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총정리, 스테이블코인 종류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제 현황까지!
[Xangle Originals]
작성자: CHOBiden
목차
1. 머리말
1-1. 뜨거워지는 스테이블코인 경쟁
1-2.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
2. 스테이블코인 종류에 따른 정리
2-1.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2-2.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2-3.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2-4.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
3. 뜨거운 감자,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란
3-1.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인가
3-2.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해결하려는 문제
3-3.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4. CBDC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4-1. 각국의 정책 현황
4-2. CBDC가 스테이블코인에 미칠 영향
5. 맺음말
5-1. 새로운 시도들
5-2. 스테이블코인이 나아가야 할 길
1. 머리말
올해 1분기 크립토 씬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코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며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파밍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때 시장 약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급등했던 LUNA와 WAVES의 상승 배경에도 각각의 스테이블코인 UST와 USDN을 활용한 높은 파밍 수익률이 있었습니다. 또 4월 들어서는 니어와 트론이 각각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USN과 USDD의 출시를 발표하며 스테이블 코인 경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파밍을 레버리지 정도로 활용했던 작년 강세장과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1. 뜨거워지는 스테이블코인 경쟁
전체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2020년 1월부터 2,900% 이상 성장하여 현재 $181B 규모에 달합니다. 급격한 팽창 속에서 수많은 스테이블코인이 기회를 잡기 위해 시도했으나, 상당수의 프로젝트가 초기 단계 실패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96종이지만 이 중 $1B 이상의 발행량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스테이블 코인은 8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들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블록체인 상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들은 안정성과 사용처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USDT, USDC, UST, BUSD, DAI, FRAX, MIM, TUSD
1-2.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
그렇다면 블록체인 경제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모두들 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법정화폐 대비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수요입니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대규모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더 많은 일반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경제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존 통화정책과 금융체제를 거부했던 초창기 블록체인 사용자들과 달리, 가치의 변동이 심한 가상자산보다는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기관 유입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 거대한 자본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달러 통화정책에 대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 코인들이 각 메인넷 상에서 시가총액과 거래량 기준 최상위권에 자리 잡은 사실은 블록체인 경제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증거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달러 접근성입니다.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 방어, 국제 송금 등 여러 이유로 달러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현실 세계에서 미국 밖에서 달러를 사용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각국의 외환거래 규제 뿐만 아니라 은행을 거치는 환전과 송금 과정에서 수수료가 비싸고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보급은 전세계 누구나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저렴하고 간편한 달러 사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아직 스테이블코인 공급은 이러한 시장의 높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입니다. Reflection Digital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대비 9%로, 전통금융 시장의 달러 유동성인 12%에 비해 상대적으로 25%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가상자산 시장이 향후 10년 간 2배 이상 성장하리라 보수적으로 전망했을 때 요구되는 추가적인 스테이블코인 공급은 무려 $300B으로 현재 발행량의 160%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테이블코인 공급 부족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야기해 블록체인 경제의 자본 비효율, 그리고 이로 인한 자본 조달비용 증가를 낳습니다. 효율적인 블록체인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2. 스테이블코인 종류에 따른 정리
앞서 살펴봤듯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섹터입니다. 그러나 모든 스테이블코인 원리가 같은 메커니즘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의 트릴레마 안에서 효율성을 달성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트릴레마는 경제학의 불가능의 삼각정리에서 영감을 얻어 Multicoin Capital에서 주창한 가설로, 어떠한 스테이블코인도 다음의 3가지를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 가격 안정성 (Price Stable)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 - 탈중앙화 (Decentralized)
중앙화된 주체에 의해 통제받지 않음 - 자본 효율성 (Capital efficient)
자본의 효율적 사용
예를 들어, USDT, USDC와 같은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원리를 보면 안정성과 자본 효율성을 만족하나, 발행 기관의 통제 하에 있기에 중앙화 위험이 존재합니다. 한편, DAI와 MIM을 비롯한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원리를 보면 탈중앙화와 안정성을 만족하지만 높은 담보비율로 인해 자본 효율성을 희생합니다. UST, USDN과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와 자본 효율성을 만족하지만 담보가 존재하지 않아 안정성 위험이 상존합니다. 아래에서 대표적인 사례들을 통해 각 분류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Fiat Stablecoin)은 전통 은행 시스템 하에서 보관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가치를 담보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USDT, USDC, BUSD가 있는데, 이 중 역외에서 발행되고 있는 USDT를 제외한 USDC와 BUSD는 미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 하에 현금과 미국채만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 중입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중앙화된 주체에 의한 검열 및 단일 취약지점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으나, 향후 국가에서 공인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전체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실물 달러와 직접적인 교환이 가능한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이기에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의 유입 및 유출을 확인하기 위한 지표로 발행량의 증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2-2.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Crypto-Collateralized Stablecoin)이란 단일 또는 다중 가상자산으로 가치를 담보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담보대출 스테이블코인인 DAI, MIM, LUSD와 합성자산* 스테이블코인인 sUSD, ibEUR, agEUR입니다. 이들은 대출 형식을 띄고 있는지 여부만 다를 뿐, 가상자산의 변동성으로 인해 100%를 초과하는 높은 담보비율을 요구하며 담보비율 미달 시 청산이 진행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실물달러와 직접적인 교환은 불가능하나, 높은 담보비율로 안정성이 담보되고 탈중앙화되어 검열이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얼핏,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보다 효율적이고 탈중앙화 이념에 부합한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이들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 형식으로 발행되는 발행 방식의 한계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대담보로 인한 낮은 자본 효율성입니다. 예를 들어, $100 어치의 DAI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170 이상의 ETH가 요구되는데 이는 $100가 유통되기 위해 $170 이상의 담보가 묶이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탈중앙화 금융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중개인의 부재로 인한 자본비용의 감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이들의 발행은 언제나 청산의 위험을 수반하기에 확장이 어렵다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 합성자산은 특정 자산의 가치를 추종하는 자산을 뜻합니다. 합성자산은 가격만을 추종하며 기초자산에 내재된 권리는 취득할 수 없습니다.
2-3.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Algorithmic Stablecoin)이란 담보 없이 유통량 조절과 차익거래 알고리즘만으로 1달러 페깅을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지칭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기에 별도로 하단에서 자세히 다루는 것으로 하고, 대표적인 사례인 UST를 통해 어떻게 담보 없이 가치를 유지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UST
UST는 테라 메인넷에서 발행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담보 없이 오로지 $1만큼의 테라 메인넷의 기축 통화인 LUNA와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즉, UST의 가격이 $1를 기준으로 변동할 때 LUNA와의 차익거래를 통해 $1 페깅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UST가 $1.01의 가치를 지닐 때 LUNA 보유자는 $1 어치의 LUNA를 소각하고 1 UST를 발행하여 $0.01만큼의 차익을 거둘 수 있고 이러한 매도압력으로 인해 1 UST는 다시 $1의 가치로 회귀합니다. 반대로, UST의 가격이 $0.99가 될 경우 UST 보유자는 1 UST를 소각하고 $1 어치의 LUNA를 발행하여 $0.01만큼의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익거래는 UST가 다시 $1 페깅을 되찾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정리하자면, 가치가 고정된 UST와 가치가 변동하는 LUNA의 차익거래 과정을 통해 양쪽의 발행량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조절되어 UST가 $1 페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담보 없이 발행이 이루어지므로 시장의 수요에 맞춰 공급될 수 있기에 자본효율성과 확장성(adoption) 측면에서 강점을 지닙니다. 그러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이 모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유는 초기 유동성과 사용처 확보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베인 캐피털, 구글, a16z로부터 $133M 규모의 거대한 투자를 받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Basis Cash(BAC)는 Basis Bonds라고 불리는 채권과의 차익거래로 $1 페깅을 유지하고자 했으나, 런칭 직후 4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완전히 페깅을 잃어버리며 실패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흡수할만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BAC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처가 트레이딩에만 국한된 것이 설계 자체의 실패만큼이나 치명적인 문제였습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인 안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하단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4.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 또는 부분적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과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혼합된 형태로, 100% 이하의 담보비율로 가치를 담보하고 담보 이외의 가치는 알고리즘으로 페깅을 유지합니다. 일반적으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되지만 반드시 특정 담보비율을 충족해야만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과 다릅니다. 가령, 최근 LFG(Luna Foundation Guard)가 비트코인 준비금을 축적하고 있어 얼핏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UST는 LUNA를 소각하여 발행될 뿐, 어떠한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지 않기에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이 아닙니다. 비트코인 준비금은 UST 발행의 담보가 아닌, LUNA 이외의 차익거래 옵션으로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은 그 구조가 각 프로젝트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예시로 FRAX와 FEI, 그리고 최근에 런칭한 USN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FRAX
FRAX는 USDC와 자체 거버넌스 토큰 FXS를 기반으로 한 부분적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최초에 USDC를 100% 담보로 FRAX를 발행한 후 매 시간마다 담보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FRAX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아 가격이 $1 위로 상승하면 담보비율을 낮추고, 반대로 시장의 수요가 낮아 가격이 $1 아래로 하락하면 담보비율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담보비율이 85%라면 0.85 USDC와 $0.15 어치의 FXS를 담보로 FRAX를 발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담보비율 조정 간의 괴리를 방지하기 위해 바이백(buyback)과 재담보(recollateralization), 알고리즘 시장 운영(AMO)을 활용하여 자본효율성과 가격 안정성을 극대화했습니다.* FRAX는 런칭 이후 약 1년 반 동안 $1 페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안정성과 자본효율성을 모두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FRAX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Xangle의 이전 관련 글을 참고해주세요.
FEI
FEI는 프로토콜 소유 자산(PCV, Protocol Controlled Value) 개념의 창시자인 Fei Protocol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FRAX와 같은 부분적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지만 100% 미만의 담보비율이 아닌 100% 이상의 담보비율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 코인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효율성을 달성하되 담보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여 안정성을 더욱 부여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FEI의 트레저리 자산은 프로토콜이 완전히 구매하여 다음과 같은 용도로만 사용됩니다.
- 탈중앙화 거래소에 유동성으로 제공되어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담보
- 페깅을 지키기 위해 트레저리 자산으로 FEI 바이백 후 소각
- 트레저리 자산으로 이자 수익을 창출해 초과이익 달성
그러나 초기 트레저리 자산을 부트스트래핑하기 위해 본딩 커브* 메커니즘을 도입한 결과, 런칭 직후 심각한 페깅 실패를 겪었습니다. 당시 Fei Protocol은 FEI를 $1보다 할인된 가격에 팔기로 했으나 참여자들의 수요가 예상을 초과하자 오히려 FEI의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어버렸습니다. 이에 프로토콜은 당초 계획보다 많은 FEI를 발행했고 손해를 입은 참여자들이 대량으로 매도를 단행하면서 페깅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 본딩 커브(Bonding Curve) 방식은 초기 유동성 부트스트래핑 방식 중 하나로, 미리 설정해둔 함수의 곡선에 따라 토큰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수요가 낮을 때는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가 높을 때는 가격이 상승하며, 가격은 함수의 곡선을 따라서만 움직입니다.
다행히 FEI는 초창기의 변동성을 극복하여 2021년 6월 이후로는 $1 페깅을 유지하고 있으며, 12월 v2 런칭 이후에는 사용자들이 FEI를 트레저리 자산과 교환(redeem)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FEI의 험난한 런칭은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유동성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동시에, 실패로 끝난 런칭에도 불구하고 페깅을 되찾아 담보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문제를 겪지 않고 담보비율을 안정적으로 85% 수준까지 낮춘 FRAX와는 비교했을 때는 다소 아쉽지만, 담보의 75%가 ETH라는 점은 기존의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 대비 자본효율성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USN
최근 니어 프로토콜이 런칭한 자체 스테이블코인 USN 역시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USN은 UST와 동일하게 $1 상당의 NEAR와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하지만 NEAR와 USDT 준비금을 100% 담보로 해서만 발행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USN을 발행하는 주체인 Decentral Bank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중에 유통되는 USN을 모두 바이백할 수 있게끔 담보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준비금 내의 NEAR와 USDT 비율을 계속해서 조정합니다. 담보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FRAX보다는 FEI에 가까운 모습을 띄고 있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현재 스테이블 코인 수혈을 이더리움 브릿지에 의존하고 있는 니어 프로토콜 생태계에 자체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긴 것은 긍정적입니다.
3. 뜨거운 감자,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란
3-1.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인가
내재가치가 없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사기라는 비판과 혁신이라는 옹호가 공존하면서 논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습니다. 옹호 진영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법정화폐(fiat) 자체가 알고리즘 스테이블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시장 원리에 의해 $1만큼의 가치가 유지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법정화폐는 정부가 가치를 보증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통용됩니다.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50년이 흐르며 사람들은 화폐가 액면가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의심 없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점심을 먹고 식당에 10,000원을 지불하는 이유는 식당 주인이 만원짜리 지폐에 10,000원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말 정부의 보증은 절대적인 것일까요? 로마 제국의 데나리우스, 바이마르 공화국의 파피어마르크와 같은 역사적 사례들은 정부 발행 화폐가 영원하지 않으며 결국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예시를 들지 않고 원화를 보더라도 물가 상승에 의해 2000년의 1,000원은 현재 588원의 가치만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법 제48조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되는 원화는 지속적으로 그 실질가치를 잃어왔습니다. 이는 비단 원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달러 역시 통화량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해 100년 동안 구매력이 97% 이상 하락했습니다. 법정화폐의 실질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양적완화의 시대에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내재가치를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
한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법정화폐의 실질가치와 상관없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본질적으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1 페깅이 허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화폐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화폐의 3대 기능(Functions of Money)을 짚어 보겠습니다.
- 가치 척도의 수단 (Unit of Account)
재화나 용역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단 - 교환 매개 수단 (Medium of Exchange)
재화나 용역을 교환하는 매개체 - 가치 저장의 수단 (Store of Value)
경제적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
법정화폐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모두 가치 척도와 교환 매개의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충족합니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되는 것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저장의 수단이 될 수 있느냐입니다. 옹호 진영에서는 법정화폐 역시 구매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가치 저장의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내재 가치를 담보하는 담보 자산이 없기 때문에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자체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내포하는 화폐라기보다는 미국 정부에서 부여한 1달러라는 가치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즉,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사기냐 아니냐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합성자산에서 벗어나 진정한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3-2.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해결하려는 문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 수요에 맞는 달러 유동성 공급
앞서 [1-2.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에서 다뤘듯, 전체 가상자산 시장 크기 대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입니다. 하락장이 지속되고 블록체인 경제의 참여자가 증가하면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나, 담보가 필요한 스테이블코인 원리 상 실제 시장 수요에 상응하는 발행량을 공급하기 어렵습니다. 낮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공급 대비 높은 수요를 야기해 블록체인 경제에서의 자본 비효율, 그리고 이로 인한 자본비용 증가를 낳습니다. 효율적인 블록체인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발행량이 유연하고 자본효율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탈중앙화
중앙화된 주체가 통제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든지 검열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USDT와 USDC의 발행 기관은 언제든 특정 지갑의 거래를 중지하거나 토큰을 압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해킹을 당할 경우 이들이 발행하는 모든 토큰이 위험에 노출되는 단일 취약점 위험 역시 상존합니다. DAI, MIM 등 가상자산으로 가치를 담보하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지만 이들 역시 담보의 상당 부분이 USDC로 구성되어 있어 중앙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경제에서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쓰이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테라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경제에는 탈중앙화된 통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죠.
3-3.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화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처의 부재
현 시점에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실물 화폐와 교환하기 위해서는 USDT나 USDC와 같은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과의 거래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실물 경제의 용역이나 재화와 교환에 사용될 수 있는 범위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현실 세계에서 화폐처럼 사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점으로 인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현 시점에서 화폐가 아닌 1달러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주 사용처가 차익거래와 이자 농사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UST-FRAX-USDT-USDC 커브 4pool 런칭은 사용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과의 교환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각 프로토콜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어, Frax Finance는 FRAX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탈중앙화 거래소 FraxSwap과 렌딩 프로토콜 FraxLend를 출시할 예정이며, Fei Protocol은 렌딩 프로토콜 Rari Capital과의 합병을 바탕으로 FEI 대출 규모를 상승시키고자 합니다. UST는 코스모스 생태계의 지배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았고 바이낸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에서 UST 거래를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형편이 낫지만, 여전히 60% 이상의 발행량이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되어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위험입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불확실성
앞서 스테이블코인의 탈중앙화를 위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되어야 한다고 짚었으나, 강력한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만일 미국 정부가 USDC를 정부 공인 스테이블 코인 발행기관으로 지정하면서 USDC와 타 스테이블코인의 교환을 전면 금지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탈중앙화된 디파이 프로토콜을 정부에서 규제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작년 6월 SEC 의장의 합성자산이 증권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발언 이후 유니스왑에서 100종이 넘는 합성자산이 상장폐지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떠올리면 실제 규제 시행 이후에는 이러한 검열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USDC 발행기관인 Circle에서 USDC와 페어로 유동성을 제공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나 지갑을 블랙리스트할 가능성 역시 미약하게나마 존재합니다. 현재 대다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들이 Curve Finance와 Uniswap V3 Stableswap를 통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과의 교환 의존도가 높기에 만일 이러한 규제가 시행된다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들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CBDC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4-1. 각국의 정책 현황
디지털 통화의 패권을 두고 국가 주도의 CBDC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이에 앞서 주요국들의 CBDC 도입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현황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가장 널리 쓰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미국은 아직 초당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적은 없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규제 하의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분명히 하는 중입니다.
-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할 계획은 없으나,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은 강조
- 법률 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이 반드시 실물 달러의 수탁 기관이 되기를 원함
- 상업적인 제휴에 대한 제한과 상호운용성 촉진을 위한 개방 기준을 입법화할 것을 촉구, 즉 스테이블코인들이 유통될 수 있는 획일화된 규제 하의 기준을 원함
- 구체적인 법률 제정 전까지는 SEC와 같은 기존 규제 기관들의 감독 하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인들이 법률을 준수해야 함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직접 CBDC를 발행하는 것보다 기존 금융 체계에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편입시키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CBDC를 발행하더라도 정부→개인보다는 정부→기관→개인의 도매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반면, 작년 가상자산을 전면 금지하며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던 중국은 폐쇄적인 CBDC 발행과 그에 기반한 개개인에 대한 통제 의지를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CBDC 지갑 보유자는 벌써 1억 3천만명이 넘으며, 정부의 능력과 의지, 내수 시장의 크기로 폐쇄적인 CBDC 발행을 성공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90년대부터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도 중국은 미국의 인터넷 대기업들이 진입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 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 또는 소위 ‘인터넷 주권 행위’의 방향은 명백합니다.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의 안정과 단결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중국 정부는 CBDC 발행을 통해 다음의 목표들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 글로벌 경쟁자인 주요 가상자산을 제거하여 정부의 통제력 강화
-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자본 흐름의 통제력 회수
-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시스템으로 탈피
인도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인도는 국내 인식과 달리, 지난 10년 간 정부 주도 디지털 결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UPI(Universal Payment Interface)라는 개방형 기준을 통해 실시간 모바일 뱅킹 전송이 가능해졌고 각 대형 기관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면서 신흥국 디지털 결제 부문 규제의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도 정부의 성과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 코인의 급부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개인 통제 약화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달리, 인도 정부의 가장 큰 걱정은 스테이블코인 사용으로 인한 인도 경제의 달러화와 루피화 약세입니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 코인 보급이 확대된다면 정부 주도 통화 정책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 자명하지만 CBDC 발행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으로 인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도 정부의 태도가 계속해서 급변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유럽에서의 가상자산 규제는 2024년 유럽연합 차원의 가상자산 규제안인 MiCA(Markets in Crypto Regulation)가 시행되기 전까지 개별 국가 단위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2~3%의 선행자본 보유 의무화,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액을 초과하는 가상자산의 규제 준수 의무화 등 유럽연합이 도입하고자 하는 규제안은 강경한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은 아닙니다. CBDC에 대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언급을 지속하고 있으나, 그 잠재력과 위험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미 재정 통합 없이 통합된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EU 입장에서는 CBDC 발행에 대해 더욱 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4-2. CBDC가 스테이블코인에 미칠 영향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추종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규제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정부 규제 하의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USDC와 BUSD를 비롯해 현행 규제를 적극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최근 블랙록, 피델리티를 비롯한 대형 기관들이 USDC의 발행기관 Circle에게 $400M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는 소식은 민간 기관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가능성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공인된 스테이블코인 발행만을 허가한다고 하더라도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까지 규제의 영향이 없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화폐 주권의 문제가 걸려 있기에 머지 않아 모든 신흥국이 CBDC 발행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사이의 딜레마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주요 국가들이 중국처럼 가상자산을 전면 금지할 가능성이 낮고, CBDC는 높은 확률로 소수의 노드들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신흥국의 CBDC 발행이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5. 맺음말
5-1. 새로운 시도들
글을 마치기 전에 [2. 스테이블코인 분류에 따른 정리]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눈여겨볼만한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들을 추려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외환 스테이블코인: Synthetix, FixedForex, Angle, Terra
외환(Forex)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이외 각국 화폐 스테이블코인을 의미합니다. 각 프로토콜에서의 발행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 Synthetix (e.g. sAUD, sGBP, sCHF) - 링크
자체 토큰인 SNX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합성자산을 발행할 수 있으며, 400% 이상의 높은 담보비율을 요구합니다. - FixedForex (e.g. ibEUR, ibJPY, ibKRW) - 링크
Synthetix와 마찬가지로 담보로 발행되는 합성자산이지만, 렌딩 프로토콜 IronBank를 활용해 다양한 담보자산을 사용할 수 있고 담보자산에 따라 담보비율이 상이합니다. 각 담보자산의 담보비율은 그 자산의 역사적 변동성에 따라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집니다. - Angle (agEUR) - 링크
ETH와 USD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현재 agEUR만 발행이 가능합니다. 앞선 두 프로토콜과의 가장 큰 차이는 Hedging Agents와 SLP(Standard Liquidity Providers)라는 주체를 통해 변동성을 완화하여 담보비율이 100%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Terra (e.g. KRT, SDT, THT) - 링크
UST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원,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 등의 다양한 각국 통화를 LUNA를 소각하여 발행하고 차익거래할 수 있으며, 이 스테이블코인들은 테라 블록체인의 수수료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델타 중립 포지션 담보 스테이블코인: UXD - 링크
솔라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UXD는 탈중앙화 선물(futures) 거래소의 델타 중립 포지션을 담보로 발행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1 어치의 SOL을 UXD 프로토콜에 예치하고 1 UXD를 수령합니다. 이후 프로토콜은 Mango Markets과 같은 탈중앙화 선물 거래소에 $1 어치의 SOL을 담보로 숏 포지션을 취합니다. 현물 롱, 선물 숏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프로토콜은 SOL의 가격 변동과 상관 없이 1 UXD를 $1 어치의 SOL만큼 가치를 담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스테이블 코인의 트릴레마인 탈중앙화, 자본효율성, 안정성을 모두 만족할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 탈중앙화 선물 시장의 크기
2022년 3월 기준 솔라나 기반 선물 DEX의 전체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약 $30M으로, 충분한 가치를 담보할만한 유동성이 부족합니다. - 펀딩비 위험
펀딩비란,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 간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포지션에 부과되는 일종의 수수료를 의미합니다. 대체적으로 펀딩비는 양수(롱 포지션에게 부과)지만 펀딩비가 음수가 될 경우, 숏 포지션을 취한 UXD 프로토콜이 펀딩비를 지출해야 하므로 담보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용 기반 스테이블코인: BEAN - 링크
신용 기반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하는 BEAN은 일체의 담보 없이 유동성 제공자인 Silo와 채권의 성격을 띄는 Pod을 통해 $1 페깅을 유지합니다. BEAN의 가격이 $1 미만일 때 프로토콜은 할인된 가격에 BEAN을 살 수 있는 Pod을 팔고, 수령한 자산으로 BEAN을 바이백한 후 소각하여 페깅을 되찾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1 이상일 때는 새로운 BEAN을 발행하고 Silo와 Pod 소유자들에게 1:1로 새로 발행되는 BEAN을 지급합니다. 이 메커니즘의 독특한 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타 프로토콜과 달리, 오로지 발행량의 증가에 따라서만 유동성 제공 보상을 지급하고 부채를 상환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거버넌스 플래시론 공격으로 (관련 글) 프로토콜에 예치된 모든 자산을 탈취당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BEAN의 페깅 메커니즘 자체가 실패를 겪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DAO 내부에서의 오랜 논의 끝에 5월 초 리부트가 실시될 예정인데,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물가 연동 스테이블코인: FPI, VOLT
물가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이후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개념으로, $1가 아니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뜻합니다. 각 프로토콜에서의 발행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 FPI - 링크
FPI*는 FRAX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Frax Finance의 물가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Chainlink의 CPI 지수 오라클을 사용하여 매월 페깅 목표를 재설정합니다. FRAX와 마찬가지로 부분적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페깅을 유지하며 물가 상승만큼의 가격 인상분은 프로토콜 수익을 통해 담보합니다. 만약 프로토콜 수익이 인플레이션을 하회하는 경우, 거버넌스 토큰인 FPIS를 추가 발행하고 시장에 판매하여 담보비율을 충족합니다. - VOLT - 링크
VOLT는 Fei Protocol에서 발행하는 물가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마찬가지로 Chainlink의 CPI 지수 오라클을 사용하여 매월 페깅 목표를 재설정하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를 지닙니다. 첫째, FRAX를 주된 담보로 발행되는 FPI와 달리, VOLT는 FEI를 주된 담보로 발행되지 않습니다. 둘째, FPI는 부분적 담보로 담보비율을 10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로 하는 반면, VOLT는 초과담보로 담보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FPI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Xangle의 이전 관련 글을 참고해주세요.
5-2. 스테이블코인이 나아가야 할 길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부터 물가 연동 스테이블코인까지 다양한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을 짚어 보았습니다. 이들 중 누가 스테이블 코인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탈중앙화된 경제에는 탈중앙화된 통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 해답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일지, 혼합 모형 스테이블코인일지, 또는 새로운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일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가치 변동이 적으면서 탈중앙화된 가상세계 내의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에 영국 일간지 The Times의 헤드라인을 삽입했습니다. “은행들의 두번째 구제 금융을 앞두고 있는 재무장관”. 역사적인 최초의 비트코인 블록에는 기존 금융권에 대한 사토시의 반감과 조소가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경제의 모태가 된 비트코인, 더 나아가 탈중앙화 금융(DeFi)은 기존 금융권과 통화 정책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점유율의 8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정부 규제 하의 중앙화된 기관에서 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달러 가치를 그대로 추종하여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온전히 받고 있습니다. 전폭적인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USDC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왕좌에서 내려오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달러 스테이블 코인만이 해답은 아닐 것입니다. 물가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사례처럼 혁신적인 시도들이 계속되는만큼 블록체인에서만 가능한 독립적인 기축통화가 자리잡을 날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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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Stablecoins in Unstable Times, Reflection Digital
Algorithm Stablecoin – The Holy Grail of next generation DeFi, HashKey Capital
What Keeps Stablecoins Stable, Richard K. Lyons & Ganesh Viswanath-Natraj
An Overview of Stablecoins, Multicoin Capital
Solving the Stablecoin Trilemma, Multicoin Capital
Stablecoins Are in a War for Dominance and It’s Getting Ugly, Vice
Beanstalk vs. Every Other Stablecoin
How Stablecoins Can Help Crypto Investors, and Why the U.S. Government Has Taken Notice, NextAdvisor
Inflation-Resistant Stablecoins: CPI coins, FPI & Volt, The Mother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