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량 시리즈 #1] 유통량: 탄광안의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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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우기부기)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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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리서치 하는 프로덕트 리드

2023.11.02

 


목차

1. 탄광안의 카나리아: 유통량

2. 유통량과 그 중요성

3. 유통량 산정하기

4. 유통량 또한, 규제의 날개를 타고


 

1. 탄광안의 카나리아: 유통량

 

위험이 도사리는 변화와 혁신의 실험실: 가상자산 시장

22년 5월 9일, LUNA 토큰*의 가치가 80달러에서 0.001 달러까지 하락하며 총 50조원($40B)에 달하는 가치가 증발했다. 왜였을까? 80$ 가량의 가격을 유지하던 루나 토큰의 유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가치희석이 일어났고, 이어서 홀더들의 토큰 가치 또한 0으로 수렴했기 때문이었다.

*본 글에서는 독자의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토큰(Token)이라는 개념이 네트워크의 경제적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코인(Coin)을 포함한다 가정하고 글을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당시 $USTC(구 $UST)의 $1페깅을 맞추기 위해 $LUNC(구 $LUNA) 발행 이벤트가 계속됐고, 사건 발생 주말엔 코인의 발행량이 기존 3억 5천만개에서 65조개까지 무려 19000% 가량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쏟아진 물량은 거래소의 불특정 다수에게 유통됐고, 이는 시장 불균형을 야기하며 2차 거래 시장에서의 투자자 피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금도 그 규모와 위험도는 다르지만, 새롭지만 위험을 동반한 시도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무신뢰성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금융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실험은 계속 되어야 하지만, 불완전한 블록체인 자산으로 인한 금융거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 또한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유통량: 프로젝트와 투자자 모두를 위한 ‘탄광안의 카나리아새’

본질적인 해결 방안은 정부 차원의 제대로된 규제일 것이다. 허나 범국가적 네트워크 기반으로 작동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공통된 규제 프레임워크가 지금 당장 적용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와 정보 비대칭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공통지표가 존재한다, 바로 토큰의 유통량 지표다.

유통량 지표는 선발행 후 유통이라는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독특한 유통 구조 때문에 프로젝트와 투자자의 약속을 의미하는 주요한 지표중 하나로 언급되나 이 외에도 보안 취약점이 악용되어 발행량이 임의로 증가할 때, 혹은 탈취된 물량이 유동화 될 때, 심지어 테라와 같이 토큰 경제 시스템의 붕괴가 이르렀을 때도 유통량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도덕적 해이부터 토크노믹스의 안정성까지, 이러한 범용성은 굴곡진 가상자산 시장의 참여자 모두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는 탄광안의 카나리아*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통량은 대체 왜 발생했으며, 무엇이고 대체 어떤 중요성을 가질까? 차례대로 알아보도록 하자.

 

*카나리아는 산소포화도에 민감하여 새장 안의 카나리아가 죽으면 산소가 부족하거나 위험한 가스 누출로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 가능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위험의 전조증상, 조기 경보 역할을 비유할 때 '탄광 안의 카나리아' 라는 표현이 자리잡았다. 사진 출처: MIRRORPIX VIA GETTY IMAGES

 

 

2. 유통량과 그 중요성

 

비트코인과 함께 탄생한 토큰 유통량 개념

토큰의 유통량이란 개념은 비트코인 백서에서 처음 언급된다. 저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210,000개의 블록이 채굴될 때마다 비트코인의 블록 보상이 반으로 줄고, 최종적으로 발행될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갯수를 2,100만개로 한정지으며, 초기 토크노믹스와 유통량 개념을 안착시켰다.

이후 유통량 원칙은 후발주자들에 의해 채택되고 수정되며, 분화된 토크노믹스 하에서도 유통량은 투자자와 프로젝트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이 암호화폐간의 비교 및 평가를 위해 사용하는 표준 지표가 됐다.

 

가상자산 시장의 공급 데이터로 자리잡은 유통량

특히 프로젝트가 백서를 발간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권리와 유틸리티가 토큰 형태로 기록되는 토큰 발행 이벤트(TGE, Token Generation Event)를 통한 자금조달이 대중화 되면서, 유동성 공급의 목적과 토큰 유통의 의무에 따라 그 기한별 유통량에 대한 미래 계획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혔다. 현재는 프로젝트의 상장이나 투자가 진행될 경우 프로젝트가 유통량 계획을 공유하고,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코인게코(CoinGecko), 디파이라마(DefiLlama), 토큰언락스(TokenUnlocks)와 같은 데이터 어그리게이터가 이를 수집하여 대중에게 공개한다. 토큰의 공급량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 또한 꽤나 개선된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유통량은 어떤 중요성을 가지길래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요 지표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광의적으로는 투자자나 프로젝트, 그리고 생태계 참여자 모두에게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토큰의 물량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본 섹션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중요성을 가지는지 (1)투자자 보호, (2) 프로젝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 점검, 그리고 (3) 시장 분석 관점에서의 가치산정의 기준지표, 총 세가지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2-1. 투자자 보호의 핵심 역할

먼저 유통량은 투자자 보호의 핵심 역할을 맡는다. 가치평가가 어려운 프로젝트의 토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토큰의 공급을 담당하는 유통 계획과 계획의 이행 여부는 투자자 보호에 있어 검증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더군나나 가상자산은 전통 금융 대비 발행량과 유통량의 차이가 크고, 상장 심사 또한 DAXA와 같은 연합체를 통해 진행하긴 하나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규제 기관의 감독 및 강력한 처벌 방침 또한 아직 존재하지 않아, 실수가 됐건 의도적이었건 유통량에 간혹 오차가 발견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재단의 토큰 관리 계획 등을 쟁글이나 미디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Image from: (구) 쟁글 공시

또 일부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경우 토큰을 발행한 프로젝트가 자체적으로 유통량 계획을 공시하기도 한다. 일종의 자율 규제인 셈이다. 하지만 내부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거나, 심지어 허위 공시를 내고 공지되었던 유통량보다 더 많은 양의 코인을 거래소에서 유통하는 사건들 또한 종종 발생한다. 현재로선 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모니터링 및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신뢰도 높은 유통량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2-2.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의 중간지표로 작용

이어서 유통량은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의 중간 지표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초기에 과다하게 토큰을 유통한 경우 다양한 문제를 직면할 수 있다: (1)런웨이를 영위할 자금이 빠르게 고갈되거나 (2)가치 하락에서 기인한 커뮤니티 리텐션 부족, (3)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의 과도한 분배로 인한 관리 미흡 등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 도입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토크노믹스 설계 및 관련 시스템 설계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진 않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한 대규모 생태계를 꿈꾸고 있다면 초기 분배계획이나 인플레이션률을 설정하는데 보다 섬세한 설계가 요구되며, 유통량을 중간지표로 설정하고 이에 맞게 토크노믹스의 각 구성요소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여러 다양한 방법론이 올림푸스다오(OlympusDAO)의 (3,3), 커브(Curve, $CRV)의 ve토크노믹스, 솔리들리(Solidly, $SOLID)와 이들의 다양한 포크들을 지나오며 제안됐으나, 현재까지도 ‘충분히 안정적인’ 토크노믹스 혹은 방법론은 없다. 명확한 답이 정해지 있지 않고 지속적인 탐험과 실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프로젝트와 투자자 모두가 공급 관점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토큰의 유통량 지표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3. 가치산정의 기준지표 구성에 필수

마지막으로 유통량은 가치산정의 기준지표인 시가총액의 구성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유통량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경우, 유통량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시가총액* (Market Capitalization)이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가치평가 지표 (PER, PSR)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 = 토큰 유통량(Circulating Supply) X 토큰 가격(Token Price), 실적과 미래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모두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실제로 유통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간 데이터가 상이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투자자가 대상 프로젝트를 정하는 과정에 있어 노출 순위와 같은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통량 산정이 정확하지 않고 다양한 기준이 존재할 경우 시장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는 이유다.

2022년 12월 23일 기준, 코인마켓캡의 유통량(99.7M)과 코인게코의 유통량(113.9M)이 서로 달라,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프로젝트의 시가총액이 다르게 계산된 바 있다

특히 3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토큰 프로젝트들에 대한 ETF 등이 규제권 내에서 온보딩 됐을 때, 정확한 유통량 수치를 기반으로 시가총액이 산정 되어야만 ETF 운용시 형평성있는 종목 편입 및 리밸런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유통량 산정하기

그렇다면 유통량은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단순히 해당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물량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이를 산정하는 방법론은 없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유통량을 구성하는 개념과 용어에 대한 정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3-1. 유통량 구성요소와 산정방법

 

유통량 구성요소 살피기

유통량의 실제 그 의미와 수치를 산정하는데 있어선 유통량을 구성하는 각 요소(총발행량, 소각량,미유통량)와 일종의 계획 개념으로 통용되는 최대공급량 개념이 사용된다. 이때 최대공급량이나 유통계획과 같은 개념의 경우 실제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는 계획된 유통량 개념임을 인지해야 한다.

 

추가로 각 개념별 데이터의 변동 가능성(Dynamicity) 및 데이터 출처에 따른 무결성(Veracity)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통계획이나 최대공급량과 같은 유통계획 개념은 프로젝트측 데이터로, 제출 이후 데이터 변경의 여지가 적으나 실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아 변동 가능성과 무결성 둘다 낮다. 반면 총발행량이나 소각량과 같은 실데이터의 경우 블록체인 내 트랜잭션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합의 프로토콜을 통해 데이터의 정합성 또한 일정 수준 보장되므로 변동 가능성과 무결성은 모두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데이터의 변동 가능성과 무결성 여부: (1)데이터 지정 후 해당 값이 변화할 수 있는지 (2) 실제 온체인 데이터를 반영하는 실데이터 값인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최대공급량 (Max Supply)인 2,100만개의 경우 (1) 에서 변동 가능성이 없는 고정된 값이라는 특성을 가지면서 실데이터가 아닌 수정 불가능한 코드로 기록된 계획값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결성 또한 높다.

본 글에선 독자가 유통량 구성요소에 대한 세부개념을 설명하진 않는다. 다만 앞서 설명한 유통량 구성요소를 기반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임의의 토큰 $XNG을 예시로 들어 유통량과 그 산정방식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 한다. 더 많은 설명을 원한다면 22년 9월, 쟁글에서 관련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한 <[쟁글 아카데미] 코인 발행량 그리고 코인 유통량>을 참조하길 바란다.

 

유통량(Circulating Supply) 산정 방법론

유통량의 일반적인 산정 방법은 앞서 살펴본 구성요소별 데이터를 (1) 온체인 잔고 혹은 이동된 토큰에 대한 트랜잭션에 기반하여 추산*하고, (2)수집된 항목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각량과 미유통량을 발행량에서 빼는 방식으로 산정하는 방식이 통용된다.

*특정 주체에 의해 유통되는 토큰의 경우 (1)유통된 모든 토큰들이 존재하는 지갑들의 물량을 합산하거나, (2)트랜잭션 혹은 잔고 기반으로 재단의 미유통 지갑 리스트와 각각에 해당하는 토큰 밸런스(Balance)를 합산하여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도 가능하다.

물론 프로젝트가 구동되는 블록체인의 설계* 방식,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프로젝트별 토크노믹스, 혹은 멀티체인 환경에서의 발행 및 유통 여부** 등 세부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의 흐름을 통해 산정 가능하다. 이어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임의의 토큰 $XNG, 그리고 제로 리저브 정책을 도입한 프로젝트 각각을 대상으로 위의 산식을 기반하여 유통량을 산정해보도록 하겠다.

*분산 장부인 블록체인에서 각 Account 별 잔고를 업데이트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나오는 Aptos나 Sui의 경우 블록체인의 raw data에서 balance데이터를 제공하는 아키텍쳐가 많아 이러한 방식은 추후 더 확장성이 있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멀티체인 유통량 산정 사례가 위믹스로, 22년 10월 클레이튼 체인에서의 위믹스 토큰 (현 $WEMIXC)의 동일한 스냅샷을 기반으로 위믹스 3.0 체인에서의 토큰 분배를 진행했다. 이 경우 중복되는 유통량 및 마이그레이션을 통해 미유통량으로 산정되어야 하는 일부 유통량이 중복 카운팅 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트랜잭션과 잔고를 혼합하여 유통량 산정을 진행했다. 관련 인뎁스 레포트는 <쟁글이 바라본 유통량 기준 (WEMIX를 사례로)>를 참고하자

 

3-2. 유통량 산정사례

 

비트코인의 유통량 산정

위의 방법론을 적용해 비트코인의 유통량을 산정해보자. 비트코인의 경우 UTXO 기반의 블록 아키텍쳐를 채택하고 있어, 매 블록마다 발행된 비트코인의 총량을 확인하는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비트코인 풀노드에 bitcoin-cli gettxoutsetinfo 로 질의 후 받는 응답을 통해 채굴된 비트코인의 총량을 산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산정된 총발행량은 19,520,875 BTC가 된다. 또한 별도의 소각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소각량은 통상 0 BTC로 산정된다. 미유통량은 어떨까? 이 경우에도 프로젝트의 주권과 보유물량을 유통하는 주체가 없으니 통상 0 BTC로 산정된다. 물론 엄밀하게 정의할 경우*, 증명 가능한 로스트코인 트랜잭션에 기록된 수량과 제네시스 블록 리워드를 소각량으로, 사토시 나카모토의 지갑에 보유하고 있는 제네시스 블록 리워드를 제외한 22.6 BTC는 미유통량 산정이 가능하다. 허나 일반적인 경우에서 지칭하는 비트코인의 유통량은 총발행량 - 소각량 - 미유통량 = 19,520,875 - 0 - 0 = 19,520,875 BTC 가 된다.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지갑과 보유 물량을 미유통량으로 산정할 경우 실제로 제네시스 블록에 있는 사토시의 비트코인 72.6 BTC 중 50 BTC는 제네시스 블록 리워드(코인베이스)로 사토시의 노드 외에는 탈중앙화 노드들에 의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송이 불가능한 물량으로 소각물량과 동일하며, 사토시를 비트코인 프로젝트의 주체로 볼 경우 22.6 BTC만이 사토시가 실제로 전송 가능한 물량으로 미유통량에 산정할 수 있다.

 

이더리움의 유통량 산정

이어서 이더리움의 유통량을 산정해보자. 이더리움의 경우 초기 ICO 및 프리마인 이벤트, 상하이 업데이트 전 PoW 컨센서스에서 채굴된 이더리움의 물량, 그리고 업데이트 이후 PoS 기반의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이더의 갯수를 합한 물량인 123,912,338 ETH가 총발행량에 해당될 것이다.

소각량의 경우 EIP-1559(런던 하드포크) 로 인한 소각 메커니즘이 적용된 이후 소각된 물량에 해당하며 이는 3,646,818 ETH가 된다. 미유통량의 경우 이더리움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이더리움이 전체 발행량 대비 0.24%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별도의 유통 계획이 없고 이미 기유통됐다고 판단한다면 이더 또한 미유통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현재 시점 유통량은 120,265,519 ETH (123,912,338 - 3,646,818 - 0 = 120,265,519) 으로 산정할 수 있다.



임의의 토큰 $XNG의 유통량 산정

허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이미 상당 부분 유통 및 탈중앙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통량 산정 사례와 맥락이 다소 다르다. 위 두 프로젝트의 경우 개발과 진행 방향에 있어서 정확히 그 운영 주체를 특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단과 같은 운영 주체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통상적인 토큰 프로젝트는 어떨까? 이 경우 프로젝트가 자금 조달을 위해 정해진 물량의 토큰을 사전발행(Premint)한 후, 발행된 물량을 소각하고 운영측 보유 물량을 유통 계획에 따라 유동화한다. 이때의 유통량 산정 예시를 위해 임의의 토큰 $XNG를 가정해보도록 하자.

EVM 기반의 체인에서 ERC-20 컨트랙트 형태로 발행된 이 토큰은 컨트랙트의totalSupply()를 호출하여 총발행량을, 0x000... 로 보내진 토큰수를 합산하여 소각량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getBalance() 함수를 호출하여 특정 지갑별 잔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통해 100개를 발행하고, 10개를 소각했으며, 50개를 재단 지갑에서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 해당 시점 기준으로의 유통량은 100-10-50 = 40 $XNG가 되는 것이다.

 

제로리저브 및 인플레이션 기반의 유통량 산정 

라인링크의 핀시아($FNSA)는 22년 말 발표한 제로 리저브 정책을 통해 현재까지 유통된 LINK(약 673만개)와 블록 생성에 따른 인플레이션에만 유통량이 의존되는 토크노믹스를 도입했다.

또한 최근에는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미유통량이 존재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런웨이를 의존하는 제로 리저브(Zero-Reserve) 정책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발행된 토큰의 전부를 유통량으로 산정하게 된다. 다만, 발행 토큰중 일부가 재단 관리하에 놓인 지갑으로 이동될 경우 온체인 데이터를 통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기에 일부 물량에 대한 추적을 통한 미유통량 산정을 원할 경우, 해당 물량을 미유통량으로 산정하는 방식 또한 유효하다.

 

3-3. 유통량 산정의 한계

이렇게만 보면 데이터의 정합성은 비가역적이고 투명한 블록체인에서 보장되고, 업데이트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니 위와 같은 유통량 산정 방식과 이를 통해 산정된 유통량 지표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허나 이러한 방식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애매한 미유통량 기준과 지갑의 실소유권에 대한 모호함 때문이다.

유통량 산정의 한계 (1): 불분명한 미유통량 산정 기준

먼저 프로젝트에서 미유통량을 산정하는데 있어서 그 기준이 매우 불분명한 상황이다. 물량을 관리하는 락업 형태, 보관 형태, 및 사용 목적이 프로젝트별 정의와 토크노믹스마다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테이킹 물량의 미유통 / 유통 여부로, 일부는 스테이킹 물량을 미유통으로 산정하여 유통량을 줄이고, 일부는 실제 경제 활동에 사용되는 정황에서 기인하여 해당 물량을 유통으로 산정한다. 또한 락업 메소드를 이용하여 컨트랙트에 저장된 락업 물량, 법적 계약으로 묶인 토큰 물량, 그리고 재단에서 별도로 공시한 보유 물량 등 상황에 따라 미유통 판단에 부합하는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유통량 산정의 한계 (2): 지갑의 익명성과 실소유권의 불확실성

미유통량 산정으로 등록된 지갑에 대한 익명성 또한 보완이 필요하다. 특정 프로젝트가 악의로 유통량을 줄이기나 늘이기 위해 익명의 지갑을 본인 프로젝트가 관리하거나 하지 않는 지갑이라고 거짓 공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재단이 규제 당국의 지침에 따라 프로젝트가 토큰 물량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제 3자의 커스터디 기관을 통해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가운데, 재단의 유보 물량과 이를 담는 지갑간의 연결고리를 온체인과 오프체인 모두에서 관리할 수 있는 통일된 방법이 없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제 3자가 유통량 검증을 위한 재단 지갑에 대한 사실관계를 검토하기엔, 대상 범위나 검토 방법 또한 또한 지나치게 넓고 다양한 상황이다.

 

쟁글에선 라이브워치와 같은 유통량 프로덕트를 운영하는데에 있어서 위와 같은 약식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미유통 / 유통 판단을 진행하고, 지갑에 대한 실제 사용 현황을 통해 소유권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선 위 두가지 문제 모두에 대해 규제 레벨에서 보다 명확한 프레임워크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권위 있는 기관이 강제성 있는 시행령이나 강령을 공표하는 것과, 민간 위주의 자율규제 기관이 가지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4. 유통량 또한, 규제의 날개를 타고

 

내년 1월을 기점으로 해소될 유통량

다행스럽게도 국내 한정으로 유통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올해 7월을 기점으로 금융위에서 제공한 <가상자산회계처리 감독지침>에선* 감사시 발행량의 유보물량 부분에 대한 주석공시가 포함될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제정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조치로서 내부통제 및 발행량·유통량에 대한 기준이 마련될 예정으로, 이 또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 1월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관련된 불확실성이 내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해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프로젝트와 투자자 모두가 보다 명확해질 유통량 기준과 관련 규제의 귀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감독지침의 주석공시 의무화 조항에 “개발·발행 회사는 해당 가상자산의 수량·특성, 이를 활용한 사업모형 등 일반정보를 포함하여 가상자산의 매각대가에 대한 수익 인식 등 회계정책과 수익인식을 위한 의무이행 경과에 대한 회사의 판단까지 상세히 기재하도록 의무화한다. 특히, 가상자산 발행 이후 자체 유보(Reserve)한 가상자산에  대해 **보유정보 및 기중 사용내역(물량 포함)*까지 공시하도록 하였다.” 로 기재되었다.

그렇다면 유통량 관련 세부 기준이 마련되고,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바로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차원의 인프라 구축을 통한 가상자산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 있어 기준과 규제가 미비해 프로젝트와 투자자 모두에게 불미스러운 논란과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명확환 유통량 기준과 이를 활용한 정보 비대칭 해소는 투자자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한다. 이는 블록체인의 무신뢰성이라는 기반 기술의 본질을 마침내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 유통량 규제 이후 산업 전체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어가며: 유통량 사건사고 모아보기

지금까지 1부에선 유통량이라는 개념의 기원과 그 중요성에 대해 논하고 이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방법론과 관련 규제의 현황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어질 2부에선 그간 있었던 유통량이라는 개념이 논란이 됐던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이에 대한 사실 관계를 분석하여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분석하려 한다. 탄광안의 카나리아(canary in a coal mine)를 자처하는 유통량의 중요성이 충분히 전달됐길 바라며, 이상으로 1부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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