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제로(LayerZero), 세상의 모든 블록체인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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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포뇨)
Research Team Lead/
Xangle
2023.05.16

목차

들어가며

1. 레이어제로(LayerZero)의 등장 배경과 작동 방식

1-1. 문제 정의: 블록체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크로스체인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

1-2. 해결책: 온체인 엔드포인트(Endpoint)로 쉽고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L0의 등장

1-3. L0는 크로스체인 생태계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을 것

2. 크로스체인 메시징 프로토콜간 경쟁 우위 비교

2-1. 보안: 모듈러 구조 vs 로컬 컨센서스

2-2. 비용: 낮은 고정비, 높은 변동비

2-3. 생태계 활성도: $ZRO 출시 기대감과 L2시장 장악력으로 1Q23부터 폭발적인 성장세 돌입

3. 출시 임박한 $ZRO, 예상되는 토크노믹스 구조는?

맺으며

 

 

 

 

들어가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세웠던 로마. 수많은 역사학자들은 로마가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로 피정복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개방 정책, 국가의 영광과 공동선을 우선시하는 시민 정신, 그리고 강력한 군대를 가장 먼저 꼽는다. 그러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담이 있듯 잘 정비된 로마의 가도, 즉 교통 인프라도 못지 않게 큰 역할을 했다. 마름돌로 촘촘히 구축된 로마의 도로는 로마 건축 문화의 정수로 평가 받는다. 로마 가도의 길이는 400,000km를 이룰 정도로 광활했는데, 이는 드넓은 영토내 분포되어 있는 도시들을 연결하고 전쟁 중 병사들의 신속한 파견, 물자 및 식량 배급을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였다. 2세기 이레나이우스는 "로마인들은 세계평화를 이룩했고, 우리는 도로를 따라 바다를 건너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나 두려움 없이 갈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가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본 글에서 로마의 가도를 언급한 이유는 단순하다. 레이어제로(LayerZero, L0)가 크립토 제국내 단절되어 있는 블록체인 도시들을 연결해주는 가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L0는 블록체인간 메시지 전송을 위한 옵니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Omnichain Interoperability Protocol)이다. L0는 시리즈B 라운드에서 Sequoia, a16z, Lightspeed Ventures 등 27개 VC투자사로부터 기업가치 $3B을 인정 받아 총 $120M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당시 나스닥 트레이딩 플로어에 등장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SOLUNAVAX가 흥행했던 Alt-L1 시즌부터 수없이 많이 등장했지만(+50개로 추정), 이들 중 $1B+ 밸류에이션을 인정 받은 프로젝트는 Axelar($1B)와 L0($3B)가 유일하다. L0가 이토록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의 상호운용성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것일까.

출처: Layerzero (좌측), Layerzero Labs 트위터 (우측)

1. 1. 레이어제로(LayerZero)의 등장 배경과 작동 방식

1-1. 문제 정의: 블록체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크로스체인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

만약 모든 블록체인 사용자들과 디앱들이 하나의 통합된 블록체인에서 공존할 수 있다면 L0와 같은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필요없다. 그러나 1) 그 많은 수요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2) 스마트 컨트랙트의 탄생으로 블록체인의 활용성이 무궁무진해지면서 alt L1, L2, 앱체인, 서브넷, 파라체인 등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앱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체인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되었다.

오늘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블록체인 수는 Defillama 기준 180개가 넘으며 프라이빗 체인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크립토 제국은 점점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데 반해 교통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수년 전부터 체인간 자금 이동을 지원하는 브릿지 서비스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Polygon, Anyswap, XDAI, Ronin 등 이더리움 L2 브릿지들은 2021년 초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2021년 말 알트L1 상승장과 함께 Wormhole, Synapse Near, Avalanche 등 L1브릿지들도 호황기를 누려 한 때 누적 브릿지 TVL 규모가 $25B을 초과한 적도 있었다 (2023년 5월 7일 기준 TVL과 일일 거래대금은 각각 $7.8B, $160M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시장 침체와 함께 활성도는 지속 감소한 탓이다).

그러나, 브릿지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동이 불편하고, 비싸고,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2021년부터 흥행했던 락앤민트(lock-and-mint) 기반의 브릿지들은 해킹 사례가 많아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2021~2022년 약 2년간 크립토 시장 해킹 피해 규모를 집계하면 무려 $2B이 넘는데, 그 중 $1.5B 이상은 락앤민트 브릿지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 리스크를 제외해도 락앤민트 혹은 번앤리딤(burn-and-redeem) 브릿지들은 1) 네이티브 자산이 아닌 (담보된) 합성 자산을 제공하거나 2) 자산의 유동성이 여러 체인에 파편화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불완전하다. 본 글의 주제는 브릿지가 아니므로 브릿지의 문제점은 여기서 마무리할 예정이나, 해당 내용이 더 궁금한 독자들은 스타게이트의 브릿지 트릴레마(Bridging Trilemma)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출처: Stargate Official 미디움

궁극적으로 브릿지는 체인간 자금 이동 기능만 제공해주는 솔루션일뿐 복잡한 크로스체인 메시징은 지원하지 않는다. 예로, 브릿지를 통해 A체인에 있는 자산을 B체인으로 이동할 수는 있어도 A체인에 있는 NFT를 담보로 B체인에 존재하는 토큰을 대출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트랜잭션은 싱글 체인 컨셉이고(single-chain concept) 두 블록체인은 서로 state을 공유하지 않는다. 솔라나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을 이더리움에 제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체인간 네이티브 크로스체인 트랜잭션을 실행하려면 범용 크로스체인 솔루션이 필요하다.

1-2. 해결책: 온체인 엔드포인트(Endpoint)로 쉽고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L0의 등장

L0의 구조를 살펴보기에 앞서 크로스체인 솔루션의 종류부터 살펴보자. 모든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크게 세 범주 안에 포함된다: 미들체인(Middle Chain), 온체인 라이트 노드(On-chain Light Node), 그리고 L0의 ULN(Ultra Light Node).

미들체인은 크로스체인 메시지의 수신, 검증, 그리고 전송을 담당하는 중개자 체인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미들체인은 구축 시 변동비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메시지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SPOF(Single Point of Failure) 보안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다른 말로, 공격자가 미들체인의 컨센서스를 장악한다면 그 위에 있는 자산을 모두 빼앗아갈 수 있다.

온체인 라이트 노드는 지원하는 모든 체인들의 블록 헤더를 실시간으로 수신하고 검증하여 체인간 state을 동기화한 뒤 체인간 블록 헤더를 비교해보면서 온체인으로 트랜잭션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보안이 뛰어나지만 지원하는 모든 체인에서 라이트노드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ULN은 온체인 라이트노드와 작동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직접 라이트 노드를 돌리지 않고 체인링크와 같은 탈중앙화 오라클 서비스와 계약을 맺어 라이트 노드의 역할을 오라클에게 위임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크로스체인 트랜잭션을 요청할 경우 오라클에게 블록 헤더를 제공 받고 수요가 없을 경우 가만히 있는다. ULN의 장점은 라이트 노드를 직접 돌리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가 저렴하고 오라클이 문제 없는 한 보안도 미들체인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ULN 방식을 사용하는 레이어제로는 보안을 오라클과 릴레이어(relayer)라는 주체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은 후술할 예정이다.

출처: Ryan Zarick (Layerzero Co-founder and CTO)

L0는 옵니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 구체적으로는 ULN(Ultra Light Node)를 돌리고 있는 온체인 엔드포인트(Endpoint)다. 엔드포인트는 도메인끼리 서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집합이며 이는 1)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2) 밸리데이터(Validator), 3) 네트워크(Network), 그리고 4) 라이브러리(Library) 총 네 가지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커뮤니케이터, 밸리데이터, 그리고 네트워크 모듈은 엔드포인트를 작동하는 핵심 모듈이며 라이브러리의 경우 신규 체인을 지원할 때마다 추가된다. 따라서, L0가 지원하는 블록체인마다 각자 레이어제로 시스템내에서 네이티브 메시징 라이브러리(library)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L0의 경우 라이브러리만 추가하면 신규 체인을 배포할 수 있는 디자인 덕분에 신규 체인의 지원 속도가 매우 빠르며 L0는 2023월 5월 8일 기준 이더리움, BNB체인, 아비트럼, 아발란체, 폴리곤, 옵티미즘, 앱토스 등 24개 엔드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레이어제로 소스코드를 확인하고 싶다면 깃헙 링크를 클릭해보자.

L0는 온체인 엔드포인트끼리 메시지를 주고 받기 위해 1) 오라클과 2) 릴레이어를 활용한다. 여기서 오라클은 트랜잭션을 체인A에서 체인B로 전달하는 역할이고 릴레이어는 해당 트랜잭션의 증명(transaction proof)를 제출하는 역할이다. 체인B 엔드포인트에서 오라클이 전송한 트랜잭션과 릴레이어가 제출한 증명을 비교 및 검증해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체인B에서 트랜잭션이 실행된다. 누구나 L0의 오라클 및 릴레이어로 참여할 수 있으나, 오라클 기본값(default)는 폴리곤과 세콰이어의 Industry TSS Oracle, 릴레이어 기본값은 레이어제로 릴레이어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체인링크도 L0 오라클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체인링크를 사용하고자 하는 디앱들은 기본값 세팅을 변경하면 된다.

한편, 이러한 구조를 통해 우리는 L0가 다음과 같은 신뢰 가정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L0가 성숙해질수록 오라클과 릴레이어 수가 증가하여 프로토콜의 탈중앙화 수준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2) L0는 프로토콜의 보안을 오라클과 릴레이어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오라클과 릴레이어가 제대로 운영이 안되거나 둘이 공모하여 악의적인 트랜잭션을 내보낼 경우 보안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섹션 2-1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할 예정이다.

출처: Mark Murdock (Li.fi Blog 미디움)

L0의 엔드포인트 모듈, 오라클, 그리고 릴레이어들이 서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L0의 하이레벨 트랜잭션 플로우를 단계별로 살펴보자:

  1. L0 인프라를 사용하는 디앱이 유저들의 트랜잭션을 받아 커뮤니케이터에게 트랜잭션 정보를 전달한다. 이때 커뮤니케이터는 디앱으로부터 1) transaction identifier (t), 2) 체인B에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정하고 있는 global identifier(dst), 3) 디앱B에게 보내는 메시지 (payload), 그리고 4) 사용하고자 하는 릴레이어를 지정하는 데이터(relayer_args) 등 총 네 가지 정보를 받는다.
  2. 커뮤니케이터는 해당 트랜잭션 정보(dst, payload)를 기반으로 레이어제로 패킷(packet)을 구성한 뒤에 밸리데이터에게 패킷과 함께 t와 relayer_args 정보를 전달한다.
  3. 밸리데이터는 t, dst 정보를 네트워크에게 전달한다. 이는 네트워크에게 체인A 블록 헤더를 체인B로 전송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4. 밸리데이터는 릴레이어에게 트랜잭션 증명(transaction proof)을 미리 불러와야(prefetched)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모든 트랜잭션 정보를 릴레이어에게 전달한다. 해당 단계는 3번째 단계와 동시에 진행된다.
  5. 네트워크는 dst와 트랜잭션의 블록ID를 오라클에게 전달한다. 이는 오라클에게 관련 블록 헤더를 체인B로 전송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6. 오라클이 블록 헤더(blk_hdr)를 읽는다.
  7. 릴레이어가 트랜잭션 증명을 읽고 오프체인으로 저장한다.
  8. 오라클이 블록 헤더를 체인B로 전송한다.
  9. 네트워크가 블록 해시(blk_hdr_hash)를 밸리데이터에게 전송한다.
  10. 밸리데이터가 블록 해시를 릴레이어에게 전송한다.
  11. 릴레이어가 현재 블록과 매칭되는 데이터를 전송한다.
  12. 밸리데이터가 전달 받은 트랜잭션 증명과 블록 헤더를 통해 트랜잭션이 유효한지 검증한다. 트랜잭션이 유효할 경우 패킷을 커뮤니케이터에게 전달하고 유효하지 않을 경우 메시지를 버린다.
  13. 커뮤니케이터가 패킷 데이터를 디앱B에게 전송한다.

1-3. L0는 크로스체인 생태계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을 것

오늘날 크로스체인 메시징은 곧 브릿징(자산 이동)을 뜻하지만, L0의 등장으로 다음과 같이 보다 다양한 유스케이스와 크로스체인 관련 기능들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간편한 브릿징: 5월 8일 기준 스시스왑은 25개의 체인을 지원한다. 기존에는 스시스왑이 기타 체인과 이더리움 state 싱크를 하고 싶을 경우 폴리곤 브릿지, 아발란체 브릿지, BSC 브릿지 등 각 체인의 브릿지를 위한 코드를 매번 짜야 했을 것이다. 이는 매우 피곤한 작업일 뿐더러 효율성 측면에서 봐도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L0를 사용할 경우 하나의 단일 인터페이스와 코드베이스만 구축하면 L0가 지원하는 모든 체인과 state 공유를 할 수 있다.
  • 유동성 통합: L0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기존 DEX의 문제점을 개선한, 보다 완성도 높은 크로스체인 DEX 및 브릿지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서 기존 DEX의 문제점이라고 하면 체인간 유동성이 파편화되어 있고 (fragmented liquidity) 체인간 자산 이동시 랩드된 형태의 합성 자산(wrapped assets)을 제공한다는 점을 예를 들 수 있겠다. 유동성이 파편화되어 있으면 같은 자산이라도 체인 별로 각 풀에 예치되어 있는 자산 규모가 달라 가격 변동성이 크고 체인간 가격 괴리(아비트라지)가 발생할 수 있어 비효율적이다. 반면, L0 인프라를 사용하면 유동성이 통합된, 네이티브 자산을 지원하는 형태의 효율적인 DEX/브릿지를 설계할 수 있다.
  • 멀티체인 대출/랜딩: 체인A에 자산을 보유한 유저가 체인B에 파밍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방식대로 라면 유저는 자산을 모두 체인B로 옮겨 파밍을 시작하던가 1) 체인A에 담보를 제공하고 2) 자산을 빌려 3) 체인B로 브릿징하고 4) 자산을 스왑하고 5) 파밍한 뒤 6) 다시 자산을 스왑하고 7) 체인A로 브릿징하고 8) 대출한 자산을 갚고 9) 담보를 돌려받아야 한다. 두 방식 모두 유저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번거롭다. L0를 활용할 경우 1) 체인A 자산을 담보로 체인B 자산을 바로 대출하고 2) 파밍한 뒤 3) 대출한 자산을 갚는 동시에 담보금을 회수할 수 있어 멀티체인 랜딩을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다.
  • 멀티체인 일드 어그리게이터: 수많은 체인에 걸쳐 최상의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멀티체인 일드 어그리게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2. 크로스체인 메시징 프로토콜간 경쟁 우위 비교

각 체인마다 ULN을 실행하는 온체인 엔드포인트를 구축하고 오라클과 릴레이어를 통해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L0의 구조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크로스체인 솔루션의 또 다른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Axelar Network와의 비교를 통해 L0의 경쟁 우위를 살펴보자.

2-1. 보안: 모듈러 구조 vs 로컬 컨센서스

L0는 모듈화(modularity)를, Axelar는 로컬 컨센서스를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보안 구축에 대한 두 프로토콜의 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0는 트랜잭션 전송과 검증 작업을 각각 오라클과 릴레이어에게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설명했듯 프로토콜의 보안을 전적으로 두 주체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L0는 오라클만 있어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릴레이어를 굳이 추가한 이유는 ‘제3자 검증 장치’를 추가함으로써 오라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일 것이다. 이는 언뜻 보면 작은 차이일 수는 있으나, 릴레이어가 가져다주는 보안 개선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디앱이 선택한 오라클과 릴레이어가 둘 다 해킹 당하거나 결탁해야만 악의적인 트랜잭션이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L0는 점진적 탈중앙화를 지향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록 지금은 오라클(Industry TSS, Chainlink)과 릴레이어(Layerzero) 수가 적더라도, L0는 계속해서 그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따라서, L0인프라를 사용하는 디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오라클과 릴레이어 조합의 경우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L0의 공격 벡터를 대폭 줄여준다. 예로, 오라클A와 릴레이어A가 결탁하여 악의적인 공격을 실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최악의 경우에 오라클A와 릴레이어A를 선택한 디앱들은 공격 당할 것이다. 그러나, 오라클A를 선택했더라도 릴레이어 B-Z를 선택한 디앱들은 안전하다. 반대로 릴레이어A를 선택했더라도 오라클B-Z를 선택한 디앱들도 안전하다 (아래 그림 참고). 따라서 L0 보안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오라클과 릴레이어를 온보딩할 수 있는 지가 되겠다.

출처: Layerzero 미디움

반면, Axelar는 체인간 트랜잭션 전송 및 검증을 담당하는 중간 컨센서스 레이어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Axelar는 스스로를 크로스체인 게이트웨이 프로토콜이라 칭하는데, 크로스체인 메시지들을 검증하기 위해 독자적인 밸리데이터 셋과 컨센서스 매커니즘을 보유한 미들웨어 블록체인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는 디앱들에게 누구에게 보안을 맡길 지 선택권을 제공하는 L0의 전략과 대비되며 동시에 SPOF(Single Point of Failure)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Axelar는 궁극적으로 PoS체인이기 때문에 결국 1) CoC(Cost of Corruption) 비용과 2) 양질의 밸리데이터들을 얼마나 많이 모을 수 있는 지에 따라 보안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Axelar Network 블로그

2-2. 비용 구조: 낮은 고정비, 높은 변동비

L0는 ULN을, Axelar나 코스모스IBC는 온체인 라이트 노드 방식으로 프로토콜을 설계함에 따라 비용 구조가 상이하며, 각 방식마다 명확한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 L0는 라이트노드를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온체인 활동에 따른 고정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크로스체인 트랜잭션 수요가 존재할 때마다 오라클에게 블록 헤더를 호출하는 pay-per-use 구조이다. 따라서, 오라클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비용도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에 변동비는 다소 높은 편이다. 반대로 Axelar나 IBC는 연결된 체인의 라이트노드를 운영하고 있어 크로스체인 트랜잭션의 수요와 관계없이 state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해당 방식은 고정비는 높으나 체인과 항상 싱크되어 있기 때문에 블록 헤더를 호출하는데 지출되는 비용(변동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와 같은 비용 구조의 차이로 인해 향후 두 크로스체인 솔루션들은 동일한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공존하여 각기 다른 PMF(product market fit)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체적으로, Axelar는 소액이지만 대량의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페이먼트나 게임 분야에서, L0는 거래 규모가 비교적 큰 트랜잭션을 체결할 때 사용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러나, 사실 이더리움에서 흔히 연출되듯 Axelar도 네트워크가 포화되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치솟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렇게 되면 어느 솔루션을 사용하든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비용은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크로스도메인 MEV도 향후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2-3. 생태계 활성도: $ZRO 출시 기대감과 L2시장 장악력으로 1Q23부터 폭발적인 성장세 돌입

L0의 기술력을 활용한 첫 번째 디앱이자 L0팀에서 직접 출시한 브릿지인 스타게이트는 5월 거래대금 기준 M/S을 약 30%까지 차지하며 전체 브릿지 중 1위를 기록하였다. 그 중 2, 3위가 각각 아비트럼 (M/S 23%), 폴리곤(M/S 15%) 전용 브릿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범용 브릿지 솔루션 중에서는 스타게이트의 지위는 압도적인 편이다.

L0 전체 활성도를 살펴보면, 일일 트랜잭션(메시지) 수는 3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4월 L0 트랜잭션 수는 5.8M개로 MoM 기준 873%, 작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11,754% 증가했는데, 이는 1) $ARB 출시에 따른 아비트럼 브릿징 수요 증가와 2) $ZRO 에어드랍에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특히, 4월 4일에는 레이어제로가 시리즈B 펀딩을 발표하면서 에어드랍에 대한 수요가 더욱 불붙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L0 사용자 수는 작년 4분기와 올해 2분기 두 시기에 걸쳐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5월 11일 기준 L0는 누적 사용자 수는 79만 명을 돌파하였다.

체인별 활성도를 살펴보면 L2체인들이 상위권에 놓여 있는데, 입출금 트랜잭션 모두 아비트럼, 옵티미즘, 그리고 폴리곤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출금 트랜잭션이 L2 중에서도 옵티미스틱 롤업(ORU)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는 브릿지를 통해 즉시 출금하려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ORU는 ZK롤업, 폴리곤 PoS체인 등 기타 L2와 달리 L2 → L1 출금 시 DTD(Dispute Time Delay) 기간이 발생하여 출금까지 7일 정도 소요되는데, 정식 루트 대신 스타게이트와 같은 브릿지를 이용할 경우 유저들은 스타게이트 풀에서 즉시 출금이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브릿지는 ZK롤업의 escape hatch와 같이 향후에도 ORU의 주 출금 솔루션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은 ‘옵티미스틱 롤업, ZK 롤업이 발전해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을까?’ 리포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온체인 활성도 추이를 통해 알 수 있듯 L0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L0는 이미 80개가 넘는 디앱들을 온보딩하는데 성공했으며 그 중에서도 Stargate, USDC Bridge, Aptos Bridge와 같은 브릿지 서비스들과 Trader Joe (DEX), Radiant Capital (멀티체인 랜딩) 등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올림푸스 다오가 L0 기반의 OHM Bridge를 출시한 바 있다.

출처: Layerzero.corner

단순 온보딩 외에도 L0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L0측에서 OFT(Omnichain Fungible Token)를 출시하였는데, OFT는 모든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통합 토큰 스탠더드(unified token standard)다. 다양한 블록체인을 지원하고 크로스체인 스왑 및 전송이 가능한 범용 ERC20 토큰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현재 아발란체 ($BTC.b), 팬케이크스왑($CAKE), 트레이더조($JOE), Radiant V2 ($RDNT) 등 유명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OFT 토큰을 채택했으며 스타게이트는 작년 12월에 OFT 유동성 풀을 지원하자는 거버넌스 제안이 통과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BTC.b는 작년 하반기부터 유통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5월 15일 기준 시가총액 $156M을 돌파하였다(아래 차트 참고).

3. 출시 임박한 $ZRO, 예상되는 토크노믹스 구조는?

L0 소스코드서 $ZRO가 언급되는 걸 보면 $ZRO 출시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이며 정황상 이르면 6월, 늦어도 3Q23에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의 토크노믹스와 L0 소스코드를 고려해봤을 때 $ZRO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유틸리티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1. 거버넌스: $ZRO 홀더들은 프로토콜의 파라미터와 L0 생태계 펀드 (생태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할당된 $ZRO 물량) 사용에 대한 제안 및 투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프로토콜 파라미터의 경우 1) 크로스체인 서비스 이용 수수료 % 2) 추가/제외할 블록체인 3) 레이어제로/스타게이트 multisig 소유자 변경 등과 같은 권한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레이어제로 multisig은 벨리데이션 라이브러리를 새로 생성하거나 기존 라이브러리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ZRO 홀더들은 실질적으로 L0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2. 수수료 지불의 수단: $ZRO는 L0 서비스 이용료(수수료) 지불의 수단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필수는 아니고 사용자들은 거래하고자 하는 네이티브 토큰 혹은 $ZRO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는 oracleFee와 relayerFee로 구성되어 있다.
  3. 스테이킹: L0 오라클과 릴레이어들은 프로토콜 참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일정량의 $ZRO를 스테이킹하고 악의적으로 행동할 경우 슬래싱(slashing) 당할 수 있다. 스테이킹 수량이 증가할수록 오라클/릴레이어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디앱들도 오라클/릴레이어를 선정할 때 스테이킹 수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스테이킹은 유통량 감소와 더불어 토큰 sink 매커니즘(디플레이션 발생 요소)을 구축하는데 있어 효과적이다. 홀더들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ZRO를 오라클/릴레이어에게 위임하여 트랜잭션 수수료를 분배 받는 토크노믹스도 고려해볼 수 있겠으나, 이 경우 $ZRO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출처: Layerzero 깃헙

맺으며

앞서 언급했듯 오늘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블록체인 수는 180개가 넘으며 프라이빗 체인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web2 기업들이 저마다 자체 메인넷 출시를 고민하고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블록체인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음에 따라 멀티체인 미래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향후 더욱 중요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솔루션은 L0다. 특히 L0의 경우 현재 $ZRO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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