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테라-루나 붕괴와 3AC, 셀시어스 파산 그리고 최근 FTX 사태까지 겪으며 연초 대비 65%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들로 시장에 실망하여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빅테크들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다리며 꾸준히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빅테크 기업들로 대표되는 메타와 구글,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록체인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이 블록체인 시장에 참전한 이유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NFT거래수수료로 광고수익 대체한 메타
메타는 가장 활발하게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이다. 메타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먹거리로 NFT를 낙점하고 지난 5월부터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5월 미국에서 가상자산 지갑을 연결해 NFT를 게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시범 운영한 뒤 8월부터 해당 기능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확대 도입했다. 11월에는 미국 내 일부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폴리곤(MATIC) 기반의 NFT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지원하는 가상자산 지갑과 블록체인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방침이다.
메타는 광고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광고 시장은 메타에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틱톡과 같은 신흥 기업들이 등장하며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광고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메타는 광고 수익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NFT에 눈길을 돌렸다. 20억 명의 사용자 기반으로부터 막대한 NFT 거래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이루어진 결정일 것이다. 메타가 NFT를 게시하는 기능에서 그치지 않고 NFT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기능까지 선보인 이유이다.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인스타그램 NFT 마켓플레이스를 만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웹3팀 신설, '블록체인 노드 엔진' 선보인 구글
구글은 메타와 더불어 블록체인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다. 구글은 이미 2018년부터 자사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빅쿼리(BigQuery)’를 통해 비트코인 블록체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관련 사업을 전개해왔다. 본격적인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알린 것은 지난 5월 자회사 구글 클라우드가 웹3 전담팀을 신설하면서부터였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 첫 제품으로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노드 엔진’ 서비스를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상자산을 활용한 클라우드 사용료 결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바이낸스 체인, 솔라나, 니어 프로토콜 등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파트너십을 맺으며 블록체인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구글은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웹3 팀을 꾸린 것으로 파악된다.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 아미트 자베리(Amit Zavery)는 웹3와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에 대응해 구글 클라우드가 해당 시장에서 가장 널리 선택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구글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은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도입하는 트위터
트위터는 대표적인 가상자산 친화론자인 잭 도시 공동 창업자의 영향으로 일찍이 블록체인을 도입한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콘텐츠 게시자에게 비트코인으로 팁(후원금)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부터는 가상자산 지갑을 연동해 NFT를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2월에는 팁 기능에 이더리움 옵션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트윗에 NFT 링크가 포함되면 미리보기와 함께 세부 정보를 보여주는 ‘NFT 트윗 타일(NFT Tweet Tiles)’ 기능이 추가되었다.
지난 10월 말 또 다른 가상자산 친화론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블록체인 도입 속도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자체 가상자산 지갑 개발이 중단되고 가상자산 전담팀 책임자가 퇴사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린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분위기는 27일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2.0에 결제 기능이 도입될 것이라고 전하며 반전되었다.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평소 트위터의 결제 수단으로 도지코인(DOGE)을 언급한 바 있어 가상자산의 도입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 블록체인 회사에 투자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록체인 사업을 직접 전개하는 대신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관련 익스포저를 확대해 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NFT 관련 기업 ‘팜 NFT 스튜디오(Palm NFT Studio)’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NFT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대표적인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메타마스크’의 개발사 ‘컨센시스(ConsenSys)’에, 9월에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스페이스앤타임(Space and Time)’에 투자하며 블록체인 영역 확대에 속도를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두 달여 만인 11월 또다시 국내 블록체인 게임사 위메이드에 2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대신 블록체인 인프라, P2E 게임, NFT 등 다양한 분야의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폭넓은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과 최근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게임 사업 부문이 향후 블록체인 기술과 만났을 때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를 상상하며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매출이 발생하는 분야가 아닌 만큼 일단 투자를 통해 블록체인 익스포저를 구축하고, 향후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춰진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앞서 살펴본 네 기업 모두 속사정은 다르나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게 블록체인 사업 성장을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가상자산 시장은 고객 자산 보호와 정보의 투명성 확보 등 나아갈 길이 아직 멀지만, 글로벌 공룡들이 시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블록체인 시장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