4. 결론

이 글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방향성을 찾고자 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답은 한 사람의 의견일 뿐 결코 해답은 아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게임이 블록체인 대중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져 있다. 특히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의 시장 진출 발표와 함께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은 이제 막 개화하는 시장이다. 눈높이를 낮추고 블록체인 게임의 성장성에 대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를 추천한다. 

단기적으로 주목할 게임으로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을 제시한다. 국내 흥행으로 검증된 게임성을 바탕으로 미르4 글로벌 수준의 글로벌 흥행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의 성공이 더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게이머들이 가진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블록체인을 게임에 도입하는 방식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많은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채택되는 게임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노후화된 IP를 재활용하는 식의 게임은 흥행하기 어렵다. 대신 기존 게이머들이 익숙한 게임 형태를 제공하는 동시에 블록체인 게임만의 독특한 게임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잠재력은 게이머들에게 자유롭게 2차 창작물을 제작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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