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Takeaways
- 컨센서스 2022는 전통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자리였을 정도로 그 들을 위한 세션과 행사가 진행되었음
- 2018년 크립토 윈터 당시엔 산업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면, 2022년엔 블록체인 업계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여전한 점이 그 당시와 다른 점
- 테라 사태는 규제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였으나, 규제 도입은 오히려 더 많은 투자 자금과 기업가들을 산업으로 이끌 것으로 예상
- Defi, NFT를 이을 다음 주자는 블록체인 게임과 메타버스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완성도 있는 서비스 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
Xangle의 컨센서스 방문기
Xangle 리서치팀은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서 주최하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인 ‘컨센서스 2022’에 참여했습니다. 컨센서스는 2015년부터 시작된 코인데스크의 행사로 코로나 사태 이후 3년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며 전세계 블록체인 인사들을 텍사스 오스틴에 집결시켰습니다. 특히 올해 컨센서스에서는 하락장세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만들어 나갈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요. 글을 통해 행사 세션들에서 다뤄진 주요 논의들, 그리고 참여자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
컨센서스 2022는 전통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가상자산 컨퍼런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월가의 금융인들이 행사장을 메웠고, 이들을 위한 세션과 부스가 기획되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허들로 작용해 온 규제 이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기관투자자 타겟으로 서비스를 출시한 업체들의 마케팅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특히 Grayscale, Bitwise 경영진이 근시일 내 현물 Bitcoin ETF가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한 확신을 보였던 “When Spot Bitcoin ETF?” 세션과 Web 3.0의 대표주자인 월렛서비스 Metamask가 기관투자자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점은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는 투자자산군으로서 가상자산의 위상을 높이고, 현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자금이 업계에 흘러 들어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해당 자본의 유치를 목표로 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가상자산 서비스 개발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자산 가격의 상승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락장을 대하는 자세는 2018년과 달랐다
컨센서스 기간 동안 비트코인은 7%, 이더리움은 20% 가까이 급락했다. 돈 삭제가 진행되는 계좌 잔고를 바라보며 필자 또한 하락장이 진행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도 블록체인 업계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컨센서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Defi, NFT 등 이미 확실한 Use case를 만들어 낸 가상자산 서비스가 앞으로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서비스 영역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Fidelity Digital Asset을 출범한 이래로 3번이나 하락장을 경험했다는 Fidelity의 CEO Abigail Johnson의 코멘트는 과거와 현재 하락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2018년 하락장엔 가상자산 업계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2022년엔 사람들이 언제 투자를 해야하는지, 이 정도면 사도 되는지를 묻는다. 상황이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
테라 사태에 웃음 짓는 규제 당국
컨센서스 행사 내내 테라 사태는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규제 당국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었다. 첫날 오프닝 세션에서 발표를 진행한 CFTC 의장 Rostin Behnam은 “테라/루나 사태는 왜 가상자산에 규제가 필요한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고 언급하며,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자산에 대한 규제 논의를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테라 사태와 관련하여 테라의 주요 투자자이자 유명 VC Galaxy Digital의 설립자인 노보그라츠의 ‘Lessons Learned While Riding Crypto's Rollercoaster’ 세션 또한 많은 참가자들이 몰리며 관심을 받았다. 특히 테라 투자에 대한 회고가 인상 깊은 부분이었는데 노보그라츠는 “루나 문신을 겸손의 상징으로 생각하며 다음 상승장이 올 때까지 유지할 것이다“라 언급했다. 마치 워렌 버핏이 크게 실패했던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본인의 기업명으로 유지한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테라 사태는 규제 당국의 개입에 명분을 제공했다. 국내에서는 권도형 창업자의 법적 처벌에 초점이 몰리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개별 사건으로 치부하기 보단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하여 가상자산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도입에 더 관심을 갖는 편이었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가상자산 자산이 규제된다면 비트코인이 추구했던 탈중앙화 정신에 대한 일보 후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사업적 시도가 증가하게 되고,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는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합리적으로 규제가 도입되기를 이렇게 원했던 업계는 역사상 없었다’는 한 패널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다음 주자는 블록체인 게임과 메타버스 플랫폼
약세장과 함께 과거 가상자산 붐을 이끌었던 Defi, NFT 관련 가상자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2020 Defi Summer, 2021 NFT Summer를 이을 다음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컨센서스 행사장을 돌아보며 프로젝트들을 만나볼 수록 블록체인 게임 혹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다음 강세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다만, 오늘날 P2E라는 시장을 개화시킨 게임 컨텐츠 혹은 메타버스 플랫폼들보다는 훨씬 몰입갑이 있고 높은 퀄리티의 컨텐츠,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유저 인터페이스가 뛰어난 컨텐츠가 등장하는 것을 가정했다. 퀄리티를 갖추고, 블록체인 기술로 발생하는 허들을 낮춰야만 대중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Mythical Games의 SVP Daniel Frank의 세션은 위에서 언급한 블록체인 게임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Mythical Games에서는 ‘Player First’ 정신을 갖고 재밌고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어 ‘대중화(Mass adoption)’을 이뤄내는 것이 목표라고 Daniel은 역설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로 사용되는지 유저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역시 대중은 블록체인 게임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고 재밌는 게임을 원하고 있다. 물론 게임을 하면서 돈까지 벌면(P2E) 금상첨화고 말이다.
존재감을 보인 Made in Korea 프로젝트들
테라 사태 이후 한국 블록체인 업계의 위상이 하락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국의 대표 프로젝트였던 테라가 Terra 2.0 출시에도 사실상 재기불능 상태가 되었고, LUNA 토큰이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한국의 대표 VC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렇기에 이번 컨센서스에서는 그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 프로젝트들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되었다. 특히 플레이댑, 클레이튼, 위믹스 등이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며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플레이댑의 경우 미국 코인베이스에 상장한 한국 프로젝트로 큰 관심을 모았으나, 이후 저조한 NFT marketplace 실적, 핵심 컨텐츠의 부재 등으로 인해 존재감이 많이 하락했던 프로젝트다. 이에 이번 컨센서스 시작으로 마케팅과 홍보에 주력하며 플레이댑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방향성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튼은 그라운드X에서 크러스트 위주로 조직 구조가 개편된 이후 글로벌 진출을 위해 노력중인 상황이다. 이번 컨센서스에서는 테라 사태 이후 한국의 유일한 Layer 1이 되었음을 어필하는데 주력했다. 아시아 로컬 블록체인으로서의 강점을 내세우며 해외 개발자들을 유치하고, 클레이 생태계를 전세계 가상자산 업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지향하는 위믹스는 미르 글로벌을 필두로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을 선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렇기에 플랫폼에 올릴 프로젝트들을 섭외하는데 행사 참여 목적이 있어 보였다. 다만, 자체 메인넷이 출시되지 않았고, 개선점을 반영한 위믹스 3.0이 발표되기 전으로(15일 예정) 이번 컨센서스는 글로벌 가상자산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오스틴을 떠나며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하며 가상자산 윈터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텍사스 컨센서스에서 느낀 열기는 가상자산 윈터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웠다. 주요 연사들이 스피커로 나선 세션은 30분 넘게 줄을 서도 참여하지 못할 정도였고, 저녁 시간에 열린 네트워킹 행사는 4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찼다.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등 매크로 이슈로 인해 전반적인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만들어 나갈 세상에 대한 참여자들의 믿음은 굳건했던 것이다.
얼마나 하락장이 이어질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또한, 기관투자자들이 맘편히 들어올 수 있는 투자 환경이 조성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퀄리티 높은 게임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업계가 한단계 발전하고 자산 가격이 상승모멘텀을 갖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2018~2019년 하락장 기간 동안 기존 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Defi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수많은 활용 잠재력을 갖춘 NFT 기술의 틀이 갖추어 졌음을 우리는 한 번 경험했다. 그렇기에 토큰 가격과는 무관하게 블록체인 업계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앞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Xangle 또한 컨센서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가상자산 업계와 발을 맞추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