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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문외 1명
Head of Research/
Korbit
2022.10.18

[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지난 10월 14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 전 세계 법인들이 가상자산 투자 현황
  • 이유 1: 46조 원 경제적 가치 창출
  • 이유 2: 고용 창출 효과
  • 이유 3: 투자자 보호
  • 이유 4: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 
  • 끝맺으며

 

혁신을 해치는 불합리한 규제를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예가 영국의 Locomotive Act 1865이다. 적기조례 (Red Flag Act)라고도 알려진 이 법은 영국 정부가 19세기 중반 새롭게 등장한 자동차 기술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다. 영국 정부는 당시 ‘말 없는 마차 (horseless carriage)’라고 불리던 이 신기술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다. ‘적기조례’라는 이름에는 이유가 있다. 이 법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지켜야 할 3가지 조건을 언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동차보다 50미터 앞서 걸어가며 빨간 깃발을 흔들어 자동차가 곧 지나갈 것을 알리는 보조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Figure 1).  

신기술에 대한 모든 규제가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는 아니다. 기술의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규제는 오히려 대중화를 촉진시킨다. 문제는 적기조례와 같이 신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이해 없이 생겨나는 규제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 법인들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 규제당국의 행정지도가 그러한 예이다. 본 리포트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둘러싼 해외와 국내의 제도적 차이점을 살펴본다. 현재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시급한 4가지 이유를 차례로 분석한다. 끝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대한 규제 당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언급한다.

전 세계 법인들이 가상자산 투자 현황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선진국의 규제 기관들은 가상자산 거래의 접근성 측면에서 개인과 법인 간 차이를 두지 않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FATF)의 권고안에 따라 국가별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규제 조치를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면 누구나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주체가 개인이냐 법인이냐를 기준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은 이와 다르다. 본 섹션에서는 법인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의 현황을 해외와 국내 사례로 나누어 비교한다. 

해외: 법인명의로 가상자산 시장에 활발히 참여 중

사업상 가상자산을 다루게 되는 기업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사업 목적 자체가 가상자산 생태계 지원인 일명 ‘크립토 태생(crypto-native)’ 기업들이다. 이들은 사업 영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상자산을 취득하게 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나 채굴업체가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기존 전통 산업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상품 판매대금을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는 경우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테슬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 기존 전통 산업의 기업이 가상자산 관련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이다. 전력회사의 채굴 사업 진출(TeraWulf, Stronghold), 페이팔이나 블록(Block, 前 Square) 같은 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한 송금 서비스 추가, 그리고 무형자산 또는 지적자산이 중요한 사업체가 NFT 분야에 진출(예: NBA, 나이키, 프라다) 등이 그러한 예이다. 넷째, 자산운용을 위한 가상자산 취득이다. 이는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보험사 등 자산운용이 핵심 사업인 경우와 제조업과 같은 일반 기업이 자사의 잉여자금을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블랙록이 출시한 사모펀드가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것은 전자, 테슬라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재정의 일부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후자의 예이다(Figure 2).

가상자산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제대로 파악한 해외 기업들은 가상자산 사업에 투자하여 기업가치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현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지금 가상자산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내 기업들이 새롭게 창출해낸 일자리는 2021년 기준 약 45,642개로 추정된다. 이 기업들이 사업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가상자산과 현금 간의 호환이 원활하지 않다면 이러한 경제적 가치 창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 소재 법인들은 가상자산과 법정화폐의 교환을 중앙화 거래소 혹은 OTC 트레이딩 업체를 이용한다. 한 예로 코인베이스의 분기 실적을 보면 거래량의 60~70%가 법인 고객임을 알 수 있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제미니, 비트스탬프 등 미국 및 유럽 소재 주요 중앙화 거래소들은 개인 및 법인 온보딩 프로세스를 제공하여 법인들에도 합법적인 가상자산의 취득 및 현금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 거래소들은 협업 관계를 맺은 은행에 옴니버스 계좌를 설정해 이를 통해 모든 고객의 현금 입출금을 지원한다. 옴니버스 계좌란 고객의 자금이동을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통합계좌를 뜻하며 국내에서는 일명 ‘벌집계좌’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거래소들은 고객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KYC(Know Your Customer, 고객확인절차)를 하고 이를 해당 은행들과 공유한다. 거래소 자체 KYC 절차는 개인과 법인이 다르지만 일단 거래소 내 KYC 절차에서 승인되면 웬만해서는 협업 은행이 거래소의 개별 고객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거래소 KYC 절차에 따라 승인을 얻으면 법인도 개인과 동일한 환경에서 가상자산을 취득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들의 가상자산 진출이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첫번째 유형인 크립토 태생 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모두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달성한 유니콘으로 성장하였다. 기존 제도권 대기업들도 각자 적절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여 여러 방면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Figure 3, 4, 5). 이 모든 경제활동은 현금과 가상자산을 이어주는 거래소 서비스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제한

해외 사례를 국내와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은행의 역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외에서는 옴니버스 계좌를 중심으로 고객들의 현금 입출금이 진행된다. 옴니버스 계좌에서 거래되는 자금에 대한 KYC는 거래소의 자체적인 KYC 절차를 따른다. 옴니버스 계좌를 제공해주는 은행은 KYC 결과를 거래소로부터 공유받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금세탁 리스크를 관리한다. 즉, 특정 고객에 대한 현금 입출금 기능 제공 여부는 거래소가 판단하며 은행의 직접 개입은 제한적이다. 

국내는 이와 다르다. 2021년 3월 25일 시행된 가상자산에 관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의하면 개인 및 법인 고객은 원화마켓 거래소의 경우 고객 확인 및 제휴사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동일 금융회사에 개설된 가상자산사업자의 계좌와 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 계좌 사이에서만 금융거래를 허용하는 계정을 말함, 이하 ‘실명계좌') 등록을 완료해야 원화마켓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거래소가 고객 확인 절차를 완료했다고 해도 은행이 실명계좌를 인증하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다(Figure 6).

이 과정에서 은행의 의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해외 사례와의 차이점이다. 사실 특금법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인 회원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실명계좌 서비스는 은행과 거래소 사이의 계약 관계를 통해 제공되는데 현재 은행들은 공식적인 법규와는 무관하게 법인에는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은행들의 자주적인 사업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규제 당국의 소위 ‘행정지도’의 결과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금융산업 전체를 지배해 온, 법적 근거 없이 행사하는 행정지도가 신생산업인 가상자산 업계에도 은행을 통해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로 원화 입출금을 할 수 없어 가상자산 원화마켓에서 거래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법인의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결과가 된다. 2021년 특금법 시행 이전에는 군소 거래소들의 벌집계좌를 통해 법인들의 원화 입출금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관행은 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금지되면서 국내 법인들은 가상자산 관련 사업 진출 시 필요한 가상자산 획득과 현금화의 길이 전면 차단되었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때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물이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제약을 피하고자 가상자산 사업 진출에 뜻을 품은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미 설립된 해외 지사를 이용하고 중소기업은 가상자산 사업을 목적으로 가상자산 사업 관련 규제 측면에서 덜 까다로운 해외 관할권에 법인을 설립한다. 그 결과 가상자산 사업 투자에서 파급되는 경제효과는 안타깝게도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고 만다. 

투기는 국내...혁신, 고용, 가치창출은 해외

국내 기업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기회비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국내에는 가상자산 분야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투기를 쫓는 개인 투자자들이 성행하고 이들을 착취하려는 기회주의적 혹은 사기 행위가 만연한 미성숙한 시장의 형태에 머물러 있다. 가상자산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시장 참여는 없고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매매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는 경제적 가치,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도 많은 폐단을 낳는다. 다음 섹션에서는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하는 4가지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이유 1: 46조 원 경제적 가치 창출

산업성장의 파급효과를 놓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업계가 창출할 경제적 가치, 그리고 그 중 우리나라의 비중은 얼마일까? 당사는 PwC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지금부터 8년뒤인 2030년에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1조 9,310억 달러 증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추정하였다. 이는 2021년 기준 세계 GDP(96.1조 달러)의 약 2%에 달하는 규모이다. 한국이 세계 GDP에서 현재 기록하고 있는 점유율 1.7%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GDP를 약 330억 달러(2021년 한국 GDP의 약 1.8%), 한화로 약 46조 원 증가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Figure 8).  

하지만 이 수치는 한가지 큰 전제 조건을 필요로 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가상자산을 적극 도입한다는 전제이다. PwC는 2025년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가상자산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제적 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가상자산 기술 도입이 해외 기업 대비 뒤쳐진다면 46조 원의 경제적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 기업들의 가상자산 기술 도입에는 장애물이 이미 존재한다. 법인들의 가상자산 거래를 막는 규제당국의 행정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에는 원화마켓 거래소 사업자 신고 수리가 완료된 거래소에서도 가상자산 사업 진행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상자산 취득 및 현금화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기획사가 소속 K-Pop 아티스트 데뷔 1년을 기념하는 NFT를 발행하였다고 가정하자.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이 NFT 기념품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이더(ETH)로 수취하였을 경우 현재로서는 이를 원화로 현금화할 합법적인 방법이 없다. 또 다른 예로 최고 NFT 명품인 BAYC를 자사 브랜딩에 사용하고 싶은 국내 패션 회사가 BAYC를 글로벌 NFT 거래소 오픈시에서 구입하려고 해도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ETH를 합법적으로 취득할 방법이 없다. 행정지도에 따라 은행들이 원화 입출금을 위한 가상계좌를 개인에게만 발급하고 법인에는 발급하지 않아 기업들이 ETH를 취득하거나 현금화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가상자산 기술 도입을 포기한다.  일부 여건이 허락하는 국내 기업들은 해결책으로 해외 자회사를 가상자산 사업의 거점으로 삼는다. 그 과정에서 고용 창출, 인력 육성, 거래처에 대한 지출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제적 활동의 혜택은 국내가 아닌 해외 노동시장과 해외 기업들에 돌아간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서 언급한 46조 원의 경제효과는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1960년대 수출기업의 외화벌이를 막는 행위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을 과거 외화벌이를 위해 수출 전선에 뛰어들던 기업에 비유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한국경제는 수출 및 외자도입의 확대로 경제의 개방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당시 주요 외환업무를 총괄하던 한국은행은 수출진흥을 위한 경쟁력 있는 외환 업무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외환업무 전문 특수은행인 한국외환은행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였다. 외환은행은 설립 후 10여 년 동안 수출기업의 외환 업무를 수행하며 수출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달러벌이를 지원하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급성장한 수출 규모에 맞추어 외환 관련 금융지원이 다원화될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일반 시중은행도 외국환 업무로 확장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전 세계 무역량이 증가하던 중요한 시기에 국내 기업들이 시기적절하게 수출시장에 뛰어들어 외화벌이를 할 수 있었기에 현재 세계 경제 규모 10위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만일 국내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순조롭게 환전할 수 없었다고 상상해보자.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이 가상자산과 원화 환전의 길이 막혀 있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와 같은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국내 기업 진출이 늦어지는 것은 과거 수출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하여 성장해야 할 시기에 외환업무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 지연될수록 기회비용이 더욱 커지는 이유이다.  

해외 기업들의 가치 창출 현황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기술을 도입하여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쉬운 방법으로 상장된 가상자산 업체의 기업가치를 참고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 증시에는 거래소, 채굴업체, 채굴장비업체 등이 상장되어 있다. 이 기업들의 가치만 합하여도 15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나온다(Figure 10). 이 외에도 업계에는 미상장 유니콘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Blockstream, Consensys, Digital Currency Group, Binance, Circle, Strike, Yuga Labs, Dapper Labs 등이 그러한 예이다. 상장과 미상장을 모두 포함한 가상자산 산업에 유의미한 기업들의 전체 가치는 족히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매크로 리스크로 인한 벨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반면 현재 국내 기업 중 조 단위의 가치 창출을 한 기업은 사실상 두나무가 유일하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과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기는커녕 비트코인 상위 보유 기업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투자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국내 기업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역량 구축과 사업 전략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출발점이 국내 기업들에 원활한 가상자산 취득 및 현금화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향후 가상자산 산업의 가치 창출은 어느 국가가 주도할까? PwC는 주요국 내 우호적인 정책 환경, 기술 인프라, 비즈니스 생태계 등을 고려하여 이를 산정하였고 당사는 여기에 최신 데이터(2021년 말 기준)를 적용하여 수치를 업데이트하였다(Figure 11).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기업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상당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약 4,370억 달러의 경제 가치 창출을 기대하며 블록체인을 적용한 대규모 공급망(supply chain) 구축과 다양한 제품 선택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외에 기술 인프라와 인력 여건을 갖춘 북유럽과 서유럽 지역도 블록체인으로 인한 GDP 상승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 블록체인 덕분에 GDP가 210억 달러 늘어날 것이고 룩셈부르크와 독일은 각각 20억, 1,040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영국은 EU를 탈퇴한 이후 블록체인 관련 자체 의제를 추진하는 등 여러 제도적 정비를 하고 있어 향후 810억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당사는 이 모든 국가에서 의도적으로 기업의 가상자산 취득이나 현금화를 금지하는 차별 정책은 확인할 수 없었다. 개인과 법인 모두 가상자산 취득과 현금화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진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설립 중이지만 개인과 법인을 차별하여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로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 2: 고용 창출 효과

일반인들이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상자산 산업의 경제적 혜택은 고용 증대이다. 13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1조 달러 신생 자산군이 등장하면서 이와 관련된 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고용이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가상자산 산업 성장을 기반으로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은 해소되어야 한다.  

가상자산업계 고용 시장 트렌드 

과연 가상자산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신생 분야인 만큼 이와 관련된 통계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당사는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학계, 채용업체, SNS 등 다양한 채널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과거 수년간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의 고용 트렌드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 다음 3가지 유의미한 트렌드를 확인하였다. 

첫째, 2022년 현재 국내 가상자산 관련 업계 종사자는 약 11,750명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전체 고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국내 수치는 2021년 말 국내 신규 취업자 37만명의 약 3%에 해당하며, 동일하게 산정한 미국 고용 시장 기여도 수치인 0.7%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상자산 산업 내 신규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미국보다 국내에서 훨씬 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째, 가상자산 산업의 고용 시장은 경제 침체기에도 비교적 꾸준히 고용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18/19년에 경험한 크립토 윈터 기간은 가상자산 산업뿐 아니라 실물경제도 침체되어 있던 시기였으며 이로 인해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이었다(Figure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데이터에 의하면 가상자산 관련 일자리는 현상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채용공고 사이트 Indeed에 따르면 2018/19년 기간에 전체 채용 공고 중 가상자산 관련 채용 공고의 비중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여 크립토 윈터 기간에도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함을 나타낸다(Figure 13).

이러한 현상은 현재 2022년 크립토 윈터 기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Crypto.com, BlockFi등 일부 업체들은 인력 감축 등을 발표하였으나 바이낸스, FTX, 크라켄 등은 오히려 인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고용 시장 전체적으로는 현상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Figure 14). 예를 들어 바이낸스는 유럽, 아시아, 남미, 중동에 걸쳐 2천 명 이상을 고용할 계획이며 크라켄, 콘센시스도 시장 여건과 무관하게 인력을 양성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은 구조적인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어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는다. 경기가 악화하면 경기 호황 시기의 방만 경영이 표면화되며 난항을 겪거나 퇴출당하는 기업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기회로 인재를 채용하고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산업 전체의 인력 수요는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덜 받는다.

셋째, 업계 내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회계, 마케팅 관련 직종도 포함되어 있어 업계 내 고용 기회가 다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ndeed가 공개한 데이터에 의하면(Figure 15) 2020년 대비 2021년 7월 16일 기준 채용 업무의 구성이 눈에 띄게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주된 채용 분야인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는 2020년 34.8%에서 2021년 29.7%로 감소했지만 재무, 마케팅, HR, 회계 관련 직책이 채용 공고 중 16.8%를 차지하여 2020년 점유율인 9.2%보다 약 1.8배 증가하였다. 업계 내 고용기회의 다각화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일부 개발자들에게만 고용의 기회가 돌아가는 틈새 산업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2차, 3차의 파급효과를 발생시키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산업인 것이다. 해외 기업들이 이미 가상자산 산업 진출을 통해 다양한 직군에서 고용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30년까지 약 15만 명 고용 창출 예상

가상자산 산업의 향후 고용 창출은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당사는 이전 섹션에서처럼 PwC의 분석을 참조하였다. PwC가 산정한 2021년 말 기준 주요국 취업 인구 분석에 사용된 weight를 동일하게 반영하여 수치를 업데이트하였다. 다만 PwC에서는 블록체인 성장에 따른 한국의 고용 창출 효과를 따로 분석하지 않아 국내 별도 기관의 기존 연구 결과를 적용하였다. 그 결과 2030년까지 블록체인 산업 성장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고용효과는 보수적 시나리오 하에 약 147,527명으로 추정된다. 

8년간 약 15만 명의 고용 창출은 단순 평균값으로 연간 18,750명이며 이는 2021년말 국내 신규 취업자 37만 명 중 약 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불과 10년 전 자생적으로 생겨난 신생 산업이 정부의 지원 없이 신규 일자리 창출에 5% 기여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의미하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자국에서 가상자산 획득 및 현금화의 길이 막혀 가상자산 산업 진출을 포기하거나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는 이러한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유 3: 투자자 보호

법인 투자자, 특히 자산운용 전문 노하우를 갖춘 자산운용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은 시장 참여자의 질을 높여 개인 투자자 보호의 효과를 촉진시킨다. 우리는 한국 증시의 변천사를 통해 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 진입 후 업그레이드된 한국 증시   

1956년 설립된 ‘대한증권거래소’가 모태인 한국거래소(KRX)는 1980년 중반까지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일반 법인 및 자산운용사가 일부 참여하였지만 전문 자산운용 노하우가 미비하여 시장 참여자들의 매매 행위는 일반 개인 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는 상장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제표에 대한 공시 의무도 빈약했고 Investor Relations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루머'를 근거로 매매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성보다는 집단 감정에 휩쓸려 시장은 수시로 과도한 등락을 반복하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법의 ‘Wild West’였다. 1960년대 소위 증권파동으로 알려진 사건이 당시 한국 증시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주가를 조작하여 국민들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힌, 지금 기준으로는 믿기 힘든 희대의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증시 65년 역사 중 거의 절반은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환경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증시에서 비로소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1992년부터는 증시 개방과 함께 높은 자산운용 노하우를 갖춘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진입하면서 한국 증시는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다. 차트 분석이 주식 분석의 전부였던 한국 증시에 PER(Price-to-Earnings)이나 ROE(Return on Equity)와 같은 개념이 소개되었다. DCF(Discounted Cash Flow)와 같은 방식을 통해 주식의 적정가치를 산정하는, 당시에는 소위 ‘선진 투자 기법’이라 불리는 금융의 기본 이론들이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도 뿌리내리기 시작하였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이머징마켓 주식으로 자산을 배분하면서 한국 증시에 많은 해외 자금이 유입되었고 그 결과 한국 증시의 유동성 또한 크게 개선되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내실을 다진 상장 기업 중 일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주주 중심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액주주 친화적인 상장 기업들도 많이 등장하였다.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공시가 개선되고 이러한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금융이론 및 자산운용 지식을 갖춘 전문 투자자의 시장참여가 늘어나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도 줄어들고 공정한 가격발견 기능도 개선되었다(Figure 18). 지난 30년간 진행된 국내 주식투자자의 기관화를 통해 국내 증시 참여자들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유동성 증가, 변동성 감소, 상장 기업의 질적 향상과 정보 공개 개선 등을 끌어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자본시장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에서도 동의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건으로 정보거래 기반의 확대를 언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와 장기투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당 기관은 “개인투자자보다 정보력과 분석력에서 우위에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확대와 자산 가격의 일시적 변화가 아닌 본질 가치에 근거한 장기투자 확대가 본질 가치와 관련된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이는 무정보거래와 잡음거래의 비중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지난 30년간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투자자 보호의 필수 요건이 효율적인 가격 발견(price discovery)과 투자 관련 중요정보(material information)의 공정한 공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가상자산 시장도 한국증시가 그랬듯이 시장 참여자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자자 보호가 용이한 환경이 형성될 것이다.

예컨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안되고 있는 각종 규제안은 전문 지식을 갖춘 시장 참여자들이 증가할 때 파급 효과가 크다. 한국 증시에서 상장 기업이 성실히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를 공시해도 이러한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시장 참여자들이 없다면 이러한 공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프로젝트팀이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성실히 공시해도 이러한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춘 시장 참여자가 없다면 진정한 투자자 보호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유 4: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 

연금 고갈까지 남은 시간 불과 30년

2022년 한국 사회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난제 중 하나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이다. 인구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는 연금 적립금 고갈이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국민들의 노후 복지를 위한 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연금 제도가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의 성격이 강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이 운영하는 916조 원 적립금은(2022년 7월 기준)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는 불과 30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출산율 회복 혹은 이민 수용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가치관의 큰 변화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또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선뜻 이를 책임 있게 추진하려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리스크 증대 없이 기대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

한가지 대안으로 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통해 연금 고갈 시점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익률이 개선된다면 다른 근본적인 해결책들이 성과를 보일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산운용업계에는 수익률 개선을 위한 검증된 방법이 이미 존재한다. 바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른 자산 포트폴리오의 분산 투자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업계는 1980년대부터 이 이론에 따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서 리스크 증대 없이 기대 수익률을 개선해왔다. 일명 자산 포트폴리오의 Efficient Frontier의 확장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업계는 이 원칙에 따라 자산 배분의 범주를 채권에서 국내 주식, 선진국 해외 주식, 이머징마켓 주식, 원자재, 헤지펀드, 부동산 등으로 넓혀 왔다. 특히 자산 배분 전략을 선도한 미국 대학 기금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천사를 보면 이러한 트렌드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코빗 리서치는 2022년 2월 25일 리포트 기관투자자를 위한 가상자산 배분 전략에서 이를 상세히 다뤘다.

이미 한국의 국민연금은 1988년 설립 이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라 분산 투자를 실행해 왔다. 국민연금 설립 당시 자산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국채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해마다 조금씩 국내 주식,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등으로 자산을 배분했다. 그 결과 2021년 현재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다음과 같다(Figure 23). 

지난 40년간 고수해온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원칙에 따라 리스크 증가 없이 기대 수익률을 추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관관계가 낮은 새로운 자산군 편입이 필요하다. 가상자산은 이에 가장 적합하다. 유동성이 풍부하며 기존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을 뿐 아니라 자체적인 리스크 조정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는 이처럼 자산 포트폴리오 편입 때 가져다줄 이론적, 현실적 이점을 두루 갖춘 자산군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여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을 달성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미국 대학 기금들은 2018년부터 가상자산 벤처캐피탈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imited Partner)로 참여하며 일찌감치 가상자산으로 자산 배분을 시작했으며 2020년부터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당사는 앞서 언급한 2월 26일 리포트에서 국내 주식, 미국 주식, 국채로 구성된 자산 포트폴리오에 리스크 성향에 맞는 적절한 수준으로 비트코인에 자산을 배분할 경우 샤프비율(리스크 조정 수익률)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음을 Mean-Variance Model을 통해 분석한 바 있다(Figure 24). 샤프비율을 개선한다는 것은 리스크 증가 없이 기대 수익률을 높인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국의 각종 연금의 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가상자산에 적절한 비율로 배분하는 것은 ‘대박을 노린 투기'가 아니라 전 세계 자산운용업계가 과거 40년간 따라온 검증된 금융이론을 따르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연금 고갈 시점을 지연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될 방법은 이미 존재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도 법인 명의의 가상자산 매매행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끝맺으며

본 리포트는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인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금지 조치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주목하고 대선 공약 등을 통해 육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관련 규제 기관들은 법인 명의 가상자산 취득 및 현금화의 길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기업들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는 이러한 제약이 ‘행정지도'라는 형태로 시중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약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며 해외 주요 국가의 기업들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요인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당사 리서치에 의하면 블록체인 산업 성장이 한국 경제에 가져다줄 경제 효과는 2030년까지 46조 원, 일자리 창출은 15만 개로 추정되지만, 지금처럼 국내 기업이 가상자산을 취득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으면 이러한 혜택은 상실되거나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활발한 가상자산 산업 진출로 인해 막대한 기업가치와 일자리 창출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인재 풀도 확보하고 있다. 

법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은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투기를 쫓는 개인 투자자들이 성행하고 이들을 착취하려는 사기 행위가 만연한 미성숙한 형태에 머물러 있다. 가상자산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업들이나 자산운용 노하우를 갖춘 전문 투자자의 참여는 없고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매매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이다. 반면 법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는 이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법인 명의 거래가 가능해지면 전문 자산운용사의 시장 참여의 길이 열리면서 가상자산 시장 내 가격 발견의 기능이 개선된다. 프로젝트가 공시한 내용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여 루머 위주의 매매행위가 줄어들면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발붙이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지난 30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미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연금들이 가상자산으로 자산 배분이 가능해지면서 수익률이 개선되어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연금 적립금 고갈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행위는 ‘투기'가 아닌 40년간 글로벌 자산운용업계를 지배해온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자산 배분 전략을 선도하여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고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미국 대학 기금 운용팀들은 이미 4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한국판 적기조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할 경우의 폐단은 없는걸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가상자산의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투자를 감행하여 큰 손실을 입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리스크는 법인뿐 아니라 현재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개인 투자자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은 반면 법인은 조직 구성에 따라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체로 안전장치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미국처럼 투자에 대한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인식이 강한 곳에서는 아예 논쟁거리로 삼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이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공정한 정보공개는 정부의 공권력을 통해 의무화하지만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각자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예로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잉여자금뿐 아니라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까지 비트코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주주들과 채권자의 책임하에 행해지는 것이며 여기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투자자 스스로의 책임을 원칙으로 하지만 아직 문화적으로 정착하지 않았다. 투자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로 접근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규제당국의 접근방식이 이를 방증한다. 만일 한국의 정서상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면 기업 스스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의 의무화나 정해진 한도 내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선택권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진정 공익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 당사의 의견이다.  

본 리포트에서 알아보았듯이 가상자산 산업이 가져다 줄 경제적, 사회적 혜택은 방대하다. 그러나 이 산업을 근시안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경제 가치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의 시장 참여 자체를 지속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한국판 적기조례의 사례를 남기는 것이다. 웃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필요한 이유'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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