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7월 10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1. 들어가며
2. ERC-721로 특허를 받은 블록체인 스니커즈, 크립토킥스
3. 가상 패션 스튜디오 RTFKT의 시작
4. 클론엑스(Clone-X) 프로젝트의 시작, 그리고 나이키의 인수
5. 여러 브랜드 및 나이키와 콜라보로 성장하는 RTFKT
1. 들어가며
나이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글로벌 No.1 스포츠용품 브랜드입니다. 대표 상품인 스니커즈를 비롯해 의류, 모자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이키는 성능, 혁신, 스타일의 대명사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를 초월한 슬로건인 “Just do it”을 활용해 언어, 나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브랜드죠. 특히 파급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최첨단 혁신, 매력적인 고객 경험 등을 통해 브랜드 매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그 어떤 브랜드도 흉내 낼 수 없는 나이키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1–1. 나이키의 위기, 그리고 D2C
1957년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만난 육상선수 필 나이트(Phil Knight)와 코치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에서부터 시작된 나이키는 영원한 경쟁자인 아디다스(Adidas)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1980년에는 에어 조던 시리즈의 성공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업계의 선두 주자였던 아디다스를 완전히 제쳤었는데요.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는 경쟁 브랜드인 아디다스에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성장률이 꺾여 고전하였고, 2018년 나이키 남성 임원들의 성희롱 사건과 여성 차별이 드러나면서 임원진의 전면 교체가 이뤄졌죠.
그리고 운명적으로 지난해 10월 미국 최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이사회 의장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서비스나우의 대표였던 존 도나호가 CEO로 선임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나이키의 전략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는데요. 그중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바로 D2C (Direct-to-Consumer) 전략입니다.
출처: Nike, Amazon / 2019년 11월, 아마존을 떠나 독립을 선언한 나이키
D2C는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거나 없애고, 온라인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보통 리테일 업체들은 유통 플랫폼인 아마존이나 이베이, 한국의 쿠팡 같은 업체에 위탁하여 판매하는데요. 나이키는 2019년 11월 당시 매출의 50%를 의존하고 있던 아마존을 떠나면서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판매 중이던 모든 상품을 철수했습니다.
출처: Storehippo / 2021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나이키의 D2C 매출
2년 후, 나이키의 분기 매출은 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5억 달러(약 1조 6,3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D2C 매출은 43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로 전년 대비 32% 성장했고, 온라인 판매는 84% 급증했죠.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출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D2C 채널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반전에 성공한 것입니다.
단순히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유통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얻는 것만 아니라 나이키가 노린 것은 바로 고객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유통 플랫폼을 통하게 되면 고객과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것 외에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나이키의 D2C 전략은 본질적으로 고객과 브랜드와의 교감을 통해 팬덤을 만들고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나이키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 판매 채널을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브랜드의 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1–2.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나이키
사실 나이키는 지난 20년 동안 인터넷, 소셜 미디어, 신기술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및 디지털에서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선구자였습니다.
- 1999년, 나이키는 고객이 직접 에어 포스 원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나이키 바이 유(초기 이름은 나이키 ID)을 출시했습니다. 현재 나이키 바이 유는 고객과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100개 이상의 매장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 2006년,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와 나이키 런 클럽을 도입하여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러닝 및 피트니스 활동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피트니스 추적, 가상 챌린지, 글로벌 러닝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제공하는 나이키 런 클럽(NRC) 앱으로 발전했습니다.
- 2015년, 나이키는 SNKRS 앱을 출시하여 제품의 온라인 구매뿐 아니라 드로우 응모, 실시간 줄서기 서비스, 오프라인 예약 제품의 빠른 수령을 돕는 기능을 지원했습니다. (2023년 7월, 한국에서도 SNKRS 앱 출시 발표)
- 2018년, 고객 행동과 가치를 예측하는 데이터 분석 회사인 조디악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목적은 나이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회사의 ‘고객 직접 공략’ (Consumer Direct Offense)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2018년, 나이키는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O2O)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에 방문하면 매장의 정보, 사이즈별 재고, 멤버 전용 리워드를 손쉽게 확인하고 디지털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 2019년, 신기술을 통해 발 사이즈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스캔 서비스인 나이키 핏을 출시했습니다. 나이키 핏을 활성화하여 카메라로 발을 촬영하면 발의 모양의 13개 포인트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정확한 발 사이즈가 측정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거나, 혹은 AI를 활용해 발 사이즈를 측정하는 등 새로운 기술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이키가 아마존을 떠나던 그다음 달, 미국 특허청은 나이키가 신청한 기술 특허를 승인하게 됩니다.
이 특허가 바로 나이키의 블록체인 스니커즈인 크립토킥스(Cryptokics)였죠. 그리고 이 사건은 나이키가 Web3를 활용하여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최초의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2. ERC-721로 특허를 받은 블록체인 스니커즈, 크립토킥스
출처: 미국특허청 / 나이키가 출원한 크립토킥스 구조도
당시 나이키가 출원했던 크립토킥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진품을 인증하는 형태로 기획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ERC-721’과 ‘ERC-1155’를 사용해 제품 정보와 소유권을 기록하는 형태인데요.
구매자가 블록체인에 등록된 ‘크립토킥스’ 신발을 구매하면 실물 제품과 함께 10개의 숫자로 이뤄진 가상의 토큰을 받게 되며, 고유한 ‘신발의 고유 코드’가 ‘소유자 식별코드’와 연결되면 잠금이 해제되는 시스템입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전용 앱 안에서 활용해 제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신발이 판매되면 NFT의 소유권도 실제 신발과 함께 구매자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여기에 과거 인기를 끌었던 크립토키티의 교배(Breed) 기능을 추가하여 디지털 신발을 육성하거나, 다른 신발과 합쳐 새로운 디지털 신발을 만들 수 있게 기획하였습니다.
놀라운 부분은 NFT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1년 이전에 나이키는 이미 NFT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위와 같은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것이죠.
특허 신청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던 나이키는 2021년, NFT 붐이 일어나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 나이키는 가상 스니커즈 NFT 컬렉션을 제작하던 RTFKT라는 스튜디오를 인수하게 됩니다.
3. 가상 패션 스튜디오 RTFKT의 시작
RTFKT는 가상 패션 스튜디오로, 나이키에 인수되기 전에도 스니커즈 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킨 기업이었습니다. 역사를 먼저 살펴보면, 2020년 1월에 브누아 파고토, 크리스 레, 스티븐 바실레프 총 3명이 한데 모여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시작되었습니다.
3–1. 3명의 공통점: 스타트업, 게임, 디지털-가상
출처: RTFKT / RTFKT 파운더들이 사용하는 PFP NFT: 클론엑스와 크립토 펑크
스티븐 바실레프는 13살 때부터 드랍쉬핑 비즈니스를 시작한 창업가입니다. 드랍쉬핑은 국내 스마트 스토어의 해외 구매대행과 유사한 구조로,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온라인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는 초기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총 4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 레는 RTFKT의 디자이너입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의 스킨 디자이너였으며, 북미의 유명 e스포츠팀 ‘프나틱(Fnatic)’의 쇼케이스 스니커즈를 제작한 적도 있는데요. (스킨이란 소프트웨 UI나 게임, 웹사이트, 가상 캐릭터의 외형을 변화시키는 것)
브누아 파고토는 e스포츠 분야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일해 왔으며, 브랜딩- 컬쳐 분야의 전략기획 부분에서 프리랜서로 여러 기업의 자문과 컨설팅을 해준 경력이 있습니다.
RTFKT 창업자들의 공통점을 묶어보면, 모두 창업에 관심이 있으며 게임을 좋아하고, 디지털-가상에서 일을 했다는 것인데요. 이들은 창업 전부터 다소 독특한 방법으로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의 숏폼 플랫폼을 활용하며 작업물과 브랜드의 인지도를 키워나갔습니다.
특히 RTFKT가 만든 AR 기반 가상 스니커즈 영상은 수백만, 수천만 뷰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였는데요. RTFKT의 콘텐츠는 환상적인 디자인의 스니커와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를 잘 엮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게 되었죠.
3–2. 유명인, 브랜드, AI 심지어 다른 밈과도 콜라보한 RTFKT
출처: 룩스레어 /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사이버 스니커즈
그리고 2020년 3월, 이들은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사이버 스니커즈(Cyber Sneakers)를 기획하게 됩니다. 마케팅 방식은 다소 독특했는데요.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 디자인을 스니커즈로 만들고, 이를 일론 머스크가 신은 것처럼 합성하여 SNS에 업로드한 것이죠. 그리고 이 이미지는 SNS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RTFKT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출처: 트위터 @brkicks / 일론 머스크와 사이버 스니커즈를 합성한 사진
그리고 7개월 뒤, RTFKT는 사이버 스니커즈를 NFT로 만들게 됩니다. NFT 마켓플레이스인 슈퍼레어를 통해 발행된 이 NFT는 30 ETH에 판매되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NFT가 본격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한 시점이 2021년 1분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성공적인 판매였죠. 이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스냅챗을 통해 ‘사이버 트럭 직접 신어보기’ 필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출처: Play to Earn / AI가 디자인했으며, 경매 결과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스니커즈 NFT
또 11월, AI가 디자인한 “The X Evolution Sneakers”는 경매를 통해 22 ETH에 판매되었습니다. 특히 이 스니커즈 NFT는 경매가 진행되면서 디자인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2021년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이 NFT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RTFKT는 더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다른 브랜드가 그랬듯 RTFKT도 다른 브랜드, IP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요.
출처: Hypebeast / 3백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FEWOCiOUS x RTFKT의 스니커즈 NFT
출처: 룩스레어 / RTFKT와 제프 스테이플의 상징인 비둘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NFT
당시 NFT 아티스트로 떠오르던 18살 신예 퓨어셔스(FEWOCiOUS)을 비롯하여 스트릿 패션 신의 유명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고요.
출처: 렉서스 / 렉서스의 IS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가상 스니커즈 N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