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 혁신의 메카, 일본: 해시드가 눈여겨본 웹3의 기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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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Co-founder & Partner/
Hashed
2023.07.20

[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7월 13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서론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정부 주도 성장으로 오기까지 
웹3 산업 육성 전략이 떠오른 이유에 대하여 
일본의 웹3 소비자 이해하기 
웹3 산업의 형성 구도: IP 및 금융 산업 중심의 발전 
일본 창업자와 기업 문화의 특징
일본 웹3 시장, 자본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을까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 전망 및 해시드의 생각
결론



 

서론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웹3 산업에서는 여타 소프트웨어 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가 산업 발전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내 여러 사건 사고와 불확실한 규제 등으로 질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몇 년 전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한 번 아시아로 산업의 무게추가 기운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는 요즘이다.

우리도 최근 이러한 눈에 띄는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몇 년째 큰 움직임이 없었던 일본 시장의 급격한 개화이다. 최근 일본에서 사업을 영위하거나, 일본을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꼽는 회사들에 대한 투자 집행이 늘고 있음을 체감한다. 또한 상당 부분의 기투자 기업들도 일본 시장의 분위기 변화를 인지하고 진입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일본 시장에 대한 분석 및 펀드로서의 가설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일본 연례 최대 크립토 행사 중 하나로 기대되는 IVS 크립토(IVS Crypto 2023) 참여연사로 초대받은 기회를 활용해 시장에 대한 보다 면밀한 관찰을 하기로 했다.

 

출처: 해시드 / IVS 크립토 2023 

이번 방문을 통해 최근 투자를 결정한 일본 관련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기투자사 중에서 이미 일본 사업을 영위하는 곳들을 만나 현지의 상황을 전해들었다. 또한 해시드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잠재적 협업 대상자 및 잠재적 현지 투자 기업 발굴도 이루어졌다. 정부 관계자, 주요 기업 및 펀드, 일본 내 주요 레이어1 프로젝트들과도 만남을 가지며 일본 시장의 실상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정부 주도 성장으로 오기까지

일본 시장은 사실 ‘웹3’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한참 전, 이렇다 할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어쩌면 가장 먼저 부흥기를 겪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량을 기록하던 중앙화 거래소 ‘마운트 곡스(Mt. Gox)의 소재지가 바로 일본 시부야였고, 일본은 이 때문에 10년 전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던 5억 달러 규모의 마운트 곡스 해킹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었던 경험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ICO 붐이 일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발을 들이던 2017~18년 시절,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나라 중 하나로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걸고 있었으나,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CoinCheck)가 또다시 5억 달러를 넘기는 더 큰 규모의 해킹에 시달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규제장벽 및 네거티브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새로운 웹3 애플리케이션이 매일같이 등장하던 2020~22년 시기, 일본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이다. 2022년 웹3 업계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동안 일본은 기존에 마련된 강력한 규제 등으로 활동이 제한되어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리스크 관리의 부재로 일어난 각종 실패를 한 발짝 뒤에 서서 바라보며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리고 침체기의 시작과 맞물려 모두가 웹3 산업에서 뒷걸음치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 3 백서를 승인하고 웹3 정책추진실을 별도 신설하는 등 오히려 3 대한 이니셔티브를 강화하며 나서기 시작했다.

웹3 산업 육성 전략이 떠오른 이유에 대하여

그렇다면 일본이 이렇게까지 웹3 산업을 주요 국가 산업 어젠다 중 하나로 설정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기간 동안 여타 선진국이 인터넷 및 모바일 물결로 수혜를 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의 내수 시장 사이즈를 감안했을 때 많은 창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요인이 없었고, 일본 주식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우지 않고도 수백억 원 수준으로 기업공개(IPO)가 가능해 작은 엑싯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렇듯 일본의 창업 생태계는 플랫폼 전략을 통해 버티컬 산업을 통째로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J커브를 이루는 미국식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생태계와는 상이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 재편 이후 일본 정부는 5년내 스타트업 수를 10배인 10만개로 늘리고, 유니콘 100개를 목표로 10조엔을 투입한다는 보다 공격적인 지원 방침을 공표했고, 이에 따라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금씩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고 있다.

손꼽히는 선진국 중 하나로서 웹2의 큰 기회를 완벽히 놓쳐버린 상황, 매력적인 시장으로 이미지 변환을 꽤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기시다 총리가 직접 IVS 크립토 및 웹X(WebX Japan) 등 웹3 중심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웹3의 선두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발언도 눈에 띈다. 위에서 언급한 정책적 지원 및 창업의 상당 부분이 다음 세대의 인터넷인 웹3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드는 이유이다.

출처: 트위터 @IVS_Official / IVS 크립토 2023에서 기조 연설에 나선 기시다 총리 

일본 정부가 웹3 산업과 얼라인 되어 있는 이유는 몇 가지 더 꼽을 수 있다. 먼저 달러를 제외한 통화 중 가장 매력적인 기축통화 옵션 중 하나라는 점이 웹3 생태계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잘 맞아 떨어진 부분이 하나일 것이고,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통해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컨텐츠 산업이 퍼져나갈 수 있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옵션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 일치로 일본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 리스팅 및 개인과 법인의 세금 요율을 조정하며 입장 변화를 표명하고 있다. 일 정부의 최근 지원책은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 중 하나로 보이고, 집권당이 백서에 직접 참여하며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에서 최근 통과된 가상자산 규제 기본법안(MiCA: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에 NFT에 관한 논의가 부재했던 것과 달리, NFT에 대한 법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제도권 편입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

 

일본의 웹3 소비자 이해하기

일본은 우선적으로 게임 및 애니메 등 웹3 산업의 큰 버티컬을 형성하는 산업군에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고객군을 가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서구를 포함하더라도 가장 큰 게임시장을 가지고 있고, 애니메 등 여타 컨텐츠 관련 수요도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컨텐츠 소비가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과 더불어 동남아 등 크립토 게임 유저가 많은 곳과 비교했을 때는 객단가가 굉장히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산업 내 영향력도 눈여겨볼만 한데,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기준 시가총액(Market Cap) 상위 10개 프로젝트 중 리플(Ripple: XRP)과 카르다노(Cardano: ADA)는 일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아직까지 전체 인구의 약 2%만이 암호화폐를 보유한 적이 있는, 비교적 어돕션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최근 글로벌 웹3 기업의 아시아 사업 확장 옵션으로 일본이 떠오르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아시아 HQ를 만들 때 서울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지가 주요 고려 대상으로 언급되었으나, 일본의 강력한 내수시장 및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웹3 프로젝트들이 일본 진출을 점진적으로 우선순위로 두고 있음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해시드가 투자한 기업 중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디와이디엑스(dYdX), 자산운용 및 브로커리지 서비스 기업 하이퍼리즘,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The Sandbox) 등은 이미 일본에 팀을 설립하고 활발하게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웹3 산업의 형성 구도: IP 및 금융 산업 중심의 발전

그렇다면 일본 내에서 발전하는 프로젝트들은 어떤 양상을 띄고 있을까? 이번 방문 및 사전조사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일본의 프로젝트들은 전반적으로 사업 영역이 지금까지 웹3 산업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사업 영위 주체들간에도 겹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많은 기업들이 개선된 UX의 비수탁 방식의 지갑(Non-custodial wallet)을 통해 웹3의 문턱을 낮추며 온보딩 게이트웨이로의 전략을 꽤하는 한편, 한때 많았던 거래소 관련 비즈니스가 다시금 관심을 받으며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이 증가 추세에 있다. 달라진 점은 필요에 따라 NFT 거래소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시장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유독 일본에서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일부 산업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앞서 간단히 언급한 IP, 게임 및 애니메이션 산업을 필두로 하는 컨텐츠 시장이다. 실제로 이번 IVS 크립토 기간 중 많은 컨텐츠 기반 기업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다수 발표하는 것을 목격하였고, 해시드가 최근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 또한 컨텐츠 기업이 대다수이다.

일본은 본래 수명이 긴 IP를 만들어 인터넷 산업의 태동기 이후 비즈니스의 규칙이 바뀔 때마다 동일한 IP를 새로운 전략으로 공략한 바 있다. 모바일 산업이 성장했던 근 10년간 가장 잘 됐던 게임은 드래곤볼드래곤 퀘스트 등으로, 새로운 IP가 아닌 기존 IP를 새로운 디바이스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했다. 크립토 게임 등을 필두로 한 웹3 컨텐츠 산업에서도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최근 NFT 시장에서도 장기간 가치를 축적한 IP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NFT, 버튜버(VTuber) 등 웹3의 로직에 맞는 비즈니스가 이미 실험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직접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에는 어렵기에 우선적인 투자대상으로 보진 않으나, 은행과 통신사를 필두로 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및 STO 영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1등 은행 기업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토큰 증권과 유틸리티 토큰도 지원하는 솔루션 Progmat Coin을 공개했고, SBI 증권은 자사 채권 및 자회사 보통주를 토큰 증권의 형태로 발행하며 선제적인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 창업자와 기업 문화의 특징

일본의 정책적 변화와 시장 현황 파악은 이쯤 하고, 이제 이번 방문을 통해 직접 만나본 생태계 플레이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일본의 창업자는 ‘오타쿠’ 기질을 지닌 창업자들이 많은 편이었다. 자금이 많이 몰린 시장 속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며 단단하게 버티려면 한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이끌어나갈 수 있는 진정성과 끈기가 필요한데, 버튜버와 애니메부터 시작해 메타버스, 디파이(DeFi)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일본 파운더들의 ‘순수한 열정’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력한 내수 시장으로부터 발생하는 고유 문화의 의존도로 인해 로컬 창업자와 글로벌 창업자의 간극이 크다는 점도 일본 창업자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웹2 기업의 상장이 쉬운 탓에 사업을 지역적으로 크게 확장할 니즈가 많이 없었고, 이에 따라 로컬 창업자는 일본을 벗어난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언어적인 장벽 또한 한몫 했다.

일본 내 글로벌 창업자의 성격은 확연히 다른 것으로 보였다. 특히 웹3 산업의 경우 2018년 중앙화 거래소 해킹 사건 이후 한층 두터워진 규제 장벽과 네거티브 정책으로 인해 해외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많은 웹3 프로젝트 파운더들이 비교적 규제 친화적인 싱가포르 혹은 두바이로 이주하게 되었다. 두 나라는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아시아 국가 출신 사업가 대부분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찾는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창업자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일본의 기업 문화와 웹3 산업에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본 웹3 산업은 기존 산업의 아웃소싱 문화를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었다. 사업 영역의 모든 분야를 풀스택으로 갖추는 방식을 택하기보다 잘 하는 부분을 맡고, 사업의 나머지 파트는 협업 관계를 만들어 풀어나가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게임사들은 한국과 같이 직접 메인넷을 개발해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보다 대표적인 L1 프로젝트 오아시스(Oasys)를 사업 파트너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아시스의 웹2.5 Hub-Verse 구조 또한 이러한 파트너십 관계를 반영한 아키텍쳐라고 볼 수 있는데, 자체 메인넷을 가진 엑스플라(XPLA)와 같은 프로젝트도 일본 시장의 진출을 위해서는 별도 메인넷 파트너로 오아시스를 채택하는 등 산업이 분업 체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일본의 기업문화를 보며 웹3 산업의 발전 양상과 달라 아쉽다고 생각한 점은 기존 기업 중심의 사고틀 체계와 관성이 큰 편이라 기존 대기업의 사업부서 성격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극초기 팀 셋팅부터 홀로서기를 통해 사업을 키우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프로젝트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기준 탑 50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바텀업 방식의 스타트업 프로젝트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일본에서 이러한 방식의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씻어낼 수 없었다. 이는 단순히 자본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웹3 산업이 자본의 지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업가정신을 가진 리더들이 등장해야 할 것임을 느꼈다.

 

일본 웹3 시장, 자본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을까

이번 방문을 통해 일본에 본거지를 두고 국내외 프로젝트에 활발히 투자하는 펀드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우선 웹2 시장만 떼어 본다면, 일본 스타트업 시장 자체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해외 투자자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었다. 글로벌 VC의 경우 통상적으로 로컬 VC가 투자하는 얼리 라운드 이후 투자를 집행하게 되는데, 빠른 IPO 환경 자체가 글로벌 VC가 진입하기 구조적으로 알맞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는 주로 로컬 VC들에 의해 자본이 주입되었다.

웹3 생태계 또한 아직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글로벌 VC는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로컬 VC의 투자는 활발할까? 로컬 VC의 경우도 웹3에만 전념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고, 대개 펀드 내 웹3 투자 비율을 일정 부분 (10~20% 정도)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펀드 사이즈와 티켓 사이즈 또한 글로벌 VC 기준으로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축에 해당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의 현황을 감안하여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 기회를 최대한 다각화 시키는 전략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큰 자금이 들어오는 곳은 로컬 VC보다는 은행, 통신사, 상사를 중심으로 한 전통 기업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사례 중 하나로 일본 최대 통신사 NTT Docomo가 웹3 인프라에 6천억엔(약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는 발표를 꼽을 수 있겠다. 한편 SBI 홀딩스의 경우 gumi, MZ Cryptos, Animoca Brands 등과 함께 5천만 달러 규모 펀드 Decima를 런칭, 미쓰이는 Animoca Brands와 파트너십을 맺고 JV 설립 등을 계획하며 적극적으로 웹3 생태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 전망 및 해시드의 생각

일본은 충분히 큰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고, 웹3 산업을 향한 정부발 순풍 등을 함께 고려해 보았을 때 해시드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컨텐츠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투자 기회가 앞으로 충분히 존재할 시장으로 보인다. 웹2의 경우 한국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많이 진출해서 성공한 전례가 많기 때문에,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 웹3 생태계에 초기부터 많은 부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 엔터, 게임업 등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큰 폭의 성장곡선을 그렸던 산업의 경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입지를 다진 후 글로벌로 진출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라인의 경우 한국에서 선두를 잡지 못했으나 일본에서 1등으로 입지를 다지고 동남아로 진출한 후 태국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린 바 있고, 엔터테인먼트업의 경우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를 시작으로 한일 출신으로 이루어진 아이돌 그룹은 한일 양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미국 시장에 도전하기도 했다.

특히 IP 산업의 경우 한일 양국의 밸류 체인이 점진적으로 엮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곱개의 대죄>와 같이 일본의 IP를 한국 게임 회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괄목한 성과를 만든 사례가 존재하고, <나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의 IP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일본에서 애니메이션화 되는 등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 입장에서 한국 회사들은 주요한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런 현상과 일본을 하나의 매력적인 초기 투자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단순히 IP만을 활용한다면 대기업 사이의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에 스타트업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존 IP를 둘러싼 단순한 협업 이상의 비즈니스가 등장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이유이다.

산업적인 특성을 떠나 초기 투자의 매력도로 접근하자면 일본 시장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시장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인 부분은 웹3 산업에 큰 기회일 것으로 보이나, 우선 웹3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로컬 펀드 중 Seed 단계 이후에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펀드는 많지 않다. 더구나 아직 서구권 웹3 전문 펀드들은 일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기 보다는 기회를 찾아 관망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는 마치 한국의 웹2 기업들이 성장하기 이전 한국의 벤처 시장 상황과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Post-Seed 라운드를 주도할 여력이 있는 글로벌 펀드가, 일본 로컬 펀드의 투자 유치를 받은 프로젝트 중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며 프로젝트를 글로벌 무대 안착을 것을 돕는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스케일업이 가능한 일본 웹3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면 일본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고, 침체된 시장 분위기 속 집행이 유보되었던 투자금들이 일본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대비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그리고 높은 상장 시장의 성숙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본 프로젝트가 글로벌로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지에 베팅하는 것이 주효한 포인트일 것으로 보인다.

 

결론

최근 동향과 발전을 고려할 때, 일본은 점차 웹3 환경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과거에 아픔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 이니셔티브와 전략적 성장 계획에 힘입어 웹3.0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방대한 내수 시장은 게임과 애니메이션과 같은 산업에 대한 문화적 친밀감과 결합하여 웹3 산업의 업종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USD의 대체 기축 통화로서 일본의 입지는 특히 웹3 내에서 급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맥락에서 일본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간 웹2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없었다는 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일본 창업자들의 끈기와 헌신은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이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 내 대기업과 전통적인 기업들도 웹3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업계의 모멘텀을 더하고 있는 지금이다.

해시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콘텐츠 중심 애플리케이션과 IP,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일본의 번창하는 분야와 웹3 생태계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다시금 확인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지만, 일본 프로젝트의 글로벌 확장 능력이 입증된다면 글로벌 웹3 시장에서 일본의 역할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아시아에서 성장한 웹3 펀드로서 앞으로도 이웃나라 일본의 창업자들과 이들이 이끄는 프로젝트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며 일본 시장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보려고 하는 이유이다.

 

->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 혁신의 메카, 일본: 해시드가 눈여겨본 웹3의 기회들' 원문 보러가기

 

※Disclosure: 해시드는 투자 포트폴리오 관련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엄밀한 내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으며, 법률, 세무, 투자, 금융 등 어느 측면에서도 책임 있는 조언이 될 수 없습니다. 즉 해시드는 이 글을 통해 어떤 종류의 금융 상품이나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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