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KP, Jehn, CH, 포뇨, TraceØ, Crypto_Gang, 정지성, 정혜원, 황진욱, 서동연, 조영욱, 이재욱
목차
들어가며
1. 긴축은 지속, 연준과 싸우지 마라
1-1. 금융자산으로 자리매김한 비트코인
1-2. 비트코인을 주류로 이끈 기관투자자
1-3. 예고된 경기침체, 투자엔 참을성을 가져야 할 때
2. 결국, 블록체인은 싸고 빨라진다
2-1. 상처만 남았던 2022년 L1 전쟁, 생존자는 이더리움뿐
2-2. 이더리움을 확장시킬 L2 전쟁의 본격화
2-3. 대세는 모듈러! 이더리움을 따라가는 프로젝트들
2-4. 반격을 준비하는 모놀리틱 블록체인들
2-5.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트릴레마’의 해결
3. 함께 개선되는 블록체인 생태계 인프라
3-1. 네이티브 검증 방식, 락앤민트 브릿지 해킹 잔혹사를 멈출 솔루션으로 부각
3-2. 체인링크의 독무대가 된 오라클 시장
3-3. 오라클을 너머 종합 미들웨어 인프라 서비스로 발돋움할 체인링크
3-4. 탈중앙화 스토리지, 속도 개선과 데이터 활용도 증가가 숙제
3-5. 허들로 작용했던 지갑 서비스의 개선에 주목
3-6. MEV 수익 모델, 이제는 네트워크 활성도에 달려 있어
3-7. DAO, 새로운 구조와 툴로 탈중앙화 지지
4. 블록체인 콘텐츠도 끊임없이 확장 중
4-1. 블록체인 게임, 잠재력 높지만 내년까진 기대감 낮출 필요 있어
4-2. Defi,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서 ‘Next Meta’를 찾는 중
4-3. Web 2.0가 이끄는 NFT 서비스 도입
5. 규제 도입은 불가피하나,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지원할 것
5-1.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운 가상자산 규제 도입
5-2. 거래소도 어려운 시기, 각자도생 불가피
마치며
들어가며
2022년은 또 한 번의 크립토 윈터가 시작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올 3월부터 미국 연준이 유동성을 거두어들이며 매크로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루나·테라 생태계가 붕괴되며 본격적인 침체기의 시작을 알렸다. 컨테이젼은 셀시우스, 3AC, 그리고 블록파이로 번져 조정을 가속화하였으며, 도덕적 해이가 연루된 FTX의 파산은 시장의 신뢰마저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제네시스와 DCG의 또 다른 자회사인 그레이스케일마저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으로부터 이탈하였고, 그 결과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3 수준으로 내려 앉게 되었다. 아직도 루나와 FTX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불확실한 가운데, 어느덧 2023년 새해가 성큼 다가왔다.
쟁글이 바라보는 2023년 가상자산 시장의 뷰는 “bottom out, 그러나 dovish pivot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정리된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으로 연준의 긴축이 이어지며 내년에도 여전히 매크로 환경은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우리는 1)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며 긴축의 여파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완만할 것이라는 점 2)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블록체인 생태계 인프라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 3) 메타, 나이키, 스타벅스, 레딧 등 Web2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함에 따라 블록체인의 mass adoption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 및 주요 관전 포인트는 본문을 참고하길 바라며, 본 리포트가 다가올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1. 긴축은 지속, 연준과 싸우지 마라
1-1. 금융자산으로 자리매김한 비트코인
올해 가상자산 시장으로부터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은 눈에 띄게 부동산, 하이일드채, 주가지수와 같은 위험자산들과 눈에 띌 정도로 결부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이 투자자들로부터 “금융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 한 해 비트코인 가격은 특히 증시와 동행하는 구간이 많았는데,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 나스닥과 비트코인 가격 간의 연평균 상관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근본적 원인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인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팽창에 있을 것이다. 팬더믹 이후 수많은 리테일,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하며 전통 위험자산들과 비트코인을 동시에 보유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두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21년 유동성 랠리가 지속되는 가운데에도 디커플링이 관찰된 점과 2022년 들어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었음에도 위험자산들과의 상관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비트코인과 위험자산 간의 커플링 현상을 단순히 풍부해진 유동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투자의 주축이 리테일에서 기관투자자로 재편되는 데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자산군별로 불규칙적인 매매를 집행하기보다는 거시경제적인 변수에 따라 보유 중인 모든 자산에 대해 일제히 자금집행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위험자산 간의 상관관계를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
코인베이스 데이터를 살펴보더라도, 거래소 예치 자금은 리테일/기관투자자를 막론하고 루나·테라 사태 및 연준의 테이퍼링을 계기로 올 2분기 들어 무려 50% 이상 대폭 감소했지만, 기관투자자의 거래량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3분기 기준 무려 85%에 육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리테일 투자자들이 바이낸스와 FTX로 이동한 탓도 있겠지만,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의 주 거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올 10월 코인 텔레그래프가 전 세계 84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이들 중 45%가 가상자산에 대한 익스포져가 있으며, 그중 94%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점은 44%가 “위험수익률”을 가장 중요한 투자 요인으로 꼽았으며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 등에 대해서는 중요도를 비교적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의 대안책”과 같은 전통 금융 시스템과 연결고리가 없는 독자적인 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이자 포트폴리오 부스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이 비로소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적극적인 투자를 받게 된 이유를 대표적으로 3가지 꼽아볼 수 있다.
1-2. 비트코인을 주류로 이끈 기관투자자
A. 인프라 발달은 투자 접근성을 개선
2021년 하반기부터 대형 전통금융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하며,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BlackRock이 올 8월 코인베이스 프라임과 협업해 비트코인 수탁 및 거래 서비스인 Alladin을 출시하고, BNY Mellon이 올 10월 비트코인/이더리움 수탁 서비스를 런칭하는 등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비트코인 투자 관련 사업에 가담하며 리스크 관리, 회계 처리, 리서치 등 다방면으로 전통금융권 수준의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참고). 이런 “올인원 솔루션”이 늘어나며 가상자산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B. 유틸리티의 발견
지난 2017년의 강세장은 투기적 성질이 강했다. ICO 붐이 일며, 수많은 토큰들이 신개념 크라우드 펀딩 광풍에 편승해 상장되었다. ICO 정보업체 ICO레이팅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총 314개 프로젝트들이 총 59억 7,12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상장된 토큰 중 30% 가량이 1년 이내 상장 폐지되었다. 기관투자자들의 눈에 2017년 가상자산 시장은 그야말로 투기판이었으며, 2018년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며 “참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 2020~2021년의 강세장은 달랐다. 수많은 스캠 코인이 정리된 자리에는 비트코인이 굳건히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대표 ICO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은 네트워크에 수많은 스마트 컨트랙트들이 온보딩 되어 트랜잭션 수수료가 증가하고, 머지로 PoS 컨센서스로 전환함에 따라 유기적인 수익창출에 성공했다. 또한 2020년 디파이 썸머, 그리고 2021년 NFT 붐을 거치며 실제 활용 사례를 가지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고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보였다. DeFi 시장 전체 TVL이 2021년 연말 $291B로 미국 시총 상위 30위권 기업의 시총에 버금가는 규모로 급성장한 점, 스타벅스와 디즈니 같은 대형 웹2 기업들이 NFT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이 점차 대중화된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스 케이스의 등장과 대중의 관심 증가는 자연스럽게 기관투자자들로까지 이어졌고,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투자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올 6월 개최된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인 컨센서스 2022(Consensus 2022)는 월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전통 금융권 기관투자자들이 다수 참석했는데, 루나·테라 사태가 터진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이를 대변하듯 Fidelity의 CEO Abigail Johnson은 “2018년 하락장엔 가상자산 업계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2022년엔 사람들이 언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이 정도면 사도 되는지를 묻는다. 상황이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라고 밝혔다 (’쟁글의 컨센서스 2022 방문기’ 리포트 참고). 베어 마켓에 진입했음에도 시장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투자를 계속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C. 변동성에 익숙해지다
기관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민감하다.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미래 손익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큰 비중을 할애하기 어렵다. S&P500는 2014~2019년 평균 연환산 변동성이 12.7%로, 쉽게 말해 1년간 실제 수익률이 기대수익률로부터 ±6.4% 벗어난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비트코인은 동기간 변동성이 77.1%로, S&P500의 대략 6배 수준이다.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위험수익률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2020년 이후 S&P500의 평균 연환산 변동성은 23.5%로 대폭 증가한 반면 비트코인은 71.6%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 결과 두 자산의 변동성간 비율도 3배로 반토막 났다. 지난 3년간 기관투자자들은 나스닥 지수가 하루 사이 12.3% 하락하고 WTI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그간 안정적인 등락을 보였던 전통금융자산들이 널뛰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길렀다. 나아가 비트코인의 상대적 변동성이 내려앉으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정량적 유인도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금융자산 성격이 짙어지며 매크로 변수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특히 올해의 경우,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며 모든 위험자산군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비트코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큰 연관성을 보이지 않던 미 10년물 금리와 비트코인 가격은 2022년부터 조금씩 역의 상관관계를 띄고 있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의 “금융자산화”는 2023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루나·테라, 3AC, 그리고 FTX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엄격한 제도 확립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레버리지 제한, KYC 강화, 가상자산의 증권화 등 리테일 투자자들의 투자 유도를 저해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이는 반대로 엄격한 내부통제를 요하는 전통 금융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포지션을 늘릴 공간도 충분해 보인다. 비트코인 기관투자자 보유 비중은 최대 공급량의 7.8%에 불과해 금, S&P500 등 일반적인 전통 금융자산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직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가 상장되어 있지 않는 데에도 펀드 보유 비중이 3.9%이라는 점이다. 그중 3%가 Grayscale Bitcoin Trust의 물량인데, 발행 시장에서의 환매에도 6개월이라는 최소 의무 보유기간이 있고 유통 시장에서의 유동성도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투자를 꺼려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만약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를 승인한다면, 새로운 기관투자자들이 크게 한 차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최근 아크 21쉐어스(ARK 21Shares)가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허가를 신청했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에 대한 시도가 계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방증이며, 2023년에도 이들은 꾸준히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1-3. 예고된 경기침체, 투자엔 참을성을 가져야 할 때
결론부터 말하자면, ‘23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으로 비트코인이 그 어느 때보다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이 짙어진 가운데, 내년 예고되고 있는 경기침체는 투자심리를 꺾을 것이며 내년까지 이어질 고물가 환경을 고려하면 연준의 금리인하는 기대하기 힘들어, 유동성 부스트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며 연준이 긴축의 강도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미 반영된 상태다. 10월, 11월 CPI가 컨센서스를 하회했을 때에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을 때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예고된 금리 인상뿐이다. 현재 시장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하는 최종 금리(Terminal Rate)를 5.0-5.25%, 그리고 이에 도달하는 시점을 내년 2분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지속할 것이며 상반기까지는 꾸준히 유동성을 회수할 것이다. 금리 인상이 진행되는 동안 비트코인은 대체로 횡보할 것이며, 물가가 급격히 내려앉으며 서프라이즈 랠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금리동결 이후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침체 가운데에서도 비트코인이 다시 한번 크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경기방어 차원에서 금리인하 기조로 전환하는 이른바 “Dovish Pivot”이 실현되거나, 혹은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 위협의 강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더믹 당시에 비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어, 연준이 빠른 금리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오히려 물가가 완전히 안정화 될 때까지 금리동결 상태를 유지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연말로 갈수록 2024년에 있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며 비트코인 가격도 재차 오를 수 있겠으나 인하가 신중하고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을 감안하면 2020~2021년의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A. 내년에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
인플레이션은 크게 상품과 서비스 두 항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상품 물가는 정상화되고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급등한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 때 120달러/배럴을 넘겼던 WTI 유가는 80달러/배럴에 안착했으며, 밀 가격 역시 고점 대비 20% 하락해 전쟁 발발 전인 올 2월 수준까지 내려왔다. 팬더믹으로 급등했던 글로벌 공급망 압력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까지의 컨테이너 운송 비용은 지난 9월 거의 FEU(40피트단위)당 21,000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500달러로 거의 1/1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운송 시간도 크게 단축되었다. 뉴욕 연준에서 발표하는 공급망 압력 지수도 역사적 평균 대비 1 표준편차 이내로 하락해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서비스 물가는 쉽게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신규 주택 판매는 하락세에 있지만 임대 공실률은 올 3분기까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금리가 급등하며 주택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며 임대 수요를 끌어올려 주거비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아직 고용 시장이 타이트해 임금 상승률도 단기간 내 쉽게 잡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실업률은 3.7%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애틀랜타 연준이 제공하는 미국 임금 성장률은 6%로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중소기업 서베이(NFIB Small Business Survey)에 따르면 향후 3개월간 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32%나 달하는 등 노동 시장의 불균형은 임금 상승압력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1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 임금 상승률 전부 전망치를 상회하며 연준의 고민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올 8월을 기점으로 꺾인 것은 맞지만, 극적인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은 2%라는 것이다. 내년 인플레이션은 떨어지겠지만 대다수 IB들은 연말 기준 3-4% 사이를 전망하고 있어, 연준의 타깃인 2%를 웃도는 수준으로 2023년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물가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장장 6개월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Inflation is Transitory)”이라는 내러티브를 유지하며 맹비난을 받아온 연준이기 때문에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진압을 위해 과잉 긴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올 FOMC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언급했는지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전 세계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준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긴축을 조기 중단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한 1970년대의 악몽이 재현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침체의 위협이 크지 않다면 내년 2분기 중 금리 동결이 결정되더라도, 연준은 후행하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충분히 확인한 뒤에야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다. 올 3월 팬더믹 이후 첫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미 CPI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드는 데까지 5개월이 소요된 만큼, 연준은 최소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 지표를 확인한 뒤 금리인하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최소 연말까지 “Dovish Pivot”에 대한 기대는 하기 힘들다는 뜻이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B. 예고된 경기침체, 강도는 완만할 것
이미 주요 지표들은 명백히 내년도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10년-3개월)가 역전되었으며, ISM 제조업 지수도 12월 들어 49%를 기록해 팬더믹 이후 처음으로 50%을 하회했다. 2023년 기업실적 가이던스도 하향조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침체의 폭이 완만할 것이라는 데에 다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2023년에 물가가 보다 안정되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이자소득이 늘어나며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상반기 팬더믹 지원금이 중단되고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을 초과하며, 가구별 실질 가처분 소득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하반기 들어 서서히 그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소비가 +1.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당시 온라인 매출은 경기침체 우려가 팽배한 와중에도 역대 최고 수준인 90억 달러를 돌파했다. 매출 품목 대부분이 전자제품, 의류와 같이 비교적 가격 상승이 덜했던 영구재임을 감안하면, 매출액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소비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계 소비지출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는 시그널이다.
실업률은 아직 역사적 저점인 3.7%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자연실업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의 자연실업률은 판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멀티 잡을 갖는 프리랜서들이 늘어나며 구조적으로 증가했는데,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은 팬더믹 이전 4.5%에서 2021년 말 5.9%까지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자연실업률은 연준이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물가 중립적인 실업률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금리 동결 상태를 유지할 근거로 작용한다. 실업률 증가가 본격적으로 경기에 하방압력을 가하기까지 여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트위터,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해고 소식이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지만, 테크 섹터 일자리는 미국 전체 고용의 단 3%에 불과하며 그중 빅테크 기업의 경우 0.3%만을 차지하고 있어 고용시장이 긴축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고 사례는 화이트 칼라 직종에 집중되어 있으며, 오히려 지난 2년간 시장과열에 따른 과잉고용 이후의 되돌림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 물류, 리테일, 레저 등을 중심으로 한 블루 칼라 직종의 경우 오히려 일손이 모자라며, 파월 의장도 12월 FOMC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노동 공급부족으로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기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의 여파로 내년 많은 기업들이 부채에 대한 재융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실직자가 늘어나고 소비활동이 둔화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도 높은 금리인상이 일 년여간 진행되었음에도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내년의 고용축소는 급격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소비긴축 및 경기침체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근거이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연준이 경제 둔화 우려 및 무역분쟁 불확실성과 2%를 하회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3차례에 걸쳐 75 bps의 보험성 금리인하(Insurance Cut)를 단행한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2023년은 상황이 다르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타깃을 웃돌고 경기침체는 위협적인 수준이 아닐 것이다. 연말에 근접할수록 2024년으로 시선이 쏠리며 금리인하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부양할 수 있겠지만,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이상 연준은 물가가 2%에 최대한 근접할 때까지 금리인하에 신중할 것이다. 때문에 금리는 2020년과는 달리 충분한 간격을 두고 완만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폭발적인 유동성의 팽창과 비트코인의 드라마틱한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2. 결국, 블록체인은 싸고 빨라진다
2-1. 상처만 남았던 2022년 L1 전쟁, 생존자는 이더리움뿐
A. 2022년 처참했던 L1 전쟁
레이어1(L1) 전쟁은 2021년 강세장 당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키워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이러한 열풍은 2021년 한 해에 그치지 않고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승리자 후보에 오른 솔라나의 시가총액은 1년 반 동안 무려 130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우호적인 매크로 상황과 더불어 주요 L1인 2022년 초 테라(’Layer 1 War의 전쟁터가 된 테라’ 리포트 참고)와 2022년 말 솔라나(’FTX 사태 이후 솔라나와 레이어1 생태계 점검’ 리포트 참고) 생태계가 안일한 리스크 관리의 영향으로 붕괴하면서 불과 1년 만에 L1 전쟁은 처참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2022년 상반기 시가총액 상위 목록에 다수 포진해 있던 L1 토큰들은 L1 전쟁 종료와 함께 하반기 스테이블 코인과 디앱 토큰에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속칭 이더리움 킬러로 등장한 L1 간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는 역설적으로 이더리움뿐이었으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USDC, Dai, stETH 등 이더리움 2.0 관련 자산들의 시가총액 순위 상승도 돋보였다.
B. 전쟁통 가운데 마일스톤을 달성한 이더리움, 드디어 머지
성공적인 머지, 그 의의
대다수가 L1 전쟁을 거쳐 상처만이 남은 가운데 이더리움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숙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22년 9월 중순, PoW에서 PoS 합의 알고리즘으로 전환을 완료한 것이다. 이더리움의 머지는 합의 알고리즘을 PoS 형태로 변경하고, 스테이킹 등을 통해 충분한 검증자를 확보하여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머지의 효과가 메인넷 인프라 관점에서는 다소 미미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더리움의 매력도를 높여준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메사리(Messari)’는 2020년 발간한 이더리움 2.0 리포트를 통해 결국 머지란 이더리움의 토큰 이코노믹스가 ‘스테이킹 이코노믹스’로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더리움이 공식적으로 스테이킹을 통해 이자를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면서 자산의 성질이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될 거라고 본 것이다. ESG관점에서도 막대한 전기 소모를 필요로 하지 않아 의미가 있는 업데이트였다.
과거 PoW 체인 위에서 이더리움은 일부 가치 저장 수단과 원자재의 성격을 가진 자산으로, 생태계 내 기축통화나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을 위한 가스비로 쓰여왔다. 그러나 PoS 전환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더해지게 된다.
- 발행량이 축소되며,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록 소각량이 증가하기에 디플레이션 기대 가능
- 스테이킹을 통해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스테이킹 된 이더리움을 유동화하는 것도 가능함
이로 인해 이더리움은 가치 저장 자산으로써 더욱 매력도를 높일 수 있을 뿐더러, 스테이킹 이자 획득을 통해 하이브리드 영구채권의 성격과 비슷한 자본 자산으로의 성격도 추가로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더리움은 머지 이후 다음과 같은 다양한 가격 상승의 재료를 확보한 상태이며, 머지 이후 3개월 정도 지난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발행량 감소와 소각에 따른 디플레이션 발생 → 가치의 저장 역할
머지가 진행된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 11일 기준, ultrasound.money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인플레이션율은 +0.004%/y 수준이다. 현재 네트워크가 상황을 기존 PoW 기반으로 운영을 지속했을 때의 인플레이션은 약 +3.579%/y 수준이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결론적으로 머지 이후 인플레이션율은 99.9% 가까이 감소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한편, 이더리움의 인플레이션이 감소한 데에는 PoS 전환에 따른 발행량 축소와 더불어, 머지보다도 앞서 있었던 2020년 8월 ‘런던 하드포크’ 업그레이드 당시 적용된 EIP-1559로 인한 네트워크 소각 메커니즘 또한 작용했다. 즉, 네트워크가 활성화될수록 이더리움이 deflationary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머지 이후 약 25% 정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디플레이션을 기록했다. 10월 중 구글 초기 설립자 중 한 명인 Jack Levin이 만든 Xen코인이 일시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점, 그리고 11월 FTX 사태 이후 탈중앙화 거래소 및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올라왔던 점 등이 네트워크의 활성화와 소각량 증가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에도 네트워크에 스테이킹 된 이더리움의 양이 30M ETH, 그리고 가스비가 60 Gwei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이더리움의 공급량은 2년간 감소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더리움의 공급량 감소는 상대적인 희소성 매력도를 높이며 이더리움을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비트코인이 최대 발행량 2,100만개라는 계약을 통해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부상했던 것처럼 말이다.
스테이킹 일드와 자산 유동화 → 자본 자산으로 부각
2022년 12월 12일 기준, 이더리움에 예치된 규모는 약 16M ETH로 전체 발행량 가운데 약 13.5%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USD 환산 가치로는 $21B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한,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하게 되면 현재 기준으로 5년 뒤에는 20% 수준의 이자를 이더리움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더리움의 가격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이자 수익률이다.
게다가 스테이킹 된 이더리움은 다양한 프로토콜을 통해 유동화 할 수 있으며, 현재 이더리움 스테이킹 파생상품을 제공하는 주요 프로토콜은 라이도(Lido), 바이낸스(Binance), 로켓풀(Rocket Pool) 등이 있다.
- 라이도: 라이도(Lido)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stETH(staked ETH) 토큰 기반의 유동성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 플랫폼. 현재 라이도를 통해 예치된 총 이더는 비콘 체인 상에 예치된 총 이더 중 약 29%를 차지하고 있음
- 바이낸스: 중앙화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이더리움 스테이킹 파생상품 서비스. 라이도와 마찬가지로 BETH(Binance wrapped token - ETH)를 활용. 현재 바이낸스를 통해 예치된 총 이더는 비콘 체인 상에 예치된 총 이더 중 약 6%를 차지하고 있음
- 로켓풀: 로켓풀은 이더리움 스테이킹 유동화 서비스 제공 및 노드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rETH를 제공하며, 미니 풀(Minipool)이라는 이더리움 스테이킹 풀을 통해, 16 ETH로 이더리움 밸리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음. 현재 로켓풀을 통해 예치된 총 이더는 비콘 체인 상에 예치된 총 이더 중 약 2%를 차지하고 있음
이 가운데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Lido가 제공하는 유동화 자산인 stETH는, 2022년 12월 15일 기준 현재 시가총액 $61b 규모로 전체 시장 내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예치된 이더리움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기술적인 지원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킹 이더리움의 규모가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치된 이더리움을 유동화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 높은 활성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자산의 유동화가 용이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여 이자를 얻으면서 동시에 유동화한 자산으로 또 다른 기회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더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더리움을 더욱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이더리움 생태계에 이미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와 인프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2-2. 이더리움을 확장시킬 L2 전쟁의 본격화
한편, 이더리움의 진정한 경쟁력은 머지 이후 L2솔루션과 샤딩을 통한 확장성 확보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 체인의 구조를 바꿔 병렬적인 트랜잭션 처리를 가능하게 만드는 샤딩이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시장의 이목은 레이어2 (L2) 솔루션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Defi Summer, 2021년 NFT Summer를 겪으며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개선할 수 있는 L2에 대한 관심은 연초부터 꾸준히 지속되어 왔으며 대표적인 L2 프로젝트들은 토큰 가격, TVL 추이, 그리고 투자 유치 관점에서 모두 시장을 아웃퍼폼했다는 것을 아래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롤업(Rollup), 구체적으로는 Arbitrum, Optimism과 같이 사기 증명(fraud proof)를 기반으로 하는 옵티미스틱 롤업(Optimistic Rollup, OR)이 특히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었다.
유효성 증명(validity proof)를 기반으로 하는 ZK롤업도 OR 못지않게 회자되었으나, StarkEx와 같은 앱 특화 ZKR솔루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범용(general purpose) ZK롤업은 아직 테스트넷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개선이 많이 필요한 상태다. 이와 관련하여 StarkNet은 알파 버전을 2021년 11월에, zkSync는 올해 10월 말에 baby alpha 메인넷을 출시하였으며 그 외 Scroll, zkEVM 등 촉망받는 ZKR 솔루션들은 내년 1분기쯤에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ZKR의 개발 현황을 고려해봤을 때 ZKR은 대중화를 이루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으로 보이긴 하나, 롤업의 endgame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ZKR 솔루션의 메인넷 출시 및 움직임도 2023년 주목해야 할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2023년에는 본격적으로 L2 생태계의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다양한 L2들이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L2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각자 독자적인 전략과 토크노믹스를 구사하고 있어 더욱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이다.
A. 당장 내년 전세는 ZKR보단 OR이 우세
내년에는 ZKR보단 Arbitrum, Optimism과 같은 옵티미스틱 롤업(OR) 솔루션에 주목해보자. 후반으로 갈수록 ZKR이 경쟁력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유로 OR이 더 유망해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옵티미스틱 롤업, ZK롤업이 발전해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을까?’ 리포트 참고):
- 기술적 격차 감소: 확장성은 ZKR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나, 현재 옵티미즘이나 아비트럼의 실질적인 TPS가 3~4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OR도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한다. 비용은 Optimism의 Bedrock 기술 도입과 The Surge 단계 이후 calldata가 blob이 포함된 트랜젝션으로 전환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두 롤업 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신뢰 측면에서 N개의 노드 중 최소 하나는 정직하게 행동할 것으로 가정하는 OR은 구조적으로 배치마다 수학적 연산을 통해 신뢰성을 보장하는 ZKR보다 우세할 수는 없겠지만, 게임 이론을 잘 활용한 OR의 구조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Arbitrum이나 Optimism이 약 1년간 메인넷을 운영하면서 아직 한 번도 해킹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한다. 또한, 사용자들의 유저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이자 OR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자주 거론되는 7일의 DTD(Dispute Time Delay) 기간은 MM들이 제공하는 빠른 출금 서비스 이용 시 극복 가능하기에, end-user 입장에서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OR의 선점 효과: OR은 1년 전부터 메인넷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꾸준히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ZKR은 아직 메인넷조차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다. 당연히 OR 생태계가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L2Beat에 따르면 L2 총 TVL은 2022년 12월 5일 기준 약 $4.5B이다. 이 중 Arbitrum TVL은 $2.35B, Optimism TVL은 $1.20B으로, L2시장 내 점유율은 각각 53%, 27%를 차지한다. 앱특화 ZKR은 모두 합산해도 TVL이 $1B 채 되지 않는다. UAW(Unique Active Wallets)를 들여다보면 Arbitrum과 Optimism는 각각 110만, 140만에 도달하였고, 일일 트랜젝션 수 또한 우상향 하여 최근에는 40만을 넘겼다. Arbitrum과 Optimism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각각 $1B, $500M을 기록하였으며, GMX, Uniswap, Aave, Stargate Finance 등 경쟁력 있는 디앱들을 다수 온보딩한 상태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ZKR은 아직 메인넷을 출시하지도 않았거나 출시했어도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사이 OR은 사용자와 주요 디앱을 선점하여 본격적으로 성장궤도에 올라설 것이다. 이 시간 동안 형성되는 선점 효과로 인해 ZKR은 그 간극을 단기적으로 메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ZKR은 유저들의 신뢰를 얻고 네트워크 활성도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며, ZKR에게 2023년은 2022년도의 OR과 같이 기반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 EVM 호환성: Optimism과 Arbitrum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의 EVM호환성을 지닌 범용 롤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개발 라이브러리도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이렇듯 롤업으로 온보딩하기 용이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덕분에 프로젝트의 입장에서도 OR에서 디앱을 개발하거나 마이그레이션하기가 비교적 수월한데, 이더리움의 방대한 개발자 풀을 감안하면 이는 큰 장점이다. 반면, ZKEVM 출시를 예고한 폴리곤, ZKSync, Scroll 등은 비탈릭이 제시한 ZKEVM 종류 중 Type 4에 해당하는데, Type 4 ZKEVM은 하이레벨 언어로 작성된 스마트 컨트랙트 소스 코드를 ZK-SNARK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컴파일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유효성 증명 생산이 빠르고 비용이 비교적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EVM호환성이 가장 낮은 편이다. 애초에 EVM 자체가 ZK기술을 염두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는 점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데 한몫한다.
B. L2전쟁을 끝내러 왔다, 폴리곤
아비트럼과 옵티미즘이 최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 잠재력도 높은 것은 사실이나, 사실 L2 중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젝트는 폴리곤이다. 폴리곤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는 1) 페이스북, 스타벅스, 나이키 등 글로벌 Web2 기업들을 가장 많이 온보딩하였으며, 2) PoS체인을 중심으로 ZK 솔루션까지 엔터프라이즈의 다양한 니즈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롤업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폴리곤 PoS체인이 독자적인 밸리데이터 및 합의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폴리곤은 L2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는 폴리곤이 checkpoint를 통해 이더리움을 DA레이어로 사용하고 있고, 향후 all-in-one 종합 L2 솔루션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점을 비추어봤을 때 이러한 주장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C. Cairo로 승부수를 던진 StarkNet, 생태계 성장이 관건
ZKR 중에서는 StarkNet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Starkware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L2임에도 불구하고 Cairo라는 자체 개발 환경을 통해 EVM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Starkware를 제외하고 대표적인 ZKR로 언급되고 있는 Polygon, Scroll, zkSync 등은 EVM 환경을 모방하는 ZKEVM을 개발하고 있다. EVM 환경이 Web3 생태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이더리움 개발자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지극히 유효한 전략이다. 그러나, Starkware만은 ZKEVM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1) 이들은 높은 확장성을 달성하려면 EVM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ZKR에 최적화된 언어와 VM을 구축해야 하고, 2) 5년 뒤면 어차피 모든 디앱들이 L2 위에서 구동될 것이기 때문에 EVM의 중요성과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퇴색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Starkware도 EVM 개발자 생태계를 어느 정도 염두하여 StarkNet에서 솔리디티 코드를 카이로 코드로 트랜스파일하는 Warp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기는 하나, 그보단 카이로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TARK기술에 최적화된 Cairo 1.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하였다. Starkware의 승부수가 유효할지는 시간이 더 지나 봐야 알겠지만, 향후 카이로가 이더리움 개발자들의 표준 언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스타크넷(StarkNet), ZK 롤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다’ 리포트 참고). 이러한 측면에서, 이미 100여 개의 프로젝트들이 StarkNet 위에 온보딩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D. 참전을 예고한 zkSync와 Scroll
한편, 앞서 언급한 폴리곤, 아비트럼, 옵티미즘, 그리고 스타크넷 외에도 내년에 주목할만한 프로젝트로 zkSync와 Scroll 등이 있다. ZkSync는 a16z, Lightspeed Ventures, Consensys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총 $258M을 투자받은 Series C단계 스타트업인 Matter Labs에서 개발 중인 ZK롤업이다. ZK롤업 중에서는 StarkNet과 더불어 가장 큰 생태계 규모를 자랑하며 이러한 점을 비추어봤을 때 zkSync도 기대가 되는 ZKR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ZkSync가 팀 내부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zkSync2.0 베이비 알파 메인넷을 출시 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비추어봤을 때, 역시 유저들의 신뢰를 얻고 서비스가 출시되어, 네트워크 활성도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Scroll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EVM equivalent한 ZK롤업을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다만, 메인넷을 이미 출시하였거나 출시가 임박한 StarkNet, zkSync, 폴리곤과 달리 아직 pre alpha 테스트넷 단계에 있으므로 해당 프로젝트는 천천히 지켜봐도 무방하다.
E. 탈중앙화도 L2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부상할 것
현재 모든 L2솔루션은 중앙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화된 시퀀서의 가장 큰 문제는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SPOF)이 발생하여 네트워크 전체의 중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일례로 2022년 1월 아비트럼에서는 시퀀서 문제로 인해 네트워크가 다운된 바 있다. 여태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L2의 중앙화된 운영을 묵인하는 분위기였으나, L2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내년부터는 롤업의 탈중앙화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L2 네트워크 탈중앙화의 초석이 되는 것이 바로 L2 토큰이며 발행된 토큰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네트워크 탈중앙화에 기여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거버넌스로, 토큰 홀더들은 프로토콜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5월에 출시된 $OP 구조를 예시로 들면, 옵티미즘은 거버넌스 시스템 구조를 각각 역할이 다른 Token House와 Citizen’s House로 구분하였다. $OP 홀더들은 Token House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곳에선 프로토콜 업그레이드, 그랜트(grant) 프로그램, $OP 인플레이션, 주요 인사 결정, 트레저리 사용 등 경제 분야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Citizen’s House 구성원들은 $SBT로 선정되며 이곳에선 retroactive public goods funding(RPGF)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시퀀서(sequencer)의 분산화다. OR은 PoS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슬래싱(slashing)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롤업의 시퀀서로 활동하기 위해선 담보 자산의 개념인 fidelity bond를 반드시 예치해야 하며, 이중 지불 등 악의적인 행동을 저질러 fraud verifier 컨트랙트에서 사기 검증이 통과될 경우 담보 자산이 슬래싱되는 방법으로 페널티가 부과된다. 현재 아비트럼, 옵티미즘을 포함한 현 OR솔루션들은 자체적으로 시퀀서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토큰이 출시될 경우 기타 플레이어들도 L2 네이티브 토큰을 fidelity bond로 예치하여 롤업의 시퀀서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023년에는 아비트럼 (2022년 4분기 혹은 2023년 1분기 예상), zkSync (2023년 예상), StarkNet (11월 17일에 배포되었으나 분배 및 거래 지원은 2023년 초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 등 L2 프로젝트들의 토큰 출시가 대거 예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프로토콜이 신규 발행한 토큰을 생태계 활성화의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만큼, 토큰 출시 이후 네트워크 TVL과 같은 성과지표의 추세나 초기 분배 이후 토큰 이코노믹스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또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3. 대세는 모듈러! 이더리움을 따라가는 프로젝트들
A. 이더리움 L2 전략을 따라가는 BNB 체인
이더리움의 성공적인 머지 이후 여러 L2 솔루션들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모듈형 블록체인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한편, 다른 레이어 1 프로토콜도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크 하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모듈러 블록체인의 형태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바이낸스 스마트체인 (BNB Chain)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출시한 체인인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은 바이낸스가 보유한 인적 자원과 자본력을 레버리지하여 빠르게 성장한 체인이다.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은 현재 이더리움 체인 뒤를 이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체인 중에 하나이다. 12월 19일 기준 TVL은 $7.08B 규모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시장 점유율 가운데 약 10% 수준에 해당한다. 누적 매출액은 $54M로 이더리움, 아발란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 중이다.
한편, 지난 9월, zk-SNARKs 기반으로 zk롤업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1월에 테스트넷 런칭을 완료했으며 내년 1분기 내로 메인넷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zkBNB 또한 BSC의 확장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기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 L1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 zkBNB는 BSC와 동일한 보안을 공유할 예정이며, zkSNARK 증명을 사용하므로 보안이 암호화되어 보장된다
- 원활한 L1-L2간 통신: BSC 또는 zkBNB에서 생성된 BNB 및 BEP 토큰은 두 체인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 빠른 트랜잭션 및 빠른 완결성(Finality)과 낮은 수수료: BSC 성능 개선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zkBNB는 적용 이후 1억개 주소와 최대 1만 TPS를 지원. 또한 zkBNB의 수수료는 BEP20 또는 BNB로 지불될 예정이며 수수료는 최대 10배 저렴해진다.
아직 기술 스펙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런칭 이후 TPS의 증가나 가스비 절감의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더리움의 L2 롤업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이 zkBNB를 통해 레이어 2를 도입하고 확장성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한편, 바이낸스 외에도 모듈형 블록체인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여러 레이어 1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트론의 경우 지난해 P2P 파일 공유 시스템이던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L2 전쟁에 뛰어드는 시도를 했다. 2021년 12월에 비트토렌트는, 새롭게 비트토렌트체인(BTTC)를 런칭하면서 종합 레이어 2 솔루션으로의 도약을 준비했다.
또한 국내 이더리움 포크 체인인 클레이튼과 위믹스 역시도 L2 솔루션을 통해 확장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진행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는 부재한 상황이지만,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레이어 2 체인을 도입한다고 밝히는 모습에서 현재 모듈형 블록체인이 대세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B. 앱체인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코스모스
코스모스 네트워크의 구조는 허브와 존(Hub and Zone)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21년 4월 정식 런칭된 IBC 프로토콜 덕분에 각각의 ‘존’에 해당하는 앱체인(App-specific chain) 간의 연결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현재 IBC로 연결된 ’존’의 개수는 총 53개, 그중에서 활성화되어있는 존은 49개에 달하며 지난 한 달간 누적 IBC 거래대금은 $834M에 해당된다.
현재 코스모스 생태계 내 주요 생태계 플레이어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오스모시스(Osmosis) : 2021년 출시된 최초의 코스모스 DEX로 코스모스 전체 생태계의 자산들과 연결된 유동성 허브 역할을 한다. 오스모시스는 1) 맞춤형 AMM 알고리즘과 2) Superfliud Staking 기능을 제공하여 기존 DEX와 차별된다. 오스모시스는 사용자가 직접 AMM 알고리즘을 디자인할 수 있는 맞춤형 AMM, 풀 생성 시 원하는 토큰 종류, 비율 등을 결정할 수 있다
- 엑셀라 네트워크(Axelar Network): 코스모스 SDK 기반의 크로스체인 메시징 프로토콜. 확장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며, 이더리움, BNB체인, 폴리곤, 아발란체 등 약 30여 개 주요 체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누적 $1.6B 거래대금을 기록하였다.
- 주노(Juno): 코스모스 SDK 기반 레이어 1로, 서로 다른 체인 간에 상호 운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구축 플랫폼. 2021년 10월 1월 메인넷을 런칭하였으며, 코즘와즘(CosmWasm)을 채택하여 멀티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환경을 제공. 현재 3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온보딩 되어있다.
- 세이(Sei): 코스모스 SDK 기반 탈중앙화 오더북 프로토콜. 디파이에 특화된 레이어1으로 디파이 디앱을 위한 다양한 기능(자체 오더 매칭 엔진, 자체 가격 오라클 등)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가상머신인 CosmWasm과 IBC 통신 프로토콜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 코스모스 생태계 내 디파이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올 한 해 브릿지 관련된 사건사고 피해가 지속되었던 것에 비해, IBC 생태계 내에서의 보안 침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아래 브릿지 파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또한 앱체인의 보안 향상과 토큰 이코노믹스 개선을 위한 ICS(Interchain Security)가 준비 중에 있다. 이는 특정 체인이 (현재로서는 대표적으로 코스모스 허브) 프로바이더(provider) 체인으로 컨슈머(Consumer)체인에 보안을 제공해주고, 대가로 네이티브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해주는 시스템이다.
아쉽게도 지난 10월 아톰(ATOM)2.0을 통해 인터체인 보안과 함께 스테이킹 유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커뮤니티의 반대로 기각되었으나,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 이더민트(Ethermint)와 이브모스(EVMOS)에 이어, 최근에는 zk롤업에 영감을 얻어 IBC를 이더리움에 연결하자는 제안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코스모스 진영은 블록체인 간의 연결성뿐 아니라 Web 2와의 연결성에 있어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존 이더리움 레이어 2 기반의 선물거래소인 dYdX에 이어 국내 주요 게임사인 컴투스(12월 19일 기준 시가총액 8천억원) 네이버의 메신저인 라인(12월 19일 기준 시가총액 29.8조원) 모두 지난 8월과 12월에 코스모스 기반으로 메인넷을 런칭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자체적으로 유저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존 Web 2 플레이어들은 빠르고 확장성 높은 코스모스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2-4. 반격을 준비하는 모놀리틱 블록체인들
2022년 L1 전쟁에서 이더리움을 필두로 모듈러 블록체인 진영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한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모놀리틱 블록체인 진영에서도 반격의 불씨를 품고 있다. 2022년 하반기에는 앱토스(Aptos)와 수이(Sui)의 대결구도가 가상자산 업 내 가장 핫한 주제로 떠올랐으며 FTX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솔라나가 다시 예전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A. 모놀리틱 2.0: 앱토스(Aptos)와 수이(Sui)
두 프로젝트 모두 한때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메타의 블록체인 사업으로부터 파생된 신생 L1블록체인이다. 두 블록체인은 베이스 레이어에서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초고속 L1블록체인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나, 합의 알고리즘이나 설계 구조 등 높은 확장성을 구현해내기 위한 접근 방식과 비전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앱토스가 정석 L1에 가깝다면, 수이는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갖춘 객체(object) 중심의 블록체인으로 셀프 브랜딩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분석 및 비교는 앱토스 (Aptos) vs 수이 (Sui) 전격 비교' 리포트에서 참고하길 바란다.
올 한 해 앱토스와 수이는 각각 다음과 같은 마일스톤을 달성해왔다. 두 프로젝트 모두 뛰어난 개발 인력, 풍부한 자원, 그리고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보안성, 확장성, 그리고 편리성을 갖추어 새로운 모놀리틱 L1블록체인으로써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메인넷 런칭 이후 본격적인 생태계 확장 경쟁이 어떤 구도로 펼쳐질 것인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 프로젝트 모두 국내 시장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현재 앱토스는 NPIXEL을, 수이는 넷마블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다. 종합적으로는 아직 앱토스가 미세하게 수이보다 앞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격적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B. 솔라나,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편, 가장 대표적인 모놀리틱 체인의 대표인 솔라나는 FTX 사태로 강력한 조력자를 잃고 만신창이가 된 것은 분명하다. FTX 및 FTX의 산하 조직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는 솔라나 투자 라운드에 여러 차례 참여한 바 있으며 솔라나 기반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솔라나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FTX는 솔라나 기반 토큰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상장하는 거래소이기도 했고 NFT 마켓플레이스 및 솔라나 대표 디파이 프로젝트이자 CLOB(Central Limit Orderbook) 거래소인 세럼(Serum)을 직접 운영하는 등 솔라나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FTX가 없는 지금, 솔라나 프로젝트들은 신규 투자 및 주요 CEX 상장이 이전 대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디앱들이 솔라나에 온보딩할 매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솔라나는 자립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거 초기 펀딩 당시 50%에 가까운 물량을 팀과 투자자에게 분배하며 ‘VC체인’으로 조롱받았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구축과 더불어 펀더멘털에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VC 지원이 빠진 솔라나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탄탄한 개발자 커뮤니티
솔라나는 탄탄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8월, 불과 2,400명이었던 솔라나 개발자 수는 2022년 11월 20,717명으로 증가하여 1년 만에 761% 성장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덕분에 솔라나는 현재 레이어1 중에서 이더리움 다음으로 많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솔라나 해커하우스는 블록체인 이벤트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22년 솔라나 콘퍼런스 총 참가자 수: 약 6.4만 명).
NFT 시장서 괄목할만한 성과 달성
솔라나는 NFT섹터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하였다. 현재 솔라나의 NFT 시장 점유율은 거래대금 기준 레이어1 블록체인 중에서 2위이며, DeGods, y00ts, Okay Bears, Solana Monkey Business, Degenerate Ape Academy (DAA) 등 인지도 있는 NFT프로젝트들을 대거 배출해낸 바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 솔라나 NFT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향후에도 NFT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적인 인프라 및 사용성 개선
솔라나의 인프라와 사용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로, 솔라나는 네트워크 안정화를 위해 올해 1분기에 발표하였던 세 가지 방법 (QUIC, QoS, Local fee market) 중 QUIC (Quick UDP Internet Connection)와 QoS (Stake Weighted Quality of Service)를 최근에 도입하는데 성공 하였으며 (’솔라나, 네트워크 안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다’ 리포트 참고), 내년 1분기에 출시될 Saga 스마트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Saga 출시 이후 솔라나는 기존의 HW와 운영체제 하에서 Web3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한계들을 극복하고 모바일 친화적인 Web3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솔라나가 HW 시장에 진출한 이유와 잠재적 영향은?’리포트 참고).
Firedancer 출시 이후 네트워크가 안정화 및 탈중앙화 측면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Firedancer는 Jump Crypto에서 개발하고 있는 솔라나 검증자 클라이언트로, 기존 클라이언트 대비 버그가 적고 트랜잭션 실행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구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노드 엔진 개발 관련 파트너십을 맺음에 따라 향후에는 복잡한 절차 없이 누구나 간편하게 솔라나 노드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SVM(Sealevel Virtual Machine)을 통한 모듈러 생태계 형성
이더리움의 전유물로 남을 것 같았던 L2솔루션이 솔라나 위에서 구축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트랜잭션 병렬 처리가 가능한 솔라나의 SVM은 빠른 속도를 원하는 디앱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니즈에 맞추어 Nitro(SVM호환성을 갖춘 Sei Network 기반 옵티미스틱 롤업)와 Eclipse(SVM 기반의 맞춤형 롤업을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L2솔루션) 같은 SVM기반 L2 솔루션들도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다.
2-5.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트릴레마’의 해결
블록체인의 기능을 서로 나누어서 담당하는 방식으로 처리속도를 높이고 가스비를 낮추는 모듈러 방식과 블록체인의 자체 성능을 극대화하여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모놀리틱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방법이 다를 뿐 결국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를 누가 해결하는 가이다.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란 확장성(Scalability), 탈중앙성(Decentralization), 보안성(Security)의 세 가지 문제는 한번에 해결할 수 없음을 뜻한다. 해당 트릴레마 속 서로의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이 트릴레마 삼각형 크기 자체를 키우는 방식으로 3가지 특징의 희생관계는 변하지 않지만, 지닐 수 있는 최대의 크기 자체는 키울 수 있다고 판단되며 실제 많은 체인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 L1 전쟁의 핵심은 역시, 누가 더 싸고 빠른 동시에 안정성과 탈중앙성을 잘 확보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당분간은 이더리움을 필두로 1차 대전에서 살아남아 L2 진영과의 동맹을 이어가는 모듈러 블록체인 진영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각자의 특장점을 지닌 바이낸스와 코스모스 그리고 모놀리틱 블록체인 등이 어떻게 확장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는 2023년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3. 함께 개선되는 블록체인 생태계 인프라
블록체인 인프라 영역은 2022년 전반적인 마켓의 침체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부 섹터는 마켓의 침체에 일조했으며, 다른 인프라 섹터들은 마켓의 침체에 동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브릿지의 경우 연이은 락앤민트 브릿지*의 해킹사고로 마켓 침체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한 면이 있다. 주로 락앤민트 브릿지가 해킹되었는데 2022년 전체 해킹사고 규모 Top 5에 4개가 포함될 정도로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를 노출했다. 반면 오라클과 스토리지는 시장의 하락세에 영향을 받은 섹터들이다. 오라클은 주요 서비스 고객인 디파이 시장이 디레버리징으로 침체되면서 TVS가 급감하였고, 스토리지도 NFT의 탈중앙화 저장소를 내러티브가 무색하게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다. 다만, 지갑은 꾸준히 유저를 늘리고 있는 메타마스크의 독주 체제 속에 레딧 등과 같은 기성 플랫폼 기업의 자체 지갑 서비스가 주목받는 한 해였다. 다오의 경우 2022년을 이끌 주요 메타로 부상하였으나, 유의미한 사용자들의 참여를 끌어내지는 못하며 실질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락앤민트 브릿지는 A체인에서 B체인으로 자산 이동을 원할 경우, A체인에서의 자산을 잠그고(Lock) B체인에서 잠긴 자산과 동일한 가치를 보유한 토큰을 발행(Mint)하는 형식의 브릿지를 말한다.
3-1. 네이티브 검증 방식, 락앤민트 브릿지 해킹 잔혹사를 멈출 솔루션으로 부각
2023년 전체 브릿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체 레이어1의 몰락으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L2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연이은 락앤민트(Lock-and-Mint) 브릿지 해킹 사고로 인해 브릿지 서비스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는 기술에 대한 안정성 및 보안성 등에 대한 충분한 테스트 기간 없이 성장한 분야였다. SOLUNAVAX로 불리운 대체 레이어 1이 성장하면서 체인 간 자산 이동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높아졌으며, 그로 인해 저렴하고 빠르며, 초기 유동성 확보 등의 제약이 없는 간편한 락앤민트 방식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락앤민트 브릿지는 외부 검증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소수의 검증인에 대한 서명 탈취(로닌 해킹), 서명 조작(솔라나 웜홀 해킹) 등의 공격에 취약했고, 2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자금이 해킹으로 피해를 입었다.
2023년은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네이티브 검증 방식의 브릿지에 기대가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네이티브 검증 방식은 개별 체인의 검증인의 보안성에 의존해 브릿지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락앤민트 브릿지에서 발생했던 소수의 검증인에 의한 해킹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당 솔루션 개발을 위해 많은 개발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며, 커뮤니티에서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네이티브 검증 방식은 니어 프로토콜의 레인보우 브릿지와 코스모스의 IBC가 있으며, IBC의 경우 53개의 코스모스 생태계 체인이 호환되는 등 쓰임새를 확장하고 있고, 이더리움과의 연결 또한 추구되고 있다. 다만, 네이티브 브릿지가 활용되는 생태계 니어와 코스모스의 유저 수가 이더리움 대비 적은 편이며 검증 비용 및 속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해당 솔루션들의 대중화에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2. 체인링크의 독무대가 된 오라클 시장
가격 오라클 시장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지표로는 TVS(Total Value Secured, 총 가치 확보)가 있다. 연초 $70B에 달했던 TVS는 전반적인 디파이 시장의 침체로 인해 현재 85%가 하락한 $10B 수준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1등 오라클 사업자 체인링크의 점유율은 높아졌다. 오라클 비즈니스는 기반 메인넷의 생태계의 성장성 여부에 따라 오라클 프로젝트의 성장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한 편인데, 2022년에는 루나 사태, FTX 사태 등을 통해 코스모스 오라클 밴드 프로토콜(Band Protocol)과 솔라나 오라클 피스 네트워크(Pyth Network)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더리움 호환 EVM 메인넷들을 기반으로 하는 체인링크는 연초 79%의 TVS 점유율이 현재는 90%까지 상승했다.
2023년은 더욱이 글로벌 기업들이 보안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이더리움 생태계, 그중에서도 폴리곤을 선택했기 때문에, 폴리곤 생태계에 오라클을 제공하는 체인링크의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다. 2023년에도 ‘오라클=체인링크’ 공식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3-3. 오라클을 너머 종합 미들웨어 인프라 서비스로 발돋움할 체인링크
2022년은 오라클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한 해였으나, 체인링크는 서비스 다각화에 성공하며 하락장에서도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NFT, 게이밍 등 다양한 디앱에 활용이 가능한 난수 생성 솔루션 VRF와 체인링크의 탈중앙화 노드(DON)들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화 솔루션 Automation(구 Keepers)이 디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체인링크는 FTX 사태를 통해 디앱, CeFi, 거래소 등에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PoR) 솔루션 영업의 기회로 삼고 있으며, 최근 Aave v2, v3 아발란체 마켓에서 준비금 증명 도입에 성공했다. 특히 VRF는 최근 폴리곤 기반 NFT 전략 게임 Planet IX가 출시되면서 VRF의 데이터 리퀘스트(request)가 급상승한 지표를 볼 때, 2023년에 게임이 꾸준한 활용 사례가 받쳐준다면 더욱 큰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또한, 체인링크는 2023년에는 탈중앙화 오라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크로스체인 브릿지 솔루션인 CCIP, 레이어2 시퀀서 탈중앙화 서비스 FSS(Fair-Sequencing Service) 등의 솔루션을 출시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체인링크는 프라이버시 보호 오라클 프로토콜 DECO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이는 체인링크를 더이상 가격 오라클 제공 기업으로만 볼 수 없으며, 2023년에도 체인링크의 종합 미들웨어 인프라 서비스로의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4. 탈중앙화 스토리지, 속도 개선과 데이터 활용도 증가가 숙제
2022년 기대되었던 NFT 저장소로서의 내러티브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스토리지 섹터는 올 한 해 나름 성장한 섹터였다. 탈중앙화 스토리지는 단일 실패 지점이 없다는 점과 중앙화 스토리지 대비 저렴한 비용을 장점으로 갖는다. 스토리지 사용 용량은 2021년 4분기 16.7M TB에서 2022년 3분기에는 21.5M TB까지 늘면서 약 29%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탈중앙화 스토리지는 중앙화 스토리지에 비해 여전히 안정성과 데이터 활용성이 부족하다는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예를 들어, 올해에 NFT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IPFS 기술은 토렌트와 비슷해 사본의 저장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또한 데이터 활용성 측면에서도 AWS, Azure 등의 중앙화 클라우드 서비스는 데이터 저장뿐만 아니라 자체 API를 제공하며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탈중앙화 스토리지는 여전히 데이터 저장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중앙화 스토리지 프로젝트들은 데이터 컴퓨팅 및 프로그래밍 도입 등에 힘을 쓰고 있으나, 아직 기술이 개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2023년에 곧바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섹터의 선두주자격인 파일코인은 올해 FVM(Filecoin Virtual Machine)을 도입하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데이터 활용 기능을 도입했으나,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로 프로그래밍 기능이 아직 온전히 구축되지 않고 있다. 또한 FVM은 2024년에야 프로그래밍 기능이 완벽히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2023년에는 당장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토리지 섹터는 2023년에는 전체 크립토 시장을 Outperform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3-5. 허들로 작용했던 지갑 서비스의 개선에 주목
셀프 커스터디, 즉 개인이 직접 자산 보관이 가능한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불편한 사용자 경험, 2) 모바일이 아닌 PC 웹 환경 기반, 3) 자체 시드 문구(seed phrase) 보관 등으로 인해 선두 주자인 메타마스크도 아직까지 대중화에 이르지 못했다. 2023년은 가상자산 대중화의 큰 허들로 작용했던 지갑(월렛) 서비스의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인 개선 기술 중 하나가 반수탁(Semi-Custodial)로 분류되는 MPC 지갑이다. MPC(Multi-Party Computation)는 다수의 사용자가 프라이빗 키를 나눠서 보유하는 기술이다. 이때 프라이빗 키를 나눠서 보유하는 N개의 참여자 중에서 M명 이상 동의해야 트랜젝션이 실행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아무래도 하나의 주체가 프라이빗 키를 저장하는 것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여겨지며, 그렇기에 기관들의 가상자산를 수탁 운영하는 BitGo, Coinbase Custody 등 수탁 업체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보안을 중요시하는 기관투자자 향 수탁서비스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으나, 시드 문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내에 쓰일 잠재력이 있다. ZenGo와 같은 MPC 지갑은 실제로 시드 문구 대신 이메일, 바이오 인증 방식을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은 편리한 UX, 비밀번호 복구 가능과 같이 대중화 서비스에 필요한 요소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드 문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또 다른 지갑 유형으로는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이 있다. 해당 방식은 스마트 컨트랙트 자체가 지갑 역할을 하는 것으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기반해 자산을 관리하고, dApp과 호환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를 생성 및 실행해야 하기에 수수료가 비싸고, 현재 이더리움 블록체인 구조 상에서는 외부 지갑 계정(EOA, 예시_메타마스크)를 요구하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의 등장을 지갑 솔루션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이더리움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만큼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2023년 상당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상자산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가상자산 지갑의 서비스 통합 방식에서 향후 지갑 서비스의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키와 메타의 경우 기존의 크립토 지갑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레딧은 자체 지갑 볼트, 스타벅스는 앱에 오딧세이 계정의 형태로 수탁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의 두 기업은 비수탁 형태로 사용자들의 오너십을 중시했다면, 스타벅스의 경우 소비자들의 사용 편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3-6. MEV 수익 모델, 이제는 네트워크 활성도에 달려 있어
이더리움의 PoS 전환은 채굴자들의 보상 감소라는 여파를 가져왔다. 실제 채굴자들의 ETH 보상은 90% 감소하였는데 EIP-1559 이후 베이스 수수료(base fee) 마저 소각이 되며 블록 생성자들의 몫은 더욱 줄어들었다. 보상이 줄어든 블록 생성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초과 이익을 낼 수 있는 MEV(Maximal Extractable Value)로 이어졌고, MEV 솔루션의 등장은 MEV 활동에 날개를 달았다. 실제로 아래 차트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 누적 MEV 보상이 2021년 이후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MEV 솔루션 중 하나인 Flashbots에 따르면 MEV Boost를 사용할 경우 검증자의 스테이킹 보상이 최대 60% 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블록 생성자들은 MEV 추출을 통해 추가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기에 앞으로도 MEV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미 전체 블록의 80%가 MEV솔루션을 쓰고 있기에 MEV 시장 규모 자체가 급증할 가능성은 낮고, 이더리움 네트워크 활성도에 따라 MEV 이익에 증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MEV솔루션 시장 점유율은 Flashbots, Bloxroute, Blocknative 순으로 높은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Flashbots은 전체 블록 생성 중 54.4%, MEV 솔루션을 사용한 블록 생성 중 61.8%에 사용되었을 정도로 MEV솔루션 중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Flashbots이 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 규제를 따르고 있어 블록체인 고유의 특징 중 하나인 검열 저항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MEVwatch.info에 따르면, 12월 20일 기준 전체 이더리움 블록 중 66%가 OFAC 규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플래시봇이 대표적으로 검열하고 있는 트랜잭션으로는 토네이도 캐시 이용 금지 등이 있다. 이더리움 재단에서는 MEV의 중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블록 생성자의 역할을 proposer과 builder로 분리하여 상대적으로 컴퓨팅 파워가 낮고 리소스가 부족한 노드들에게도 MEV를 나눠주는 PBS(Proposer Builder Separation)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오늘날 MEV는 대부분 PGA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블록 생성자들이 직접 MEV를 추출하는 경우는 전체 생성 블록 중 약 10% 미만으로 흔하지 않다. 그러나, 드물기는 하나 블록 생성자들이 MEV봇들과 결탁하여 수익을 분배하거나 프라이빗 멤풀에 대한 접근 권한을 판매하는 행위가 포착되고 있으며 향후 네트워크 활성도가 증가할수록 MEV경쟁에 직접 뛰어드는 블록 생성자들도 조금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7. DAO, 새로운 구조와 툴로 탈중앙화 지지
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라는 뜻을 가진 ‘다오(DAO)’는 P2E 시장의 성장으로 2021년 말 주목을 받는 듯했으나, 2022년에는 시장 약세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3년에는 여전히 P2E 중심으로 다오가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지속하는 가운데, 새로운 구조와 툴을 바탕으로 더욱 정교화된 형태의 다오가 다양한 섹터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았다.
P2E 섹터의 다오: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인프라
Yield Guild Games(YGG)를 중심으로 2022년 상반기까지 게임 관련 길드들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증가했었다. YGG의 분기별 스콜라십 플레이어 수는 1분기에 약 3만 명이 등록되어 있었으며 전분기 대비 약 3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여전히 2만 명 이상이 멤버로 참여 중이며, 최고점 대비 -30% 하락에 그쳐 시장 대비 양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또한, Merit Circle과 GuildFi 역시 지속적인 사업 확장 및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게임 다오로서의 가치를 유지 중에 있다. 특히 Merit Circle의 경우 활발한 거버넌스를 통해 게임 길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에 앞장서며, 가상자산 시장 내 게임 다오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두 프로젝트 모두 AUM 측면에서 유사한 수준을 유지 중이라는 점에서, 향후 다오는 P2E 관점에서는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인프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새로운 구조와 툴: 디파이부터 Web2까지 확장되는 다오
1) 서브다오(SubDAO)
작년 말부터 주목을 받았던 ‘서브다오(SubDAO)’ 개념은 2023년에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뱅크리스는 서브다오를 상위의 다오(superDAO)와 얼라인되어 있으나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하위 다오라고 정의했다. P2E 섹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어 왔으나, 최근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보다 정교화된 구조의 서브다오를 도입하는 모습이다.
- 메이커다오의 엔드게임v3: 지난 10월, 다이의 탈중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브다오인 메타다오(MetaDAO)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거버넌스 제안을 통과시켰다. 신규 발행되는 토큰의 주요 유틸리티는 다이 담보자산의 탈중앙화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 dYdX DAO 로드맵: 지난 11월, dYdX는 새로운 메인넷 V4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거버넌스 다오 로드맵을 발표. 주요 내용은 자회사 개념의 하부조직인 서브다오를 구성하고 이를 위한 커뮤니티 승인을 요청하였다. 커뮤니티 트레저리에서부터 각 서브다오의 재원으로 활용될 $DYDX를 제공하기 위한 온체인 투표 역시 진행 예정이며, 향후 기능의 세분화에 따른 추가 다오 설립도 예정되어 있다.
서브다오에 대한 두 프로젝트의 관점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프로젝트의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탈중앙화된 운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각자의 답을 제안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메이커다오는 서브다오를 위한 신규 토큰을 발행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장점과 가치의 희석이라는 단점을 양날의 검으로 쥐고 있는 가운데, 2023년에는 가장 이상적인 서브다오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2) 툴 (Tool)
한편, 기존 Web 2 기업 역시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갖고 다오 운영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다오의 대중화를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를 위한 다양한 툴을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다오 관련 툴이다.
- 아라곤(Aragon): DAO 구축을 돕는 프레임워크 툴이다. 온체인 및 오프체인 기반 의사 결정, 토크노믹스, 논쟁에 대한 해결, 지정된 블록체인을 통한 투표 및 거버넌스 등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며, 아라곤을 사용해 손쉽게 오픈 소스 인프라 기반 DAO 구성이 가능하다.
- 노시스 세이프(Gnosis Safe): 사용자의 자산과 토큰을 안전하게 저장, 관리,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더리움 지갑이다. 자산 보안을 보장하는 멀티 시그 모델이 특징이며, DAO 구성원은 노시스 세이프를 사용하여 편리하게 프라이빗 키를 관리할 수 있다.
- 스냅샷(Snapshot): 분산형 투표 시스템. 특정 DAO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투표 유형을 제공하며, 제안서 작성 및 투표 프로세스는 오프체인으로 진행된다. 오프체인으로 진행되기에 가스 비용이 없으며, 제안에 대한 투표는 ERC 20 토큰 및 NFT 등으로도 가능하다.
- 커먼웰스(Commonwealth): 커먼웰스는 일체형 커뮤니티 관리 툴이다. 거버넌스 제안 및 논의, 스냅샷, 온체인 투표, 네트워크 분석 등의 DAO 핵심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동시에 지원한다.
- 탈리(Tally): 이더리움 기반의 DAO 운영 플랫폼 툴이다. DAO 관리를 위한 포괄적인 도구 및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는 예산 및 지출 관리 및 투표 시스템을 포함한다.
- 폴리스(Pol.is): 폴리스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및 수집 시스템이다.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사용자 의견과 입장을 분석하고 시각화한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커뮤니티 내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4. 블록체인 콘텐츠도 끊임없이 확장 중
한편,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인프라의 개선과 함께 그 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또한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블록체인 산업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유의미한 use case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대표적인 섹터로 게임, 디파이, 그리고 NFT 등이 있으며, 셋 중에서는 NFT가 가장 빠르게 대중화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Lens Protocol, Mirror, Minds와 같은 웹3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잠재력 있는 시장이나, 기존의 SNS 서비스를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내 타 플랫폼(Facebook, Instagram, Mastodon, linktre.ee) 링크 사용 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웹3 소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한 층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4-1. 블록체인 게임, 잠재력 높지만 내년까진 기대감 낮출 필요 있어
2022년 상반기는 ‘메타버스’와 ‘P2E’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게임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까닭일까. 은연중에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같은 미래를 기대했던 대중의 환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고, 엑시 인피니티 혹은 미르4 등 P2E게임도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면서 P2E 광풍이 사그라졌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엑시 인피니티의 성공을 목격한 중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역량과 IP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돌입하였으며, Web3 게임사들도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넉넉한 런웨이로 꾸준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4Q21 대비 투자 규모가 조금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올해 3분기까지 블록체인 게이밍 & 메타버스 섹터 총 펀딩 규모는 약 $7B 수준으로 (전체 가상자산 시장 내 펀딩의 50% 이상을 차지)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도가 높고, 퀄리티 높은 게임들의 출시가 대거 예정되어 있으며, 자본 유입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대감을 조금 낮추고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 채 2년조차 되지 않은 미개척 황야일뿐더러 (AAA급 게임의 평균 개발 기간은 24~36개월), P2E의 몰락 이후 여전히 이해관계자들을 (투자자 - 게이머 - 개발자) 균형 있게 만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게임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성공 모델이 나오기까지 수차례의 테스트 단계를 더 거치고 시장의 평가도 받아야 하는 만큼,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개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A. 해외 시장은 Web3 native 게임사가 주도
Activision Blizzard, Sony, Nintendo 등 글로벌 해외 게임사들은 전반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Valve(Steam), Rockstar(GTA), 그리고 Mojang(Minecraft)는 아예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그나마 Epic Games가 Epic Games Store에서 블록체인 게임의 온보딩을 허용하는 등 (Blankos Block Party, Grit, Star Atlas 지원 예정) 블록체인 게임에 가장 호의적인 편이다. 국내 게임사와 달리 해외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싱글 플레이 위주인 콘솔 중심의 시장: 모바일 및 PC게임이 주를 이루는 아시아 시장과 달리 북미는 콘솔 게임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2021년 북미 시장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 토크노믹스와 NFT의 특성상 블록체인 게임은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 사회경제를 형성하는 MMORPG 장르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데(’아키월드, 시작이 좋다’ 리포트 참고), 콘솔 게임은 대부분 싱글 플레이 위주이며 멀티 플레이는 옵션으로 붙는 경우가 많다.
- 작은 시장 규모: 블록체인 게임은 전체 게임 시장 내에서 매우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블록체인 게임 수는 900여 개가 채 되지 않으며, 블록체인 게임 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Alien Worlds의 MAU는 리그오브레전드 MAU의 0.4% 밖에 되지 않는다. 매출액 비중으로 따지면 더욱 초라하다. 즉, 이 정도 시장 규모로는 연간 조 단위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글로벌 게임 거인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게임 없이도 2021년 기준 매출액 $8.8B을 기록한 블리자드 입장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도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블록체인 게임의 특징인 소유권과 오너십 분배의 개념은 각인시켰다는 것이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해외 시장은 최소한 중단기적으로는 Web3 게임사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Web3 게임사들이 글로벌 게임 타이틀을 만들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시장 규모를 키워 전통 게임사들에게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나면, 그제야 전통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전개가 펼쳐질 것이다.
물론 Web3 게임사들이 강력한 IP와 트랙 래코드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쟁글은 Web3 게임사들도 전통 게임사 못지않게 거대한 타이틀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해외 Web3 게임사 역시 자본력이 결코 낮은 편은 아니다. Forte, Sorare, Animoca, Immutable 등은 최소 $150M에서 최대 $900M 규모의 펀딩을 받은 바 있는데, AA~AAA급 타이틀을 탄생하기 위한 평균 개발 비용이 $100M~$300M임을 감안하면 자본력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대표적인 AAA 타이틀이라 불리는 게임들의 평균 개발 비용 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파이널 판타지 VII 리메이크 $80M, GTA V $265M, Star Wars: Old Republic $200M, Destiny $500M (마케팅 비용 포함).
Web3 게임사들이 실력이 뛰어난 대형 게임사 출신 개발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는데, 솔라나 위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Aurory 팀의 경우 (60명 남짓) 상당 수가 Ubisoft, EA, Atari 등 탑티어 게임사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결과, Web3 native 게임들의 퀄리티는 전통 게임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실제로 Treeverse, Aurory, Iluvium, Ember Sword, Guild of Guardians, Star Atlas 등의 플레이 영상을 충분한 퀄리티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 전통 Web2 게임사 중에서는 국내 게임사가 가능성 있어
해외 게임사와 달리 넥슨, 넷마블, 카카오, 컴투스, 위메이드,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은 유독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유저들끼리 게임 내에서 사회경제를 형성하고 자생적인 생태계를 형성하는 MMORPG가 보편화되어 있고, 2) 블록체인 게임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위믹스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비록 지금은 지표가 크게 꺾였으나, 미르4는 4Q21 MAU 620만 명, 11월 중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140만 명을 돌파한 바 있으며, 이를 본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전통 게임사들은 강력한 게임 IP, 개발 노하우, 그리고 방대한 유저 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Web3 게임사 대비 이점을 갖는다. 특히, 국내 게임 업계를 선도하는 넥슨의 경우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최대 IP 중 하나인 메이플스토리의 블록체인 게임 버전 출시를 예고한 바 있는데, 메이플스토리는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2,000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즐긴 게임인 만큼 블록체인 시장의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아이템에 대해 NFT를 발행하고 게임 내 특정 요소들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등 아직은 조심스러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C. 높은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시장
아시아 게임 시장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에서 유망하다. 게임 유저 수는 전체의 55%에 달하는 17억 명을 초과하며, 매출액 관점에서도 연간 $72B 규모에 달해 전체 시장의 52%를 차지한다. 아시아의 1인당 GDP 성장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당 게임 내 구매력도 현재보다 높아져 글로벌 게임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권에서 P2E 게임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동남아 지역에서 유독 P2E게임이 성공했던 이유는 타 지역 대비 평균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인데, 올 초까지만 해도 엑시 인피니티 유저들의 평균 수익은 월 $200 수준으로, 이는 필리핀, 베트남 노동자의 평균 월 소득의 약 66%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일부 수익을 공유받는 블록체인 게임은 소득이 적은 아시아 국가에서 좀 더 의미가 있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D. 캐주얼 게임 시장에도 주목
캐주얼 게임은 간단한 조작으로 유저들이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종류를 의미한다. 캔디크러시, 애니팡 등이 대표적인 캐주얼 게임의 장르에 해당하며, 2021년 한국에서 의외의 P2E 열풍을 이끈 무한돌파삼국지 또한 캐주얼 RPG게임 장르에 속한다. 이러한 캐주얼 게임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스펙이 요구되는데, 그렇기에 현재 확장성 단계의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기에 용이하다. 현재 L1 혹은 L2체인의 확장성 수준으로 수 백, 수 천만 명의 게이머들이 동시에 접속하는 AAA급 MMORPG를 퍼블릭 블록체인에 온보딩하는 것은 무리이며,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게임 내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인앱 광고인 점도 블록체인과 접목될 수 있는 포인트다. 인앱 광고는 유저들이 게임을 할 때 앱 내에 노출되는 광고로 화면 상하단에 배너 형태로 등장하거나, 애플리케이션 시작 시 등장한다. 게임 내에서 유저에게 많은 과금을 유도하는 RPG 장르와는 다르게 캐주얼 게임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이들에게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광고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당연하게 광고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인 것이다. 엑시 인피니티, 무한돌파삼국지, 미르글로벌 등 빠르게 초기 유저를 모으는데 효과적이었던 블록체인 게임과 인앱 광고는 생각보다 시너지가 발생할 조합이 될 수 있다.
E. 메타버스는 HW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메타버스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꿈꾸고 있는 메타버스의 시대는 생각만큼 일찍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메타버스라 하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과 같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는 1) 현실 세계보다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2)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신분증만큼 중요시 여기며 3) 현실 세계와 동일하게 사회, 경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Wax 대표 William Quigley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구현되려면 아직 멀었으며 우선 현실감 및 몰입감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AR/VR, 차세대 반도체, 홀로그램 등의 하드웨어 투자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VC를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 기관들은 여태 ROI가 높은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위주로 투자하였기에 현재 하드웨어로는 현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샌드박스의 COO인 Sebastien Borget 역시 현재 우리가 게임을 구현하고 있는 웹앱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와 제약이 존재한다고 말하였다. 실제로, 메타버스에 100억 달러 이상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한 메타가 내놓은 Horizon Worlds의 낮은 퀄리티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바 있다.
향후에는 5G, IoT, 차세대 반도체, AR/VR 렌즈, 퀀텀 컴퓨팅, 신경 보철 등 HW 섹터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HW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궁극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메타버스가 도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 고평가된 1세대 블록체인 게임들은 증명해야 할 때
대표적인 1세대 블록체인 게임이자 메타버스로 평가받는 더 샌드박스와 디센트럴랜드는 기대감이 현실을 앞선 대표적인 케이스다. 쟁글은 두 프로젝트 모두 올해 토큰 가격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YTD 기준 약 -85%)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의 유저당 밸류에이션은 peer 그룹의 로블록스 대비 각각 49배, 138배 높으며 FDV로 환산하면 해당 수치는 94배, 486배까지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로블록스의 PSR은 8.6배인 반면, 더 샌드박스의 TTM PSR은 FDV 기준 20.7인데, Web2 게임과 Web3 게임의 사업 모델 간 괴리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도 해당 수치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두 프로젝트가 펀더멘탈을 개선하고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여 유저들을 꾸준히 유입시켜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더 샌드박스는 파트너사들이 얼마나 뛰어난 콘텐츠 생산하는지가 내년의 주요 관전 포인트이며, 정식 버전이 출시된 후에는 UGC(User Generated Content)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4-2. Defi,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서 ‘Next Meta’를 찾는 중
2022년 디파이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변동성을 기록하였다. 유동성 축소로 인해 자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비트코인 대비 상대적으로 디파이가 더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1) 부족한 인프라, 2) 과도한 레버리지 구조, 3) 리스크 관리 부재와 같은 디파이 펀더멘털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디파이의 한계를 깨달은 많은 플레이어들의 자금 이탈 현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관 투자자들의 디파이 내 유동성 증발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OECD는 디파이 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2021년 6월부터 줄어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엔 UST, 셀시우스, 그리고 FTX 사태를 거치며 기관들의 자본금의 상당량이 회수 혹은 증발한 상태로 추정되며, 거래소 혹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딩 및 장외거래(OTC) 브로커리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네시스(Genesis)의 메마른 OTC 거래량(-53% YoY, Q3)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2021년부터 황소처럼 시장을 견인했던 기관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디파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디파이에 대해 “분산형 금융은 명예롭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본주의 괴물로 변화했으며, 현재는 이를 다시 내려놓고 실제로 가치를 제공하는 몇 개의 애플리케이션 및 보안을 강화하는 방향의 시발점에 있다”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2023년에는 디파이의 본질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최근 들어 정교한 스마트 컨트랙트 구조로 탈중앙성을 확보한 채 안정성을 개선해가는 프로토콜들이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며, 1) 새로운 구조의 스테이블코인, 2) 비수탁형 탈중앙화 선물 거래소, 3) 유동 스테이킹이나 4) 무담보 대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는 아래에서 보다 상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A. Renewing Programmable Money: 스테이블코인 3.0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 환경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UST의 몰락 이후,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졌고, 현재는 국고채 담보형 Centralized IOU 기반의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도만이 건재한 상황이다.
이에 더욱 정교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근래에 발표된 1) 아베(Aave, $AAVE) 의 $GHO, 2) 커브(Curve, $CRV)의 $crvUSD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출시할 개선된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분산된 발행-소각 주체, 단계 청산과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의 도입과 더불어 높은 사용성을 가진 실제 프로젝트 내 유틸리티가 존재해 기존 방식 대비 확장된 유틸리티와 안정성이 강조된다.
$GHO는 분산된 Facilitator를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
이 둘은 페깅 유지 방식 및 유틸리티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먼저 $GHO는 발행과 소각의 주체인 Facilitator를 통해 $GHO의 발행-소각이 진행된다. 이때, 각기 다른 소각 / 발행 메커니즘을 가진 Facilitator가 분산된 형태로 존재하므로, UST-LUNA 때 문제가 되었던 중앙화된 소각/발행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쟁글의 ‘Aave의 GHO 스테이블코인 발행 이유와 그 시사점’ 참고)
부분자동청산 메커니즘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모델, $crvUSD
반면 커브의 crvUSD는 청산 시 낙폭 완화를 위한 거듭된 연구의 결과물이다. LLAMMA(Lending-Liquidating AMM)라고 불리는 본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코인 발행 / 소각의 메커니즘에 단계 자동 청산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는 갑작스러운 디페깅 및 청산 위험을 여러 밴드(band) 별로 분산한 포지션 구축이 가능하고, 단계적으로 청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파이 내 항상 문제가 됐던 급작스런 하락의 증폭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두 스테이블코인은 구조적 개선뿐만 아니라, 활용처에서도 차이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GHO는 아베와 Facilitator별 유틸리티 등 프로젝트 내 다양한 활용처를 강점으로 내세운다면, $crvUSD는 기존 커브의 스테이블 CFMM 유동성 풀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페깅 유지 장치들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UST 디페깅 이후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어휘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지금, 두 우량 프로젝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디파이 내 $DAI, $FRAX와 함께 주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 비신뢰성과 투명성: 비수탁형 Perp DEX와 무담보 대출 프로토콜
UST 디페깅 이후 발생한 3AC와 셀시우스 파산을 촉발한 유동성 위기는 Lido의 유동화 토큰, stETH를 활용한 stETH—ETH-AAVE 풍차 돌리기(Flywheel) 전략의 남용(쟁글의 셀시우스∙3AC∙블록파이 사태 총정리 참고)이 문제가 됐다.
디파이의 결합성이 제공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원초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려우나 이 위험을 투명하게 관리하거나 격리하는 수단으로는 디파이의 투명성과 비신뢰성이 강조된 프로토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디파이 서비스 가운데 거래소와 관련해서는 비수탁형 서비스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선물거래 DEX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다른 디파이 서비스 중 하나인 렌딩에서는 무담보 대출 프로토콜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현재 랜딩 시장의 점유율을 독식하고 있는 초과담보 형태의 프로토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으며, 온체인 기반으로 대출이 제공되어 관련 데이터가 모두 기록되어 투명성이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다.
오라클을 활용한 vAMM DEX, GMX
선물거래 DEX에도 여러 가지 구현 방식이 있으나 (무기한 선물 DEX 춘추전국시대 (上) 참조)그 중에서도 오라클을 활용하는 선물거래 DEX가 최근 급부상 중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GMX와 GNS가 있으며, 이들은 가상 유동성풀(Virtual AMM, vAMM)과 체인링크(Chainlink, $LINK) 오라클을 사용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실제 유동성을 기반한 아토믹 스왑(Atomic Swap) 방식이 아닌, 오라클의 가격을 체결가로 대신 사용하여 거래를 체결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적고 슬리피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초기 온보딩 및 부트스트래핑이 원활한 반면 오라클 사용에서 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최근 GMX에서 발생한 대형 자금을 운용한 $AVAX 오라클 공격이 그 사례이나, 해당 취약점이 노출된 이후 재빠르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비수탁형 거래소의 장점과 구성원들의 높은 위기 대처 능력이 계속 겸비된다면, 2023년 GMX는 프로토콜의 비허가성 및 투명성을 무기로 디파이의 성장을 이끌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더북 기반의 선물거래 DEX, DYDX
가장 성공한 선물 DEX라 하면 dYdX가 빠질 수 없다. dYdX는 친숙한 UX/UI 및 오더북 기반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 그리고 StarkEX를 사용한 9,000TPS의 우수한 확장성 등을 앞세워 비수탁형 거래소로는 한때 일일 거래량 $1.1B(2021.09.28), 및 일일 수수료가 $6.8M을 달성하는 등, 성공한 탈중앙화 선물거래소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동성 축소 기조 이후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주는 추세였으나, 이번 FTX-Alameda 사태 이후 선물거래 기능 및 탈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수요가 반영되어, 일일 거래량이 $528M (2022.11.14) 수준까지 도달하면서 11월 한 달 동안 $27B 규모의 거래량을 처리하는 등 다시 한번 그 효용을 입증하고 있다.
한편, dYdX는 현재 코스모스 sdk를 활용한 독립적인 앱체인 전환(쟁글의 dYdX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토크노믹스를 중심으로 참고)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그레이션은 2023년 2Q에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토크노믹스 개선과 무엇보다도 서비스 탈중앙화 및 규제 리스크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1) GMX, GNS와 같은 오라클 활용 모델, 2)앱체인 전환 예정인 dYdX의 현재까지 실적 현황과 향후 로드맵을 살펴보았을 때, 탈중앙화 선물거래소 내러티브가 단순히 FTX 뱅크런 이벤트에서 기인한 단발적인 이슈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GMX, GNS, 그리고 dYdX 외에도 Drift(드리프트), Perpetual(퍼페츄얼), Cap(캡) 등과 같이 앞서 제기된 투명성 및 중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의 상당한 인기가 이를 증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무담보 대출 프로토콜, Maple Finance
Maple Finance 는 무담보 대출 시장의 시장점유율 1위 DeFi 프로토콜로, 기존 Aave, Compound 와 달리 무담보 대출(Unsecured Loans)을 지원한다.
Maple은 신용 기반한 대출을 통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동성 확장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도 Maple의 대출은 온체인 형태로서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차용자의 대출 요청 시 지정된 대출 풀에서 자금 이체가 승인되고, 풀에 대한 정보와 대출 잔액, 지급받은 이자 금액과 같이 대출 관련 데이터들이 온체인 상에 기록되어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확보된 투명성은 레버리지 구조의 리스크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Maple에서 대출 승인을 하는 과정(신원 확인부터 실사까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나와있지 않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성과 측면에서 현재까지 198건의 대출 중 159건 상환 완료 및 1건의 디폴트(테라 사태 관련 Babel Finance $10m 규모)만을 기록 중이며, 매월 유동성 풀에 대한 사업 보고서를 제공하거나, 차용자의 신용위험 데이터 플랫폼 크레도라(Credora) 가입을 강제하는 조항까지 추가하는 등 리스크 관리 및 신용도 평가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Maple Finance와 같은 무담보 대출은 양날의 검과 같다. 유동성 제공을 통한 신용 팽창 및 자본 효율 달성을 가능하게 하지만 무분별한 대출과 구조화된 파생상품의 출현은 대출 시장 자체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자금 조달 흐름을 포함한 대출의 불투명성 문제, 즉 CeFi 단일 실패 지점과 기존 디파이 대출 시장의 자본 비효율성 및 제한적인 신용 팽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디파이 무담보 대출 프로토콜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다. Maple Finance 같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관 대출 및 수요가 증가한다면 디파이 대출 시장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디파이 대출 시장 내 무담보 대출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성장의 업사이드는 충분히 남았는 판단이다(쟁글의 디파이(DeFi)의 새로운 등장: 무담보 대출 시장 참고).
C. 탈중앙화: 유동 스테이킹
이더리움 PoS 전환과 함께 주목받는 유동 스테이킹
FTX-알라메다 사태는 불투명하고 중앙화된 운영의 폐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와 같은 중앙화 리스크는 지분증명 기반의 블록체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최근 머지를 통해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한 이더리움에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사항이다. 이에 머지 이후 이더리움 체인 내 결정 권한을 내포하는 ETH 스테이킹 및 체인 내 탈중앙화의 중요도가 높아진 상황이며, 탈중앙화에 중점을 둔 유동 스테이킹 서비스들이 높은 관심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쟁글의 유동 스테이킹 톺아보기 참고).
탈중앙화와 로켓풀
로켓풀은 2021년 9월에 출시된 유동 스테이킹 플랫폼으로,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제한의 접근성을 스테이킹 이용자 뿐만 아니라 검증 노드에게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유동 스테이킹 서비스가 노드 운영에 있어서 허가형 방식으로 운영되는 반면, 로켓풀은 16 ETH와 RPL 토큰을 일부 보유하면 노드 운영에 참가가 가능한 비허가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타 플랫폼 대비 노드 검증인을 운영하기 위한 접근성이 낮아짐에 따라 전체 검증인 노드 수는 증가하며, 이는 기존 유동 스테이킹 의 탈중앙성을 더욱 강화하고,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보안을 한차례 강화한다.
탈중앙화 가치에 공감중인 커뮤니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움직임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동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 이후 타 유동 스테이킹 플랫폼 대비 이더리움 예치량 변화율은 45.7%로 cbETH(41.5%), Lido(10%) 대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탈중앙화 강화의 이유가 됐었던 16 ETH 운영 노드 필요 이더리움 수량을 근시일 내 8ETH로, 장기적으로는 4ETH 까지 줄일 계획이 있다고 하며, 이는 운영 노드 탈중앙화와 함께 노드 운영 필요조건으로 작동하는 $RPL 토큰 수요를 늘릴 요인이 될 수 있다.
라이도도 내부 개선에 힘쓰는 중
머지 이전부터 명실상부 1위를 지키고 있는 라이도(이더리움 스테이킹 점유율 29.3%) 또한 추가적인 탈중앙화 움직임에 공감하여,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탈중앙성 장치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tETH을 활용한 듀얼 거버넌스 제도로, 라이도를 통해 이더리움을 예치하여 받은 stETH의 기능에 거버넌스 제안을 Veto(비토: 강력한 거부 의사의 표현)하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라이도 측의 이러한 노력은 전체 허가성 풀의 규모를 늘리지는 않지만, LDO 토큰과 함께 유동화 토큰에 할당되는 권한을 강화해, 향후 우려되는 검열 및 중앙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라이도와 로켓풀이 탈중앙성을 매개로 CEX 기반의 중앙화되고 불투명한 스테이킹 서비스 대비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D. 전통 금융기업의 어돕션 증가는 추가적인 모멘텀
FTX의 몰락 및 바이낸스 PoR의 적합성 등의 이슈로 가상자산 업계 내 중앙화된 신뢰 주체가 가질 수 있는 불확실성 역시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이 사태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로 TradFi로 일컬어지는 전통 금융업계가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갖춘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통 금융회사들에게 업계 참여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들의 블록체인 활용이 높아진다면 반사수혜로 디파이 시장이 새로운 모멘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TradFi의 가상자산 어돕션은 진행 중
실제 다수의 주요 글로벌 IB들은 2022년에도 가상자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디파이 생태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파일럿(Pilo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퍼블릭 체인인 폴리곤(Polygon)을 사용하여 싱가포르 국채, 싱가포르 달러, 일본 국채, 일본 엔화로 구성된 유동성 풀을 통해 외환 및 국채 거래를 수행한 바 있다. 또한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Goldman Sachs(GS)와 BNP Paribas(EPA)에 이어 JP모건의 블록체인 기반 채권 거래 네트워크인 Onyx를 이용한 아시아 최초의 은행으로 거듭났다. 한편,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인 메이커다오는 헌팅던밸리뱅크의 실물 자산을 담보로 다이를 발행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와 같이, 글로벌 IB는 실물 자산과 디파이 생태계를 연결하려는 여러 시도를 행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통해 금융 인프라 개선 및 상품을 확장하고 있다. (쟁글, 국내 Web3 현황: 금융 참고)
4-3. Web 2.0가 이끄는 NFT 서비스 도입
2022년 초 정점을 찍었던 NFT 버블이 꺼졌다. NFT 거래량은 연초 대비 90% 이상 하락하였으며, $40B에 육박했던 NFT시장의 시가총액은 간신히 $20B을 유지하고 있다. 일일 NFT구매자 / 판매자 수는 연초 4만 명에서 2만 명 아래로 하락하였다. 수많은 NFT프로젝트들이 유명무실해졌고 설상가상으로 $ETH, $SOL 등 L1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블루칩 PFP라고 불리는 주요 NFT프로젝트들의 가치 또한 대부분 고점 대비 최소 50% 이상 하락하였다. 한때 FP(Floor Price) 기준으로 $420K 이상 거래되었던 BAYC 컬렉션은 불과 반년 만에 $85K로 약 79%의 가격 하락을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NFT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다만, NFT시장은 이때까지 발전해온 과정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여태 NFT시장은 PFP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나, 내년부터는 보다 다양한 use-case가 등장하여 BAYC와 같은 IP사업뿐만 아니라 게임, 패션, 이커머스, 소셜, 티켓, 신원 증명 (DID, Soulbound token)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몸집을 키워나갈 것이다. NFT는 fungible token과 달리 예술,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과 융합할 때 비로소 잠재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A.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NFT-gated 서비스의 등장
NFT 등장 이전까지 Web2 기업은 블록체인을 어떠한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직 워낙 생소한 기술일뿐더러 기업 입장에서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가치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NFT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유저들은 복잡한 절차 없이 지갑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데이터의 소유권을 손쉽게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본 기업들은 비로소 블록체인 활용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는데, 바로 NFT-gated 서비스다.
NFT-gated 서비스는 NFT홀더들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로, 패션, 굿즈, 게임,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 여기서 NFT홀더는 곧 고객을 뜻하며, 기업들은 NFT-gated 서비스를 통해 브랜딩, 기업 가치 제고, 그리고 고객 관리 강화 등의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NFT-gated 서비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유가 랩스의 BAYC를 꼽을 수 있는데, 유틸리티 NFT의 원조라 불리는 BAYC는 홀더들에게 에어드랍, 굿즈, IRL 파티 등 각종 홀더 한정 혜택을 제공하여 브랜딩은 물론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결과적으로, 유가 랩스는 1년 만에 a16z와 애니모카 등 VC들로부터 $4B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슈프림(Supreme)의 기업가치마저 따라잡는 데 성공하였다. NFT와 찰떡인 use case를 발견한 것이다.
2023년에는 NFT-gated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AYC, 두들스, 아즈키 등 수많은 Web3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가 Web2 기업들의 이목을 끌었을뿐더러, 무엇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가 쏟아지는 고객들의 수요에 못 이겨 올해 하반기부터 고객들에게 NFT gated 이커머스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쇼피파이는 누구나 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제작, 인벤토리 관리, 결제, 배송, 마케팅, 그리고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솔루션 업체로, 주로 소매 상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175개국에 진출하여 4백만 개 이상의 사업체에게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 TTM 기준 매출액 $5.2B을 달성하였다.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쇼피파이가 NFT gating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한 만큼, 소매 시장에서도 NFT 활용 사례들이 급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NFT를 사용할 경우 브랜드끼리 협업/콜라보하는 것이 매우 간편해진다. 각 홈페이지마다 회원 가입 / 로그인해야 하는 기존 gating 방식은 콜라보할 때 많은 제약이 따른다. 예를 들어, A브랜드가 B브랜드 팬들에게 한정판 굿즈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가정하면 A브랜드 입장에서는 누가 B브랜드의 팬인지 검증하기 어렵다. A브랜드와 B브랜드는 회원 DB를 따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설령 검증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반면, NFT를 활용할 경우 A브랜드는 유저로 하여금 지갑을 연결하게 하여 해당 지갑 안에 B브랜드가 발행한 NFT를 보유하고 있는 지만 확인하면 되기에, 내년부터는 NFT를 활용한 콜라보 사례들도 무수히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B. Web2 기업의 진입, mass adoption의 시작
크립토펑크, BAYC, 두들스 등 1, 2세대 PFP 프로젝트들이 NFT라는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데 기여하였다면, NFT의 대중화를 견인하는 플레이어는 글로벌 Web2 기업들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수많은 글로벌 Web2 기업들이 NFT-gated 서비스 제공, 신사업 출시, 마케팅 등의 이유로 NFT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앱 내에서 유저들이 손쉽게 NFT를 민팅하고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유튜브는 비디오 NFT를 민팅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나이키는 PFP(Clone X)와 버추얼 신발(Cryptokicks)을 발행한 데 이어 Web3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Swoosh를 런칭하였다. 레딧은 컬렉티블 아바타를 통해 이미 3백만 명 이상의 유저 풀을 확보했고, 최근 스타벅스도 오딧세이(Odyssey)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적으면 수 억에서 수십 억 명의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Web2 플랫폼들의 파급력은 PFP프로젝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예로, 3Q22 기준 NFT를 매매한 유저 수는 약 117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페이스북 MAU의 고작 4% 수준이다. 내년 Web2가 이끌어갈 NFT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Web2 브랜드들이 NFT시장에서 성과를 낸 사례들도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나이키, 돌체&가바나, 티파니, 구찌, 아디다스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이키의 성과가 특히 눈에 띈다. 나이키는 Clone X (PFP), MNLTH (신발), Mint Vial (유틸리티) Cryptokicks (신발) 등 +10여 종의 NFT컬렉션을 출시하여 총 $185M의 수익을 창출하였다 (1차 판매 수익: $93M, 로열티: $92.7M). Web2브랜드들에게도 NFT가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Web2 브랜드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이자 내년 NFT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트랜드 중 하나로 피지털 굿즈(Phygital Goods)도 있다. 피지털 굿즈는 Physical과 Digital의 합성어로, 디지털 자산과 실물 자산이 연계된 NFT를 뜻한다. 최근 성공적으로 판매를 완료한 나이키의 Clone X Forging SZN1 굿즈 컬렉션도 피지털 굿즈에 해당하는데, 나이키는 5,535명에게 51,932개의 굿즈를 팔아 총 매출액 $11.63M (1차 판매 수익 $11.34M, 로열티 $287K)을 창출하였다.
아즈키(Azuki)도 피지털 굿즈 시장에서 흥미로운 시도들을 많이 펼치고 있는 프로젝트다. 아즈키는 올해 10월에 실물 자산에 스캐너 칩을 부착하여 해당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온체인 상에서 증명하는 ‘PBT (Physical Backed Token)’를 소개하였으며, 자체 생산한 스케이트보드와 Azuki X Ambush 콜라보 후드티를 PBT화하여 출시하였다. 아즈키는 PBT를 통해 $2.5M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였다.
Web2기업의 진출과 함께 향후 NFT 시장 내에서도 M&A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력이 강한 대기업 입장에서 신기술 및 업계 트렌드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수익성을 증가시키며, 경쟁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있어 M&A만큼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이를 증명하듯, NFT시장의 선두주자 격인 유가 랩스(Yuga Labs)는 올해 3월에 CryptoPunks와 Meebits IP를, 이후 11월에는 10KTF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WENEW를 인수한 바 있다.
C. NFT금융상품 시장의 개화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 규모를 명목 가치로(notional value) 환산하면 현물 시장보다 몇 배는 크다.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선도계약, 선물, 옵션 스왑 등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만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시장인데, 그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위험 관리 및 레버리지 기회를 제공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등 자본 시장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NFT시장 내에서도 금융 상품을 내놓기 위한 시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NFT가 일반 fungible token 대비 유동화가 더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NFT의 금융 상품화는 NFT시장의 성장에 있어 더욱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개척되고 있는 분야로는 랜딩(lending), NFT 파편화(fractionalization), 그리고 대여(rental) 정도가 있으며 그 외에도 파생상품, BNPL(Buy Now Pay Later), 가격 발견(pricing)/감정평가(appraisal) 등 서비스들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NFTfi, bendDAO, jpeg’d와 같은 랜딩 프로토콜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11월 29일 기준 NFT 전체 누적 랜딩 규모는 약 $530M 수준으로 YoY 기준 +1,350% 성장하였으며 누적 유저 수도 YoY로 약 881% 성장하여 2.7만 명을 기록하였다.
랜딩 프로토콜 중에서는 NFTfi와 BendDAO가 전체 NFT랜딩 시장 점유율의 88% (NFTfi 56.8%, BendDAO 32%)를 차지하고 있으며, 두 프로토콜이 사용하고 있는 P2P 모델(개인 간 거래, NFTfi가 사용)과 peer to pool 모델(개인과 유동성 풀 간 거래, BendDAO가 사용)이 NFT랜딩 업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D. PFP의 미래 성장 전략: OSMU, 유틸리티 토큰, 그리고 IP파이프라인 확보
닌텐도는 세계 최대 IP자산인 포켓몬을 통해 누적 매출 $92B을 달성하였으며, 디즈니는 위니 더 푸($75B)와 미키 마우스($70B) 두 개의 캐릭터로만 총 $145B 수익을 벌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약 $275B로 집계되었는데, PFP가 해당 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가정하면 PFP는 여전히 유망하다. 관련하여 미래 산업 전문 리서치 및 컨설팅펌 Emergen Research는 NFT 시장 규모가 CAGR로 34.2%씩 성장하여 2022년 $20.9B에서 2027년 $89.1B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BAYC, 두들스, 아즈키와 같은 PFP프로젝트는 글로벌 IP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이며, 쟁글은 이들이 PFP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1) OSMU(One Source Multi Use), 2) 자체 유틸리티 토큰 출시, 그리고 3) IP 파이프라인 구축 등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OSMU
OSMU는 one source multi use의 약자로, 하나의 IP자산을 기반으로 영화,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뜻한다(’블루칩 PFP 프로젝트, 21세기 월트 디즈니가 될 수 있을까?’ 리포트 참고). OSMU를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디즈니를 꼽을 수 있는데, 아래 그림은 월트 디즈니가 1957년 냅킨에 표현한 디즈니 ‘시너지 맵’이다. 디즈니의 핵심 사업 전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으로, 극장 영화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 넣은 캐릭터 자산을 중심으로 디즈니 랜드(테마 파크), 굿즈, 잡지, 만화, 음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뻗어 나가 사업 전선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PFP프로젝트도 캐릭터 기반의 OSMU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디즈니의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 디즈니는 극장 영화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미키마우스 IP를 키워나갔다면 PFP도 마찬가지로 패션, 굿즈,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시장을 공략하여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디즈니가 수십 년 간 그래 왔던 것처럼 PFP프로젝트들도 OSMU 확대에 따른 콘텐츠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자체 유틸리티 토큰 출시
2023년에는 Yuga Labs ($APE)와 DeLabs ($DUST) 외에도 Azuki, Doodles, Moonbirds 등 다양한 블루칩 PFP프로젝트들이 OSMU를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를 엮어줄 토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토큰을 출시하면 자금 조달, 거버넌스 활성화, 자체 결제 수단 구축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들이 열린다. 예를 들어, NFT를 구매하지 못하는 커뮤니티원들에게 일종의 소속감을 부여해줄 수도 있고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홀더들에게 토큰을 grant 형식으로 분배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관 확장을 통한 IP파이프라인 구축
PFP프로젝트들은 IP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마블과 같이 세계관을 공유하는 별개의 NFT컬렉션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핵심은 후속작들이 세계관은 공유하되 독자적인 스토리와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토르 등 영웅들이 각자의 스토리가 있되, 어벤저스에서는 함께 등장하여 공동의 적을 물리친다는 개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PFP 프로젝트들은 오리지널 컬렉션의 가치를 희석하지 않은 채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솔라나 블루칩 NFT로 자리매김한 DeGods과 y00ts 컬렉션을 출시한 DeLabs가 이러한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BAYC - MAYC, WoW - WoW Galaxy, 과 같은 오리지널의 하위 호환 컬렉션을 출시하는 방법은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뿐더러 가치 희석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최대 1~2개 정도만 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E. 내년 NFT시장서 두각을 나타낼 블록체인은 폴리곤
2023년 NFT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블록체인은 폴리곤이다. 다만, 폴리곤의 경우 PFP컬렉션보다는 Web2기업들이 출시한 다양한 종류의 유틸리티 NFT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이키, 스타벅스, 레딧 등 앞서 언급하였던 글로벌 Web2 기업들 중 상당 수가 폴리곤 위에서 NFT사업을 시작했으며, 내년부터는 인스타그램 앱 내에서 유저들이 폴리곤 NFT를 민팅하고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폴리곤이 유독 Web2 기업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1) 이더리움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고 2) 막대한 자본력과 인하우스 개발자 수를 통해 프로젝트를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 및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3) 각양각색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L2 솔루션(PoS, ZKEVM, Nightfall, Miden, Zero, Supernet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초부터 수직 낙하했던 폴리곤 NFT 거래량은 레딧 덕분에 8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회복 중이며, 현재 거래량 기준으로 전체 블록체인 중 4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시장점유율 0.6%).
부제 1. 로열티는 NFT시장의 부흥을 위한 필수 요건
현재 NFT시장에는 크리에이터 로열티를 온체인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더리움 NFT의 기반인 ERC721 혹은 ERC1155 스탠더드에는 로열티를 수취하거나 분배하는 로직이 짜여 있지 않으며 오직 소유자 추적, 승인 및 직접 전송 등의 기능만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주요 NFT거래소들은 올해 1) 로열티 의무 부과 제도를 철폐하거나 (Magic Eden, Looksrare, X2Y2, Sudoswap 등) 2) 로열티를 부과하지 않는 NFT 거래소에 등록된 NFT, 혹은 NFT거래소 자체를 블랙리스트하는 방법을 내놓았다(Opensea, Immutable). 보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NFT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생태계를 키우려면 로열티는 반드시 부과되어야 한다. 로열티는 NFT의 핵심 경쟁력이자 NFT 크리에이터의 정당한 보상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로열티 준수를 빌미로 경쟁자들을 제거하려는 오픈씨의 선택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로열티 문제와 관련해서는 EIP-2981와 같이 프로토콜 단에서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판단되며, 실제로 거래소들이 로열티 제도를 없애기 시작하였던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러한 방법에 NFT 커뮤니티 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EIP-2981는 ERC721과 ERC1155 인터페이스를 준수하는 NFT 스마트 컨트랙트로 손바뀜이 일어날 때마다 창작자에게 일정량의 로열티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토큰 스탠더드이다. EIP-2981는 오프체인으로 적용이 가능하여 NFT거래소 입장에서도 적용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제 2. 대중화와 함께 찾아올 용어의 변화
NFT가 대중화될수록 ‘NFT’는 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크립토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non fungible token은 와닿지도, 직관적이지도 않다. 실제로 나이키, 아디다스, 그리고 레딧은 NFT 대신 순서대로 버추얼 크리에이션, 버추얼 기어, 그리고 디지털 컬렉티블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5. 규제 도입은 불가피하나,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지원할 것
투자자 보호라는 그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명분 아래 정부와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정부 당국 주도의 가상자산 규제는 이제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규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안정적인 체계 속에서 사용자들은 안전하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상자산의 규제 편입은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대중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이어나가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규제가 도입될 예정인지, 새롭게 도입된 규제가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명확한 규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나,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유럽, 미국, 한국 위주로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5-1.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운 가상자산 규제 도입
초기 블록체인 생태계는 ‘그 누구도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을 막거나 제재할 수 없다’는 ‘검열 저항성’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그렇기에 생태계에는 주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규제당국이 가상자산을 규제하려 할 때마다, 전통 금융권이 크립토를 비판할 때마다 이 들은 적대시되었다. 이렇게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인본주의 근간의 블록체인 업계의 규제에 대한 시선은 2022년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탐욕과 도덕적 해이로 점철된 LUNA, 3AC, FTX 사태가 발생하며 생태계 전반의 신뢰가 무너졌고, 결국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A. EU: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강한 규제는 기정사실화
최초의 가상자산 기본법 MiCA → 전 세계 규제 도입의 초석 역할
MiCA(Markets in Crypto-Assets)는 유럽연합(EU)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하려고 하는 가상자산 기본법이다. 가상자산의 분류, 가상자산사업자 인증 및 관리감독 등 업계 전반의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MiCA는 2023년 2월 투표, 통과 시 2024년에 시행될 예정인데 유럽연합 국가별로 상이했던 입법 체제를 끝내고 EU 차원의 규제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절차가 간소화되는 의의가 있다. 또한, 최초로 법안이 도입되고 시행되기에 다른 국가들의 가상자산 입법에 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자산 유형별 차등규제, 이자지급 금지는 스테이블코인과 DeFi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존재
MiCA는 가상자산을 증권형토큰, 유틸리티토큰,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유형별로 차등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핵심적으로 규제하는 자산은 ‘자산준거토큰’과 ‘전자화폐토큰’이며, 두 토큰은 모두 가격이 특정한 ‘가치’에 동일하게 유지되는 자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BTC, NFT, CBDC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 증권형 토큰은 EU 증권법 적용)
위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준거토큰’ 혹은 ‘전자화폐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를 비롯한 크립토 대부분의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핵심 자산이며, 가상자산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MiCA에서는 이 자산군에 대하여 강한 규제를 적용해 여타 가치(특히 화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특히 핵심 조항 제 36조와 45조 ‘이자의 금지’에서는 발행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가 위 토큰 자산들의 이자 제공을 금지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였을 때 이자(스테이킹 보상)를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높았던 이유는 가격 안정성을 바탕으로 예치 이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법안이 시행되어 이자를 획득할 수 없게 될 경우, 디파이 프로토콜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약화와 유동성 리스크에 의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의 발행 및 운영에 대한 엄격한 규제 적용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토큰 발행과 백서 작성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프로젝트 주체의 신원, 백서 내용의 신뢰성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MiCA는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여 해당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한다. MiCA에서는 가상자산에 백서가 정해진 형식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관계당국으로부터 해당 자산에 대한 거래 승인을 획득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MiCA의 백서 규정은 수많은 스캠 프로젝트를 걸러내고 ‘진짜’ 프로젝트만이 시장 속에 남아있도록 하는 거름망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상자산 발행 주체는 관계 당국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된다. 각 발행 주체에 대한 자격과 의무를 법안에 명시함으로써 그동안 프로젝트 주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투명성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주요 규제 대상인 자산준거토큰과 전자화폐토큰의 발행을 관계당국 및 중앙은행의 인가 없이는 불가능하게 제한하여 정부 기관의 강한 통제권 아래에 놓이도록 하는 점은 본래 블록체인이 지향하고 있는 탈중앙성에 반하는 모습으로 이에 대한 논란이 존재할 것으로 우려된다.
B. 미국 -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강화할 것
유럽엔 MiCA가 가상자산 규제의 향방을 결정한다면 미국은 1) Ripple 소송, 2) DCCPA 법안 제정이 규제 향방을 결정할 주요 이슈이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규제 관할을 가져가기 위한 SEC와 CFTC의 알력 다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EC vs Ripple Labs: 소송 결과가 증권형 토큰을 정의한다
2023년에는 2년 넘게 진행된 SEC와 Ripple Labs 간의 리플(XRP)에 대한 증권법 위반 소송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SEC는 Howey Test를 통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별할 수 있다고 밝혀왔고, 여러 가상자산들이 증권에 해당된다고 지목해왔다. 지난 7월, SEC는 앰프(AMP), 랠리(RLY) 등 9개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지목하기도 했고, BAYC NFT를 발행한 Yuga Labs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2020년 12월, SEC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Ripple Labs를 고소하며 시작된 소송은 현재 약식 재판을 위해 양 측의 최종 변론이 법원에 제출되어 2023년 3월로 예상되는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향후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리플 발행자의 채무가 없으며, 보유자 또한 권리가 없기에 투자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Ripple Labs의 주장이다. 법원이 SEC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 투자계약이 문서상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투자계약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백서를 바탕으로 발행된 가상자산의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에 계약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증권에 해당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보다 많은 가상자산이 증권성 판단 여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DCCPA 법안 제정에 달린 DeFi의 운명
CFTC는 지난 8월에 발의된 DCCPA(Digital Commodities Consumer Protection Act) 법안을 통해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정의하고 시장 감독 권한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DCCPA 법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쟁글 리포트 참고)
한편, DCCPA는 “DeFi Killer”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DCCPA에서 정의하는 “디지털 상품 거래시설”에 DEX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지털 상품 거래시설”이란 “디지털 상품의 거래가 실행되는 거래 시설”로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자산 교환 여부, 중개 수탁인의 존재 여부 등으로 판단할 수 있는 CEX와 DEX 간의 구분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EX는 CFTC 등록 요건부터 시작해 수많은 규정 준수 의무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또한 CFTC는 은행비밀보호법에 의거해 선물거래 중개인에 고객의 실제 신원을 식별하기 위한 고객 식별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곧 CFTC에 등록된 DEX의 유저들은 전부 KYC를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DeFi의 핵심 철학에 위배되고, DeFi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DCCPA 법안을 발의했던 Debbie Stabenow 상원위원은 FTX 사태 이후로 DCCPA 법안에 대한 조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DCCPA에 FTX가 깊게 관여했던 만큼, 법안을 소비자 보호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재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다 합리적인 규제를 위해 충분한 스터디를 거쳐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영역부터 규제를 적용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C. 한국 - 투자자 보호 위주의 규제안을 준비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 발의와 정책 당국의 가이드라인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법안과 정부 부처의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 제공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에서 MiCA와 같은 포괄적인 법률안이 나오는 것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괄적인 법안의 입법에 앞서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담은 법안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예정이고, 이를 기반으로 비증권형 토큰을 규율하는 가칭 ‘디지털자산법안’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당국에서는 법안이 제정되기 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러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발행된 토큰 중 증권성을 띄는 토큰을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해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게 만들 예정임을 발표했는데, 이를 위한 ‘증권성 판단 기준 가이드라인’을 2023년 1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 쟁점, 주석 공시 이슈, 외부 감사 이슈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시 강화와 회계 감사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임을 밝혔다.
‘증권성 판단 기준 가이드라인’을 통한 STO 시범 시행 예상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고 유통되는 모든 증권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증권성 판단 기준에 따라 증권으로 분류되는 토큰 또한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증권형 토큰의 발행 및 유통은 비증권형 토큰과 달리 기존 증권의 발행 및 유통 체계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증권형 토큰 발행 및 유통 체계는 다음과 같다.
현재 다수의 증권사가 이와 같은 규제 방향에 발맞춰 증권형 토큰 발행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후 금융위에서 증권성 판단 기준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증권사를 통한 시범적인 STO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주석 공시 강화와 디지털자산 법안 도입
규제 당국은 주석 공시 의무화와 디지털자산법안의 제정을 통해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법인이 가상자산 관련 정보를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주석공시의 의무화를 예고했다. 이를 위해 회계기준서에 공시요구사항 문단을 신설하고 주석공시 필요사항을 배포할 예정인데, 해당 필요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주석 공시 강화 이외에 법안도 준비 중에 있다. 현재 국회에 16건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계류되어 있는데, 이 중 지난 10월 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11월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법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의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두 법안 모두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전통 금융시장과 같은 규제인 주석 공시 의무화와 불공정거래 규제가 적용된다면, 투자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테라·루나 사태와 위믹스 사태를 거치며 투자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규제안이 시행되길 기대해본다.
D. 규제 도입은 결국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 것
앞서 유럽, 미국,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방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더욱 강력한 법안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건설적인 가상자산 규제 도입에 있어, 완전한 관리 감독을 강제하는 TradFi식 규제를 고집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무작정 탈중앙화와 무개입의 원칙만을 내세우는 것 또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쟁글은 가상자산 규제 도입에 있어 아래와 같은 필수적인 핵심 원칙을 몇 가지 제시했었다 (각 원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쟁글 리서치 참조).
- 국제적으로 통일된 가상자산 택소노미
- TradFi와 DeFi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이해
- 공시의 의무화
현재까지 공개되어있는 주요 규제들은 위와 같은 관점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규제 시행 시 디파이의 약화, 탈중앙성의 희석 등 그동안 블록체인이 추구해왔던 가치와 충돌되는 부분에 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역에 대해서는 업계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견해 차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규제 도입은 기술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해당 토대가 마련이 되어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사업자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투자자 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사업가들이 활용하기 어렵거나, 대중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규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5-2. 거래소도 어려운 시기, 각자도생 불가피
2021년,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 거래대금 상승과 함께 많은 수수료 매출을 벌어들인 호황기였다면, 2022년에는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과 각종 이슈로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매출 역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시기였다. 지난 11월 역대 가상자산 업체 중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이었던 FTX 파산 신청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FTX 사태로 크립토 윈터가 장기화되며 거래량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2023년에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침체로 유동성이 큰 곳으로 거래량이 더욱 몰리는 만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거래소들은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통한 생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가속화된 정부 규제 도입은 거래소를 향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정부 규제 외에도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이하 PoR)’을 중심으로 한 거래소 차원에서의 자율적인 투자자 보호 태세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A. 부익부 빈익빈, 생존 모드에 들어간 거래소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와 함께 거래소 매출이 크게 줄면서 거래소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다. 이에 거래소들은 정리 해고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미국의 대형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하는 등 매출은 줄어든 한편 고정비성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코인베이스는 최대 116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Cryptowisser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344개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폐업했는데, 폐업 거래소 리스트에는 중소형 거래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음에도 더 많은 거래소가 폐업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대형 거래소로의 거래량이 집중되고 있으며, 2) KYC가 불필요한 DEX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고, 3) 규제로 인해 중소형 거래소들의 영업이 제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원활한 거래, 낮은 슬리피지 등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풍부한 유동성이 큰 메리트로 작동한다. 대형 거래소는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거래량뿐만 아니라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사용자마저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바이낸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업비트가 이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또한, KYC가 불필요하고 많은 페어를 제공하는 DEX 거래소의 성장은 중소형 거래소의 입지를 더욱 좁혔을 것이다. 급격하게 성장한 DEX 거래량은 한때 CEX 현물 거래량의 30%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며, 평균적으로 11%에 달하는 거래량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자산 거래 관련 규제가 마련됨에 따라 거래소 신고 요건들이 도입되었으며,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이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거래소의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어 생존이 위험한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9월 원화 마켓 거래소 신고 요건으로 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명문화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실시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기존 전통 금융권의 시중 은행과 계약을 맺고 원화 마켓을 계속 운영한 5대 거래소의 경우 2021년 가상자산 시장 성장과 함께 모두 영업 이익을 기록했으나, 코인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는 같은 기간 영업 적자를 기록하였다. 국내에서는 원화 마켓 거래소와 비교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사실상 사업을 지속하기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2023년, 가상자산 시장 반등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거래소는 긴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대형 거래소와 주요 DEX 대비 경쟁력이 낮아 거래량 하락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B. 신규사업의 성과는 2023년에도 요원
현재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매출 기준 코인베이스는 매출의 85.4%, 두나무는 매출의 98.7%, 빗썸 코리아는 매출의 100%가 거래소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수료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거래소 이익이 가상자산 시장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익 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2023년에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구독 서비스(거래 수수료 0 달러, 연중무휴 CS 지원 등을 포함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수수료 매출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으나 블록 리워드를 제외한 구독 서비스의 비중은 아직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하다.
업비트, 빗썸, 코빗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도 거래 수수료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NFT 사업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모두 신규투자 사업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디파이 서비스들의 경우에도 고파이, 제네시스 사태로 규제받을 것으로 보이며 근시일 내 사업 확장이 어려울 것이다.
C. 거래소의 규제 준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
루나, FTX 사태가 발생하며 생태계 전반에 신뢰가 무너지면서 거래소 사업에 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 구조와 증권 거래구조의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전통 금융 시장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가해지고 있는 일부 규제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규제 중 하나는 라이선스의 도입이다. 각 국에서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함에 따라 라이선스가 없는 거래소는 영업이 금지되고 있다. 본사가 특정되지 않아 단일 국가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바이낸스와 같은 거래소의 경우 직접 거래소를 구축하여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미국: 바이낸스 US),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업(일본 사쿠라 거래소 인수)을 인수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정부 규제 외에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자체 시스템 등을 출시하며 자율 규제에 나섰다. 거래소들은 먼저 PoR이라는 시스템을 출시하며 재무건전성 증명에 나섰다. FTX가 파산까지 가게 된 핵심 원인이 자산 부실 관리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재무 정보를 공시하고 투자자 자산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바이낸스는 PoR 시스템을 공식 출시한 상태이며, 쿠코인(Kucoin), 비트파이넥스(Bitfinex), OKX, 바이빗(Bybit)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거래소의 경우 특금법에 따라 매분기 외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어 해외 사업자들과 달리 FTX 파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코빗의 경우 실시간 자산 관리 검증을 위해 거래소 보유자산을 공개했다. 타의든 자의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도입은 불가피하다.
마치며
연간 전망 리서치가 마무리될 때 즈음에 한 가지 든 생각이 있다. 바로 2022년 현재의 윈터는 지난 2018년에 시작된 윈터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서비스 하나 없었으며, 비트코인의 생존에 의문을 갖던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윈터엔 상황이 많이 달라 보인다.
우선 비트코인이 금융자산으로 자리매김하며, 기관투자자 주류 시장에 편입되었다. 문제로 지적되던 블록체인 트릴레마 이슈는 빠르고 저렴한 레이어2, 모놀리틱 블록체인 인프라의 등장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2020년 등장한 DeFi는 All-Time-High $292B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블록체인 킬러 디앱으로 자리 잡았고, 2021년을 뜨겁게 달군 NFT는 수천 만 명의 NFT 홀더를 NFT 마켓플레이스로 집결시켰다. 여기에 더해 NFT와 DeFi 모두를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이 등장하며 블록체인 콘텐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말 많고 탈 많던 규제 또한 법안이 상정되고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규제의 도입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더 많은 기업가들을 업계로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쟁글 전망에 따르면 2023년에도 매크로 환경은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블록체인 인프라 발전, 콘텐츠 확장의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 업계로 몰린 자본과 인력이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쟁글이 처음으로 준비한 연간 전망 리포트에서 다루고자 한 내용이 위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윈터 시기에 조용히 NFT, Defi 분야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듯 이번엔 대중의 선택을 받는 서비스가 나오길 기대한다.
Antifragile, 가상자산 시장은 충격을 가할수록 더 단단해질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