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Originals]
작성자: Jehn, 포뇨, Crypto_Gang. CHObiden, TraceØ, Do Dive
서론. 가상자산≠비트코인이 아닌 디지털 자산 시대의 가치평가
by Jehn
2017년 전국적으로 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를 되돌아보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비트코인은 들어봤다는 분들이 절대다수였다. 그 이듬해 초부터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다수의 암호화폐 가격이 반토막이 나고 뜨거웠던 열기가 식으면서, 그저 하나의 지나가는 밈인가 싶었던 가상자산 시장은 주류의 관심에서 소외되어있는 동안 탈중앙화 금융(Defi), NFT(Non-fungible token), P2E(Play-to-Earn)와 같은 활용 사례와 함께 생태계의 저변을 확장해왔다.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과 생태계 확장의 결과, 특히 2021년부터, 주목해야 할 변화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1) 이더리움을 필두로 각 프로토콜 생태계에서 매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숫자(Numbers)가 발생하였으며, 2) 레이어 1 체인을 넘어 레이어 2 솔루션까지 등장, 프로토콜 간 경쟁이 심화되었다.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며, 각 프로토콜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의 속성에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확장성을 더한 이더리움, 그리고 각자 고유한 특성을 지닌 레이어 1 코인들은, 앞서 다뤘던 비트코인의 경우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자산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기존 자산군에 편입하기 어려운 속성 때문에 ‘가상 자산’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이 만들어졌으며, 이에 대한 가치평가 방법 역시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Web 3 환경 구축의 기초가 되는 플랫폼의 자산인 레이어 1 코인의 가치를 어떠한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지 아래의 글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해보자.
본론. 이더리움 및 레이어 1 코인이라는 자산의 성격
이더리움을 비롯한 레이어 1 코인의 존재 이유 혹은 가치는 각 네트워크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상이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가치평가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 각 평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레이어 1 코인을 분류해 볼 예정이다.
이더리움은 가장 오래된 레이어 1 코인으로,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도미넌스 약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큰 규모의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 시장 내에서도 예치자산 기준 50% 이상의 도미넌스를 차지하고 있으며, NFT나 P2E와 같은 새로운 활용 사례의 테스트베드(Test-bed) 네트워크이다. 또한 합의 방식을 PoW(작업 증명)에서 PoS(지분 증명)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더욱 다양한 자산의 성격을 포괄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대다수 레이어 1 코인의 특성을 대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는 이더리움을 아래의 3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고 보고 가치 평가를 진행하였다.
- 가치의 저장 수단
- Web 3.0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자본
- 잠재적인 고성장 기술기업의 증권
1. 가치의 저장 수단: 비트코인과 같거나, 이를 대체하거나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에 확장성을 더해 세계적인 컴퓨터 플랫폼으로 진화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독보적인 규모의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다. 이더리움의 네이티브 코인인 ETH는 가상자산 시장 안에서 자체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다른 레이어 1 네트워크에서도 담보 자산으로 쓰이고 있으며,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비트코인 다음으로 투자 관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등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쓰임새를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다.
디지털 은
비트코인이 1) 희소성과 2) 불변성이라는 속성으로 ‘디지털 금’이라고 불린다. ‘디지털 금’으로써 비트코인의 가격을 예측한 모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Plan B의 Stock-to-Flow 모델이다.
한편, 과거 Plan B의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이 발행량이 정해져 있지 않아 S2F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우며 희소성 보다는 사용성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8월 EIP-1559 적용 이후, 발생하는 네트워크 수수료 중 일부를 이더리움 소각에 쓰고 있으며, PoS 전환 이후 네트워크에 상당 규모의 토큰이 스테이킹 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유통 물량 감소로 인해 어느정도 희소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더리움이 1) 희소성을 갖는 한편, 2) 비트코인과 다르게 플랫폼 내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디지털 은'으로 볼 수 있다.이더리움은 은 시장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대비 시장 규모도 작고,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높기도 하다. 2022년 3월 19일 기준, 이더리움($0.35조)의 시가총액은 은($1.4조)의 약 25% 수준이므로, 현재 대비 약 4배의 상승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이더리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경우 PoW 채굴 방식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소모되는 전력의 양이 많아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최근 기업 활동에 대해 높은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고,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는 가운데, PoS 형태로 전환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담는다고 가정했을 때, 글로벌 AUM(운용 자산)의 0.5%를 비트코인에 할당할 경우 잠재적 가치는 13만달러에 달할 수 있다. 만일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대체하여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45% 수준에서 60% 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한다면, 향후 이더리움의 가치는 1.2만달러 이상으로, 이 경우에도 4배 가량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Web 3.0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자본: 원자재 혹은 화폐
모든 레이어 1 코인의 공통적인 유틸리티는 해당 네트워크의 사용료 지불이다. 블록체인 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채굴자 혹은 검증자에게 보상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레이어 1 코인은 실제로 네트워크가 운용되기 위한 원자재 역할을 한다.
이더리움의 경우, 네트워크 수수료를 ‘가스비(Gas fee)’라고 정의한 점에서도 네이티브 코인이 네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원자재로 쓰인다는 사실을 내재한다고 보았다. 이에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원자재인 이더리움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더리움 네트워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온체인 활성도 지표를 가격과 비교해볼 경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네트워크의 가치를 바탕으로 네이티브 코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이미 다양한 가치평가 모델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모델 가치평가 (Network Value to Metcalfe Ratio)
by 포뇨
NVM(Network Value to Metcalfe Ratio)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칼프의 법칙에 근거한 가치 평가 방법으로, 통신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주장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으나 이후 학계에서 해당 법칙이 페이스북이나 텐센트 등 인터넷 네트워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증명하여 유명해졌다.
같은 논리로 NVM 모델은 L1 블록체인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가정하고 그 가치를 활성 지갑 수(참여자 수)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이더리움의 시가총액과 일일 활성 지갑 수의 상관관계가 꽤 높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가치 평가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아래 그림 참고).
NVM을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결국, 시가총액을 메트칼프가 정의한 네트워크 가치로 나눈 값이 NVM 지표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보는 밸류에이션과 별개로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면 1이 해당 L1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1 이상=고평가, 1 이하=저평가).
이더리움의 NVM 지표는 2020년 여름을 기점으로 시가총액과 상당히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상승하였는데, 이는 그즈음부터 시작되었던 디파이 써머(Defi summer)와 그 이후에 불었던 NFT 열풍에 의한 활성 지갑 수 급증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탈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왑과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의 사용자 또한 동기간 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2022년 3월 16일 기준 이더리움의 NVM은 1.006 수준을 기록 중이며, 현재 이더리움의 시가총액 수준이 네트워크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 평가 방법을 통해 이더리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활용사례를 갖추면서 네트워크의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P2P 네트워크에 의해 관리되는 탈중앙화 데이터베이스로, 페이스북이나 텐센트와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효과가 분명히 존재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NVM은 이더리움 외에도 BSC, 솔라나, 아발란체, 팬텀 등 모든 L1 블록체인에 적용해볼 수 있어 널리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해당 평가 방법을 적용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고려 사항이 있다. 먼저, 이더리움 외의 다른 L1 네트워크는 생태계 활성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충분한 규모를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으로 NVM 적용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변동성이 큰 변수인 일일 활성 지갑 수 사용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가치 평가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7일, 30일, 혹은 1년 평균 일일 활성 지갑 수를 변수로 차용함으로써 변동성을 일부 보정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GMI 네트워크 가치 모델 (Global Macro Investor Network Value Model)
by Crypto_Gang
한편, 일각에서는 메트칼프의 법칙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핵심 평가 모델이지만 실제 적용이 어렵다고 밝히며, 네트워크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리얼비전의 CEO이자 Global Macro Investor(GMI)의 CEO인 라울 팔(Raul Pal)과 그의 동료 레미 테톳(Remi Tetot)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만의 가치평가 모델인 GMI 네트워크 가치평가 모델을 소개했다.
그들이 제시한 모델에서 디지털 자산 네트워크의 가치는 일일 거래량에 활성 사용자 수를 곱한 값으로 측정된다. 그들은 위의 방법을 통해 네트워크 가치의 근사치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모델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GMI의 네트워크 가치 모델에 따라 계산했을 때의 결과값을 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라울 팔이 트위터에서 제시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시가총액과 네트워크 가치의 그래프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모델에 따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트를 직접 그려보면, 이더리움의 경우, 2020년까지 네트워크 가치와 시가총액의 그래프가 커플링되었으나 2021년부터는 디커플링이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시가총액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가치에 비해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며, 해당 모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2021년부터 고평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모델의 경우, 검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온체인 트랜잭션 수와 활성 유저 수를 기반으로 네트워크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으나, 앞서 소개했던 NVM과 마찬가지로 각 생태계의 특성에 따른 세부적인 가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더리움의 경우 L2 솔루션이 있는 경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라울 팔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GMI 네트워크 가치 모델이 더욱 정교해지려면 각 레이어 1 코인의 특성 등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TM 가치평가
by CHOBiden
각 네트워크의 사용료 지불이라는 측면에서 레이어 1 코인을 원자재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한다면 레이어 1 코인을 해당 네트워크 위의 경제활동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로 바라볼 수도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이더리움 기반 DEX나 렌딩, NFT 등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화폐는 ETH이다. 이런 관점을 확장해본다면 레이어 1 메인넷을 하나의 국가 혹은 도시로 보고, 레이어 1 코인을 여기서 사용되는 독립된 화폐이자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간주하여 QTM 모형을 적용해 볼 수 있다.
QTM(Quantative Theory of Money, 화폐 수량설)은 어빙 피셔와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한 저명한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전해 온 거시경제 이론으로, 총생산량과 유통되는 화폐 가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 QTM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되며 ETH를 해당 식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참고로 해당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여기서 P가 가격이 아닌 물가 수준이기 때문에 ETH의 가격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며, 같은 모형을 USD에 적용해 ETH와의 교환비율(환율)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마찬가지로 P는 물가 수준 간의 비교이기에 위 산식으로 나타낸 2022년 현재의 ETH/USD 교환비율 역시 ETH의 달러 기준 가격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QTM 모형으로 ETH와 USD의 2022년 교환비율을 2020년 교환비율과 비교해 그 유효성을 검증해보고 2024년에는 얼마나 상승여력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2024년까지 ETH의 연간 통화량 증가율은 4%, 경제규모 성장률은 ResearchandMarkets의 연 60%를 적용했다.
QTM 모형을 적용해본 결과, 2020년 대비 2022년의 ETH/USD 교환비율은 115.9배 증가했으나 실제 시가총액은 14.8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불안한 거시경제 상황으로 인한 저평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앞선 저평가 분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가정한 ETH의 2024년 예상 시가총액은 8,540억 달러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개당 가격 기준 약 7,000달러).
물론 경제 규모와 화폐 유통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화폐 수량설이 본질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산출하는 모형은 아니라는 점은 QTM 모형의 한계이다. 그러나 ETH라는 새로운 유형의 자산을 이더리움이라는 국가의 독립된 화폐로 바라보는 시도 자체에 의의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한편, QTM 모형을 아발란체, 팬텀, 솔라나와 같은 다른 레이어 1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으나 해당 블록체인들의 본격적인 실사용이 만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시점에서는 이를 통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 잠재적인 고성장 기술기업의 증권: 주식 또는 이자부자산 (Interest-bearing Asset)
이더리움은 물론, 대부분의 레이어 1 코인은 프로젝트 초기에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진행했다. 이는 주식 시장의 IPO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자본금을 조달하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데 사용되었다.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증권이라고 분류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프로토콜에 대한 소유권을 지분에 따라 주장할 수 있고 프로토콜 수익을 배당이나 토큰 소각 등으로 분배한다는 점 혹은 PoS 기반 레이어 위에서는 스테이킹을 하면 이자율을 지급하고 있다는 측면 등에서 레이어 1 코인을 주식 또는 이자부 자산 (Interest-bearing Asset)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더리움의 경우 꾸준하게 프로토콜 수익이 발생하였으며, 2020년 여름 이후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토큰터미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더리움 프로토콜의 누적 수익 규모는 약 $10.8b 이다. 프로토콜에서 매출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하면 다음과 같은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다.
PSR 가치평가
by. TraceØ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잠재적인 고성장 기업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PSR(Price to Sales Ratio)은,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지표로 투자 판단의 근거를 기업의 ‘성장성’에 둘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작년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도, 매출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였는데 이에 여러 기업 가치 분석 리포트에서 PSR 지표를 활용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동일한 로직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런칭 이후 매출이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가치 평가를 적용해보면, 과거에는 상당히 고평가가 되어있으나 2020년 이후 생태계 활성화로 인해 매출액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PSR 지표는 과거 대비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총발행량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유통량이 지속적으로 변동되기 때문에 PSR 차트는 이더리움 코인 1개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시가총액과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한편, 유의미한 매출 규모가 발생했던 2020년을 기점으로 PSR(Trailing 12-month)의 밴드를 살펴보면, 2021년 이전까지 줄곧 PSR 75배 수준에서 거래가 되어오다 작년 2,3분기 NFT 열풍으로 매출이 증가했을 당시 45~60배 수준 내에서 거래가 되었었다. 시장의 둔화, L2 약진 등으로 현재 가스비가 매우 낮아진 상황이지만, 향후 확장성 개선으로 인해 네트워크 활성도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PSR 45배 선에서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보아, 현재 PSR 30배 수준은 다소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미국 주요 테크 기업과 이더리움의 PSR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해당 지표만 확인했을 때에는 이더리움이 상대적으로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더리움의 매출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PoS 체인의 경우 합의 과정에 이르는데까지의 전력 소모가 낮아 노드 운영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하면, 전통 산업 대비 높은 순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에 다소 공격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순이익률이 80% 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이더리움의 PER은 약 37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한편, 이더리움을 제외한 대다수의 L1 코인의 경우,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매출 규모를 달성하고 있지 않아 PSR이나 PER 지표를 가치 판단의 툴로써 사용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PoS 컨센서스 하에서는 이자부 자산
by Jehn
이더리움의 경우 기존 PoW 방식에서 PoS 전환을 진행 중에 있으며, 대다수의 레이어 1 코인들은 이미 PoS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PoS 체인 위에서 홀더들은 해당 레이어 1 코인을 네트워크에 스테이킹 함으로써 이자를 얻을 수 있는데, 채권이랑 다른 점은 만기가 없다는 점과 스테이킹 비율이나 정책 변경 등에 따라 이자율이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내에서 유틸리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산으로써 가치를 가지는 데에다 이자를 제공하는 형태를 갖게 되는 크립토 자산에 대해, 세계 최대 암호화폐 투자사인 그레이스케일에서는 이를 이자부 자산(Interest-bearing Asset)으로 정의하였으며 기존에 존재하고 있지 않던 전혀 새로운 자산의 성격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결론: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발전하는 가치평가 모델
by. Jehn, Do Dive
ARK 인베스트먼트에서는 10년 후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전통 금융 서비스가 대체될 수 있으며, 탈중앙화 금융과 NFT 생태계 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담보자산인 이더리움이 글로벌 M2의 일부를 대체, 시가총액이 $20조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렇듯 이더리움을 포함한 레이어 1 기반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번 가치평가 시리즈를 통해 이더리움을 평가해본 결과, 네트워크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평가에서는 현재 이더리움의 가치가 적정하거나 다소 고평가 되어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으나, 가치저장의 수단 혹은 화폐나 증권으로 보았을 때는 저평가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평가방법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통해 이더리움이 그만큼 다양한 자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를 충분하게 설명할만한 가치평가 모델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본문에서 적용한 평가방법은, 이더리움의 경우 레이어 2 혹은 사이드 체인으로 인한 네트워크 확장을 밸류에이션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고려가 되지 않았으며, 이더리움의 소각 및 스테이킹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deflation)의 성격 역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지난 8월 EIP-1559 적용을 통해 발생하는 네트워크 수수료의 일부가 이더리움 소각에 쓰이고 있으며, 이미 현재까지 누적 $5b 규모 이상의 이더리움이 해당 제안 적용 이후 소각이 되었다. 이에 향후 네트워크가 활성화 될수록 디플레이션 자산이 되는데다 PoS 전환 이후 스테이킹 물량으로 인한 유통량 감소를 생각하면, 이더리움 개당 가치의 상승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인다.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뿐 아니라 다른 레이어 1 코인들 역시 가치 평가를 진행함에 있어 각 코인의 토큰 이코노믹스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에 발맞추어, 각 코인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고자 하는 니즈 역시 강해질 것이고,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해당 글을 통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더리움과 레이어 1 코인을 각자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이들의 가치는 어디서부터 나온다고 보고 있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