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스크롤(SCR), 금융 인프라와 프라이버시로 돌파구를 찾다

목차
1. 들어가며: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이 만든 크립토 PMF의 가능성
2. ether.fi(이더파이) 카드 사례로 본 실사용 유저 온보딩의 성과와 이후 과제
3. USX와 Garden: 스크롤의 자체 금융 레이어 구축 실험
3-1. USX: 결제와 운용을 연결하는 스크롤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3-2. Garden과 Honeypop: 스크롤이 직접 구축하는 네오뱅크와 디파이 스택
4. Cloak과 기관 확장: 스크롤의 강점이 될 프라이버시 인프라
5. 마치며: 2026년 스크롤의 과제는 실행과 검증
1. 들어가며: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이 만든 크립토 PMF의 가능성
크립토 산업은 오랜 기간 확장성, 보안성, 비용 효율성 등 인프라 레벨의 진전을 거듭해왔음에도, 대중적 활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디파이는 자본 효율성과 자산의 조합 가능성을 입증하며 온체인 금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많은 사용자에게 크립토는 여전히 토큰 투자와 트레이딩 중심의 금융 실험에 가까운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반면 결제는 사용자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면서도, 국경과 중개기관의 제약 없이 글로벌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립토의 본질적 강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사용 사례다. 특히 결제는 네트워크에 지속적이고 비투기적인 트랜잭션 수요를 만들어내고, 특정 플랫폼이나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금융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크립토가 오랫동안 찾아온 실질적 PMF(Product-Market Fit)에 가장 근접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결제 영역에서 크립토의 PMF를 현실화한 핵심 매개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됨으로써 변동성이라는 크립토의 구조적 한계를 완화하는 동시에, 블록체인이 지닌 글로벌 접근성, 무허가성, 24시간 실시간 정산이라는 장점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달러를 넘어, 현실 세계의 송금과 결제의 기본 단위이자 디파이 전반에서 활용되는 공통 결제 베이스, 나아가 글로벌 정산 레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특히 크로스보더 결제, 급여 정산, B2B 거래처럼 비용·속도·확정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인프라의 한계를 보완하는 실질적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025년을 전후로 이러한 흐름은 규제 환경의 변화와 맞물리며 한층 더 분명해졌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으며, 안정적인 담보 구조, 준비금 투명성, 감사와 공시 체계는 점차 산업의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USDT, USDC와 같은 기존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보다 규제 친화적인 모델, 나아가 은행 및 금융기관이 직접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까지 시장의 스펙트럼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회색지대에 머무는 실험적 자산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과 연결되는 디지털 결제·정산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가상자산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국내 시장 역시 이러한 글로벌 변화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원화 및 외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구조, 이용자 보호, 규제 정합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정산 수단으로 어떻게 제도권 안에 편입할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결제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이미 고도화된 한국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실제 사용되는 결제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제 시장의 관심은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더 우수한가를 넘어, 어떤 체인이 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실제로 사용 가능한 상태’로 구현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적 가치 설계만이 아니라, 해당 자산이 유통되고 활용되는 체인 차원에서 낮은 비용 구조, 빠른 확정성, 사용자 친화적 지갑 UX, 규제 환경과의 정합성까지 함께 충족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조건을 구조적으로 갖춘 인프라만이 결제와 정산을 중심으로 한 실사용 트래픽과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스크롤은 한동안 이러한 질문에 가장 선명하게 답하려 했던 체인 중 하나였다.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나아가 프라이버시까지 결합해 온체인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2026년 현재 시장이 스크롤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스크롤이 제시한 결제 중심의 성장 서사는 분명 의미 있는 실험이었지만, 이제는 외부 파트너의 성공을 넘어 자체 금융 레이어와 프라이버시 인프라를 통해 그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2. ether.fi(이더파이) 카드 사례로 본 실사용 유저 온보딩의 성과와 이후 과제
에어드랍 이후 초기 인센티브가 종료되면서 스크롤 디파이 생태계의 유동성과 TVL은 모두 단기 조정을 겪었다. 다만 이는 온체인 수요의 약화라기보다, 보상 중심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정리되는 정상화 과정에 가까웠다. 이후 2025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TVL 반등은 과거처럼 에어드랍 기대감에 기대기보다, 이더파이 캐시카드와 같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실사용 기반 온보딩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달랐다. 즉 당시의 TVL 회복은 단기 파밍 자본의 복귀가 아니라, 실제 결제와 소비를 전제로 한 자금이 네트워크에 안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런 점에서 이더파이 카드는 Scroll TVL 회복을 견인한 핵심 사례이자, 결제 준비 자금이 온체인에 형성될 수 있음을 입증한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더파이 캐시카드의 의미는 단순히 TVL을 끌어올렸다는 데에만 있지 않았다. 크립토 결제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단순히 “결제가 가능하다”는 수준을 넘어 일상 소비를 반복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금융 UX가 중요해지고 있었다. 이더파이 카드는 기존 Visa와 Mastercard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도, eETH 등 암호자산을 담보로 비수탁 구조를 유지한 채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사용자는 자산을 사전에 매도하지 않고도 일상 소비를 이어갈 수 있었고, 소비 보상과 앱 기반 자산 관리 경험이 결합되면서 결제 행위가 일회성 사용이 아닌 반복 가능한 금융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Scroll 입장에서 이는 온체인 자산이 실제 생활 속 소비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PoC였다.

EtherFi cash card의 Scroll 기반 Spend Volume 성장세
특히 이더파이 카드가 Scroll 생태계에 남긴 가장 큰 의미는 유동성의 성격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에 있다. 카드 출시 이후 유입된 자본은 단순히 높은 보상을 좇아 들어온 자금이 아니라, 결제를 전제로 상시 대기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는 Scroll의 TVL을 단순한 디파이 예치 규모가 아니라, 필요 시 실제 소비와 정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결제 준비 자금으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즉 이더파이 카드는 Scroll 위에서도 결제 중심 온체인 금융이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치와 사용 경험으로 함께 보여준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026년 2월 이더파이가 Cash Card 운영 체인을 옵티미즘 메인넷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Scroll의 결제 서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더파이가 제시한 이전 배경은 더 큰 디파이 생태계 내 유동성 확보, 더 다양한 입출금 자산 지원, 그리고 가스비 대납을 포함한 결제 UX 개선이었다. 이는 Scroll 입장에서 분명 아쉬운 변화지만, 동시에 Scroll 위에서도 결제 기반 온체인 금융이 실제 사용자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사례이기도 했다. 이후 Scroll 팀이 외부 애플리케이션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USX, Garden, Cloak과 같은 자체 금융 인프라 중심으로 방향성을 재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3. 스테이블코인과 네오뱅크를 통해 구축되는 스크롤의 자체 금융 레이어
3-1. USX: 결제와 운용을 연결하는 스크롤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이더파이 캐시카드 이탈 이후 Scroll은 외부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낸 결제 경험을 자체 제품과 자산 레이어 안으로 내재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가 보여주듯, Scroll의 다음 단계는 외부 파트너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USX, Garden, Cloak 등을 축으로 자생적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 USX가 결제와 운용을 연결하는 자산 레이어라면, Garden은 이를 일반 사용자 경험으로 전환하는 프론트엔드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Scroll이 핵심 디파이 인프라를 직접 품으려는 방향까지 더해지면서, Scroll은 외부 앱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자체 금융 스택을 구축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USX는 Scroll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되는 완전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으로, 구조만 보면 기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해 보일 수 있다. 사용자는 USDC를 담보로 1:1 비율로 USX를 민팅할 수 있고, 발행된 USX는 언제든지 같은 비율로 상환 가능하다. 그러나 Scroll이 USX에 부여한 역할은 단순한 가치 고정 자산이나 결제 토큰에 머물지 않는다. USX는 즉시 결제에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네트워크 내부에서 다시 운용되고 금융 활동으로 순환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체인 네이티브 네오 달러’에 가깝다. 즉, USX는 가격 안정성을 갖춘 디지털 달러를 넘어, 보유-결제-운용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Scroll 금융 레이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USX와 sUSX의 이원 설계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본 자산인 USX가 결제·전송·정산을 담당하는 ‘쓰는 돈’이라면, USX를 예치해 전환하는 sUSX는 수익을 창출하는 ‘굴리는 돈’에 가깝다. 엄밀히는 거버넌스 토큰인 gUSX까지 포함한 3중 구조지만, 실질적인 자금 흐름과 사용성은 USX와 sUSX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결제 기능과 수익 기능을 하나의 토큰에 혼합하는 대신, 사용 목적에 따라 분리함으로써 실사용성과 자본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croll은 이를 통해 결제에 사용된 자금이 체인 밖으로 빠져나가기보다, 다시 체인 안에서 머물고 순환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sUSX의 수익 구조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운용은 Blend가 제공하는 비수탁 실행 인프라를 통해 이뤄지며, 자금은 Aave, Euler, Morpho, Pendle 등 검증된 디파이 프로토콜로 분산 배치된다. 핵심은 가격 상승에 대한 방향성 베팅이 아니라, 금리 차이·유동성 프리미엄·구조화된 수익 구간 등을 활용해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데 있다. 여기에 온체인 리저브 펀드를 통한 손실 흡수 장치까지 설계함으로써, Scroll은 USX를 단기 유동성 유치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 가능한 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게 하려 하고 있다. 결국 USX의 중요성은 “자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상징성보다, Scroll이 결제와 자산 운용을 하나의 체인 내부 흐름으로 묶으려는 전략의 중심에 있다는 데 있다.
3-2. Garden과 Honeypop: 스크롤이 직접 구축하는 네오뱅크와 디파이 스택

USX가 스크롤의 자산 레이어라면, Garden과 Honeypop은 이를 실제 금융 경험과 온체인 유동성으로 연결하는 핵심 축에 가깝다. 특히 Garden은 단순한 결제 앱이 아니라, USX 기반 자산을 보유·결제·저축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네오뱅크형 접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용자는 달러를 1달러 가치에 고정된 디지털 달러 USX로 전환한 뒤, 이를 Garden에 예치해 sUSX를 받고 수익 전략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스크롤이 USX를 단순한 결제 자산이 아니라 저축과 운용으로 이어지는 금융 자산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Garden의 차별점은 사용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데 있다. 예치된 자산은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인 온체인 전략과 외부 파트너 운용 전략에 배치돼 최대 연 15%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며, 사용자는 이메일·전화번호 기반 로그인과 복구 기능을 통해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동시에 셀프 커스터디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자산 통제권은 사용자에게 남겨둔다. 즉 Garden은 외부 애플리케이션이 보여줬던 결제 경험을 Scroll 내부의 저축·운용 경험까지 확장하는 인터페이스로, USX 중심 금융 레이어를 실사용 단계로 연결하는 핵심 접점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한편 Honeypop의 의미는 사용자 경험보다 더 기초적인 층위에 있다. Scroll은 Honeypop을 인수해 Scroll Swap과 Scroll Lend로 재편하면서, 유동성과 대출이라는 핵심 디파이 인프라를 보다 장기적으로 통제 가능한 구조 안에 두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과거처럼 외부 팀과 그랜트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만으로는 핵심 인프라의 지속성과 인센티브 정렬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결국 Scroll은 AMM, 대출 시장, 스테이블코인, 수익형 자산이 서로 느슨하게 흩어진 구조가 아니라, 체인 차원에서 더 안정적으로 연결되는 금융 스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Garden과 Honeypop이 각각 독립된 제품이 아니라, 3-1에서 살펴본 USX 중심 구조를 완성하는 보완축이라는 점이다. USX와 sUSX가 결제와 운용의 기반 자산이라면, Garden은 이를 사용자 경험으로 전환하고 Honeypop은 이를 유동성과 대출 인프라로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Scroll은 네오뱅크형 접점과 디파이 핵심 인프라를 동시에 내재화함으로써, 결제에 쓰인 자금이 체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저축·유동성 공급·대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직접 설계하려는 것이다. 이더파이 캐시카드 이탈 이후 Scroll의 과제가 외부 파트너가 만든 경험을 자체 금융 인프라로 전환하는 데 있다면, Garden과 Honeypop은 그 전환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 Cloak과 기관 확장: 스크롤의 강점이 될 프라이버시 인프라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이 실사용 단계로 진입하면서, 블록체인 인프라의 경쟁 기준은 단순한 성능이나 비용을 넘어 제도권 금융까지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는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기업과 기관의 온체인 채택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전제 조건으로 부상한다. 퍼블릭 체인의 완전한 투명성은 검증에는 유리하지만, 결제·급여·B2B 정산·자금 관리 영역에서는 거래 조건과 자금 흐름, 상대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며 이는 곧 영업기밀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시장에 공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제도권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에게 열린 투명성이 아니라, 감사·규제기관에는 검증 가능성을 제공하면서 시장에는 민감 정보를 보호하는 선택적 공개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순간 프라이버시는 대체 가능한 기능이 아니라, 기업 운영과 파트너십이 축적되는 지속적 네트워크 락인 요소로 작동하며, 실사용 금융 인프라 경쟁에서 장기적인 차별화 요인이 된다.

스크롤은 이러한 문제를 애플리케이션 단에서 우회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기술 레이어 자체에서 구조적으로 풀어내려는 ZK 롤업이다. 2025년 9월 메인넷에 공개된 Cloak은 ZK 증명 기반 프라이버시형 Validium 구조로, 거래 금액과 주소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필요 시 감사인이 선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이는 완전한 익명성과 완전한 투명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규제 친화적인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를 프로토콜 차원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업 금융과 토크나이제이션 환경에서는 규제기관·감사인에게는 열리고, 시장 참여자에게는 닫히는 구조가 필수적인데, Cloak은 이러한 요구를 운영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한 인프라로 설계됐다.

BIS 주도 PoC 프로젝트에서 국경 간 결제 인프라로 활용된 스크롤 네트워크
이러한 기술적 방향성은 내러티브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관 주도의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주도한 Project Rialto에서 스크롤이 국경 간 결제용 DLT 네트워크의 기반 체인으로 채택된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CeBM)를 활용해 즉시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고, FX 거래를 포함한 지불 대 지불(PvP) 및 원자적 정산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스크롤이 선택된 배경에는 ZK 기반 프라이버시 구조에 더해, 이더리움 보안을 상속하면서도 빠른 확정성과 낮은 비용 구조를 제공하고, Uniswap v3를 포함한 기존 디파이 인프라와의 높은 호환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해당 사례는 스크롤이 단순한 확장성 솔루션을 넘어, 중앙은행/금융기관 수준의 지급결제 인프라에서 요구되는 운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체인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마치며: 2026년 스크롤의 과제는 실행과 검증
2026년 크립토 시장에서 더 이상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것은 기술적 성능 자체만은 아니다. 확장성, 저비용, 빠른 정산, 온체인 자산의 조합 가능성과 같은 요소는 이제 여러 체인이 일정 수준 이상 제공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에 가까워졌다. 반면 시장이 점점 더 엄격하게 보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기술이 실제 금융 흐름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가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결제는 디지털 자산 산업이 제도권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검증받는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앞으로 체인의 경쟁력은 단순한 성능 수치보다, 결제·정산·자산 운용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금융 인프라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Scroll의 지난 1년은 가능성을 제시한 시기이자, 동시에 한계를 확인한 시기였다. 이더파이 캐시카드는 Scroll 위에서도 결제 중심 온체인 금융이 실제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그 성과가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이후 Scroll이 USX와 Garden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제에 쓰이는 자산, 체인 내부에 머무는 자본, 사용자가 이를 소비와 저축으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까지 직접 설계해야만 결제 서사가 일회성 사례를 넘어 자생적인 금융 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Cloak을 통한 프라이버시 인프라까지 결합된다면, Scroll은 단순한 소비자 결제 체인을 넘어 기관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온체인 금융 환경으로 포지셔닝을 넓힐 수 있다.
결국 2026년 Scroll의 과제는 더 이상 새로운 내러티브를 제시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결제, 스테이블코인, 프라이버시라는 방향성이 유효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Scroll이 얼마나 일관된 제품 구조와 실제 지표로 증명하느냐다. USX가 실질적인 자산 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Garden이 반복 사용되는 금융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는지, Cloak이 기관 채택의 실질적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지가 그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croll의 2026년은 ‘재도약’의 해라기보다, 외부 파트너의 성공을 넘어 자체 금융 인프라의 경쟁력을 검증받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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