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Originals]
작성자: 포뇨
요약
-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려는 시도들은 2012년부터 꾸준히 존재해왔으며,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갖춘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NFT가 탄생
- NFT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소유권에 대한 증명과 희소성으로부터 기인
- MZ세대는 멤버쉽(네트워킹 및 구별 짓기), 과시욕, 브랜드 획득, 정체성의 표현 등 다양한 이유로 아바타 NFT를 구매
NFT(Non-Fungible Token)는 거대한 버블인가? 람보르기니 한 대 값으로 산다는 게 고작 못생긴 원숭이 사진이라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가? 이번에는 NFT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바타 (54.1%) 및 컬렉티블 (15.0%)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 나아가 사람들이 어째서 NFT에 열광하는지, 그들이 보고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파헤쳐보자.
NFT의 역사
2012 - NFT의 원조 격인 컬러드 코인(Colored Coin) 등장
NFT의 역사는 컬러드 코인이 탄생했던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eni Rosenfeld가 제시한 컬러드 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실물 자산에 대한 메타데이터가 기록되어 있는 특수 목적의 비트코인이다. 물론 비트코인내 프로그래밍의 한계(비트코인의 구조상 모든 참여자가 특정 값에 동의를 해야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된다는 한계와 저장 가능한 메타데이터 용량의 한계)로 인해 큰 주목은 받지 못하였지만, 최초로 블록체인을 통해 각종 실물 자산(부동산, 주식, 채권, 컬렉티블 등등)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고 그 가능성을 탐구하였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의미가 있었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2014~2016 - 카운터파티(Counterparty)와 레어페페 (Rare Pepe)
컬러드 코인 이후에도 자산을 토큰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나왔으며 2014년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작동하는 P2P 금융 플랫폼이자 오픈소스 인터넷 프로토콜인 카운터파티가 세상에 드러냈다. 카운터파티는 비트코인 트랜젝션에 추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는데, 당시 밈(meme) 트레이딩 카드 거래에 특히 많이 활용되었다. 이때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컬렉션이 매트 퓨리 (Matt Furie)의 작품 ‘페페 더 프로그(Pepe the Frog)’ 케릭터를 활용한 트레이딩 카드 컬렉션, 레어페페이다. 레어페페는 크립토 업계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밈 케릭터로 사용되고 있다.
2017 - 크립토펑크가 쏘아 올린 NFT craze
NFT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면 모두가 입 모아 크립토펑크(Cryptopunks)라고 인정할 만큼 크립토펑크는 NFT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튜링 완전한 (Turing complete) 탈중앙화 블록체인인 이더리움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2017년, 존 왓킨슨(John Watkinson)과 매트 홀(Matt Hall)은 수천 개의 케릭터를 일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0,000여 개의 컬렉션으로 구성된 24x8비트 픽셀의 NFT 케릭터를 생성하였고, 이를 펑크(Punk)라고 지칭하였다. NFT 컬렉션과 제네러티브 아트 (generative art)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존 왓킨슨과 매트 홀은 이더리움 지갑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펑크를 소유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작품을 무료로 배포하였으나, 처음에는 펑크를 가져간 사람이 몇 명 밖에 없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매셔블(mashable)이 펑크에 대해 기사를 낸 이후 펑크의 인기는 치솟기 시작했고, 곧이어 수만 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몸값이 비싸졌다.
2020~현재 - NFT 대중화와 BAYC (Bored Ape Yacht Club)의 탄생
2017~2018년에는 크립토펑크나 크립토키티와 같은 소수의 NFT들만이 인기가 많았더라면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NFT가 대중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NFT관련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대표적으로 비플(Beeple)의 NFT 작품이 경매 기관 크리스티(Christie’s)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되거나 전세계 수많은 대기업들이 NFT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 등이 있다. 단일 컬렉션으로는 유가 랩스(Yuga Labs)의 BAYC (Bored Ape Yacht Club)를 필두로 Doodles, Cool Cats, World of Women, Azuki, CloneX 등이 크게 흥행하였다.
NFT의 가치
NFT의 가치는 어디서 기인할까?
이처럼 NFT는 다양한 시도들을 거쳐 몇 년 만에 $25B이 넘는 시장으로 급성장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수 천~수 억 원을 지불하면서까지 NFT를 구매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NFT의 가치는 디지털 소유권에 대한 증명과 희소성으로부터 기인한다(NFT의 쓰임새는 끊임없이 확장 중과 가격이 반토막난 $LOOKS, 지금이 매수 타이밍일까? 참고). NFT가 탄생하기 이전에는 디지털 원본에 대한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떠한 디지털 작품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여도 다른 사람이 복사해 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NFT의 등장 이후 소유권의 증명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토큰화하여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NFT는 디지털 데이터에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였고, 희소한 재화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 가치가 다소 주관적일 수는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직은 NFT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술작품처럼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그 가치를 주는 재화가 된 것이다. 비록 JPEG 파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반 고흐의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바타 NFT에 열광하는 이유
디지털 소유권에 대한 증명의 수단으로 시작된 NFT는 연구와 진화를 거듭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그 중에서도 BAYC와 같이 특히나 성공한 소수의 NFT 컬렉션들이 있는데, 이들의 내러티브와 사람들이 해당 NFT에 열광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멤버쉽 기반의 커뮤니티 가입
해당 NFT 컬렉션을 보유한 홀더들에게 굿즈 구매 권한이나 각종 이벤트, 게임 및 커뮤니티 채널에 참가할 수 있는 멤버십 자격을 제공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이런 행사들은 토큰 홀더들에게만 열려 있으며 외부인은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PFP(프로필 사진)으로만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던 NFT가 강력한 네트워킹의 수단, 나아가 “우리”와 그들을 구별 짓는 매개체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짐작했겠지만, 멤버십 자격을 포함한 NFT의 경우 커뮤니티 활성도 및 구성원이 NFT의 가치와 직결되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멤버십 NFT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BAYC를 꼽을 수 있다. BAYC 커뮤니티는 상당 수가 스테판 커리, 포스트 말론, 지미 팰런, 스티브 아오키 등 유명 인사들과 초창기 크립토 자산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NFT 보유자는 이들과 함께 요트 파티, 클럽, 게임 등에 참가할 수 있어 멤버십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예로, 2021년 10월 31일~11월 6일 총 1주 동안 BAYC와 MAYC 홀더들을 위한 축제인 Ape Fest 2021 in NYC가 개최된 바 있다.
아바타 NFT는 아니지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OriginsNFT, LinksDAO, 그리고 Flyfish Club 모두 멤버쉽 제공 방식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2. 과시욕의 수단
값비싼 NFT가 때로는 자신의 부를 온라인 상에서 과시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너무나도 당연해진 지금,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온라인으로는 실물 자산(명품 시계, 가방, 옷, 차, 집 등)를 뽐내는데 한계가 있는 반면, 희소하고 값비싼 아바타 NFT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NFT를 구매하는 것은 사람들이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으며, 하나에 몇 억 원 씩 하는 크립토펑크나 BAYC의 경우 사람들의 인식속 속에 이미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람보르기니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NFT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저작권과 비즈니스 기회
발행 재단에 따라 NFT 홀더들에게 저작권과 라이선스를 양도하는 경우가 있어 NFT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하는 효과가 생긴다. 따라서, 이 점을 활용할 경우 좋은 비즈니스 기회로 삼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BAYC를 들 수 있다. 이미 상당 수의 개인 사업가 및 기업들이 자신의 BAYC를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BAYC #3,500 홀더 Alternate Ending Beer Company의 제품과 BAYC #8774 홀더 아디다스 참고). 흥미롭게도, 라바 랩스는 크립토펑크에 대한 저작권을 홀더들에게 양도하지 않아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는 BAYC가 크립토펑크의 가격을 따라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4. 정체성 표현의 수단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만의 NFT를 손에 넣게 되면 특별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NFT에 투영하게 되는 현상이다. NFT를 오래 보유하고 애착이 강해지며, 나에게 있어 매우 가치 있는 물건으로 변해 쉽게 판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같은 NFT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홀더들이 모이면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되며 나중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5. NFT의 금융 상품화
마지막으로 NFT를 금융 상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였다. NFT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NFT 보유 시 배당 형식으로 토큰 리워드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두 가지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NFT 담보 대출: NFT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NFTfi와 Arcade가 있다. 한 편, 가상자산 대출 기관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Genesis Global Capital)도 NFT를 내재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정하여 올해부터 NFT를 담보로 받기 시작하였다 (최근 약 10점의 NFT 작품을 담보로 125만 달러를 대출해준 사례가 있다).
- 배당: 종류에 따라 NFT를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약 1주일 전, Cool Cats가 $MILK을 출시함과 동시에 Cool Cats 홀더들에게 NFT의 희귀도에 따라 매일 1,000~1,500 $MILK을 매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NFT를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의 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첫 실험인 셈이다. $MILK는 Cool Pets를 진화하고 Cooltopia 게임 내에서 각종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사용된다. 현재 $MILK 가격은 $0.07이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오버행 리스크 고려 시 하방 압력이 커 주의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맺으며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갖춘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등장과 함께 NFT라는 형태로 현실화 되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데이터임을 증명하고, 복제 불가능하게 한 NFT 기술은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던 창작은 크리에이터들의 NFT 출시로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졌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며 디지털 예술을 소비했다. 사람들은 단순 디지털 예술품 소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NFT를 활용해 드러냈으며, 나아가 NFT 홀더 전용 커뮤니티까지 구축했다. 최근에는 NFT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프로토콜까지 등장하며, 예술과 투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상황이다. NFT는 이처럼 인간 본연의 욕구를 디지털 세상에서 풀 수 있는 열쇠가 되었으며, 다양한 산업에서 각광 받는 기술이 되었다. 앞으로도 NFT에 기반한 서비스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