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리플 소송의 경과
2. SEC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
3. 이번 판결의 시사점
2023년 7월 13일, 미국의 “SEC vs 리플”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서 가상자산 시장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해당 소송의 경과, 법원의 판단, 그 시사점에 대하여 살펴본다.
1. 리플 소송의 경과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명 “리플 소송”에서 2023년 7월 13일 판결이 내려졌다(판결원문 링크).
지난 2020년 12월 미국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리플(Ripple, XRP)이 불법 증권이라고 주장하며 그 발행사인 리플랩스(Ripple Labs, Inc.)와 전∙현직 경영진인 갈링하우스(Bradley Garlinghouse), 라센(Christian A. Larsen)을 상대로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리플랩스는 리플을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양 당사자가 약식 판결 절차를 신청하였음에도 약 30개월 동안의 긴 다툼이 이어졌고, 법정 공방 과정에서 “리플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었다.
아날리사 토레스(Analisa Torres) 담당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SEC)의 약식 판결 신청은 기관 판매에 대해서는 인용되고,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된다”, “피고(리플랩스, 라센, 길링하우스)의 약식 판결 신청은 프로그램 판매, 기타 유통, 라센 및 갈링하우스의 판매에 대해서는 인용되고, 기관 판매에 대해서는 기각된다”고 명시하면서, 이후 정식 판결 절차에 대해 안내했다.
2. SEC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
SEC는 아래 3가지 종류의 행위를 제시하면서, 이는 리플랩스가 연방 증권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치 않고 리플을 “증권”으로 판매한 행위로서 증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1) 서면 계약에 따른 기관 판매(Institutional Sales)로 72억 8,000만 달러 수령
(2)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프로그램 판매(Programmatic Sales)로 75억 7,000만 달러 수령
(3) 서면 계약에 따른 기타 유통(Other Distributions)으로 60억 9,000만 달러 상당의 현금 이외의 대가 수령
이에 대해 리플랩스는 리플을 “증권”으로 판매하지 않았고, 특히 “투자계약”을 통해 판매한 것이 아니므로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투자계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적용했다. 하위 테스트는 (i) 돈이 투자되었는가 (ii)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였는가 (iii) 투자로부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는가 (iv) 그 수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했는가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투자계약으로 간주하는 법리이다.
법원은 기관 판매 행위(Institutional Sales)에 대해서, 기관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리플랩스의 노력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리플을 구매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플랩스의 홍보, 마케팅 그리고 기관 판매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리플랩스가 기관 판매로부터 받은 자금을 리플 시장의 활성화 및 리플 원장의 개발에 사용하여 리플의 가치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을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충분히 이해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법원은 리플의 기관 판매 행위는 미등록 판매로서 증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법원은 프로그램 판매 행위(Programmatic Sales)에 대해서는 기관 판매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리플의 판매에 있어서, 일반 구매자는 자신이 지불한 금액이 리플랩스로 전달되는지 아니면 다른 리플 판매자에게 전달되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거래(blind bid/ask transactions)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반 구매자를 기관 구매자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리플랩스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프로그램 판매를 통해 일반 구매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행위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기타 유통 행위(Other Distributions)는, 리플랩스가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서 리플을 배포한 것 또는 리플랩스가 리플 또는 리플 원장을 위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이니셔티브로서 제3자에게 배포한 것이므로, 법원은 하위 테스트의 첫번째 조건인 “돈이 투자되었는가” 부분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법원은 기타 유통 행위가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3. 이번 리플 판결의 시사점
이번 리플 소송의 판결을 통해 (i) 가상자산 발행자와 기관투자자 사이의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계약에 해당하고, (ii) 일반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계약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기존의 미국 사법부의 판단에서 벗어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하위 테스트를 통해 가상자산 판매 행위가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렸고, 업계에서 주목하고 기대했던 “가상자산 자체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은 없었던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 자체가 증권이라는 논리를 전제로 SEC가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하여 제기한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 진행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판단 기준 연구에도 비교법적 관점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종국적인 확정판결이 아니고, 정식재판과 SEC의 항소를 거쳐 계속될 것이기에 향후 소송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목해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