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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던 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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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웅
Data Scientist/
Xangle
2023.07.17

 

롤업, ZK 롤업, 롤업 이란, 롤업 뜻

 

목차

1. 들어가며

1-1. 사건의 발단

1-2. So What?

2. 블록체인, 모듈러

2-1. 블록체인 101

2-2. 모듈러 아키텍처

3. 당신이 알던 롤업

3-1. 롤업 101

3-2. 롤업의 증명 시스템(Proof System)

3-3. 신뢰 최소화(Trust-Minimized) 브릿지

4. 검증 브릿지는 롤업이 아니다

4-1. 왜 롤업은 브릿지가 되어서는 안 되는가

4-2. 자, 이제 누가 ZK 롤업이지?

5. 롤업의 독립 선언

5-1. 블록체인의 포크와 사회적 합의

5-2. 스마트 컨트랙트 롤업과 자주적(Sovereign) 롤업

5-3. 모든 롤업은 자주적 롤업이다

6. 결론

 

 

 

 

1. 들어가며

1-1. 사건의 발단

얼마 전 블록체인 인프라 리서처들 간에 온라인 스페이스를 뜨겁게 달군 논쟁이 벌어졌다. 시작은 옵티미즘 재단의 Kelvin Fichter의 “How rollups actually work”라는 발표에서 출발했다. 그는 발표에서 현재 우리가 롤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만연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인식하는 롤업의 작동 방식과 잠재력에 대한 평가는 약 4-5년 전 정립된 모델이며, 모듈러 블록체인 내러티브가 자리 잡은 현재에는 조금도 엄밀하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이후 몇 주간 인프라 리서처들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아 수 편의 아티클들과 트위터 쓰레드를 탄생시켰다. 블록체인 인프라 분야 리서처이자 투자자로 활동하는 DBA의 Jon Charbonneau는 때 아닌 롤업 논란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불을 지폈다. 그는 Kelvin Fichter의 발표 이후 장대한 분량의 아티클들을 연이어 출간하며, 다소 급진적인 어조로 롤업의 작동 방식과 멘탈 모델에 관한 논거를 펼쳤다. 반면 이더리움 재단의 Dankrad Feist(프로토-댕크 샤딩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반박풍자의 트윗을 수 차례 업로드하며 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외에도 이더리움과 Layer 2 분야에 종사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며 롤업의 멘탈 모델에 관한 논쟁은 한 동안 블록체인 인프라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에 올랐다.

이번 글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이유로 온라인 상에서 때아닌 키보드 배틀을 벌였는지, 이들이 주장하는 모듈러 블록체인 세상에서 롤업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롤업 논쟁을 요약하자면 오로지 이더리움에게 확장성을 제공하기 위한 롤업과 새로운 형태의 모듈러 블록체인으로써의 롤업 중 어떤 멘탈 모델을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롤업을 브릿지와 동일한 객체로 판단하는 것은 롤업을 오로지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위한 트랜젝션 압축용 도구라고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기존의 ‘브릿지 = 롤업’이라는 멘탈 모델은 롤업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이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크게 제한한다. 롤업은 분명 이더리움의 확장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롤업이 가지는 더 큰 의의는 모듈러 블록체인의 일반화된 구현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롤업이 모듈러 블록체인이라는 더 큰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멘탈 모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롤업 논쟁이다. 참고로 글을 읽기 전에 롤업 논쟁은 80%의 사실과 20%의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하기 바란다. 해석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

각 하부 목차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과 연관된 모듈러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다. 모듈러 블록체인의 개념에 익숙한 독자라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도 좋다. 세 번째 장에서는 롤업을 구성하는 요소와 작동 원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롤업을 롤업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트랜젝션이 올바르게 실행되었는지 검증하기 위한 증명 시스템과 신뢰 최소화 브릿지이다. 네 번째 장에서는 ‘왜 롤업이 브릿지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만연한 롤업에 대한 멘탈 모델인 증명 시스템을 통한 구분(옵티미스틱 vs. ZK 롤업)은 모듈러 블록체인의 세상에서 롤업에 대한 엄밀한 정의로 보기 어렵다. 언젠가는 옵티미스틱 롤업이 ZK 롤업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롤업의 자주성(Sovereignity)과 사회적 합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롤업 또한 블록체인이며, 블록체인은 참여자 간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포크할 수 있다. 롤업이 브릿지와 독립된 객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으로써 스스로의 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 즉 하드 포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하지만 롤업의 브릿지를 변경하는 데에는 추가적인 보안 가정의 적용 혹은 브릿지 된 자산의 손실이라는 비용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1-2. So What?

이 글에서 소개하는 롤업 논쟁은 롤업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멘탈 모델을 바로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듈러 블록체인과 롤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분명 까다롭고 모호한 용어와 개념이 난무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는 것이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왜 우리가 ‘롤업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관해 탐구할 필요가 있는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롤업 논쟁이 많은 블록체인 리서처와 엔지니어들에게 중요한 주제로 여겨진 이유는 ‘어떤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아직 Mass Adoption이 일어나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지 않았다. 짧지만 다사다난했던 시기를 거쳐 이제 막 태동기에서는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지만,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헤쳐 나가야 할 문제들이 끝없이 남아있다. 우리는 각자가 그리는 미래의 청사진이 어떤 모습인지에 따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선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정부의 규제안을 바로 잡는 일이거나 더 나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 같이 쌓인 블록체인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롤업은 특히나 수 많은 기술적, 철학적인 문제가 맞닿아 있는 것과 동시에 가장 활발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에게 올바른 방향과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