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6

[Xangle Originals]

작성자: KP, CHOBi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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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테라는 2021년 한 해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으나, 앵커에 편중된 위험을 헷징하지 못하며 큰 실패를 겪음
  • 그러나 테라는 한 때 2위 규모까지 성장했던 블록체인답게 높은 퀄리티의 생태계 내 프로젝트들이 운영되고 있거나 개발 단계에 있었음
  •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타 메인넷의 경쟁이 치열하며, 일부는 새로 런칭되는 테라 2.0 블록체인과 함께할 것임을 발표

쟁글의 이전 글(링크)에서 짚었던 UST의 디페깅과 LUNA의 급락은 결국 매도세를 흡수할만한 유동성의 부족과 UST 뱅크런, 이해할 수 없는 준비금 사용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테라 블록체인의 근간을 이루던 UST의 붕괴는 단순히 LUNA 토큰 가격의 급락만을 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때 2위 메인넷으로까지 성장했던 테라에는 수많은 디파이, NFT, P2E 프로젝트들이 운영 또는 개발 중이었으나, 죽음의 소용돌이는 마치 거대한 태풍처럼 생태계 전반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테라 생태계 프로젝트들의 향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테라 생태계의 붕괴 - 안전장치가 미흡했던 급성장

테라가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가장 큰 생태계이자 전체 2위 규모의 생태계를 이룩한 것은 스테이블코인 UST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2022년 초까지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사용 가능한 지배적인 스테이블코인은 UST 뿐이었고,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은 높은 수요로 인해 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UST는 이더리움, 아발란체, 팬텀 등의 타 레이어 1 메인넷과 OKX, 바이낸스를 위시한 대형 거래소로 그 세력권을 넓히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루나 시가총액 테라 TVL

UST는 블록체인 트랜잭션 수수료 지불, 미러 프로토콜의 합성자산 발행 등 다양한 사용처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본격적인 성공의 기반이 된 것은 고정 이자 20%를 지급하는 앵커 프로토콜 덕분이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의 매력적인 이자 덕분에 UST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이를 바탕으로 테라 메인넷으로의 자금 유입은 물론, 타 체인과 거래소까지 저변을 넓힌 것이죠. 예금과 대출금 사이의 지나친 괴리로 인한 앵커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늦게나마 이자율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스테이킹 이자와 대출 이자로 감당 가능한 한자릿수 이자율까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디파이는 높은 이자율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이자로 받는 방식은 수익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UST 발행량 시가총액 앵커 TVL

진정한 문제는 앵커 프로토콜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단일 취약점 위험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이었습니다. 2021년 5월 전체 UST 발행량 대비 13%에 불과했던 앵커 프로토콜 예금은 2022년 4월 74%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렇듯 UST의 상당 부분이 앵커에 락업됨에 따라 이자율 하향조정으로 인해 예금을 인출하는 자금의 영향이 지나치게 커져 버렸습니다. 단일 프로토콜에 자금이 편중되었기 때문에 뱅크런의 규모와 영향이 더욱 커졌고, 이것이 2021년 5월 급락 때는 UST 페깅을 유지했지만 이번 사건으로는 UST까지 동반 폭락을 겪은 가장 큰 이유입니다.

2021년 5월 LUNA 폭락 UST 페깅

이러한 취약점을 발견한 영리한 늑대는 5월 8일 일요일, UST 페깅을 1% 붕괴시키며 시장의 센티먼트를 테스트했습니다. 이 당시 일각에서 Curve Finance의 4 pool(UST-FRAX-USDT-USDC 유동성 풀)을 이용한 권도형 대표의 러그풀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의심이 가중되었고 이는 센티먼트 악화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윽고 5월 10일, 전체 가상자산 시장 하락에 맞물려 UST와 LUNA 가격이 동반 폭락하자 테라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빛났던 테라의 성장은 안전장치가 없는 급성장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테라 생태계를 둘러싼 Layer 1 War

5월 25일 거버넌스 투표가 종료되면서 테라 재단과 권도형 대표의 주도 하에 테라 2.0 런칭이 확정되었으나, 신뢰를 잃은 테라 2.0은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도형 대표과 재단 운영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주류 언론까지 이번 사건이 크게 보도되어 대중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테라라는 대형 레이어 1 메인넷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다른 레이어 1 메인넷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이미 테라 생태계의 팀과 개발자들을 자신들의 생태계로 포섭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펼치고 있어, 테라가 레이어 1 전쟁의 전장이 된 모양새입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폴리곤입니다. 폴리곤의 CEO Ryan Wyatt은 테라 붕괴 직후 “다양한 테라 프로젝트들과 소통 중이며, 폴리곤으로의 이동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하며 테라 생태계의 이주를 지원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에 창립자인 Sandeep Nailwal 역시 가세하여 “폴리곤의 PoS 네트워크는 테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에게 알맞은 대안이며, 곧 ZK 롤업이 PoS 네트워크에서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의 결과로, Ryan Wyatt은 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규모의 기금으로 테라 생태계의 이주를 지원할 것임을 발표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테라의 NFT 마켓플레이스 OnePlanet을 시작으로 50개 이상의 프로젝트들이 폴리곤 재단과 긴밀히 협업 중이라고 합니다.

타 메인넷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안드레 크로녜의 사임 이후 생태계가 크게 위축됐던 팬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테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의 연락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레이튼 역시 다수의 한국 기반 프로젝트가 있었던 점을 염두하여, 팬텀과 마찬가지로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식 트위터를 통해 테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의 연락을 환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BNB 체인 또한 공식 발표를 통해 테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이 이주할 경우, 작년 말 발표한 10억 달러 규모 생태계 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스모스 생태계의 또다른 스마트 컨트랙트 메인넷인 주노 역시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1억 JUNO 규모의 테라 개발자 펀드를 런칭하는 거버넌스 제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한편, 생태계의 규모가 크지 않은 VeChain, Reef, Injective, Stargaze도 각각 테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의 이주를 위한 자금 및 기술 지원을 약속하며 치열한 유치 경쟁의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테라 디앱, 선택 2022

이와 같은 레이어 1 메인넷들의 적극적인 구애에 테라 생태계 디앱들의 의사결정은 반반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테라 재단과 인적 자원 및 자본 관점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경우는 대부분 테라 2.0 런칭을 지지하고 생태계에 남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테라 재단과 큰 관련이 없거나 개발 중이던 NFT/P2E 관련 프로젝트들은 테라 생태계를 떠나는 선택을 했으며 메인넷 이주, 자체 메인넷 런칭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아무래도 끝없이 커뮤니티를 확장시켜야 하는 NFT/P2E 프로젝트의 속성 상 신규 유저 유입이 어려운 기존의 테라 생태계에 머물기 힘들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테라 생태계 디파이 이주

생태계 대이동, 그 영향은?

테라 2.0 런칭이 확정되며 많은 거래소들이 피해자 보상을 위해 에어드랍을 지원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했으나, 테라 2.0의 앞날이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수의 생태계 참여자들이 남기보다는 떠나고 싶어할 것이며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신뢰를 잃어 외부 참여자들의 유입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또 테라 생태계의 급성장을 이끌었던 UST 스테이블코인과 자금 및 개발 측면에서 큰 도움을 주었던 대형 기관들의 부재로 인해 테라 2.0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테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의 이주는 개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 메인넷들에게 불행 중 다행인 소식입니다. 한때 2위까지 넘봤던 테라 생태계의 성장은 단순히 앵커의 20% 이자율 덕택이 아니라 UI/UX 측면에서 고평가를 이끌어냈던 훌륭한 디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테라의 문화가 타 메인넷으로 퍼지면서 Web 3.0의 고질적인 문제인 진입장벽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4~6세기 유럽 전역에 걸친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유럽의 정치군사적인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대사건이었습니다. 테라 사태 이후 적지 않은 수의 프로젝트와 개발자들이 타 메인넷으로 이주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이들의 이동이 게르만족 대이동처럼 블록체인 생태계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 테라 사태가 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는 사건으로 남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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