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Originals]
작성자: Do Dive
요약
- 거버넌스는 특성상 민주성과 효율성 사이의 상충관계에 놓여있었으며, 기존 조직은 중앙화 거버넌스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었음
- DAO(Decent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무신뢰(Trustless) 환경을 구축, 기존 중앙화 거버넌스를 혁신하여 참여 기회 확장 및 투명성 증진을 달성
- 일반적으로 토큰 기반 정족수 투표 제도를 채택하는 DAO의 특성상 금권정치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나, 자유로운 참여와 높은 투명성, 그리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특성은 DAO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
- 기존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이었던 민주성과 효율성의 상충관계를 타파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끊임없는 보완과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DAO는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
위믹스(WEMIX) 사태로 부각된 중앙화 거버넌스의 위험성
국내 게임사인 위메이드를 중심으로 개발된 블록체인인 WEMIX는 작년 하반기 ‘미르 4 글로벌’의 성공을 통해 국내 게임업계에 P2E(Play to Earn) 트렌드 열풍을 선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타 기업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위믹스 토큰을 장기간 매도해 왔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위믹스 2021년 4Q 컨퍼런스콜 IR 자료 중 위믹스 토큰 매도(위믹스 유동화)를 통해 약 2,255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확실시되었죠.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 백서에 명시된 토큰 이코노미 설계에서부터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위믹스 토큰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통 ‘생태계 성장(Ecosystem Development)’을 위해서는 네이티브 토큰 그 자체를 보상으로 수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경영 주체가 직접 보유한 토큰을 매도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생태계 성장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주장은 토큰 홀더들로 하여금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WEMIX 블록체인은 DAO(Decent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를 통한 탈중앙화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WEMIX 토큰은 거버넌스에 사용되지 않고, 프라이빗 체인으로 운영되는 등 중앙화 거버넌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출처: Xangle WEMIX 크립토 평가). 이 때문에 위믹스 토큰 매도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및 결과가 토큰 홀더 등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고, 논란과 갈등 발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DAO를 통한 탈중앙화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었습니다. 제 궁금증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탈중앙화 거버넌스가 중앙화 거버넌스에 비해 우월한 점은 무엇이고, 많은 집단들이 중앙화 거버넌스를 채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탈중앙화 거버넌스는 기존의 방식에서 진일보한 완벽한 거버넌스 형태일까요?
DAO란 무엇인가?
거버넌스(Governance)란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중요한 사항을 집단으로 결정하는 체계를 말합니다(출처: 해시넷 위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기존 중앙화 거버넌스 방식의 대안으로서 DAO와 탈중앙화 거버넌스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논의되었습니다. DAO의 특징과, 중앙화 조직과의 차별점은 이전 ‘DAO란 무엇인가?’ 컨텐츠에서 다뤄진 바 있어 해당 컨텐츠의 내용을 참조하겠습니다.
DAO와 중앙화 조직의 차이점
DAO의 특징
“그렇다면 DAO는 왜 주목받는 것이고, 어떤 면에서 혁신적인 조직일까요? 먼저, DAO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신뢰 없이(trustless) 집단으로 일할 수 있게끔 합니다. 즉, 각 구성원들은 기존의 조직에 비해 의사 결정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고, 조작에 대한 염려 없이 모든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출처: ‘DAO란 무엇인가’ 컨텐츠
DAO는 기존의 중앙화 조직에 비해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무신뢰(Trustless) 환경을 구축하여 의사 참여자들의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의사 진행 과정의 투명성을 크게 증진시켰습니다. 하지만 의사 참여자들의 참여 기회 확대와 투명성의 증진이 스마트 컨트랙트의 도입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다수의 기업들이 중앙화 거버넌스가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앙화 거버넌스로의 귀결 원인과 DAO의 혁신
거버넌스는 집단 의사 결정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어떤 거버넌스가 더 우월한 방식인지에 대해 민주성, 즉 공동체 구성원의 의사를 얼마나 많이 반영하는지와 효율성, 즉 의사결정을 얼마나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도출해내는지의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사 참여자가 다수(민주성 증대)일수록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효율성 감소)되고, 의사 참여자가 소수(민주성 감소)일수록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소요(효율성 증대)되므로, 민주성과 효율성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상충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의사결정에 소요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사 참여자 수를 줄여 민주성을 일부 포기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거버넌스를 조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행태의 이론적 근거를 공공선택론* 중 뷰캐넌과 털록(Buchanan & Tullock)의 비용 극소화 모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용 극소화 모형에서 의사결정 비용은 거버넌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의비용으로 의사결정 참여자 수가 증가하면 합의에 소요되는 비용이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사회적 외부비용은 의사결정 내용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득 비용으로 의사결정 참여자 수가 적으면 집행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하므로 사회적 외부비용이 증대합니다.
*공공선택론: 경제학적 접근방법(시장적 접근 방법)을 비시장적 영역에 접근하거나 또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접근하는 방안
위 모형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중앙화 조직에서는 의사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의사결정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결 인원수를 소수로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반면 DAO는 통신 프로토콜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 도입으로 의사 참여자 수 증가에 따른 의사결정 비용을 대폭 감소시켜 최적 의결 인원수의 증가를 가능케 합니다. 따라서 중앙화 거버넌스가 추구하던 효율성을 보존하면서 민주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거버넌스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죠.
DAO의 실상
현재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DAO는 중앙화 거버넌스의 단점을 극복한 혁신적인 방안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과 달리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DAO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특히 의사결정이 다량의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금권정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권정치의 문제
DAO의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토큰 기반 정족수 투표 제도(Token based quorum voting)를 채택합니다. 해당 제도에서는 홀딩하고 있는 토큰의 양에 비례하여 거버넌스 투표권을 부여하고, 일정 정족수를 만족, 즉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 제출된 토큰이 충분히 모인 안건에 대해서 토큰의 양을 기준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안건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관련 글: https://xangle.io/research/61ee12e7c82ac34995d62485
이러한 방식은 사실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1주당 1의결권을 부여하는 기존 주식회사의 방식과 다를 바 없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다수의 의사 참여자가 원하는 안건이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다량의 자본이 선택한 안건이 채택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DAO의 투표 방식이 주식회사의 방식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기존 중앙화 거버넌스의 결점인 다량의 자본, 혹은 소수 권력자에 의한 의사결정 독과점 문제를 답습하게 됩니다.
실제로 코인 거버넌스의 실상을 다룬 저번 컨텐츠에서 언급하였듯이 유니스왑(Uniswap)과 아베(Aave) 등 디파이 시장의 대표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과정에서도 소수의 고래 홀더들에 의해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DAO 거버넌스는 막대한 자본 앞에서 의사결정 시의 민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으며, 투표 독과점에 대한 사전예방장치를 구비하고 있지 않아 중앙화 거버넌스의 의사결정보다 오히려 민주적으로 더 취약한 방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DAO의 가능성
자유로운 참여와 투명성은 DAO의 무기
DAO를 통한 의사결정이 위와 같은 결점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DAO의 탈중앙화 거버넌스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정보의 투명성과 참여 기회의 보장이라는 DAO의 특성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대항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지난 2월 4일에는 트론 재단(Tron Foundation)의 설립자로 잘 알려진 저스틴 선(Justin Sun)이 $9M의 가치에 달하는 COMP 토큰을 이용하여 Compound 프로토콜의 담보 자산으로 TUSD를 취급하는 안건을 사전 논의 없이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움직임은 ‘GFX Labs’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한 트위터리안에게 발견되었고, 결국 많은 반대표를 결집하는 데에 성공하여 해당 안건은 폐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자본의 힘을 이용한 비민주적 의사결정 시도가 여론 결집을 통해 무마된 긍정적인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로토콜 디자인 개선을 통한 DAO 보완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DAO는 일반적으로 토큰 기반 정족수 투표 제도를 채택하기 때문에 권력의 집중 및 의사결정의 독과점 행태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식의 프로토콜 디자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의 ve(vote-escrowed) 모델, 올림푸스다오(OlympusDAO)의 (3,3) 모델 등 여러 혁신안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커브 파이낸스의 ve모델은 인상적입니다. Fair Launch를 통해 초기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CRV 토큰의 높은 인플레이션 발생과 장기간 락업을 통한 거버넌스 투표권 부여 방식을 통해 지속적인 거버넌스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디파이(Defi)의 핵심,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의 이유 있는 독주’ 컨텐츠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주로 참여하는 특성을 살려 veCRV 홀더들의 투표권 매매를 양성화하는 bribe.crv.finance, Votium 등의 출시로 거버넌스 참여도 신장을 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DAO 운영의 근간이 되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프로그래밍 가능한 성질 덕분에 프로토콜 디자인 개선을 통해 DAO가 가지는 결점에 대해서 보완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DAO가 아직 미완성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DAO의 핵심과 미래
DAO는 ‘다수 의사 참여자의 신속한 합의 도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는 집단지성을 통해 더욱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업체를 운영(ex. 메이커다오, 커브 파이낸스)하거나 단기적인 이익보단 장기적인 비전 추구에 알맞은 거버넌스를 형성(ex. 올림푸스다오)하는 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신념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규합해서 사회적 움직임(ex. ConstitutionDAO)을 만들어 내는 데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이었던 민주성과 효율성의 상충관계를 타파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끊임없는 보완과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은 DAO의 발전 양상에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