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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필 (KP)외 1명
CSO/
Xangle
2022.11.09

※ 글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 
바이낸스는 창펑자오가, FTX는 Sam Bankman-Fried(SBF)가 이끄는 글로벌 1, 2위 가상자산 거래소입니다. FTX 거래소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마찬가지로 거래소 토큰인 FTT를 발행하였으며, 주요 자회사로는 VC 및 트레이딩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를 두고 있습니다.

 

1. 사건의 발단: 코인데스크 기사와 바이낸스 CEO의 트윗

루나, 셀시우스, 3AC 사태 이후 6개월 만에 또 한 번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18,000 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며 연간 전저점을 갱신했고, 이더리움 또한 사태가 발생한 일주일 전 대비 15% 넘는 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번 하락장을 이끈 범인은 세계 2위 거래소, ‘FTX’다.

발단은, 지난 ①11월 2일 코인데스크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코인데스크는 해당기사에서 FTX의 핵심 자회사 Alameda Research의 재무제표를 일부 공개했다. 문제는 Alameda의 대차대조표에 기록된 자산의 대부분이 FTT(FTX 거래소 토큰)이거나 샘 뱅크먼과 관련된 솔라나 생태계 자산 (SOL, SRM 등)이라는 것이었다. 코인데스크 기사가 공개된지 4일 후 ②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500M 규모의 FTT 토큰을 매도할 것이라는 트윗을 업로드했다. 창펑자오의 트윗으로 사태는 급박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바이낸스의 보유 FTT 유동화 선언은 FTT와 연관된 회사에 유동성 리스크를 야기했다. 이에 FTT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Alameda에서는 ③ 바이낸스에 OTC 딜(FTT 개당 $22에 매수)을 제안했다. 하지만, ④ 창펑자오가 트위터 상에서 이를 거부하며 청산 의지를 밝혔고, 올해 상반기 루나를 경험했던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FTX 거래소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또 한 번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11월 6일 ⑤ FTX CEO인 SBF가 트윗을 통해 FTX 거래소는 고객 상환 능력이 충분하여 괜찮다고 밝혔으나, ⑥ 이틀 뒤 FTX의 온체인 출금이 중단되고, ⑦ 바이낸스의 FTX 인수의향서가 발표되며 FTX 제국은 몰락에 이르게 되었다.

 

2. ‘레버리지’는 FTX 제국을 건설하였으나, 몰락의 원인이 되기도

SBF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인프라를 재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창업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FTX를 성장시켰다. SBF는 2017년 트레이딩 회사로 Alameda Research를 설립한 이후 퀀트, 레버리지 전략을 통해 운용 자금을 크게 늘렸다. 이후 2019년 SBF와 전문 트레이더들이 함께 FTX 거래소를 설립하였다. FTX 거래소는 1) 낮은 거래 수수료와 2) 다양한 상품 거래 지원을 통해 3년 만에 시장점유율 24%, 기업가치 $32B를 지닌 No.2 거래소로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과거 Alameda Research의 성공을 이끌었던 레버리지였다. SBF는 FTX 거래소를 설립하면서 FTT라는 거래소 토큰을 발행하며 다시 거래소 차원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해당 토큰은 레버리지/트레이딩 전문 회사인 Alameda에 의해 활용되는데 Alameda는 상승한 FTT 평가 가치를 담보로 하여 다양한 투자 및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유동성이 고갈되는 긴축 상황에서 담보 자산인 FTT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FTX 제국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아래 그림 참조)

악순환 사이클에서 유동성 리스크 발생 과정
토큰 가격 하락 → 대차대조표 자산 감소 → 평가 손실 발생 → 담보 청산 및 유동성 리스크 발생

 

3. 바이낸스는 FTX를 구원할까

유동성 고갈로 인해 FTX 거래소의 가상자산 출금까지 막은 상황에서 SBF가 도움을 요청한 건 아이러니하게 이 사건을 촉발시킨 바이낸스였다.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 자산 출금까지 막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해줄 수 있는 유일한 카운터파티는 세계 1위 거래소뿐이었기 때문이다.

FTX의 인수 요청에 바이낸스는 Non-binding LOI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에 서명하며 인수 작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1) 미국 내에서 FTX가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단 번에 얻고, 2) 세계 2위 거래소 인수를 통해 독점적 지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낸스의 FTX 인수는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Non-binding LOI 서류가 명시된 것처럼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기업 실사(Due Dilligence, DD) 과정에서 얼마든지 딜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FTX가 레버리지를 즐겨 사용한 만큼 재무제표 상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바이낸스로서는 FTX 인수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큰 딜인 만큼 정부 규제 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M&A 프로세스가 장기화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FTT 발 유동성 리스크는 향후 수개월에 걸쳐 시장의 뇌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며, 가상자산 가격은 FTX & 바이낸스 인수 추이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TX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 SBF와 연관이 깊은 솔라나 생태계 토큰들 위주로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4.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TradiFi의 진출 명분 강화

투자자 보호 명목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지난 상반기 프로토콜의 루나, 벤처캐피탈의 3AC 사태가 발생하면서 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거래소의 FTX 마저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매각 위기에 처했다. (쟁글 오리지날: 셀시우스∙3AC∙블록파이 사태 총정리 참고) 특히, FTX 케이스의 경우 기관투자자나 DeFi 이용자가 아닌 100만명이 넘는 리테일 고객 예치금의 상환이 불투명해진 만큼 더 심각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 당국은 1) 위험투자 제한, 2) 내부 리스크 통제 강화 관점에서 규제 도입을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TradiFi의 가상자산업 진출 명분 확보

가상 자산 업계의 마크 주커버그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SBF의 몰락이기에 많은 관계자들이 업계의 미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의 우려대로 전반적인 시장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태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로 TradiFi로 일컬어 지는 전통 금융업계다. 과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후 도입된 볼커룰은 위험투자 행위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한다. 이를 준수하고 있는 은행들의 건전성은 그 당시 대비 개선이 되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전통 금융회사들 위주로 가상자산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발가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한 말이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2021년 11월 고점을 터치한 이후 매크로 발 썰물이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루나, 3AC, FTX 등 발가벗고 헤엄쳤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축소는 앞으로도 1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유동성 축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는 큰 수익보다는 생존, 즉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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