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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포뇨)
Research Team Lead/
Xangle
2023.11.27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넥슨의 혁신 DNA를 다시 한 번 일깨우다

목차

1. 들어가며

2. 넥슨,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지속가능성 및 확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

2-1. 게임 산업의 흐름을 읽는 혜안으로 29년째 성장 궤도

2-2. 핵심 라이브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 및 Big & Little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을 도모

2-3. 다만, 기존 사업 모델의 구조적 한계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

3.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마리를 찾다

3-1.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넥슨 최대 IP로 블록체인 서비스에 도전하다

3-2. 파생 생태계 형성을 통한 유저 보상 경험(Reward Experience) 극대화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

3-3.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컴포넌트: 메이플스토리N, 월드, SDK

4. 맺으며

 

 

 

1. 들어가며

게임 산업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늘 넥슨이 서있었다. 본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겠지만, 넥슨은 싱글 플레이 위주의 CD 타이틀이 대세였던 1990년대에 국내 최초로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출시해 온라인 게임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뿐만 아니라, 넥슨은 2000년에 오늘날 온라인 게임 수익 모델의 근간이 되는 부분유료화 (F2P, Free to Play) 정책을 고안해낸 바 있으며 우리나라 최대 게임 IP인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를 연이어 인수하는 등 뛰어난 안목을 보여주었다.

넥슨은 시대를 읽는 혜안과 도전 정신으로 단순히 게임을 ‘잘’ 만드는 기업을 넘어 문화를 형성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개척자(pioneer)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넥슨이 최근 자사 최대 IP인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하여 대규모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기로 선언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게임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본 리포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구체적으로 게임 산업에 어떠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2. 넥슨,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지속가능성 및 확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

2-1. 게임 산업의 흐름을 읽는 혜안으로 29년째 성장 궤도

넥슨은 1994년 출범 이래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 지금도 보란 듯이 성장 중인 우리나라 최대 게임사다. 넥슨의 최근 10년간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연간 성장률(CAGR) 12.5%을 기록하여 2012년 매출액 9,400억 원에서 2022년 3.5조 원으로 성장했다. 참고로, 2022년 기준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은 각각 2.7조, 2.5조, 1.8조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넥슨 대비 77%, 71%, 51% 수준).

게임 산업의 흐름을 읽는 혜안으로 29년째 성장 궤도

출처: 넥슨 3Q23 실적보고서

2022년 기준 지역별 매출액은 우리나라 60%, 중국 24%, 일본 3%, 북미 및 유럽 6%, 기타 7% 순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YoY +21%)에서는 <메이플스토리>와 <FC온라인>이, 중국(YoY +22%)에서는 <던전앤파이터>가 성장을 이끈 주요 라이브 서비스로 풀이된다. 그 외 일본(YoY +12%)에서는 <블루 아카이브>, 북미, 유럽 (YoY +78%)및 기타 지역(YoY +17%)에서는 올해 6월 28일에 출시한 <Dave the Diver> 서비스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 5년간 모바일 게임 부문 매출액도 4,750억 원에서 9,500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하여 전체 매출액 비중의 31% 가량 차지하고 있다. 넥슨이 <애니팡>, <쿠키런>, 그리고 슈퍼셀(Supercell) 게임들이 흥행하는 등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 붐이 일기 시작했던 2013년~2014년에도 모바일 시장 진출에 그다지 적극적인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넥슨이 서비스 중인 주요 모바일 게임 라인업으로는 <FC온라인 모바일>, <메이플스토리M>, <HIT2> <던전앤파이터M>, <블루 아카이브>, <바람의 나라:연> 등이 있다.

 주요 모바일 게임 라인업으로는 <FC온라인 모바일>, <메이플스토리M>, <HIT2> <던전앤파이터M>, <블루 아카이브>, <바람의 나라:연> 등

출처: 넥슨 3Q23 실적보고서

넥슨이 이처럼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를 읽는 혜안을 기반으로 혁신적이지만 동시에 대중적인 게임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잠재력 높은 IP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했기 때문이다.

CD 타이틀 위주의 게임들이 대세였던 1996년, 넥슨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였다. <바람의 나라>는 게임 산업의 판도를 뒤집었고, 국내 게임 시장에 넥슨이라는 회사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퀴즈퀴즈(큐플레이)>의 정액제 도입 이후 참패의 쓴맛을 봤던 2000년, 넥슨은 세계 최초이자 오늘날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근간이 되는 수익 모델인 부분유료화(F2P, Free to Play) 정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크레이지 아케이드:비앤비>와 <카트라이더>다. 그리고 2001년에는 최초로 카툰 렌더링 기술을 활용한 MMORPG인 <마비노기>를 출시했다.

넥슨 초창기 게임, 바람의 나라, 퀴즈퀴즈, 큐플레이

이후 시간이 흘러 2004년, 넥슨은 보유 중이던 현금 400억 원을 모두 털어 위젯으로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인수했다. 당시 넥슨 입장에서 메이플스토리를 인수하는 것은 엄청난 배팅이었으나, 이러한 선택은 결국 신의 한수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하나만으로 50억 달러를 넘게 벌었으며(2022년 누적 매출액 기준), 현재까지도 매출액 기준 국내서 ATH를 기록 중이다. 이와 유사하게 넥슨은 네오플이 중국 판호를 획득하기 직전인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인수한 바 있다. 이번에는 400억 원이 아니라 3000억 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초대박을 쳤고, 2022년 기준 누적 매출액 220억 달러를 돌파했다.

2-2. 핵심 라이브 서비스의 성공적인 운영 및 Big & Little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을 도모

넥슨은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장수 IP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예로, <메이플스토리>는 서비스를 출시한 지 2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넥슨의 핵심 타이틀로 남아있으며 오히려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FC온라인>, <카트라이더>도 <메이플스토리>에 못지 않은 장수 서비스로, 여전히 두터운 매니아층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장르도 다양하여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하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넥슨은 앞으로도 이러한 핵심 라이브 서비스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지속 성장하려는 계획이다.

넥슨 핵심 라이브 서비

출처: 넥슨 3Q23 실적보고서

그렇다면, 넥슨이 라이브 서비스들을 이처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에 있다. 넥슨의 강점을 꼽으면 우수한 IP, 뛰어난 개발력, 노련한 서비스 운영 능력 등 무수히 많지만, 필자는 궁극적으로 넥슨이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넥슨은 스스로 핵심 자산을 ‘탄탄한 커뮤니티로부터 비롯된 IP와 네트워크 효과’라고 정의할 만큼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넥슨은 게임을 하나의 커뮤니티 서비스로 바라보고 이에 집중 투자해왔다. 넥슨이 단순히 유저들의 피드백를 반영하거나 게임내 새로운 콘텐츠들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나아가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마다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IP 굿즈를 활용하여 팝업 스토어를 구축하거나, BGM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이는 등 유저 생태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유저들의 감성을 파악하고 그들의 취향과 니즈를 겨냥한 방향으로 게임을 진화시킨다는 점도 넥슨의 주요 장수 비결이라고 판단한다.

메이플스토리 2023 여름 쇼케이스

메이플스토리 2023 여름 쇼케이스 ‘NEW AGE’, 출처: 넥슨

블루 아카이브’ 오케스트라 공연 ‘사운드 아카이브 디 오케스트라

‘블루 아카이브’ 오케스트라 공연 ‘사운드 아카이브 디 오케스트라’, 출처: 넥슨

뛰어난 보상 경험(Reward Experience, RX)을 제공한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넥슨이 정의하는 RX의 핵심은 ‘득템의 재미’다. 다른 말로, 게임을 즐기면서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뚫고 도전하여, 목표를 쟁취하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과 짜릿함이 게임의 성공 유무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간 넥슨은 유저들에게 RX를 충분히 제공하기 아이템의 1) 사용처를 확장하고 2) 희귀도를 조절한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사용처는 아이템이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콘텐츠 개수로 귀결된다. 넥슨은 지난 20년 동안 메이플스토리를 운영하면서 엄청난 수의 직업, 보스 몬스터 뿐만 아니라 6개의 대륙과 60여개의 지역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아이템이 사용되는 세계를 확장해왔다. 수백 명의 개발팀이 20여 년간 방대한 양의 컨텐츠를 생산했으며, 지금도 콘텐츠 확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희귀도의 경우, 넥슨은 정교한 아이템 드랍율과 강화 시스템을 통해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넥슨 신작 개발 방향 프로젝트

출처: 넥슨

한편, 넥슨은 신작 개발 방향을 ‘시장을 선도할 대규모 Big 프로젝트’와 ‘창의성에 무게 중심을 둔 참신한 Small 프로젝트’로 구분하여 다채로운 파이프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4Q23~4Q24 파이프라인은 <더 파이널스>, <아크 레이더스>, <워헤이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마비노기 모바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더 파이널스>는 오픈 베타 테스트에 하루 동접자 수 26만 명, 총 접속자 수 750만 명을 확보하여 내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넥슨 게임 파이프라인

출처: 넥슨 3Q23 실적보고서

2-3. 다만, 기존 사업 모델의 구조적 한계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

이렇듯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넥슨에게도 늘 따라다니는 고민거리가 있는데, 바로 확장성의 한계다. 넥슨은 뛰어난 커뮤니티 이해도를 바탕으로 지난 29년간 코어 라이브 서비스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성공적인 신작 서비스들을 선보여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나, 향후 30년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만, 이는 다음과 같이 기존 게임 산업이 가지는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아무리 넥슨이라 해도 결코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다양성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과거 게임은 콘텐츠 그 자체였고 제공된 것을 소모하면 끝이었던 반면, 지금은 유저들에게 끊임 없이 신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게임이다. 따라서,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데 전력을 쏟아 붓지만 게임 소비 속도 대비 공급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콘텐츠 제작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회사이더라도 생산되는 콘텐츠 수는 딱 개발자들을 갈아 넣는 만큼만 나오는 반면,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는 게임사가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의 민족인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디아블로3 출시 당시 한국 서버 오픈 직후 한국 유저가 6시간 만에 노멀 난이도를 클리어했던 사건이가 대표적인 예시다 (참고로, 당시 블리자드 측에서는 노멀 난이도의 디아블로를 공략하려면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한국인, 한국 게임 트윗 반응

두 번째로 커뮤니티 관여의 한계다. 앞서 언급했듯 커뮤니티는 게임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측면에서, 넥슨이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뛰어난 것은 사실이나, 커뮤니티를 직접적으로 관리하거나 보다 깊이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른 게임사들과 마찬가지이다. 기존 게임 산업의 구조상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커뮤니티원들의 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일 뿐더러, 자칫하면 커뮤니티의 활동이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 IP는 회사 소유로, 유저들은 IP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마지막으로 고객 로열티 확장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기존 게임은 고객의 로열티를 자산화할 방법이 없어 서비스를 통해 유저가 갖게 된 유대감과 충성도의 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마리를 찾다

3-1.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넥슨 최대 IP로 블록체인 서비스에 도전하다

넥슨은 기존 게임 산업이 지닌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넥슨이 준비 중인 첫 번째 블록체인 서비스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다. 메이플스토리는 누적 유저 1.8억 명, 누적 매출액 5조 원 이상을 달성한 명실상부 넥슨의 최대 IP다. 즉, 넥슨이 자사 최대 IP가 훼손될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실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하여 새로운 게임을 도전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넥슨은 2015년에 메이플스토리의 후속작인 쿼터뷰 시점의 3D 기반 MMORPG <메이플스토리 2>를 출시했으며, 2022년 9월에는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선보인 바 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메이플스토리와 그 외 IP를 활용하여 누구나 본인만의 월드(콘텐츠)를 직접 제작, 공유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월드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은 유저들의 구매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분배 받을 수 있으며, 구체적인 숫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로블록스의 개발자 수익 분배 구조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아래 그림 참고).

메이플스토리 월드 수익 분배 구조

다만, 두 서비스 모두 현재 유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서비스 출시 첫날 수십 만 명의 유저들이 접속했으나, 이후 유저 수가 지속적으로 이탈하여 올해 2월 기준 DAU 800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23년 8월에 초창기 <메이플스토리>를 구현한 <아르테일>이 출시되면서 동시 접속자 수 1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으나, 원조 <메이플스토리>에 비하면 현저히 부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메이플스토리 2>의 경우 흥행에 실패하여 2024년 6월 7일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넥슨은 고심 끝에 Web3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냈고, 결과적으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3-2. 파생 생태계 형성을 통한 유저 보상 경험(Reward Experience) 극대화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

최근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로 승진한 강대현 부사장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요소로 1)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 2) 재화의 인플레이션 조절 3) 자생적인 놀이, 그리고 4) 파생 생태계를 꼽았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이를 만족하기 위해 유저들에게 권한을 주고 보상을 제공하여 UGC(User Generated Content)/MOD(Modified) 게임* 생산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커뮤니티 중심의 자발적 파생 생태계가 형성되어 유저 보상 경험(RX)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이 아닌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쉽게 말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Web3 버전이다. 다만,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블록체인을 도입함으로써 창작 자유도와 지속가능성, 나아가 확장성 측면에서 월드 대비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핵심 특징들을 정리하였다.

*UGC는 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 유즈맵 혹은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 구조와 같이 외부 창작자들이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개발 툴을 이용하여 직접 만든 콘텐츠(맵)을 뜻함.

특징 1. IP 개방 및 개발 툴킷을 제공하여 넥슨과 커뮤니티가 동등한 관계로 함께 만들어나가는 파생 생태계 형성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기본적으로 기존 메이플스토리의 룩앤필(look and feel)과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되, 유저 및 창작자들이 메이플 스토리의 IP를 활용하여 게임 콘텐츠(아이템 및 디앱)를 제작하고, 제작 콘텐츠의 소비량에 따라 보상을 분배 받으며, 게임의 경계를 넘어 생태계를 융합할 수 있는 가상 세계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유저들은 콘텐츠 소비자이자 콘텐츠 생산자(스튜디오)로 역할이 확장되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넥슨은 단순 게임사를 넘어 콘텐츠를 배포하는 퍼블리셔로서 재탄생할 계획이다. 여기까지는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유사하다.

그러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한 단계 나아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 (아이템, 디앱 등)와 기타 2차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IP를 전면 개방하였다. 즉, 기존과 달리 유저들은 저작권 침해 이슈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창작물들이 무수히 많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넥슨은 창작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창작물에 대한 수익을 공평하게 배분할 계획이다. 넥슨조차 커뮤니티와 동등한 관계로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분배받을 예정이며, 이는 창작자들에게 수익의 일부만 분배하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 전통적인 UGC기반 게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기도 하다 (섹션 3-1 그림 참고). 다만, 아직 FT/NFT의 토크노믹스나 구체적인 보상 분배 구조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처음부터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콘텐츠 생산을 외부 창작자들에게 의존하면 유저들이 생태계로 유입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따라서, 넥슨은 초기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기본 서비스인 <메이플스토리 N>를 제공하여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충분히 준비할 예정이다. 다만,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황선영 본부장은 향후에 유니버스 생태계가 <메이플스토리 N>이 아닌 UGC 중심으로 형성되길 바란다고 언급할 정도로 파생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넥슨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넥슨, 커뮤니티에 정말 진심이다.

원펀맨 진심펀치

출처: 원펀맨

특징 2. 모든 보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 확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여 재화를 발행 및 관리하기에 토큰(FT, NFT) 및 아이템 리워드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따라서, 유저들은 인게임 거래 정보부터 아이템 분배 현황 및 분포도, 창작자별 수익 분배 현황 등과 관련된 각종 온체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넥슨은 유저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뿐더러, 이브온라인(EVE Online) 써드파티 툴과 같이 온체인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써드파티 포럼, 데이터 분석 툴 등 정보 사이트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한다 (예: 아래 캡처화면에서 보이는 EVE-SCOUT 포럼은 외부 창작자가 만든 실시간 웜홀 현황 분석 사이트로, 100% 기부 자금으로 운영된다).

모든 보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 확보

이브온라인 써드파티 툴, 출처: EVE-SCOUT

특징 3. 파생 생태계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공유 경제 구축

<메이플스토리>와 같이 인지도 있는 게임들은 라이브 서비스 외에도 커뮤니티에 의해 탄생된 파생 생태계가 존재한다. 이는 게임 내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고 공략과 정보를 공유하는 포럼부터 오픈 API를 통해 구축되는 다양한 정보 사이트 등을 포함하며, 유저들은 이와 같은 모든 컨텐츠들을 <메이플스토리>의 경험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기존 게임 산업의 특성상 라이브 서비스와 파생 생태계는 서로 융합될 수가 없으며,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은 게임의 경계를 넘어 파생 생태계에서 사용할 수 없다. <메이플스토리>의 RX는 라이브 서비스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큰화된 데이터인 NFT의 등장으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데이터의 ‘온체인화’, 즉 유저들끼리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아이템)를 소유하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유저들로 하여금 인게임 재화를 게임 밖으로 가져 나가 모든 파생 생태계내에서 가지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공유 경제를 설계했다. 이러한 구조는 사용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게임의 RX가 대폭 강화될 수 있다.

한편, 공유 경제 구조는 고급 아이템들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헤비 과금러들이 파생 생태계를 넘나들며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뉴비들을 양학하고 다닐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경우, 공유 경제 구조는 오히려 생태계 밸런스를 붕괴시키고 고인물 게임으로 변질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한다.

조폭 아가씨

출처: 조폭 아가씨

특징 4. NFT 한정 발행을 통해 RX 강화 및 재화의 인플레이션 조절

온라인 게임은 1) 유저 수와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 및 시간에 따라 아이템이 무한정으로 생성되며 2) 유동적인 플레이어 수 때문에 재화의 인플레이션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시계열로 증가하는 아이템 수량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이로 인해 아이템의 희귀도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즉, 기존 게임 시스템으로는 근본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메이플스토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넥슨은 NFT를 활용하여 재화를 한정 생산하는 구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아이템들은 플레이어 수와 무관하게 서버 전체 단위로 총량이 정해져 있으며 정해진 주기 별로 정해진 수량이 생성된다. 예로, 아이템A가 전 서버에 걸쳐 총 100개만 생성되도록 정해져 있고 매주 2개씩만 획득이 가능하다고 설정되어 있다면, 2명이 몬스터를 처치하나 100명이 몬스터를 처치하나 아이템A는 그 주에 2개만 드랍된다. 만약 그 주에 아무도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을 경우, 해당 보상이 누적되어 그 다음 주에 몬스터를 처치하는 플레이어들은 4개의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 그렇게 50주가 지나면 100개의 아이템이 모두 생산되어 다시는 아이템A가 필드에서 생산되지 않으며, 유저들은 P2P 거래 구매 외에는 아이템A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아이템 수량을 제한해서 관리하게 되면, 유저들이 느끼는 체감은 기존의 게임들과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템 파밍이 더 이상 본인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인기 아이템을 두고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이에 맞춰 유저들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전략을 세워 게임을 즐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저들은 인기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아이템을 획득하러 갈 것인지, 인기가 없지만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아이템 확보의 안정성을 노릴 것인지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과 계산이 필요한 가운데 유저들은 득템의 재미, 즉 RX가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며 이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만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재미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식으로 아이템의 총량이 관리되고 희귀도가 안정적인 범위내에서 관리되어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 그간 해결하기 어려웠던 인플레이션 이슈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한국 블록체인, 넥슨

출처: 넥슨

3-3.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컴포넌트: 메이플스토리N, 월드, SDK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위와 같은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메이플스토리 N’,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 ‘메이플스토리N 월드’, ‘메이플스토리N SDK’ 등 네 가지 컴포넌트로 구성되어 있다.

  • 메이플스토리 N: 원작 IP 기반 블록체인 PC MMORPG로, 서비스 출시 초기에는 유저들의 메인 스테이지가 될 콘텐츠다. 향후 시간이 지나 UGC 및 MOD 수가 증가하면, 메이플스토리 N이 차지하는 역할과 기여도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N>의 모바일 버전이다.
  • 메이플스토리 N 월드: 블록체인 기반 UGC 게임 플랫폼으로,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월드를 이용할 경우 콘텐츠(NFT 및 디앱)를 제작하기 비교적 쉬워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공되는 툴 및 개발 자유도가 제한되어 있는 만큼 SDK 대비 활용성은 낮다.
  • 메이플스토리 N SDK: API단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개발 셋이다. SDK를 사용하는 창작자들은 월드 대비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태의 디앱과 커뮤니티 액티비티를 구축할 수 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출처: 넥슨

4. 맺으며

넥슨은 P2E의 잔해 속에서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했다. 넥슨은 블록체인을 단순히 하나의 테마 혹은 돈벌이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개발해나가고 있다. 넥슨 내부에서도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부사장님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해당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넥슨은 늘 개방적 생태계를 지향하는 기업이었던 만큼 블록체인의 철학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큰 거부감이 없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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