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Originals]
작성자: Do Dive
요약
- 기존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자본효율성과 가격 안정성 사이에서 상충관계를 가짐
- 부분적 알고리즘 기반 모델을 채택한 FRAX는 기존 모델들의 합리적인 절충안으로서 등장
- TVL과 가격 지표 등에서 Frax Finance가 제시한 방법은 시장의 인정을 빠르게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임
기존 스테이블코인 모델의 종류와 상충관계
가상자산 시장에 존재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자산 기반(Asset-backed) 스테이블코인과 알고리즘(Algorithmic) 스테이블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최근에는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기본적인 모델을 언급하겠습니다). 각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저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모델이 더 우월한지에 대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습니다. 특히 가격 안정성(혹은 신뢰성)과 자본효율성(혹은 확장성)의 측면에서 각 모델은 상충관계(Trade-off)를 보여왔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일정한 가치의 담보자산을 맡기고 그 대가로 발행되기 때문에 담보비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담보비율은 대출자산 가치에 대한 담보자산 가치 비율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담보자산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담보비율이 100퍼센트라면 1달러 가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1달러의 담보자산을 맡겨야 하고, 담보비율이 80퍼센트라면 0.8달러의 담보자산만 맡겨도 1달러 가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한 것입니다.
담보비율이 올라갈수록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담보자산의 크기가 커져 소비자의 신뢰도 및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이 담보자산의 가치에 기준하여 늘어날 수 있는 폭이 작아지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량 조절에 한계가 있어 자본효율성을 저해하게 됩니다. 반대로 담보비율이 내려가면 자본효율성을 확보하는 대신 가격 안정성을 포기하게 됩니다.
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Asset Backed Stablecoin)
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법정화폐 담보 방식(Fiat Backed)과 가상자산 담보 방식(Cryptocurrency Backed)으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각 방식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보다 크거나 같은 가치의 담보를 받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법정화폐 담보 방식의 대표 자산으로 USDT, 가상자산 담보 방식의 대표 자산으로 메이커다오(MakerDAO)의 DAI를 꼽을 수 있습니다.
USDT(USD Tether) : 법정화폐 기반 모델(Fiat Backed)
USDT는 테더(Tether)사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1 USDT는 항상 1 USD의 가치와 페깅(pegging)되어 발행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가 USD를 테더 사에 입금하면 그 가치와 대응되는 USDT를 발행하는 것이죠. 즉, 담보비율(담보자산 가치 /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이 항상 100%를 유지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USDT의 가격에 변동이 생길 시에 테더 사는 항상 USDT : USD의 가치 비율을 1:1로 유지하기 때문에 차익거래(Arbitrage)의 기회를 열어두어 USDT의 가격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USDT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간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에서 USDT를 매입하고 테더 사에서 법정화폐와 교환하면 그 차익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USDT의 가격이 1달러 위에서 형성되었다면, 테더 사에서 USDT를 발행하고 시장에서 매도함으로써 사용자는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DAI: 가상자산 기반 모델(Cryptocurrency Backed)
DAI는 USD에 소프트 페그(Soft peg)된 스테이블코인으로, 탈중앙화 대출 플랫폼인 메이커다오(MakerDAO)에서 발행하며 가상자산 담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메이커다오 사용자는 Vault에 ETH, WBTC 등의 가상자산을 맡기고 최소 담보비율(Minimum Collateral Ratio) 한도 내에서 DAI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담보자산의 가격이 변동하므로, 가격 하락에 따라 담보비율이 최소 담보비율 미만으로 내려가게 되면 담보자산은 자동으로 청산되며 차액이 사용자에게 반환되는 시스템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USDT와 같이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거래의 가능성을 열어두어 가격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소결 1: 가격 안정성을 위해 자본효율성을 포기
USDT와 DAI가 채택하는 자산 기반 모델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와 같거나 큰 담보자산을 보유함으로써 가격 안정성과 준비 자산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그 가치와 동일하거나 큰 담보자산이 존재해야 하는 과잉 담보 문제 때문에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단점을 가지게 됩니다. 각 스테이블코인 모델에 속하는 자산은 위에 언급된 것 외에도 아래와 같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 법정화폐 기반 모델 종류: USDT, USDC, TUSD, GUSD, PAX 등
- 가상자산 기반 모델 종류: DAI, sUSD, RSV, VAI 등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Algorithmic Stablecoin)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자산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공급과 수요를 조정하여 목표 가격에 대한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모델입니다. 성공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모델로 테라(Terra)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UST(TerraUSD)가 있으며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UST(TerraUSD)
UST는 레이어 1 프로토콜인 테라 네트워크에서 개발한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코인입니다. 구체적으로 UST는 테라 네트워크에서 스테이킹 토큰(혹은 거버넌스토큰)으로 사용되는 LUNA와 항상 1달러의 가치로 교환되는데, UST가 목표 가격인 1달러를 기준으로 변동이 발생할 때 누구든지 LUNA와의 교환을 통해 차익거래를 실행할 수 있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UST를 발행할 때는 LUNA가 일정량 소각되고 UST를 상환할 때는 LUNA가 일정량 새로 발행되는데, 위험자산(LUNA)의 수요와 공급 조절을 통해서 안전자산(UST)의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알고리즘이 실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결 2: 자본효율성을 위해 가격 안정성을 포기
UST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담보 자산 없이 추가 발행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자본효율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출시 초기에 유틸리티 확보, 일명 부트스트랩(Bootstrapping)이 어렵고, 그러한 시기에 가격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가격 변동 발생 시 가격 균형의 기준이 되는 담보 자산이 없어 더욱 심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단점을 가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UST 이외에도 알고리즘 기반 모델을 채택한 스테이블코인은 아래와 같이 존재합니다.
- 알고리즘 기반 모델 종류: UST, ESD, FEI 등
절충안으로서 FRAX, 혁신 모델의 탄생?
고정 가격 가상자산 담보 및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Frax Finance의 스테이블코인인 FRAX는 일명 Fractional-Algorithmic Stablecoin, 즉 부분적 알고리즘 모델을 채택하였습니다. FRAX의 가격 안정 메커니즘은 자산 기반 모델과 알고리즘 모델을 혼용하여 형성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USDC를 비롯한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하여 1:1 비율로 FRAX를 발행합니다. 즉 담보 비율 100%의 스테이블코인 자산 담보 모델로 USDT의 법정 화폐 담보 모델과 아주 유사한 방식으로 출발하는 것이죠. 이후에 Frax Finance 프로토콜은 FRAX의 시장 가격을 매시간 추적하여 담보비율을 0.25%씩 조정합니다. FRAX의 가격이 $1보다 높으면 시장의 수요가 많다고 판단하여 담보비율을 낮추고, 반대로 $1보다 낮으면 시장의 수요가 적다고 판단하여 담보비율을 높입니다.
초기에 100%로 출발했던 담보비율이 낮아지면, 낮아진 담보비율만큼 거버넌스 토큰 소각 알고리즘을 실행합니다. 1 FRAX 발행 시 필요한 스테이블코인의 필요량은 낮아지며, 그 대신 Frax Finance의 거버넌스 토큰인 FXS(Frax Share)의 물량을 소각합니다. 반대로 FRAX를 상환하면 담보비율만큼의 USDC 등의 담보자산을 돌려주고 남는 비율만큼 FXS를 새로 생성합니다.
합리적인 절충안으로서 FRAX
언뜻 보면 기존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단순히 혼합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 확장 시 알고리즘 모델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요 긴축 시에 담보비율을 높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합리적인 모델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담보비율 조정이 1시간이라는 일정 주기를 가지고 일어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Mint/Redeem, Buyback/Recollateralization 등의 차익거래 기회도 열어두어 가격 안정성 확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커브 전쟁 관련 컨텐츠에서 잠깐 언급되었듯이 FRAX는 단기간 내에 20억달러에 가까운 TVL 상승을 보여주어 빠르게 성장하였고, Defillama 기준 전체 디파이 디앱 TVL 순위에서 20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시 후 85~90% 사이의 담보비율을 유지한 Frax Finance는 1월 20일 기준 84.25%의 담보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FRAX 발행 시 Frax Finance의 거버넌스 토큰인 FXS가 일정량 소각되기 때문에 공급량 감소에 따라 FXS도 단기간에 7배가 넘는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여주었습니다(21년 10월 20일 가격 약 $5.7 → 22년 1월 12일 최고가 약 $41).
FRAX의 혁신적인 모델은 담보비율 0%의 알고리즘 모델, 100%의 법정화폐 기반 모델, 130% 이상의 가상자산 기반 모델의 합리적인 절충안으로써 점진적으로 시장의 인정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에는 Frax Finance가 설계한 복잡하고 치밀한 프로토콜 디자인 또한 기여한 바가 큽니다. 다음 글에서는 Frax Finance의 프로토콜 디자인에 대해 다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