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계속되는 유통량 사건사고
2. 유통량 사건사고 모아보기
3. 끊이지 않는 유통량 사건사고의 원인
4. 명확한 유통량 기준과 규제 가이드라인 도입이 필요
Appendix: 유통량 사건사고 분석
1. 계속되는 유통량 사건사고
지난 10월 17일 열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가상자산이 언급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덕 의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SUI 토큰이 미유통 상태로 있어야할 토큰을 스테이킹해서 유통량을 늘리고 있다고 언급하며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 이하 DAXA)가 토큰 유통량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루나 토큰의 기하급수적 발행으로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가상자산의 유통량 이슈가 국정감사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작년 테라·루나 사태와 위믹스 유통량 사태를 연달아 겪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해외 시장에 비해 유통량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앞선 유통량 시리즈 1부인 유통량: 탄광안의 카나리아 리포트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탄광안의 카나리아’를 자처하고 있는 유통량이라는 개념의 기원과 중요성, 유통량 산정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어지는 이번 유통량 시리즈 2부에서는 유통량이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을 모아 사실 관계를 분석하고 유통량 관련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개별 사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글 말미의 Appendix를 참고하길 바란다.
2. 유통량 사건사고 모아보기
2-1. SUI: 미흡한 유통량 공시와 모호한 미유통량 기준
지난 6월 27일, 한 트위터 유저로부터 수이 재단이 락업되어 있는 재단 물량을 스테이킹하고 있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스테이킹 보상을 거래소에 덤핑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수이 재단은 이에 대해 재단은 유통 계획을 준수하고 있고 스테이킹 보상을 판매한적이 없다고 발표하였으나, 커뮤니티에서의 의혹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고, 추가적인 SUI 토큰 매물화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해당 의혹은 민병덕 의원에 의해 국정감사에서 까지 거론되었고 이에 따라 재단은 SUI 토큰 매물화에 대한 추가적인 해명을 발표하였다. SUI 토큰의 유통량 의혹의 타임라인은 아래와 같다.
SUI 토큰의 유통량과 관련하여 수이 재단에 제기되었던 의혹을 정리하면 1) 미흡한 유통량 공시, 2) 락업 물량의 스테이킹 및 스테이킹 보상의 유통, 그리고 3) 재단 소유의 스테이킹 보상 매각 의혹, 총 세가지 이슈로 구분지을 수 있다. 수이 재단에서는 위의 세 가지 의혹을 모두 해명한 상황이지만, 커뮤니티에서는 해명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미흡한 유통량 공시
- SUI 토큰 덤핑 의혹 제기 전까지 공식적인 유통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수이 재단
- 의혹 제기 이후 재단의 블로그를 통해 공식적인 유통 계획 공개
- 락업 물량의 스테이킹 및 스테이킹 보상의 유통
- 락업되어 있는 재단 소유의 SUI 토큰의 스테이킹을 진행하고, 그 보상을 유통 계획을 초과하여 초과하였다는 유통시켰다는 의혹 제기
- 재단은 SUI 토큰의 스테이킹 보상은 모두 유통계획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해명
- 하지만 여전히 락업 토큰을 스테이킹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존재
- 재단 소유의 스테이킹 보상 매각 의혹
- 스테이킹 보상을 거래소로 전송해 매각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
- 재단은 스테이킹 보상이 거래소로 전송된 것은 사실이지만, 재단 소유의 스테이킹 보상 이동은 1) MovEx팀의 계약 위반 물량과 2) 에듀케이션 그랜트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
*SUI 토큰 덤핑 의혹과 해명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Appendix 1 참고
2-2. ENJIN: 메인넷 런칭으로 인한 유통량의 중대한 변경
23년 9월 26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엔진코인에서 발행한 ENJ 토큰의 원화 마켓에서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BTC 마켓에서의 거래지원만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3년 상반기 국내 원화마켓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2.9조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 BTC 마켓의 경우 약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업비트의 결정은 엔진코인의 거래를 지원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업비트는 메인넷 런칭으로 유통량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했다는 점을 비롯한 네 가지 사유을 밝히며 원화마켓에서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는데, 그 중 ENJ 토큰의 유통량의 중대한 변경에 대한 쟁글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메인넷 런칭으로 인한 유통량의 중대한 변경
- 엔진코인은 기존의 ENJ 토큰과 자사에서 발행했던 EFI 토큰을 통합하여 새로운 메인넷인 엔진 블록체인(Enjin Blockchain)상의 ENJ 토큰 발행
- 기존 ENJ 토큰은 1:1 비율로, EFI 토큰은 4:1 비율로 토큰 스왑을 진행해 15억 개의 ENJ토큰 발행
- 초기 마이그레이션 지원 및 기타 인센티브를 포함하여 2.5억 개의 ENJ 토큰 추가로 발행하고 인플레이션 구조를 도입, 총 17.5억 개 + α의 ENJ 토큰 발행
*ENJ 토큰 유통량의 중대한 변경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Appendix 2 참고
2-3. WEMIX: 초과 유통으로 인한 상장폐지
2022년, 위메이드가 운영하는 WEMIX 토큰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 10월 17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위믹스가 WEMIX 토큰의 유동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위믹스 측은 WEMIX 토큰의 유동화를 한 적이 없음을 발표하고 해명에 나섰으나 DAXA는 10월 27일 WEMIX 토큰을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믹스 팀은 약 4주간의 소명기간을 거치며 소명을 진행하였으나 11월 24일 DAXA는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WEMIX 토큰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었다. WEMIX 유통량 의혹 타임라인은 아래와 같다.
당시 DAXA는 1)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2)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그리고 3)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의 세 가지 사유를 밝히며 WEMIX 토큰의 상장폐지를 결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요약은 아래와 같다.
-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 WEMIX 토큰의 유통량은 DAXA에 제출한 공시에서 명시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는 약 7,000만개
- 위믹스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소명으로 6,340만 WEMIX 토큰을 WEMIX Reserve 1로 환수
-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 DAXA는 위믹스가 투자자들에게 미디엄, DART 공시 등을 통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DAXA의 거래지원 종료 여부 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발표하여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점을 언급
- 미디엄과 DART에서 유동화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을 것으로 사료
-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에 각종 오류가 발견되었고, 유통량 관련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하여 제출 이후 여러 차례 정정 또는 수정이 발생하여 신뢰 훼손
*WEMIX 상장폐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위메이드 이슈 코멘트 -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리포트 참고
상장폐지 결정 3개월 후, DAXA의 회원 거래소인 코인원에서는 WEMIX의 원화마켓 재상장을 발표했다. 코인원은 위믹스가 1)초과 유통량 문제를 해소하였고, 2) 외부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토큰의 발행량 및 유통량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고, 3)투자자 및 거래소에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위믹스 관리 전담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였음을 원화마켓 재상장의 근거로 삼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11월 8일, DAXA의 회원 거래소인 고팍스에서도 WEMIX의 원화마켓 신규 상장을 진행했다.
3. 끊이지 않는 유통량 사건사고의 원인
위에서 언급한 SUI, WEMIX, ENJIN을 포함한 많은 프로젝트들에서 유통량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유통량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적절한 대처와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고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쟁글에서는 현재 발생하는 유통량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1) 정보의 비대칭성, (2) 유통량 내부 통제의 부재, 그리고 (3) 불분명한 미유통량 산정기준 세 가지를 꼽았다.
3-1. 유통량 사건사고의 원인 (1): 정보의 비대칭성
추가적인 유통량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프로젝트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프로젝트에서 자발적으로 토큰의 유통량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필요한 유통량 정보를 접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현재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량에 관련된 정보는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코인게코(CoinGecko)와 같은 데이터 어그리게이터나 가상자산이 상장되어 있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정보인데, 이러한 정보들은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면책조항이 포함된 토크노믹스에 의존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유통량 계획 검증의 부재로 유통량 정보를 제공하는 각 주체마다 상이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각 프로젝트가 책임을 지니고 세세한 항목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명확한 공시 규제를 빠르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통 금융시장에서의 DART, EDGAR와 같은 검증되고 일원화된 공시 채널이 필요하다. 검증되고 일원화된 공시채널을 통해 공시자료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각 프로젝트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시 채널의 도입은 프로젝트 입장에서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토크노믹스 변경, 유통 계획 변경, 프로젝트 물량의 이동과 같은 유통량과 관련된 변경 사항이 발생했을 때 해당 사항들을 투자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창구가 되어 프로젝트 운영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고 악의적인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는 공시 체계의 의무화가 빠른 시일내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3-2. 유통량 사건사고의 원인 (2): 유통량 내부 통제의 부재
이더리움 이후 많은 프로젝트가 채택하고 있는 토큰 선발행 후 유통이라는 독특한 유통 구조는 각 프로젝트의 유통량 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선발행한 토큰의 락업을 진행하고 락업된 토큰을 수년에 걸쳐 언락하는 방식으로 토큰을 유통하고 있는데, 이때 재단은 락업 물량을 관리하기 위해서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지갑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유통량 / 미유통량을 다루는 내부 통제 체계가 미비하거나 부재한 상황으로 확인되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유통 계획을 세심히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통량 내부 통제 체계의 부재는 특정 물량이 기존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거나, 유통량 계획 관리에 소홀하여 시장에 유통 계획 대비 초과 물량이 유통되는 경우를 빈번하게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 22년 6월, 업비트는 무비블록을 거래 유의 종목에 지정하며, 무비블록이 타 플랫폼에 공시된 유통계획과 상이한 유통 계획을 업비트에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유통 계획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겼음을 그 사유로 들었다. 무비블록 측은 유통량 오류에 대한 해명문에서 MBL 토큰이 사용되는 KMPlayer를 통한 MBL 토큰의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많아졌고 이에 따라 재단 보유 토큰이 초과 지출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무비블록 팀과 KMPlayer 팀간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해 초과 유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프로젝트가 미유통 물량 및 유통량에 대한 내부 통제 체계가 미비하거나 부재한 상황으로 판단되어 토크노믹스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3. 유통량 사건사고의 원인 (3): 불분명한 미유통량 산정기준
앞서 [유통량 시리즈 #1] 유통량: 탄광안의 카나리아 리포트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토큰 유통량의 계산은 총 발행량에서 소각량과 미유통량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당 방식으로 산정되는 유통량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동의할 수 있는 미유통량 산정 방식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각 프로젝트마다 추구하는 토크노믹스에 따라 물량을 관리하는 락업 형태, 보관 형태, 사용 목적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목적의 물량을 유통량으로 삼기도, 미유통량으로 삼기도 한다. 각기 다른 프로젝트에 통용될 수 있는 미유통량 산정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각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규제 당국에서 모든 경우를 포괄하는 기준을 선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규제 당국에서는 유통량을 제공하고 있는 각 주체가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를 참조하여 각 물량의 실질에 따라 미유통 / 유통을 판단하여 산정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설정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4. 명확한 유통량 기준과 규제 가이드라인 도입이 필요
정리하자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유통량 사건사고는 불분명한 미유통량 산정기준, 정보의 비대칭성과 유통량 내부 통제 체계의 부재까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사한 유통량 사건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유통량을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검증된 공시 체계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하다. 앞선 1부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에서는 내년 중으로 가상자산회계처리 감독지침의 도입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후속조치를 통해 보다 명확한 기준과 관련 규제가 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가며: 유통량 비교: TradFi vs Crypto
지금까지 2부에서는 유통량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건들과 이에 대한 분석, 그리고 유통량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반복되는 유통량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의 도입이 필요한데, 유통량에 대한 가상자산 시장의 많은 체계가 전통 금융시장을 벤치마크하고 있는 만큼, 내년 중으로 도입될 가상자산의 유통량 기준과 공시 규제 또한 전통 금융시장의 규제 체계를 참고해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어질 3부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유통량이라는 개념이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또 이와 관련된 규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유통량 사건사고에 대한 분석이 유통량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됐길 바라며 이상으로 유통량 시리즈 2부를 마친다.
Appendix. 유통량 사건사고 분석
Appendix 1: SUI 토큰 덤핑 의혹과 해명에 대한 분석
1) 미흡한 유통량 공시
먼저 수이 재단은 SUI 토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유통량 공시 관련해서 미흡한 모습을 보여왔다. SUI 토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투자자가 접근 가능한 유통 계획은 바이낸스 리서치에서 작성한 ‘유통량 계획 추정치’와 업비트에서 상장을 위해 발간했던 ‘SUI 디지털자산보고서’ 내의 유통량 계획 추정치 두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수이 재단에서는 위의 유통 계획을 보증하지 않았다. SUI 토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6월 28일이 되어서야 재단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5월 초 토큰이 발행되고 약 2개월 간 투자자가 SUI 유통 계획에 관해 정보를 얻기 위한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 락업 물량의 스테이킹 및 스테이킹 보상의 유통
수이 메인넷은 PoS를 채택하고 있고 네트워크의 보안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락업되어 있는 물량의 스테이킹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스테이킹 보상의 지급은 1) 스테이킹 보조금(Stake Subsidies)과 2) 가스 수수료를 통해 지급되고 있다. 먼저 스테이킹 보조금의 경우, 전체 100억 개의 SUI 토큰 중 10억 개가 할당되어 토큰 유통계획에 따라 매일 약 백만 개의 SUI 토큰의 락업이 해제되어 밸리데이터에게 스테이킹 보상으로 지급되고 있다. 이 경우 락업이 해제되는 시점에서 토큰 유통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후 밸리데이터가 스테이킹 보상으로 받은 SUI 토큰을 처분하고 유통시키는 것이 유통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된다. 두번째로 가스 수수료의 경우 이미 유통되고 있는 SUI 토큰이 가스 수수료로 지불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유통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재단이 설명한 것처럼 락업 물량의 스테이킹 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기존 유통 계획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유통 계획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재단의 해명에도 커뮤니티에서는 수이의 스테이킹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한다. 이는 락업되어 있는 물량을 스테이킹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보상을 받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시선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다수의 PoS를 채택한 프로젝트들은 락업 토큰의 스테이킹을 허용하여 네트워크 보안 안정성을 위해 인플레이션율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토크노믹스를 구축하고 있고, 이는 시장에서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법적으로 유통 / 미유통 산정 기준이 정해져있지 않은 상황에서 네트워크의 특성에 맞는 토크노믹스를 구축하는 것을 도의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문제 제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 재단 소유의 스테이킹 보상 매각
앞서 살펴보았듯이 SUI 토큰과 관련하여 재단 소유의 지갑에서 이동된 SUI 토큰은 여러 지갑을 거쳐 바이낸스, 코인리스트, OKX 등의 거래소 지갑으로 이동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수이 재단측은 의혹 제기되었던 물량들의 이동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문제 제기된 물량 이동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해당 물량 이동이 재단의 토큰 매각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먼저 6월 27일에 제기되었던 62.5만개의 SUI 토큰이 바이낸스 추정 지갑(0x9350…)으로 전송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자. 당시 약 29억 개의 SUI 토큰을 스테이킹하고 있던 재단 추정 지갑(0x341f…)에서 2.5백만 개의 SUI 토큰이 특정 지갑(0x209f…)으로 이동했다. 그 후 해당 지갑은 3개의 다른 주소로 약 62.5만 개의 SUI 토큰을 전송했고, 해당 토큰은 다른 지갑을 거쳐 바이낸스 지갑(0x9350…)으로 전송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이 재단은 해당 트랜잭션에 대해서 거래소 지갑으로의 물량 이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이동은 MovEx팀의 계약 위반으로 발생한 이동이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거래소로 이동했던 SUI 토큰의 회수를 진행했고, 현재 락업 물량인 2.5백만개의 SUI 토큰을 전부 외부 수탁자에게 이전하여 락업 계획에 따라 추후 언락될 것임을 해명했다.
다음은 재단 추정 지갑에서 코인리스트 지갑(0x7fb5…)으로 3백만 개의 SUI 토큰이 전송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재단 추정 지갑(0x341f…)에서 특정 지갑(0x9267…)으로 세 차례에 걸쳐 150만 SUI 토큰이 전송되었고, 전송된 SUI 토큰은 해당 지갑을 거쳐 코인리스트 거래소 지갑(0x7df6…)으로 전송되었다. 수이 재단에서는 해당 물량 이동에 대해서도 해당 토큰의 이동이 재단의 토큰 판매가 아니라는 점을 해명했다. 수이 재단에서는 에듀케이션 그랜트 프로그램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KYC /KYB가 잘 갖춰진 코인리스트를 벤더로 지정했고, 위에서 언급한 물량 이동은 그랜트 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물량 이동이고, 유통 계획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다.
온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물량 이동과는 달리, 중앙화 거래소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의 경우 거래소에서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정 물량이 재단의 공시 없이 거래소 보유 지갑으로 이동하는 경우, 해당 이동을 토큰 판매를 위한 이동으로 보는 것이 현재 가상자산 업계의 주된 의견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단의 일관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충분한 증거를 포함하는 해명이 없다면, 거래소로 이동한 SUI 토큰에 대한 매각 의혹이 잠재워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ppendix 2: ENJ 토큰 유통량의 중대한 변경
업비트에서는 ENJ의 운영사인 엔진코인측의 신규 메인넷 런칭으로 인해 ENJ 토큰 유통량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했다고 판단하였다. 엔진코인은 2017년에 이더리움에서 발행했던 NFT 플랫폼 ENJ 토큰 생태계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폴카닷 기반의 파라체인인 이피니티(Efinity) 체인을 통합한 자체 메인넷인 엔진 블록체인(Enjin Blockchain)의 런칭을 발표했다.
엔진코인에서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메인넷 상의 ENJ 토큰은 TGE 시점에 17.5억 개의 ENJ 토큰을 발행하며 토큰 공급을 시작한다. 새로운 메인넷으로의 마이그레이션을 위해 기존의 ENJ 토큰은 1:1의 비율로, 이피니티 체인의 EFI 토큰은 4:1의 비율로 토큰 스왑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최대 발행량인 10억 개의 토큰 전량이 유통되고 있는 이더리움 상의 ENJ 토큰은 1:1의 비율로 스왑되어 엔진 블록체인 메인넷상의 ENJ 토큰 10억 개가 발행된다. 최대 발행량이 20억 개인 EFI 토큰의 경우 4:1의 비율로 토큰 스왑이 진행되어 총 5억 개의 메인넷 상의 ENJ 토큰이 추가 발행되고, 초기 마이그레이션 지원과 기타 인센티브를 포함한 2.5억 개의 ENJ 토큰이 추가로 발행된다. 여기에 더해 검증자에 대한 스테이킹 보상으로 연 5% 인플레이션에 해당하는 ENJ 토큰이 추가로 발행된다.
23년 11월 기준으로 엔진 블록체인 메인넷 상에는 17.59억 개의 ENJ 토큰이 발행되었고 그 중 4.9억 개의 ENJ 토큰이 유통되고 있다. 이더리움 체인 상의 ENJ 토큰과 EFI 토큰의 소각량은 각각 1.4억 개, 2억 개로 각각의 스왑 비율을 고려한다면 각각 1.4억 개, 5천만 개의 ENJ 토큰으로 스왑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1 비율로 스왑된 1.4억 개의 ENJ 토큰을 제외한다면 메인넷 런칭 이후 2달의 기간 동안 기존 전체 발행량의 35%에 해당하는 3.5억 개의 ENJ 토큰이 추가로 발행되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추후 마이그레이션을 위한 EFI 토큰의 스왑이 진행되고 스테이킹 보상 지급이 지급되면 ENJ 토큰 보유자는 단기간에 약 75%에 해당하는 토큰 인플레이션율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비트에서는 이러한 유통량의 급증을 ENJ 토큰의 원화마켓 상장폐지의 핵심 사유로 뽑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