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P2E게임이란?
2. P2E시장 Landscape
2-1. 전통 게임 시장 규모
2-2. 블록체인 게이밍 시장 현황
2-3. 온체인 지표 추이
2-4. 주요 투자자 및 투자 동향
2-5.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
2-6. 국내 게임사 동향
3. P2E게임의 문제점
4. Web2 게임사들이 주도하게 될 P2E시장
4-1. Web2 기업이 기존 모델을 버리고 P2E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4-2. P2E 게임 개발의 첫걸음 - 토크노믹스 구축하기
5. 결론
들어가며
2020년 Defi summer, 2021년 NFT 붐에 이어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강세장을 이끌 주인공으로 P2E 게임이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락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P2E게임 시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해당 리포트를 통해 P2E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P2E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1. P2E 게임이란?
P2E은 유저들이 게임내 경제에 참여/활동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그에 합당한 수익(토큰, 자원 등)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지칭하는 개념을 뜻하며, 메타버스와 함께 게이밍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1970년대에 등장했던 콘솔/아케이드 게임의 pay-per-use 모델부터 pay-per-copy (1980년대), 구독 (2000년대), DLC(Downloadable contents), 그리고 2010년대 흥행한 부분유료화 모델까지 여태 존재해왔던 모든 게임이 유저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서비스 이용료를 요구하였으나, P2E 개념은 기본적으로 토큰 경제를 도입하여 최초로 유저들에게 수익을 안겨다줄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P2E게임의 핵심 요소는 크게 1) 블록체인을 통한 개방 경제와 2) NFT로 분류할 수 있다.
- 개방 경제: 이더리움과 같은 L1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게임내 기축 통화(가상자산), 아이템, 자원 등을 중개자(게임 개발사, 운영 퍼블리셔/플랫폼 등) 없이 자유롭고 투명하게 거래가 가능함
- NFT: 게임내 모든 자산(asset)에 대한 디지털 소유권은 유저에게 귀속되며, 시스템이 조작되거나 유저의 자산이 훼손/사라질 우려가 없음
나아가, 커뮤니티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게임의 개발과 방향성 등 주요 의사 결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DAO에 의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는 게임이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P2E는 실질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게임 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하는 유저들에게 주권을 넘겨준다는 점에서 Web3 철학과 맞닿아 있다. 기존에는 재미를 위해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구조였다면, P2E가 등장하고 나서 유저들은 최초로 1) 오너십을 갖고 인게임 자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2) 게임 내에서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2E게임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P2E게임 시장 Landscape
2-1. 전통 게임 시장 규모
글로벌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9%로 성장하여 2021년 $196B에서 2027년 $405B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2021년 블록체인 게임 시장 규모는 $3B 수준이다. 현재 많은 게임사들이 P2E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2027년까지 전체 게임 시장점유율의 20%를 차지한다고 가정 시 P2E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26배 초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2. 블록체인 게임 시장 현황
실제로 P2E는 메타버스 테마와 함께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작년 말 즈음에 그 인기가 절정에 달하였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와 같은 글로벌 IB들은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향후 $8T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였고, 그 중 상당 부분을 P2E시장이 가져갈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아직 블록체인 게임이 전체 게임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2022년 6월 29일 기준 블록체인 게임 수는 고작 881개로 집계되었으며 모바일, PC, 콘솔 게임과 비교하면 매우 대비되는 수치이다.
유저 수를 비교해보아도 블록체인 게임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말 크립토 업계에서 대미를 장식하였던 엑시 인피니티의 MAU는 65.6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리그오브레전드 MAU(1억 8천만 명)의 0.3% 수준이다.
2-3. 온체인 지표 추이
블록체인 게임 섹터내 온체인 지표를 살펴봐도 뚜렷한 성장세는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 게이밍 디앱에서 발생하는 트랜젝션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2021년 말을 기점으로 UAW(Unique Active Wallets) 추세가 꺾여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그럼에도 현재 유저 수가 작년 대비 100% 증가하였다 (3M → 6M).
2-4. 주요 투자자 및 투자 동향
그럼에도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에만 $2.5B 규모의 투자자본이 유입되었으며, FTX는 무려 $2B 벤처 펀드를 출시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나아가, a16z은 5월 $600M P2E 펀드를 출시하며 하락장 속에서도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 대한 기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Immutable X도 6월 $500M 규모의 Web3 게이밍 펀드를 출시하며 자체 IMX 플랫폼에 올릴 게임들을 물색하고 있고, 무수히 많은 P2E 게임들이 오늘날에도 개발 및 출시되고 있다.
2-5. 주요 Web3 플레이어
블록체인 게임 시장내 주요 플레이어로는 Forte, Sorare, Animoca Brands, Immutable, Mythical Games, 그리고 엑시 인피니티를 개발한 Sky Mavis 등으로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특히 주목 받고 있는 플레이어는 Immutable로, 게임에 특화된 L2 솔루션부터 Gods Unchained, Guild of Guardians, Ember Swords 등 탄탄한 신작 라인업의 자체 스튜디오, 그리고 최근 $500M 규모의 P2E펀드까지 있다.
2-6. 국내 게임사 동향
P2E게임에 대해 중립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해외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사행성 규제 이슈에도 불구하고 위메이드,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네오위즈 등 P2E 시장에 진출할 것을 선언하는 대기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3. 수면 위로 떠오르는 P2E 문제점들
그러나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P2E게임의 한계와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기대감은 금세 실망감으로 변하였고, 결과적으로 P2E관련 토큰의 가격이 모두 곤두박질치고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P2E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3-1. 높은 진입 장벽
PC클라이언트/모바일 앱 접속만 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전통 게임과 달리 P2E게임은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고 유저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메타마스크 지갑 생성 및 연결, 게임 플레이 도중 트랜젝션 서명 요구, 브릿지 사용 및 지갑간 자산 이동 등이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게임들이 F2P (Free-to-play) 모델인 현 시점에 일부 P2E게임들은 오히려 값비싼 NFT를 구매할 것을 요구하여 신규 유저들이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3-2. Web2가 장악한 게임 유통 채널
현재 게임 유통 비즈니스의 경우 웹2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99% 이상의 게임이 애플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이들은 앱스토어에 등록해주는 대신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 P2E게임 개발사들이 쉽사리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다른 게임 유통 채널인 스팀(Steam)은 아예 크립토 관련 게임들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3-3. 게임 봇에 의한 생태계 교란
봇은 대표적인 부정 행위 중 하나로, 게임 내 재화를 부정한 방법으로 수집하여 자원 및 컨텐츠를 고갈하고 게임의 균형을 파괴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봇은 유저와 개발자 모두에게 해악을 초래하여 강력하게 제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잡기란 쉽지 않다. 기존 게임들도 봇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하물며 환금 가능한 토큰을 획득할 수 있는 P2E게임이 등장한다면 봇 플레이어들은 이전보다 더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대표적인 국내 P2E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리그오브킹덤즈도 가장 큰 골칫거리가 봇으로, 이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니 말이다.
3-4. 규제 리스크
a. 토큰의 증권성 판단 이슈
SEC는 가상자산이 증권법(Securities Act 1933)상 증권(securities)에 해당하는 경우 증권 공모규제 및 불공정거래 금지 등 증권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일련의 법규가 모두 적용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은 미국에서 투자계약을 정의하는 판례 기준인 하위(Howey) 테스트를 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P2E게임 역시 자체 토큰의 증권성 여부에 따라 적용 가능한 토큰 구조(유틸리티/증권형 토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가 ICO를 하게 되면 하위 테스트의 4가지 요건 중 첫 3가지를 충족하게 되는 것은 명백하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바로 마지막 조건인 ‘수익은 제3자의 노력의 결과로부터 나온다’이다. 이 부분이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단에 핵심이 되는 부분인데, 그 이유는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탈중앙화 정도에 따라 제3자의 존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SEC 전 기업재무 책임자였던 윌리엄 한먼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충분히 탈중앙화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였다.
※참고
가상자산의 성격에 맞춰 발의된 토큰 세이프 하버 조항
토큰 세이프 하버 조항(Token Safe Harbor Proposal)은 2020년 헤스터 퍼스 SEC 위원이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단하기 위해 내세운 법안으로, 골자는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발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여 특정 조건 하에 증권법을 3년간 면제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조항에 대한 SEC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비판적이었으나, 그럼에도 가상자산의 속성을 잘 이해한 법안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고무적이다.
b. 국내 시장: 사행성 규제
우리나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관장하고 게임산업법 등 법률에 위배되는 게임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하거나 직권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현재 P2E게임내 토큰의 현금화와 아이템의 NFT화를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을 요구하는 게임산업법 제28조 제2호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저촉된다고 보아 등급 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국내 P2E게임 입장에서는 토큰의 증권성 판단 이슈보다는 사행성 및 사행행위 관련 법규 위반 이슈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및 NFT요소가 존재하는 32개의 국내 게임물에 대해 등급취소 의견을 내린 바 있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위메이드 ‘미르4’의 인게임 광물인 흑철, 그리고 수십 만 명의 유저를 확보한 노드게임즈의 ‘리그오브킹덤즈’내 인게임 통화인 $DST는 현금화를 통해 유저들에게 수익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러한 행위는 사실 국내법상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3-5. P2E 문제점의 핵심: 노잼
그러나, 결정적으로 현재 P2E게임을 파멸로 이끌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Web3 게임 개발사들이 현재 ‘play’가 아닌 ‘earn’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는 서비스의 본질은 재미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는 P2E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여태 출시된 P2E 게임은 그래픽, 콘텐츠, 컨트롤 시스템, 세계관 등 퀄리티 및 완성도가 전통 게임 대비 현저히 낮고 재미가 없는 편이다. 이에 P2E게임들은 earn 요소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해당 방식은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진성 게이머가 아닌, 오로지 돈을 쫓는 곡갱이 유저들만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위 현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폰지노믹스(ponzinomics)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폰지노믹스는 지속적인 신규 투자자(돈) 유입이 요구되며,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면 토큰 가격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제로섬 구조를 띄고 있다.
구체적으로, 폰지노믹스는 신규 투자자 및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는 동안 토큰 가격이 상승하나, 시장에서 토큰 가격이 실제 가치 대비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하여 신규 자본의 유입이 끊기는 순간 death spiral이 시작된다. 토큰 수요가 감소하면 매도 압력이 증가하여 토큰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유저 이탈이 가속화된다. 유저가 감소한다는 것은 곧 밸류에이션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또다시 투자자들의 토큰 수요 감소로 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일정 하락 이후 진성 게이머들의 수요가 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하나, 애초에 유저가 미미한 게임이라면 복구가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급격하게 유저가 감소한 Axie와 최근 토큰 가격이 크게 하락한 Stepn이 위와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4. 미래에는 대형 게임사들이 P2E시장을 주도할 것
P2E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소위 재미있다고 하는 고퀄리티 AAA급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3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80~$100M 안팎의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된다. 그렇기에 닌텐도, 블리자드, EA 같은 대형 퍼블리셔들도 쉽사리 제작할 수가 없다. P2E게임의 경우 추가적으로 블록체인 유저 경험 (지갑 연동, Tx 서명, 브릿지 사용 등)과 NFT 및 토크노믹스 설계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소형 크립토 네이티브 게임사들에게 고품질 P2E게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나아가, 소형 Web3 게임사가 리소스를 확보하는 것보다 대기업들이 Web3 게임사를 인수하거나 자체 R&D 등으로 블록체인 및 크립토 지식을 흡수하여 AAA급 P2E게임을 생산하는 것이 비약적으로 빠르다. 따라서, 향후에는 충분한 리소스, 강력한 IP, 그리고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Web2 게임사들이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국내만 해도 위메이드, 컴투스, 넷마블 등 수많은 대형 게임사들이 이미 P2E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게임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글로벌 블록체인 지식을 바탕으로 P2E요소를 결합한 게임을 다수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4-1. Web 2 기업들이 기존 방식을 버리고 P2E 모델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P2E 모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이다. 게임 산업은 블록체인 기술이나 크립토 없이도 잘만 굴러갔다. 리니지는 토큰 없이도 2021년에만 1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지 않았는가. 심지어 P2E모델은 오너십과 이익도 유저들과 공유해야 하기에 미치지 않고서야 게임 개발사는 P2E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과감히 P2E를 채택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a) 비즈니스 모델 확대
위메이드와 같이 단순 게임 스튜디오에서 퍼블리셔 (L1 블록체인), 유통 플랫폼, 그리고 거래소 (NFT 거래소) 등의 사업까지도 진출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자체 사이드체인과 DEX를 출시한 엑시 인피니티가 있으며 그 외에도 P2E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모두 value chain의 독식을 노리고 사업을 시작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시로, 게임사가 NFT거래소를 출시하게 되면 기존에는 꿈꿀 수도 없었던 2차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획득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NFT 수수료는 5% (거래 수수료 2.5% + 로열티 2.5%) 부근에 형성되어 있다. Web2 기업들이 가져가는 수수료 비중을 떠올리면 형편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는 결코 낮은 수치도 아니다. BAYC는 2.5%의 로열티만으로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였다.
b) Global Reach (TAM 확대)
블록체인 기반 토큰은 국경 없이 빠르고 저렴하고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고 인게임 통화/포인트 대비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토큰의 경우, 어느 국가에서나 현금으로 손쉽게 변환할 수 있는 반면, 인게임 통화/포인트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가 외 지역에서 현금으로 변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이플스토리의 ‘메소’를 원화로 변환하는 것도 불편한데, 이를 달러로 현금화하는 것은 오죽 불편할까. 이러한 측면에서 토큰 경제는 게임에 확장성을 부여하고 글로벌 유저들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를 제공해준다.
P2E의 Earn요소와 인게임 자산에 대한 오너십의 분배도 보다 많은 유저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P2E를 도입하게 되면 수수료 이익은 감소하는 대신 유저 풀을 극대화하여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어 월마트나 쿠팡의 High Volume, Low Margin 전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c) 화폐 주조권 획득(세뇨리지 효과)
게임사는 해당 게임 내에서 토큰 발행 독점권을 가진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화폐주조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고, 게임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향후 시간이 점차 지남에 따라 게임이 탈중앙화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4-2. P2E 게임 개발의 첫걸음 - 토크노믹스 구축하기
P2E 게임 개발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면 다음 단계는 토크노믹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실 토크노믹스는 P2E게임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지만, 동시에 게임 디자인마다 설계 방식이 다르고 아직 명백한 성공 사례조차 존재하지 않아 다루기가 매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a) 듀얼 토큰 경제 도입
그럼에도, 그나마 현실적이고 적용 가능한 토크노믹스 구조는 거버넌스 토큰과 인센티브용 유틸리티 (soft currency) 토큰이 분리된 듀얼 토큰 경제(Dual Token Economy)를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듀얼 토큰 경제는 1) 프로토콜 변경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부여된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하고, 2) 기존 게임 내에서 사용하던 인게임 통화를 유틸리티 토큰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단, 당연히 적정 인플레이션율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듀얼 토큰 경제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
실제 우리에게 익숙한 엑시 인피니티, STEPN, 리그오브킹덤즈 모두 지대한 고민 끝에 단일 토큰 경제 대신 듀얼 토큰 경제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 번째, 단순히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들과 실제로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싶은 투자자 겸 게이머들을 분리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 거버넌스 토큰 가격 하락에 따른 게임 생태계 밸런스 붕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게임의 장기적인 성장성에 배팅하는 유저라면 게임의 펀더멘털 뿐만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거버넌스 토큰을 게임 내에서 소모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각 토큰의 인플레이션을 따로 설정하기 위함이다. 사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거버넌스 토큰은 fixed supply로 설정하는 반면 유틸리티 토큰은 발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거버넌스 토큰은 무제한 발행이 불가능하지만,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게임 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인게임 통화인 유틸리티 토큰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될 필요가 있다.
예시) 리그오브킹덤즈 (League of Kingdoms)
해당 토크노믹스를 채택한 P2E게임이자 최근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리그오브킹덤즈를 예로 들어보자. 리그오브킹덤즈 생태계에는 $LOKA라는 거버넌스 토큰과 $DST라는 유틸리티 토큰이 존재한다.
$LOKA의 총 발행량은 고정되어 있으며 핵심 용도는 Council Vault 운영 방향, 즉 DAO 트레저리 사용에 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향후 $LOKA 락업 물량 전량이 해제되는 시점인 2024년이 되면 트레저리 운영 뿐만 아니라 프로토콜이나 로드맵 변경과 관련된 의사 결정까지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ST는 리그오브킹덤즈의 인게임 통화로, 총 발행량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다. 또한, $DST는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없으며 오직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획득한 $DST는 유저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사용된다.
b) 토큰의 가치를 유지 혹은 상승시키기 위한 매커니즘 적용
거버넌스 토큰의 가치 제고 방안은 현재로서 소각(바이백)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추후 증권성 판단 여부와 관련하여 명확한 규제 방안이 나오면 그때 ve/스테이킹 매커니즘을 도입하여 매출을 분배해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실제 dydx의 경우 금번 자체 체인 출시를 발표하며 수수료 매출의 100%를 커뮤니티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거버넌스 토큰을 소유한 홀더들에게 프로토콜 이익을 분배하게 된다면 토큰 가치엔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가 된다.
또 다른 토큰인 유틸리티 토큰은 속된 말로 진흙 쿠키에 가깝다. 따라서, 해당 토큰의 가치는 전적으로 재미 요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진흙 쿠키라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수요가 생기고 진성 게이머들에 의해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다. 대표적인 장수 게임으로 불리는 와우(World of Warcraft), 리니지, 디아블로, 그리고 메이플스토리의 인플레이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고 인게임 통화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진흙 쿠키를 나눠주는 대신 차라리 유저들에게 가치가 보장된 fiat/크립토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나눠주는 것이 낫지 않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solvency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유저들에게 실시간으로 트레저리를 공개해야 하고 스테이블코인 트릴레마 중 확장성 이슈가 있어 쉽사리 이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c) 적정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도 필요
게임의 토큰 경제는 현실 세계와 유사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통화량 조절 및 경제적 인센티브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통화 정책도 게임의 안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는 적절한 ‘Faucet and Sink’ 매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 Faucet: 필드 드랍, 퀘스트 보상, 이벤트 보상 등 인플레이션 요소
- Sink: 상점 이용, 던전 입장료, 사망 혹은 아이템 업그레이드 실패 시 재화 소멸 등 디플레이션 요소
와우를 포함한 수많은 게임들이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Sink가 부재한 것이 원인이다. EVE 온라인은 해당 매커니즘을 위해 경제학 박사를 세 명이나 고용했을 정도로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기란 매우 까다롭다.
최근 토큰 이코노미스트라는 포지션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장수 게임을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든 게임사는 오래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선 게임 출시 전에 게임 내 경제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5. 결론
P2E 게임은 게이밍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주목 받아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낮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만큼 유저 경험 혹은 규제 문제 등 다양한 난관에 봉착해 있으며 아직은 전통 게임 대비 시장 규모가 미미한 편이다. 현재 대부분의 P2E게임들이 Play보다는 Earn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비추어보았을 때 향후 P2E 게임의 대중화는 AAA급 게임을 제작할만한 역량과 노하우가 있는 대기업들이 이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리포트에서는 P2E게임 제작 시 거버넌스 토큰과 유틸리티 토큰이 분리된 듀얼 토크노믹스 구조를 제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규제 이슈 및 토크노믹스 설계가 부담스럽다면 NFT부터 우선적으로 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P2E의 미래는 밝다.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고, 게임 내 재화에 대한 오너십을 유저들이 갖는 P2E 게임은 향후 게임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단일 게임 세계관에 갇혀 있으며, 소유권을 게임사가 갖는 것보다는 다양한 세상에서 유저가 오너십을 갖고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블록체인 기술의 완성도, 규제 리스크, 실험 단계의 토크노믹스 등의 이유로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블록체인이 없는 게임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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