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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CH)
Senior Analyst/
Xangle
2024.02.14

 

목차

  1. 들어가며

  2. 유동주식비율, 주식 시장의 유통량 척도

  3. 유동주식비율의 의의

  4. 유동주식비율 관리방식

    4-1. 유동주식비율 표준화

    4-2. 유동주식비율 산출 및 공표

    4-3. 주주구성 현황 모니터링

    4-4. 그 밖의 관리 메커니즘

  5. 유통량 관리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특히 더 중요한 이유

  6. 유통량 관리 방안 제안

    6-1. 유통량 기준 표준화

    6-2. 유통량 산출 및 공표

    6-3. 온체인 유통량 모니터링

    6-4. 그 밖의 유통량 관리 메커니즘

  7. 마치며

 

1. 들어가며

당사는 지난해 발간한 “[유통량 시리즈 #1] 유통량: 탄광안의 카나리아”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 내 유통량이 갖는 중요성을 살피고, “[유통량 시리즈 #2] 계속되는 가상자산 유통량 사건사고”를 통해 명확한 유통량 규제 및 검증된 공시 체계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유통량 시리즈 #3] 유통량 관리법: 주식 시장에서의 교훈”은 주식 시장 내 유통량이 갖는 의의와 관리방식을 점검해본 뒤, 가상자산 시장 내 유통량 관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피력하고 주식 시장의 사례에 기반한 유통량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유동주식비율, 주식 시장의 유통량 척도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상장 주식 시장(이하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통량”의 개념은 각각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주식 시장 내 “유통량”은 유동주식수(Free Float)를 말한다. 유동주식수란 총 발행 주식 중 시장 내 거래되고 있지 않은 주식을 제한 수량으로, 실제 유통시장 내에서 투자자들간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수를 의미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유동주식수를 절대적인 수량이 아닌 총 발행주식수로 나누어 백분율화한 유동주식비율(Free Float Ratio)로 치환해 사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내 “유통량” 역시 총 발행된 토큰/코인의 수량 중 스테이킹, 베스팅 등의 이유로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 않은 미유통 물량을 제한 수량으로, 실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되고 있는 토큰/코인의 수량을 의미한다. 당사에서 정의내리고 있는 유통량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 설명은 “[쟁글 아카데미] 코인 발행량 그리고 코인 유통량”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실질적으로 투자자들간 거래가 가능한 유동화되어 있는 물량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두 시장에서의 “유통량”은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투자자들이 수요/공급을 통한 가격 형성을 위해 주고받을 수 있는 한계 물량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에 국한되는 기술적 특이점이 있다면 1)발행된 토큰/코인이 홀더에 의해 자율적으로 소각이 가능하다는 점 (소각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는 가정 하) 2)밸리데이터 보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셔너리 구조를 갖는 토큰/코인의 경우에는 총발행량이 블록생성 속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 등이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통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총발행량 및 소각량을 면밀히 트래킹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차트 1).

 

3. 유동주식비율의 의의

3-1. 투자 길라잡이

먼저 주식 시장에서 유동주식비율은 유동성 및 가격 효율성의 지표로서 투자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주가가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유동주식비율이 높으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의 매매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거래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다수의 투자자들에 의해 활발히 매매되는 과정에서 주가는 다양한 정보를 반영해 가격 효율성이 증진되는 효과를 갖는다. 반대로, 유동주식수가 적어 소수의 주주에 의해 주식이 통제되고 있는 종목의 경우 주가가 기업의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유동주식비율이 낮은 주식의 경우 거래량 또한 낮을 확률이 크며, 이 경우 호가 스프레드가 넓게 형성되어 투자자들의 매매하는 과정에서 “슬리피지(Slippage)”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즉, 유동주식비율이 낮을 수록 주가가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 거래하기에 훨씬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서는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 유동주식비율이 높은 종목이 그렇지 않은 종목 대비 투자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3-2. 인덱스 산출의 핵심 요소

유동주식비율는 패시브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인덱스를 산출하기 위한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미국의 S&P 500, 한국의 KOSPI 200와 같은 글로벌 주요 인덱스들은 유동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구성종목의 비중을 계산하는데, 개별종목의 유동 시가총액은 주가에 유동 주식수를 곱해 계산되기 때문이다.

인덱스가 유동주식비율을 기준으로 종목의 비중 및 인덱스값을 산출하는 것은 현재 실유통되고 있는 주식의 수를 반영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시장 상황을 지표화하기 위함이다. 실제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200, 코스닥 150의 산출기관인 한국 거래소(KRX)는 유동주식비율이 10% 미만인 종목은 인덱스 편입 심사대상종목으로부터 제외하고 있는데, 아무리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더라도 유동주식비율이 현저히 낮을 경우 실질적으로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인덱스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패시브 금융상품들의 투자 용이성 및 상품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주식 시장의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패시브 금융상품들은 특정 지수의 성과를 복제하기 위해 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식 바스켓을 매매하기 때문에, 결국 펀드자금이 각 종목으로 얼마나 분배되는지에 대해 유동주식비율이 갖는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 B, C 세개의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덱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테이블 1). 만약 인덱스가 유동주식수가 아닌 총발행주식수를 기준으로 산출이 되었을 경우 A 종목의 비중은 10%에서 50%까지 치솟는데, 이 경우 해당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는 전체 AUM의 절반을 A 종목을 매수하는데 할애해야 한다. ETF와 패시브 금융상품의 운용 기관은 추종하는 인덱스의 기초자산에 대한 보유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인덱스에 차지하는 비중에 해당하는 펀드자금만큼 해당 주식의 매수세로 유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A 종목의 유동주식비율은 6.7%라는 것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수는 전체 발행 주식수의 1/10도 채 안되는 물량이라는 뜻이다. 펀드 운용사의 대량 매수주문을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의 유동성이 공급될리 만무하다.

이처럼 단순시총을 기준으로 인덱스가 구성된다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인덱스의 실제 종목 구성비율에 맞추어 종목을 보유하기가 힘들어지고, 펀드의 순자산가치(NAV)와 추적 인덱스의 수익률간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추적오차는 정상적인 펀드운용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투자자들로 하여금 해당 펀드 및 기초 인덱스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나아가 유동시총이 아닌 단순시총을 기준으로 인덱스가 산출되면 대형 패시브 펀드 운용기관들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주가 왜곡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패시브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인덱스가 자금흐름을 주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그만큼 유동주식비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에서 유동주식비율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4. 유동주식비율 관리방식

4-1. 유동주식비율 표준화

주식 시장에서 유동주식비율의 개념은 표준화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업계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유동주식비율의 개념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든 상장사에 대해 소유구조에 관한 세부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치를 토대로 유동주식비율이 계산될 수 있도록 규제적 근간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투자자들이 유동주식비율을 활용해 상장사의 유동성과 시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시작하며 유동주식비율에 대한 표준화 및 시장 관행이 점차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한국거래소(KRX)가 유동주식비율의 개념을 표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KRX는 유동주식수를 총 발행 주식 중 비유동 주식을 제한 수량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여기서 비유동주식은 매매가 제한되어 있거나 사실상 유통이 되지 않는 주식으로 1)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주식 2)정부출연기관 보유주식 3)자사주 4)우리사주 5)보호예수 주식 6)해외 DR 주식 등을 가리킨다. 후술할 테지만 KRX 역시 SEC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주식의 소유구조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며, 발행과 유통 시장 양쪽에서 이에 대한 주기적 검토도 실행하고 있다.

4-2. 유동주식비율 산출 및 공표

미국의 SEC나 한국의 KRX와 같은 중앙 금융기관이 유동주식비율에 대한 표준을 수립하고 있지만, 실질적 산출 및 공표는 일반적으로는 지수 산출 기관들이 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동주식비율은 인덱스 산출에 필요한 핵심 지표이기 떄문에, 대개 지수 리밸런싱 시점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공시되고 있다. 또한 기관마다 수치화할 수 있는 계산법을 명시하고 있는데 산출 기준일, 계산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산출기관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KRX (KRX는 거래소이자 지수산출기관으로써, 본 맥락에서는 지수산출기관)가 매년 6월과 12월 지수 정기변경일 다음 영업일에 공식발표하고 있다. 또한, 유동주식비율의 변화율이 5% 이상인 경우에만 변경하며 5% 미만일 경우 기존 유동주식비율을 유지하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산출기관인 S&P Dow Jones Indices의 경우, 분기별 검토를 거쳐 3, 6, 9, 12월 정기변경일 (셋째주 금요일 이후 월요일 개장 전)에 발표하고 있다. S&P DJI의 경우 유동주식비율의 변화율이 5% 이상인 경우 가속화 시행 규칙(Accelerated Implementation Rule)에 의해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끔 예외를 두고 있다.

4-3. 주주구성 현황 모니터링

유동주식비율 산출의 근간이 되는 주식의 교환 및 이에 따른 주주구성 현황은 각국의 증권 예탁결제 제도를 통해 일원화된 데이터베이스에 관리되고 있다. 증권 예탁결제 제도란 투자자, 금융투자회사 등이 중앙 예탁결제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소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예탁한 후 매매 등에 따른 결제를 실물의 이동 없이 계좌 간 대체로 처리하는 제도이다. 한국의 경우 한국 예탁결제원, 미국의 경우 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이 중앙 예탁결제회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식 매매 또한 증권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장사의 주주구성 현황은 실시간으로 여러 데이터베이스에 공동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유의미한 물량이 이동하는 경우 지분공시제도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지되고 있다. 지분공시제도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법인의 최대주주 등의 소유주식수에 변동이 있을 경우 그 변동내용을 지체없이 한국거래소에 신고하여야 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근거하고 있어 엄연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보고를 누락하거나 기한을 위반할 시 상장사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다.

기술적으로는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또는 보유목적 등 중요사항에 변경이 있을 경우 5영업일 이내에 그 보유상황 및 변동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이며, 해당 내용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모든 투자자들이 조회할 수 있게끔 공표된다. 미국의 경우 SEC의 Form 4/13F 및 Schedule 13D/13G가 지분공시제도와 동일한 역할을 갖는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식의 소유 현황은 공동의 데이터베이스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으며, 나아가 투자자들이 그 내용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상장사에 대해 공시 의무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유동주식비율은 적시성과 투명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4. 그 밖의 관리 메커니즘

주식의 발행 형태나 주주구성 현황 등 유동주식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발행시장에서만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최초로 주식이 상장되는 발행시장에서부터 해당 영역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거래소는 신주모집 또는 구주매출로 분류되는 유형에 따라 상장 구조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는데, 상장신청인이 구주매출을 하고자 하는 경우 구주매출의 대상, 목적 및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본다. 소액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 특히 면밀히 점검을 하며, 재무적 투자자가 주주로 있는 경우 엑싯 전략의 하나로 구주매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는 재무적 투자자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간의 계약 등으로 인하여 소액투자자 보호 관련 문제 여지가 없는지 확인을 한다.

나아가 주식의 분산 요건도 명시하고 있다. 분산 요건은 상장신청인의 공모주식비율 또는 자기자본에 의해 결정되는데 쉽게 생각하면 1)특정 공모주식비율 또는 공모주식수 2)자기자본이 높을 수록 더 높은 주식 분산도를 요구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인원수와 이들의 지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적정한 주식의 분산도, 즉 유동성을 갖출 수 있게끔 상장 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 거래소는 주식 분산기준 미달이라는 상장폐지 요건을 걸어두고 있어, 주식 분산요건에 대한 관리는 상장 이후로까지 연결된다. 일반주주 비율이 10%를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주어진 시간 내에 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상장폐지까지 가능하다.

주식시장 내 유동주식비율 관리 체계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테이블 2).

  • 가장 먼저 유동주식비율에 대한 정의와 표준이 확립되어야 한다.
  • 표준에 따라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유동주식비율을 산출 및 공표하고 있다.
  • 유동주식비율 계산의 근간이 되는 주식의 손바꿈 내역은 예탁결제 제도에 따라 일원화된 데이터베이스에 관리되고 있다.
  • 주요 지분의 변동 현황은 지분공시제도를 통해 공표되고 있다.
  • 그 외 발행시장, 유통시장 내 투자자 보호 목적의 유동주식비율 관리에 관한 여러가지 규제가 존재한다.

 

5. 유통량 관리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특히 더 중요한 이유

앞서 주식시장에서 유동주식비율은 1)유동성 및 가격 효율성의 지표로서 투자 길라잡이 역할을 하며 2)인덱스 산출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정리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맥락에서도 유통량은 중요한 투자 길라잡이이자, 아직은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커질 가상자산 인덱스 및 패시브 시장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통량이 투자에 대한 가이드 지표로써 갖는 의미는 주식 시장보다 훨씬 크다.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주식과 다르게 지속가능한 매출구조를 가진 토큰들이 많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된 밸류에이션 방법론 또한 없다. 판단 기준의 부재로 인해 사실상 전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토큰 가격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데,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통량이라는 지표가 중요하다.

토큰은 누구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쉽게 발행할 수 있으며 그 수량은 오로지 발행자가 결정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거래소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거래소마다 토큰 상장에 대한 기준이 각기 다르며 유통량에 대한 검토는 백서상의 유통계획을 명시하는 정도로 갈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이후에도 많은 프로젝트들이 유보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기발행 토큰들을 본래 유통계획을 초과해 유동화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통량 시리즈 #2] 계속되는 가상자산 유통량 사건사고”에서 다루었듯이 많은 프로젝트들이 백서상으로 공표한 유통계획을 준수하는데 실패하거나, 이에 대해 적시에 공시하지 않아 초과 매물화에 대한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건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유통량을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검증된 공시 체계의 도입이 절실하다.

나아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통량은 인덱스 계산에 필수불가결한 지표이다. 이미 시가총액을 완전희석시가총액(Fully Diluted Valuation)와 구분지어 유통량을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의 여러 인덱스들 또한 유통시가총액에 기반하여 산출해야 함은 분명하다.

가상자산 시장 내 패시브 투자전략이 탄력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다. 금융시장은 성숙할 수록 시장 효율성이 높아지며, 이에 따라 알파를 추구하기보다는 베타(인덱스)를 따라가는 패시브 전략이 우세해지는 경향을 갖는다. 또한 낮은 수수료, 투명성, 리스크 분산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패시브 금융상품에 대한 니즈는 추세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식 시장의 경우 이미 패시브 펀드가 전체 펀드 시장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이제 막 태동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패시브 투자가 성행하기에는 이르다. 뿐만 아니라 복수의 메인넷에 걸쳐 토큰이 발행되는 점, 거래소가 파편화되어 있는 점 등 인덱스가 투자가능한 형태의 금융상품으로 연결되기에는 여러가지 규제적, 기술적 허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를 비롯해 국내외 많은 기관들이 이미 인덱스를 산출해 내고 있으며 Total Crypto Market Cap Token (TCAP), DeFi Pulse Index Token(DPI) 등과 같은 인덱스 펀드형 토큰들도 꾸준히 TVL을 유치해 나가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도 패시브 투자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이다. 그만큼 인덱스의 맥락에서 유동주식비율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6. 유통량 관리 방안 제안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필두로 가상자산 시장이 점점 메인스트림화 되어가고 있어, 투자 리스크 관리에 대한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이 이러한 우려로부터 해방되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통량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이에 당사는 앞서 살펴본 주식 시장 내 유동주식비율 관리 사례에 기반해 유통량 관리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6-1. 유통량 기준 표준화

먼저 업계 참여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유통량 표준을 정의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1)거래소는 유통량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토큰들에 대해 왜 상장/상폐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소명할 수 있게 되고 2)토큰의 발행/유통을 담당하는 프로젝트들은 유통물량을 담고 있는 지갑들에 대한 관리 방안을 수립할 수 있으며 3)최종적으로 토큰을 매매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토큰의 수요/공급 현황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명확한 기준 없이는 “왜 위믹스는 상폐되었는데, 수이는 상장유지가 되는가”와 같은 식의 질문들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인 틀은 주식 시장과 동일할 것이다. 총 발행주식수에서 비유동주식수를 빼 유동주식수를 계산하듯이, 총 발행 토큰수에서 소각 물량을 제외한 총 공급 토큰수량에서 미유통 토큰수량을 뺀 수치가 유통량이며 이는 이미 당사를 비롯해 CoinMarketCap, Token Unlocks 등이 합의하고 있는 정의다. 다만, 여기서 “비유동 토큰수량”의 범주를 정하는 것이 가장 복잡한 과제이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표준화된 방법론에 의해 토큰이 발행되고 유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범주를 명확하게 긋는 것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락업 물량의 경우에도, 특정 프로젝트들은 계약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락업해제 시기에 다다르면 물량이 투자자의 지갑으로 송금되게끔 설계를 해두지만 특정 프로젝트들은 법적 계약을 통해 묶어두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락업해제 시기가 도래하면 프로젝트 지갑으로부터 투자자 지갑으로 락업물량이 송금될 것이기 때문에 온체인 상으로 이를 집계해 유통량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언제든지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지갑으로부터 락업 물량을 수취해 갈 수 있음에도 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해 이를 유통물량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합의를 할 수 있는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컨센서스가 한번 형성된다면, 프로젝트들 또한 상장 또는 상장유지를 하기 위해 그 기준에 맞는 토큰 분배구조를 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PoS 체인의 밸리데이터들이 스테이킹하고 있는 토큰은 미유통 물량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리워드 물량은 유통 물량으로 간주하며 두 물량이 하나의 지갑 주소 내에 혼재되어서는 안된다고 시장 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기존에 리워드 물량을 스테이킹 지갑주소에 지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거래소 상장을 희망한다면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 수정 또는 운영 방침 변경을 통해 두 물량을 분리하게끔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도록 강제될 것이다.

여러 프로젝트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례를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DAXA, 금융감독원 뿐만 아니라 유통량 관련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여러 기관들이 의견을 모아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6-2. 유통량 산출 및 공표

이미 당사를 비롯해 Token Unlocks, Token Terminal 등 많은 데이터 제공 기관들이 유통량 산출 및 공표를 하고 있는데 지향점은 분명하다. 1)직접성 그리고 2)데이터의 신뢰도 및 실시간성이 가장 중요하다.

직접성은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자주, 밀도 있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척도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백서를 통해 유통량 계획을 공표하고 있지만 로드맵 수정, 토큰/메인넷 마이그레이션, 해킹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당초의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투자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계획을 시정하고 이를 적시에 시장에 공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프로젝트들은 전체 토큰 물량에 대한 유통계획만을 공표하고 있지만 투자자, 마케팅, 에코시스템 등 토큰의 활용 목적에 따라 지갑을 분리해 관리하고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제공 기관은 프로젝트와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통량 계획을 백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내용까지 세부적으로 정리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프로젝트의 자금 운용 현황에 대해 보다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데이터의 신뢰도 및 실시간성은 곧 유통량이 얼마나 정확한 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이다. 실유통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장하기 위해 토큰이 발행되어 있는 네트워크의 최신 블록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수취해야 하며, 나아가 온체인 데이터의 정합성을 담보하기 위해 복수의 노드들 간의 교차검증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토큰의 실제 미유통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유보 지갑들의 주소를 제출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통량 데이터의 신뢰도 및 실시간성은 직접성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6-3. 온체인 유통량 모니터링

토큰의 홀더 현황 및 이동 내역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분산 저장되는 공공 데이터이다. 독점적인 데이터의 관리주체가 없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만큼, 온체인 유통량을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위해 다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데이터를 적시성 있게 취합하여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여 제공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사의 라이브워치 서비스의 경우, 재단이 직접 제출한 미유통 지갑주소를 기반으로 온체인 유통량을 산출하고 이를 계획 유통량과 비교해 도식화해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블록체인 데이터 제공 기관인 이더스캔은 ERC 계열의 체인에 발행된 모든 토큰에 대해 상위 1,000개 홀더에 대한 보유물량 및 비중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CryptoQuant, DeFiLlama 등 온체인 애널리틱스 플랫폼 또한 유통량 관련 온체인 데이터 제공에 가세하고 있는데, 그만큼 토큰 유통량의 투명한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며 온체인 유통량을 모니터링하는 데이터 기관들이 늘어날 수록 투자자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 정보의 비대칭성은 더욱 해소될 수 있다.

6-4. 그 밖의 유통량 관리 메커니즘

유통량을 정의내리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래소에서 이를 기반으로 상장, 상폐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프로젝트로부터 제출받거나 제3의 데이터 제공 기관으로부터 수취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강제성을 부여함으로써 프로젝트들이 적극적으로 유통량 계획을 준수하고 이와 관한 공시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직 많은 투자자들은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시스템에 익숙하기 때문에 특정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정보를 간과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자들이 유통량과 관련된 데이터를 직접 소화하고 투자 판단을 내리게끔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거래소가 먼저 상장, 상폐 기준에 유통량 관련 조항을 명확히 편입시킴으로써 일정 부분 투자자들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 밖의 스마트 컨트랙트 오딧, AML, 포렌식 등 유통량 산출에 필요한 부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관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7. 마치며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있다. 하지만 낮은 성숙도에 비해 많은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어, 투자자들 보호를 위해서 여러 방면의 규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블록체인이라는 전혀 새로운 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인 이해도를 기반으로 규제를 세우고 집행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예 참고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 세기에 걸쳐 정착되어 온 전통 금융시장의 여러 가지 규제들로부터 도출해낼 수 있는 인사이트가 분명히 있으며, 특히 유통량에 있어서 주식 시장의 유동주식비율 관리 체계의 사례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통량 기준 표준화부터 차근차근 관리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될 수록 더욱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고, 투자자들이 몰릴 수록 유통량 관리방식의 체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규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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