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하드포크는 무엇인가?’ 2016.7.20 코인텔래그래프 기사)
연이은 비트코인 ‘하드포크’, 또다른 호재로 작용하나
2017.12.11 연합뉴스 기사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D-1, 시장은 "포크 후 가격 하락에" 무게
2018.11.14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사
이더리움 클래식 사흘 간 30% 급등... 9월 하드포크 호재
2019.08.24 블록미디어 기사
하드포크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 가격 꿈쩍도 안해…
2019.12.09 코인텔래그래프 기사
도무지 호재인지 악재인지 갈피가 안 잡히는 혼돈의 카오스, 하드포크.
오늘은 하드포크 공시만 나오면 갈팡질팡하는 분들을 위해 하드포크의 개념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하드포크
고려말, 권문세족을 밟고 올라선 신진사대부들은 조선 건국을 둘러싸고 급진개혁파와 온건개혁파로 나뉘게 된다.
정도전, 조준을 비롯한 급진개혁파들은 하드포크로 고려왕조를 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고 외쳤고,
정몽주, 이색, 이제헌을 비롯한 온건개혁파들은 소프트포크를 하여 고려왕조의 테두리 안에서 차근차근 개혁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정몽주를 술자리에 초대해서 “잘해줄 테니까 제발 새 나라를 세웁시다 ㅠ”고 부탁한다. 하지만 정몽주는 단칼에 “놉!”으로 일체 거절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이방원은 정몽주를 죽인다. 세 달 뒤 이성계는 왕위에 올라 새로운 왕조, 조선을 건국하게 되었다.
그의 하드포크가 성공한 것이다.
-하드포크(Hardfork)란?-
하드포크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수정 및 업데이트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대충 기술적인 업데이트라는 의미).
하드포크의 목적은 크게 프로토콜의 문제 해결, 보완 및 업그레이드로 분류할 수 있으며 하드포크를 거치고 나면 기존 버전과 호환이 불가능한, 전혀 다른 프로토콜을 가지게 됩니다.
하드포크는 마치 급진개화파가 고려왕조를 없애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것과 똑같습니다. 조선을 세운 이상 고려왕조로 돌아갈 수 없듯이, 하드포크를 하면 프로토콜이 분리되어 구버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하드포크 이후 노드(node)들은 새로운 버전으로 강제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합니다.
(출처: 뱅크샐러드)
하지만 블록체인 특성상 하드포크를 하더라도 기존 프로토콜을 운영하고자 하는 인원이 남아 있다면 구버전을 살릴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 두 프로토콜은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온 비트코인캐시(BCH)가 있습니다.
반면, 하드포크와 반대되는 개념인 소프트포크 (softfork)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되는 프로토콜 변경을 의미합니다. 노드들은 새로운 규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기존 프로토콜을 유지하면서 트랜젝션 처리 및 블록 생성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드들은 새로운 프로토콜로 갈아타게 됩니다.
(출처: 뱅크샐러드)
온건개화파들이 주장한 ‘개혁은 하되, 고려왕조는 유지합시다’와 같은 이치입니다. 개혁으로 인해 프로토콜은 변경되었지만, 기존 왕조 유지라는 규칙은 허용한 것이죠.
여기서 잠만!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개념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란 해당 노드 혹은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준수해야 하는 ‘코드 규칙’들을 의미합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싶은 노드들은 반드시 프로토콜이 정의해 놓은 규칙 안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전세계에 있는 컴퓨터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이유도 TCP/IP 프로토콜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프로토콜은 왜 업데이트를 해야 할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기존 버전에서 발견한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코인은 탄생한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법정화폐도 몇 백 년의 개선 과정을 걸쳐 안전한 거래수단이 되었듯이, 코인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거래내역을 반전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해킹이나 위조, 장부조작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포크를 통해 해당 문제가 있었던 날짜 전으로 돌아가 모든 불법거래를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기 위해 포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드포크 예시: 이더리움클래식(ETC) 탄생 비화-
실제로 해킹 문제가 발생하여 하드포크를 통해 모든 불법거래를 반전시킨 코인이 있습니다. 바로 이클(이더리움 클래식인거 모르는 흑도라지 없제?)의 탄생스토리와 얽힌 그 유명한 더 다오(The DAO) 해킹 사건입니다.
더 다오(The DAO)는 2016년에 탄생한 이더리움 기반의 분산 크라우드펀드 프로젝트입니다.
탈중앙화 자율 조직을 의미하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개념을 실체화한 프로젝트 답게, 더 다오는 특정 기업/국가와 연관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이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에 의해 움직입니다. 더 다오에 참가한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오 토큰(Dao Token)을 수령받은 뒤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만큼 개인/기업이 제출한 사업에 투자할 권리를 획득하게 됩니다.
수많은 투자 제안 중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업이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며, 만약 투자자가 투표 결과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스플릿(split) 기능을 통해 DAO에 모아둔 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스플릿은 다오 토큰의 일정 비율을 이더리움으로 되돌려주는 환전 기능인데, 문제는 얘가 5분 주기로 내용을 기록한다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해커들은 이걸 알고 스플릿하는 투자자들의 돈(약 520억원)을 홀랑 빼먹었어요.
사건이 터지자 이더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습니다. 비록 해커들이 훔쳐간 이더리움을 출금하지는 못했지만, 이더리움 가격은 반 토막이 났고, 당시 1위 거래소였던 폴로닉스(Poloniex)는 다오 토큰을 상폐해버렸습니다. 이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더리움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죠.
이 사건을 계기로 비탈릭을 비롯한 개발자들은 하드포크를 통해 이더리움 원장을 롤백(Roll back. 도난 당하기 직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하게 되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오늘날의 이더리움(ETH)입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기존 프로토콜 자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뿐더러 하드포크는 블록체인의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오리지날 프로토콜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결국 하드포크 vs NO하드포크 파로 나뉘면서 이더는 이더(ETH)와 이더리움클래식(ETC)로 쪼개지게 됩니다.
-하드포크에 대한 시장의 인식-
코인러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하드포크=호재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유1: 거래소에서 하드포크를 지원하는 경우 종종 스냅샷을 통해 새로이 생성된 코인을 에어 드랍 (air drop)해줍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1+1 이벤트이며 배당금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유2: 하드포크 진행 전 안정성을 위해 해당 코인의 입출금을 임시 중단하는 순간을 틈타 가격을 펌핑시키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하드포크는 투기꾼들이 소리 벗고 팬티지를 만한 환경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하드포크가 가격 상승동력을 제공해준 대표적인 케이스는 2017년 탄생한 비트코인캐시(BCH)입니다.
비트코인이 분리되는 움직임이 보일 당시인 7월에는 하드포크에 대한 불확실성과 의구심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세계 주요 코인 거래소들이 2017년 8월 1일 기준으로 비트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에게 1:1 비율로 비트코인캐시를 무상 지급하기 시작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내 8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하드포크가 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
엄밀히 말씀드리자면 하드포크는 단지 기술적인 업데이트이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직접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단기적인 호재는 더더욱 아니에요.
하드포크 이후 가격이 오른다면 에어드랍과 같은 외부요인에 의해 오르는 것이지, 하드포크 자체느 코인러들이 바라는 BIG호재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하드포크는 치명적인 허점이 존재합니다. 이는 바로 참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하드포크를 통해 무제한으로 새로운 코인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점인데,
모든 노드들이 합의해서 새로운 프로토콜로 이동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내부 분열로 인해 밥 먹듯이 새로운 코인을 뽑아내면 이건 다 같이 죽자는 의미입니다.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되어 가격이 떨어질 것은 물론이고 가상자산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가 흔들려 코인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비트코인SV, 일명 스봉이가 탄생했을 때 이런 위기가 닥쳤습니다. 2017년 8월 우지한이 쿠데타를 일으켜 비트코인캐시를 만든 지 얼마 되지않아 이번에는 크레이그 라이트가 비캐 맘에 안 든다고 하드포크를 해버린 겁니다. 이렇게 탄생한 코인이 스봉이인데, 문제는 비트코인이 BTC, BCH, BSV로 쪼개지니까 사람들이 뭐 이딴게 다 있냐며 탈코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 매도물량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고, 결과적으로 코인시장이 전체적으로 떡락했죠.
BSV탄생 당시 처참한 상황
BTC:
BCH:
ETH:
이처럼 기술적인 목적이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하드포크를 할 경우 가상자산의 근간을 흔들어버리게 됩니다.
부부 싸움하다 이혼까지 해버리는 꼴 나요.
이 외에도 하드포크는 프로토콜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요인이 되어 가격을 하락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프로토콜 안정화와 업그레이드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하드포크가 장기적인 가격 상승요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