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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서 (twi)
Research Intern/
쟁글
2025.12.05

목차

  1. RWA의 새로운 시장 : 사모 신용

  2. 글로벌 금융 위기가 만들어 낸 새로운 시장 : 사모 신용

  3. 토큰화와 사모 신용 시장 : Apollo x Securitze

  4. 사모 신용의 금융 혁신 : DeFi와 사모 신용의 결합

  5. 리스크 : 혁신으로 포장된 금융 폭탄?

  6. 맺으며 :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시도

 

1. RWA의 새로운 시장 : 사모 신용

2025년 12월 1일,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토큰화(Tokenisation)가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핑크는 특히 “그동안 크립토 버블에 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토큰화의 진짜 의미를 이제 전통 금융권이 보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토큰화가 중요한 이유에 대한 두 가지 핵심 논점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거래의 즉시결제(real-time settlement) 가능성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여전히 시장 간 결제 타이밍이 달라 발생하는 결제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토큰화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분은 두 번째 논점이다. 핑크는 사모시장(Private Market), 특히 유동성이 낮고 비효율적인 자산군을 직접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토큰화는 코드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거래의 마찰을 줄이며, 부동산·인프라·중소기업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시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는다. 블랙록은 토큰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전통 금융기관 중 하나로,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에 약 4,700만 달러의 초기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으며, 블랙록의 대표 토큰화 펀드인 BUIDL 또한 시큐리타이즈와 함께 구축되었다. 시큐리타이즈는 이후 블랙록·KKR·Apollo 등 대형 운용사들과 협력하며 다양한 사모 시장 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래리 핑크는 사모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으며, 시큐리타이즈는 사모 시장 자산의 토큰화를 진행할까?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왜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시장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글로벌 금융 위기가 만들어 낸 새로운 시장 : 사모 신용

사모 신용은 일반적으로 차입자와 소수의 비은행 대출자 그룹이 직접 협상해 이루어지는 대출을 의미한다.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NBFI)은 주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 운용사와 같은 대체투자 기관이며, 대출을 다양한 펀드나 투자 수단으로 묶어 연기금, 보험사, 국부펀드 등 장기 자본을 가진 투자자에게 공급한다. 대부분의 사모신용 대출은 2차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비유동 구조를 갖지만, 그만큼 투자등급 이하 기업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할 수 있으며, 담보와 약정(covenant)이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어 공모 시장 부채 대비 투자자 보호가 더 강력한 편이다. 또한 대출자 다수가 사모펀드 스폰서이기 때문에, 기업의 상황과 딜 구조에 맞춘 맞춤형 금융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사모 신용의 중요한 매력 요소다.

사모 신용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에는 다양한 규제가 부과되었다. 바젤 III, SLR,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내부통제 강화 등으로 인해 은행은 장기·무담보·중위험 대출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너무 좋은 기업(IG)은 공모 회사채로 이동하고, 너무 위험한 기업(HY)은 하이일드 시장으로 이동하며, 그 사이의 중간 위험 구간(mid-risk corporate credit)은 사실상 갈 곳을 잃는” 구조가 나타났다. 이 규제 공백을 사모 신용이 완벽하게 메우면서, 사모신용 시장은 본질적으로 공급자 부족(supply-constrained)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길을 걷게 되었다.

출처 :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후 10년 동안 사모 신용 시장의 주된 차입자는 중소·중견기업이었다. 이 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받기에는 위험도가 높거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에는 규모가 작아 전통적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사모 신용 시장은 기업의 레버리지 인수(LBO), 구조조정, 인수·합병(M&A)을 자금 조달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상장기업과 고신용 기업들—역사적으로 하이일드 채권이나 레버리지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역시 사모신용 시장에서 직접 차입을 하기 시작했다. 보다 빠르고 확실하며, 기업 상황에 맞게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사모 신용의 구조적 장점이 선호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신용 생태계는 은행 중심 구조에서 비은행 중심 구조로 이동했다. 대체자산 운용사들은 사모신용 대출을 다양한 펀드 구조에 담아 기관투자자 자본을 유입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들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만들었다. 특히 양적완화(QE) 시기 극단적으로 낮아진 금리 환경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수익률 압력을 가했으며, 사모 금융 투자는 높은 금리(8~15%), 담보 기반 안정성, 낮은 변동성, 그리고 공모 시장과 다른 수익률 구조를 제공하며 강력한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거기에 더해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금리 인하기에는 변동금리 기반의 사모 신용 투자가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으로 기능해 매력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처럼 사모 신용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규제 강화와 장기적인 금리 인하 국면이 맞물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영역이다. 그러나 수요가 아무리 높아도, 사모 신용은 구조적으로 낮은 유동성과 비효율적 거래 구조라는 한계를 지닌다. 그래서 블랙록이 사모신용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높은 수요와 구조적 비효율이라는 두 문제를 토큰화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이 있다. 바로 시큐리타이즈이다.

 

3. 토큰화와 사모 신용 시장 : Apollo x Securitze

앞서 말했듯이, 사모 신용 부문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크게 부상했다. 그러나 대체 토큰화가 이 사모 신용 부문에 여러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토큰화가 사모 신용 부문에서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이유는 토큰화가 사모 신용이 지닌 낮은 유동성과 높은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오프체인에서는 불가능했던 유연한 운용 방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토큰화는 DeFi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기존 전통 금융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방식으로 2차 시장을 형성하여 유동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토큰화를 통해 비효율적인 사모 금융 시장에 혁신을 가지고 오겠다는 기업이 점점 등장하고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시큐리타이즈가 있다. 시큐리타이즈는 실물 자산(real-world assets, RWA)과 전통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증권(tokenized securities) 형태로 발행·관리·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 토큰화 인프라 기업이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규제 준수·투자자 온보딩·펀드 관리·2차 거래까지 모두 제공하는 풀스택(full-stack) 토큰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다.

시큐리타이즈는 토큰화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모두 한 곳에서 제공한다. 토큰 증권 발행(Token Issuance) 기능을 통해 부동산·사모펀드·채권·사모신용·펀드지분 등 다양한 실물 및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증권으로 변환하고, 투자자 온보딩 및 자격 검증(KYC/AML)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를 모두 규제 하에 온체인으로 수용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큐리타이즈는 Transfer Agent 역할을 수행하며 온체인 증권의 소유권·이동·기록을 책임진다. 마지막으로, 대체거래시스템(ATS) 기반 2차시장을 제공해, 기존에 “한번 투자하면 수년간 묶여 있는(long-term hold)” 형태였던 사모시장 자산을 규제 준수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유동성 있는 구조로 전환한다.

시큐리타이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기술적 역량 때문만이 아니다. 블랙록(BlackRock),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등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제도권 금융이 가장 신뢰하는 토큰화 인프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토큰화 국채 펀드인 BUIDL은 시큐리타이즈와 협력해 구축했고, 2024년 출시된 VanEck의 첫 토큰화 펀드 VBILL 역시 시큐리타이즈와 협력해 구축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Ripple과 함께 BlackRock의 BUIDL 및 VanEck의 VBILL에 RLUSD 접근 수단을 추가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펀드 간의 상호운용성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시큐리타이즈는 단순한 기술 제공자를 넘어, 전통 금융과 온체인 금융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 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하는 협업 사례는 바로 Apollo Global Management와 공동으로 토큰화한 사모 신용 펀드, 시큐리타이즈 Tokenized Apollo Diversified Credit Fund다.

시큐리타이즈 Tokenized Apollo Diversified Credit Fund(sACRED)란 Apollo Diversified Credit Fund(ADCF)를 토큰화한 펀드이다. ADCF는 Apollo Global Management가 운용하는 사모신용 멀티전략 펀드로, Interval Fund 구조를 채택해 일반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이상)도 비교적 낮은 최소 투자금으로 사모 신용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pollo는 2025년 1월 30일 시큐리타이즈와 협력해 공식적으로 토큰화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Apollo는 단순히 전통 사모 신용 펀드를 디지털 버전으로 옮기는 수준을 넘어, 온체인 환경에서 사모 신용 투자를 본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구축한 첫 번째 대형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큐리타이즈는 사모 신용 토큰화를 추진하며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사모 신용과 defi의 결합이다.

 

4. 사모 신용의 금융 혁신 : DeFi와 사모 신용의 결합

현재 Apollo는 시큐리타이즈와의 협업을 통해 약 1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사모 신용 자산을 토큰화한 상태이며, 이 토큰화된 펀드인 sACRED는 단순한 디지털 증권을 넘어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금융 전략을 실행하는 실험적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sACRED는 토큰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금융의 사모신용 운용 방식과 DeFi 프로토콜의 구조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크레딧 운용 모델을 탐색하는 교차점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Morpho 프로토콜에서 운용된 sACRED 포지션이다. Morpho는 온체인 유동성 공급자와 차입자를 직접 매칭해 최적의 금리를 산출하는 차세대 렌딩 프로토콜이다. 이러한 플랫폼에 Apollo가 참여했다는 사실은 전통 사모신용 운용사가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수준을 넘어, 온체인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전략을 실행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Apollo는 토큰화된 사모신용 자산인 ACRED를 Morpho에 예치함으로써, 기존의 사모신용 시장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레버리지·대출·차입 전략을 실험했다. 구체적으로는, ACRED를 예치하여 담보로 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본을 차입해 포지션을 확장하거나, 반대로 시장 금리를 활용해 초과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사모 금을 마치 블록체인 상의 “생성 가능한(collateralizable) 자산”처럼 활용하는 것으로, 전통 금융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전략적 활용 방식이다.

한때 ACRED 예치 규모는 300만 달러 이상까지 증가하며 기관급 사모신용 자산이 DeFi 머니마켓에서 실제로 운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단순히 실험적 참여가 아니라, 사모신용이라는 비유동성·폐쇄형 자산이 온체인 환경에서 유동성·담보성·활용성을 갖게 되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Apollo의 Morpho 참여는 토큰화가 단순히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모 금융 자체의 운용 패러다임을 재정의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출처 : morpho

sARCRED의 경우 2025년 10월 30일 Stream Finance 관련 이슈로 현재는 morpho에서의 TVL이 많이 감소했지만, 한때 약 300만 달러 규모의 ACRED 토큰이 Morpho에 예치되어 운용되었다. 이는 단순한 예측이나 테스트 수준이 아니라, 실제 기관급 사모 금융 토큰화가 DeFi 인프라 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움직임은 토큰화가 유동성 개선이라는 표면적인 기능을 넘어, 전통 자산이 온체인 환경에서 새로운 금융적 활용도를 갖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온체인 환경에서는 자산이 프로그램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모 신용을 담보·대출자산·유동성자산·수익률 공급원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5. 리스크 : 혁신으로 포장된 금융 폭탄?

이처럼 사모 신용의 토큰화는 전통 금융과 온체인을 결합하는 가장 유망한 혁신 분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만큼 간과해서는 안 되는 구조적 위험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사모신용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안 신호들은, 토큰화가 가져올 레버리지 확대 및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Tricolor Holdings)와 고레버리지 구조의 자동차 부품 기업 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가 연이어 붕괴하면서, 신용시장의 전반적 건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 역시 “이번 사태는 분명히 주의 깊게 봐야 할 신호”라며 자신의 ‘안테나가 올라갔다’고 표현할 정도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는 사모신용 시장이 다년간 빠르게 팽창해 온 만큼, 그 이면에서 누적된 위험 요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온체인 토큰화 환경에서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무허가성(permissionless) 특성은 분명 혁신을 가속하지만, 동시에 레버리지 축적이 너무나 쉽다는 단점도 내포한다. 토큰화된 사모신용 자산이 DeFi 프로토콜에 담보로 예치되고, 그 위에 여러 단계의 차입·재예치·레버리지 포지션이 구축될 경우,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발생할 때 시장 전체로 충격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이는 과거 2000년대 모기지 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당시 주택담보대출은 MBS로 유동화되었고, 이 유동화 상품이 다시 CDO로 재구조화되면서 위험이 시장 전반에 은밀히 축적되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상품의 이름만 보고 실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레버리지 위에 레버리지를 얹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모신용 토큰화가 무조건 같은 결과를 낳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초자산이 사모 신용이라는 점, 유동화가 온체인에서 쉬워진다는 점, 그리고 무허가 DeFi 환경에서 레버리지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한 위험 경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사모 신용 자체가 본래 비상장·비투명·비유동적 특성을 가진 자산군이라는 점도 리스크를 키운다. 토큰화는 표면적으로 유동성을 제공하지만, 기초자산 수준에서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한, 토큰 가격과 실질 가치 간 괴리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특정 사모 신용 포트폴리오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단순 펀드 투자자에게서 끝나지 않고, 담보로 사용된 DeFi 프로토콜·레버리지 포지션·유동성 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6. 맺으며 :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시도

정리하자면, 사모신용의 토큰화는 RWA 분야에서 가장 큰 기회이자 동시에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고 저금리·양적완화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신용 공급의 중심은 은행에서 비은행, 즉 NBFI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신용은 은행이 담당하지 못하는 중간 위험도 신용공급을 대체하는 핵심 축으로 성장했고,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대형 상장사와 고신용 기업들까지 흡수하며 글로벌 크레딧 생태계의 새로운 주류 자산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본질적으로 비상장·비유동·비투명 구조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성 때문에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기관이 사모신용의 토큰화를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블랙록–시큐리타이즈–Apollo로 이어지는 협업 사례는 토큰화가 단순히 사모자산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모 금 자체의 운용 구조를 온체인 환경에서 재해석하는 새로운 금융 아키텍처임을 보여준다. BUIDL, VBILL, KKR Healthcare, Hamilton Lane, 그리고 토큰화된 Apollo Diversified Credit Fund까지, 여러 운용사들이 수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온체인으로 이전하며 실사용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들은 단순한 보유를 넘어, Morpho와 같은 프로토콜에서 담보·대출·레버리지·유동성 공급과 같은 새로운 전략에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ACRED는 수백만 달러 규모가 DeFi 상에서 운용된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는 사모신용이 더 이상 폐쇄적인 오프체인 자산이 아니라, 온체인에서 ‘프로그래머블한 금융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하지만 이런 혁신 뒤에는 뚜렷한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트라이컬러 홀딩스, 퍼스트 브랜드 등 서브프라임 기반 기업들의 붕괴는 사모신용 시장의 건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이 “안테나가 올라갔다”고 말할 정도로 시장 전반의 부실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온체인에서 더 쉽게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무허가성 구조는 레버리지 축적을 매우 용이하게 만들고, 토큰화된 사모신용 자산이 DeFi 프로토콜을 통해 재담보화·재차입되는 과정에서 작은 기초자산 충격이 온체인 금융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모기지 시장의 “MBS → CDO → 초과 레버리지” 경로와 유사한 리스크 축적 메커니즘이 재현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모신용 토큰화의 방향성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것인가”보다 “어떤 안전장치와 설계 원칙 아래서 성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기초자산 투명성 확보, 온체인 레버리지 관리, 재담보화 제한, 기관 전용 풀 설계, 스트레스 시나리오 기반 리스크 관리 등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 요소에 가깝다. 결국 사모신용 토큰화는 RWA 시장의 가장 유망한 성장축이지만, 동시에 가장 신중하게 다뤄야 할 분야다. 블랙록과 시큐리타이즈, Apollo가 보여주는 것은 ‘토큰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데모가 아니라, ‘토큰화를 어떻게 책임 있게 확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점이라고 볼 수 있다.사모신용 토큰화 시장의 다음 단계는 혁신의 속도가 아니라, 그 혁신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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