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지난 6월 27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밈의 유래와 변천사
밈의 내재 가치
밈코인 Case Study
맺음말
“All other species on this planet are gene machines only...we alone are gene machines AND meme machines as well.”
- Susan Blackmore, author of The Meme Machine
2023년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서프라이즈로 밈코인의 재유행을 꼽을 수 있다. 연초 출시된 비트코인 오디널스로 촉발된 밈코인 붐은 다른 체인으로도 확산하여 업계 전반에 때아닌 밈코인 붐을 일으켰다.
어찌 보면 밈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다. ‘재미'외의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갖고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정당화하기가 난해하게 느껴진다.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 자산'이라는 가상자산 비관론의 근거로 언급되며 때로는 ‘사기코인’이라는 도덕적 프레임까지 얹힌다. 가상자산의 유용함과 정당성(legitimacy)을 제도권에 어필하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밈코인은 일종의 ‘미운 오리 새끼’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가치 제안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설명하지만 밈코인에 대해서는 조용히 넘어가길 내심 선호한다.
하지만 싫으나 좋으나 밈코인은 가상자산 시장 내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이다. 10년 전 탄생한 도지코인은 이더리움보다 긴 역사를 자랑한다. 2022년 폭락장 속에서 많은 프로젝트와 가상자산 업체가 사라졌지만 시바이누는 줄곧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유지하였다. 현재 이 두 밈코인의 시총은 가장 성공적인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인 유니스왑을 능가한다. 쓰임새가 없는 밈코인의 가치를 뚜렷한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디앱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시장을 단순히 ‘버블'로 치부하기에는 두 자산이 그간 보여준 저력이 만만치 않다.
본 리포트는 이와 같은 밈코인의 얼핏 보기에 모순되고 난해한 물성을 논한다. 밈의 유래와 변천사, 밈의 내재가치와 성공 조건, 그리고 이를 캡처하는 자산으로서 밈코인의 역할을 알아본다. 끝으로 시장에서 밈코인이 어엿한 하나의 섹터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한 세 가지 코인의 사례를 살펴본다.
밈의 유래와 변천사
밈은 흔히 SNS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공유되는 이미지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된다. 대중들은 대부분 밈을 MZ세대의 가벼운 장난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교류가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문화 또는 내러티브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밈은 좀 더 깊은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는 사회현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모방'과 ‘유전자'의 합성어
밈이라는 단어는 1976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20세기 중반부터 두각을 보인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여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서술한 교양서적이다. 생물 진화의 주체는 유전자이며 생물은 유전자 자가 복제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기본 주제다.
도킨스는 인간의 경우 생물학적 원리 외에도 이와 유사한 또 하나의 법칙이 생존에 작용한다고 말하며 여기서 ‘밈'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생물학의 근본 원리로서 자연 선택과 유전자가 있듯이 인간이 문명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에 문화 선택과 밈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밈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e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이다. 이념, 종교, 관습, 사고방식 등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자기 복제 형태를 띠는 일종의 문화 유전자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출판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생물학뿐 아니라 사회인류학 계열 학문에서 밈의 개념을 사용하며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Memetics(밈학)라는 새로운 학술 분야를 탄생시켰다. 수잔 블랙모어(Susan Blackmore)의 ‘The Meme Machine’ 다니엘 데닛(Daniel Dennett)의 ‘Darwin’s Dangerous Idea’ 등의 저서가 Memetics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더 근래에는 2011년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에서도 인간 사회에서 밈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사피엔스’는 인류가 번성할 수 있게 된 이유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밈 대신 ‘인지 혁명’ 이라고 표현하며 사람들을 결집하는 종교나 사상들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와 ‘사피엔스' 두 서적은 서로 표현법은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밈은 유전자와의 비유를 통해 복사,진화,자연선택등전파과정에 초점을 둔 표현이라면 인지 혁명은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하고 공유하기 위해 스토리텔링(내러티브)을 만들어 내는 인간만이 소유한 유니크한 상상 능력에 초점을 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Figure 2).
인터넷 등장 이후 확대된 밈의 개념
밈은 인터넷의 보급 이후 그 개념이 확장되었다. 인터넷 보급 이전, 문화의 전파는 출판사, 언론 매체, 영화 배급사 등 전통적인 대중매체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전통 대중매체는 각 국가의 통제 대상이 된다. 문화의 전파는 때로는 국가의 검열에 의해서, 때로는 대중 매체의 자체적 판단에 의해 필터링되었다. 대중매체라는 중개인의 존재가 문화 전파의 마찰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중화되면서 문화 전파에 대한 전통 대중 매체들의 장악력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인터넷이 정보가 상시 흐르고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이를 저비용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문화의 전달 방식에도 큰 변화가 도래했다. 공간이나 국경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전 세계인들의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문화 요소가 쉽게 생성, 공유, 그리고 사라짐을 반복하게 되었다. 도킨스가 설명한 문화의 복사, 진화(변조), 자연 선택 등의 현상이 인터넷 등장 이후 중개인의 개입이 최소화된 환경에서 충분히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을 위시한 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Figure 3).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생각과 관점이 부딪히고 충돌하는 과정을 겪으며 낡은 생각이 다듬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창출되는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다. 초창기에는 ‘인터넷 밈'이라 칭하였지만 인터넷이 주로 밈이 생성되는 공간으로 자리잡으며 현재는 ‘밈’이라는 단어 자체가 곧 ‘인터넷 밈’이라는 뜻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어, 짤방, 드립, 합필 등으로 표현되는 밈과 유사한 현상들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밈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늘어났으며 이제는 기존의 표현들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다.
현대 사회에 최적화된 대중성 높은 소통의 도구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의 감정 교류에 필요한 것은 시각적 요소(제스처, 용모 표정), 청각적 요소(발음, 억양, 톤), 말의 내용(메시지)이며 그 중요성의 비율은 각각 55%, 38%, 7%라고 한다. *인터넷 초창기의 소통은 기술적 제한 때문에 93%에 달하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전달되지 않는 형태였다. 문자 전달만 가능했던 당시의 온라인 소통 환경을 보완하고자 사람들은 일찍부터 lol, :), ^^ 등의 이모티콘을 고안해 사용해 왔다.
오늘날 밈 사용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기관의설문조사에 따르면 13세에서 36세 미국인 중 55%가 매주 밈을 공유한다고 한다. **이처럼 밈이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인터넷 소통의 도구로 자리 잡은 이유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추가하여 짧은 시간에 다채로운 감정 또는 상황을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높은 효율성과 전달력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밈의 경제적 가치와 성공하는 밈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 알아본다.
*1971년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저서 ‘Silent Messages’를 통해 소개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론. 감정 교류 시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수치화하였고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Mehrabian's Communication Theory: Verbal, Non-Verbal, Body Language 참조.
**미국 MZ 세대 전문 조사 기관인 와이펄스(YPulse)’가 2019년 진행한 SNS상에서 MZ세대의 행동에 관한 설문조사.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이후 이 수치는 더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3 Stats That Show What Memes Mean to Gen Z & Millennials
밈의 내재 가치
밈은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가치의 정의부터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상 생활에서 가격과 가치는 흔히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두 개념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엄밀히는 Figure 4에 정리한 것과 같은 차이가 존재한다. 동시에 두 개념은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다. 특히 적절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이 동반될 경우 그 가치에 대중적 신빙성이 더해진다는 점이 그러하다. 본 섹션에서는 이러한 배경지식을 염두에 두고 밈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인 ‘커뮤니티 형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한다.
커뮤니티 형성
앞서 언급했듯이 밈은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복제되어 전파되는 문화 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 단위 (a unit of cultural information that spreads from one host to another)로 요약된다. 유전자가 생물체의 구성 요소인 것처럼 밈은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여기서 개체(host)란 문화 요소를 품는 인간을 뜻한다. 어떤 문화 요소를 전달받아 남들과 공유하는 행위는 같은 문화를 구축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첫 단계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밈은 사람들을 집결시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 형성의 근간이 되는 문화 요소가 유용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은 집단을 형성하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온 인류의 역사를 보면 알수있다. 170만 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는 빙하기 등의 각종 자연재해를 이겨내며 전 대륙으로 뻗어 나갔다. 약 20만 년 전 현생인류로 분류되는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고 오랜 기간의 수렵 생활 후 약 1만 년 전부터는 농경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문명의 고도화가 시작되고 지식을 축적하면서 오랫동안 인류를 위협했던 질병, 자연재해, 전쟁 등의 역경을 해결해 왔다.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물질적 풍요로움이 많이 증가하였고 이에 힘입어 현재 총 인구 수 80억을 달성하고 기술적으로는 달을 왕복할 정도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이러한 발전은 태초부터 같은 믿음과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 집단(커뮤니티)을 형성하여 넓은 의미의 협업을 했기에 가능했다. 넓은 의미의 협업이란 둘 이상이 같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노동력의 연합은 물론 지식의 공유까지, 모든 공동 작업을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최초로 달 왕복에 성공한 아폴로 미션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없이는 불가능했고 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운동 법칙 없이는 불가능했다. 뉴턴의 운동 법칙은 아랍의 수학 및 과학 연구가 뒷받침하였고 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의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지식의 축적, 전달,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지식의 발견이 바로 인류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협업의 예이다.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공통된 밈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해결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밈의 가치는 충분히 증명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커뮤니티가 성장하여 조직화하면 그 가치가 좀 더 금전적으로 가시화된다. 세계적인 IT 회사 애플을 예로 들어보자. 대기업이나 연구실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의 혜택을 개인들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한 실리콘밸리의 두 청년이 1976년 가정집 차고에서 시작한 회사인 애플은 현재 시총 3조 달러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설립 당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공유했던, 당시에는 ‘꿈'에 불과했던 개인 컴퓨터에 대한 믿음이 일종의 밈이며 이 밈의 전파 및 대중화는 애플 기업가치 창출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밈의 힘에 이끌려 회사를 설립(집단을 형성)하고 집단 구성원 간의 협업 또는 다른 집단(다른 회사)과의 협업 등을 통해 인류에게 유용한 상품을 만들어 낸 애플의 과거 반세기의 여정은 1976년 두 젊은 청년이 품고 있던 밈이 가치를 찾아가는 가격 발견의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Figure 5).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란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유용함이 더욱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샴푸는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상품이고 SNS는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큰 상품이다. 같은 샴푸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도 나의 샴푸가 더 유용해지지 않는다. 반면 내가 두 개의 서로 다른 SNS에가입했는데한 SNS는 가입자가 100명이고 또 다른 SNS는 가입자가 10만 명이라면 후자가 나에게 훨씬 유용한 서비스이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네트워크 효과는 인터넷 기반 IT회사의 기업 가치 창출에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되었다. 과거 20년간 IT섹터 내 가치 창출의 70%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디어, 스토리, 공통된 문화적 경험을 담은 캐리어(carrier)인 밈은 상시 작동하고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단 시간내에 커뮤니티를 결집시키면서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여 커뮤니티를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밈은 네트워크 효과가 커뮤니티의 존재가치와 직결되는 상황일수록 그 가치가 부각된다. 메트칼프의 법칙””에 의하면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가치 창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밈에 의한 참여자 증대가 기하급수적인 가치증가를 견인하는 경우 밈은 매우 중요한 value driver가 된다.
*Why Network Effects are King in Tech, Nov. 5, 2022, Cornell University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 이 법칙에 따르면 사용자가 10명인 네트워크와 100명인 네트워크의 가치는 10배가 아니라 100배 차이가 난다.
밈에 의한 가치 창출은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
많은 사람들이 밈에 기반한 자산 가격 상승은 버블이고 투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산운용업의 지식을 겸비한 투자자일수록 자산의 적정 가치는 현금 흐름에 기반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강하며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성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자산의 유형에 따라 현금 흐름에 기반한 밸류에이션 방식이 적절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산의 가치를 오로지 현금 흐름의 존재 여부로만 한정하고 현금 흐름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 생각은 매우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이는 우리 주변의 예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자산운용 업계가 200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킨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로 불리는 자산군은 귀금속, 원유 등 정기적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들을 포함한다. 고액 자산가들이 몇 세대에 걸쳐 부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해온 미술품이나 고가 와인 등도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들이다. 이처럼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자산 가치의 근원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Figure 6).
자산의 적정 가치를 폭넓게 논하려면 이분법적이고 일차원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난 열린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앞서 Figure 4가 보여 주었듯이 ‘가치'란 절대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이고 상황적인 개념이다. 다시 미술품이나 고가 와인을 예로 들면, 이들은 문화에 기반한 자산이다. 이러한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이들은 아무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 가치란 인간들의 상호 작용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상세한 설명은 2022년 1월 26일 발간된 코빗 리서치 “Valuation Conundrum: 가상자산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찰”을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밈에 기반한 자산이 가치를 갖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인류가 태초에 조개 껍질, 금, 은등에 가치를 부여하고 화폐로 사용했던 점이나 오늘날 대한민국 일부 젊은이들이 특정 스토리가 담긴 신발을 고가에 거래하는 행위는 최소한 1만 년 이상 지속되어온 가장 인간적인 행위의 연장선에 있는 공통된 사회 현상이다(Figure 7).
밈의 여섯 가지 성공 조건
성공하는 밈을 미리 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밈의 성공 여부는 랜덤이며 예측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흥미롭게도 펜실베니아 대학 마케팅 학과 교수인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그의 2013년 베스트셀러 ‘Contagious: Why Things Catch On’을 통해 이를 반박하였다. 그는 이 서적에서 바이럴한 콘텐츠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를 반영하는 콘텐츠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는 바이럴한 콘텐츠의 여섯 가지 조건을 ‘STEPPS’로 표현한다. Social currency, Triggers, Emotion, Public, Practical value, Stories의 약자이다.
Social currency: 공유함으로 인해 커뮤니티 내에서 나의 지위가 향상되는 물건이나 정보를 뜻한다. 정보는 온라인으로 쉽게 공유가 가능한 만큼 커뮤니티 내에서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정보는 발견되는 즉시 빠르게 공유하고 전파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Triggers: 수시로 해당 콘텐츠를 상기시켜주는 무언가를 뜻한다. Triggers는 날짜일 수도 있고 단어일 수도 있고 날씨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일요일은 짜파게티’, ‘비오는 날은 빈대떡’, ‘프랑스는 와인’등의 공식이다. 여기서 ‘일요일’, ‘비오는 날' ‘프랑스’등이 Trigger에 해당한다.
Emotion: 사람들은 강한 감정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더 공유하고 싶은 경향이 있다. 긍정적, 부정적 감정 모두 공유의 충동을 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High Arousal이냐 Low Arousal이다. 느끼는 감정이 자극적일수록(High Arousal) 공유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간다.
Public: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이 가능한 콘텐츠일수록 공유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대중이 눈살을 찌푸릴 콘텐츠일수록 공유 가능성은 줄어든다.
Practical Value: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일수록 공유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맛집 방문에 가치를 두는 집단에서는 맛집 정보가 유용하고 잘 공유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는 공유될 확률이 낮다.
Stories: 인간의 뇌는 스토리텔링을 선호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동반된 콘텐츠는 그렇지 않은 콘텐츠보다 더 잘 공유된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목적으로 2014년 시작된 ASL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좋은 예이다. 참여자가 얼음물 세례 후 다음 참여자를 지정한다는 스토리를 모금활동과 접목하면서 바이럴한 콘텐츠가 되었다. 본연의 목적을 상실하고 스타들만의 친목 이벤트가 되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성공하는 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더 유용한 이론이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 콘텐츠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STEPPS’ 이론을 지난 10년 간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해 오고 있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론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많은 고민과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밈의 경제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지도 모른다(Figure 8).
가상자산과 밈은 선순환 관계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공간과 국경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상에서 자유롭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여기에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접목시켜 기존의 중앙화된 솔루션을 대체하려는 시도이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효과가 프로젝트 성공의 필수 조건이며 토크노믹스가 제대로 설계되었다면 가상자산은 프로젝트의 성공이 창출하는 가치를 캡처하게 된다(상세한 설명은 2023년 5월 12일 코빗 리서치 “블록체인의 근간, 커뮤니티에 대한 고찰” 참조).
앞서 언급한 밈이 가치를 지니는 두 가지 이유인 ‘커뮤니티 형성’과 ‘네트워크 효과’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과 일치한다. 가상자산 시장과 밈이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유이다. 그리고 밈 또한 가상자산의 혜택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는 첫 계기는 가장 직관적인 가격 상승이다. ‘개인의 자유'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의 정치적, 사회적 이념은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져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일단 업계 입문 후 관심을 갖고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내러티브를 접하면서 입문자들은 서서히 가상자산 기술이 추구하는 정치적, 사회적 가치에 눈뜨게 되고 이를 추종하게 된다. 여기서 ‘개인의 자유'라는 개념을 일종의 밈으로 본다면 밈과 가상자산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밈이 가상자산의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밈의 전파를 촉진한다. 성공적인 밈과 가상자산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밈코인 Case Study
본 섹션에서는 밈코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세 가지 대표적인 밈기 반 가상자산에 대해 알아본다. 세 밈코인 모두 유니크한 오리진 스토리(origin story)가 있으며 설계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1)특정 유틸리티 제공보다는 전세계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근한 밈을 주제로 출시됐다는 점, 2)대중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코인당 가격을 아주 작은 단위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일정한 가치(시가총액)를 지닌 네트워크에서 코인 발행물량을 증가시면 코인당 가격을 작게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 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코인 당 가격이 낮아 심리적으로 저평가라는 인식과 함께 소액투자가 용이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 실제 기업가치인 시가총액과 무관하게 주당 가격이 낮은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리테일 투자자 사이에 흔히 나타는 현상이며 이를 일명 Unit Bias라고 한다.
밈코인의 원조, 도지코인
도지코인(dogecoin, DOGE)은 2013년 12월 빌리 마커스(Billy Markus)와 잭슨 팔머(Jackson Palmer) 두 개발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도지코인은 ‘패러디'와 ‘친근함'을 표방하며 만들어졌다. 당시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걸음마 단계였다. 비트코인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넥스트 비트코인'을 내세운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출시되었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비트코인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트코인 아류 수준이었고, 그럼에도 불구 각 프로젝트 커뮤니티들은 각자 자기들의 설계의 우월함을 주장하며 이념 싸움, 파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빌리 마커스는 당시 이러한 상황을 풍자하는 코인을 온라인상에서 제안하였고 잭슨 팔머가 이에 동참하면서 도지코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가상자산의 성패는 사소한 설계 차이가 아닌 대중들의 수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당시 인터넷에서 가장 유행하는, 모두가 친숙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도지 밈'에 기반한 가상자산을 설계하고 ‘도지코인'이라고 명명했다.
도지 밈은 도지코인 등장 이전부터 수년에 걸쳐 형성된 대중적인 밈이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Dog’의 오타인 ‘Doge’가 십대들 중심으로 인터넷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이 단어를 일본의 한 유치원 교사의 시바이누 계열 애완견* 사진과 접목하면서 익살스러운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2013년 이 이미지는 다양한 상황을 코믹하게 연출하는 콘텐츠로 사용되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두 도지코인 창시자는 자신들의 새로운 코인 프로젝트를 위해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친숙한 밈을 찾고 있었고 때마침 몇 매체에서 ‘2013년 최고의 밈’으로 선정된 도지 밈을 그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도지코인은 당시 존재했던 수많은 비트코인 아류 코인들과 기능상 유의미한 차별화는 없었다. 하지만 친근한 밈과의 접목은 당시에는 신선한 시도였으며 이에 힘입어 일정 수준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일부 SNS등에서 소액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2019년부터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상에서 도지코인을 지지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2021년 강세장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한때는 26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2021년 8월부터는 한동안 방치되었던 도지코인 재단을 재정비하여 좀 더 조직적으로 도지코인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 빌리 마커스, Jared Birchall(일론 머스크 측근)등이 재단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Figure 10).
도지코인은 이제는 가상자산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밈코인의 원조이다. 도지코인의 성장 이후 이를 벤치마킹하여 출시된 밈코인만 수백 개로 추정된다. 유의미한 시가총액을 달성한 밈코인들의 대부분이 애완견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6월 17일 기준 도지코인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 9위(87억달러)이며, 보유자 수는 4백만 명에 달한다(address 기준)**.
* 이 애완견의 본명은 카보스이며 대중이 익숙한 이미지는 생 후 수개월 때 찍은 사진이다. 현재는 17살의 노견이며 트위터에서 현재 모습의 사진도 볼 수 있다.
**https://blockchair.com/
이더리움 생태계 밈코인, 시바이누
시바이누(Shiba Inu, SHIB) 프로젝트는 2020년 8월 Ryoshi라는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시바이누는 백서에 “도지코인 킬러"를 목표라 명시하고 있다. 당시 이미 시총 5억 달러로 성장한 도지코인을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도 몇가지 유의미한 차별점을 내세워 빠르게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다.
첫째, DOGE는 자체 메인넷 기반인 반면 SHIB은 ERC-20 토큰이기 때문에 이더리움 생태계와의 접목이 용이하다. 따라서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디파이 등 탈중앙화 앱(DApp)을 만들어 사용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보안상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셋째, DOGE는 비트코인처럼 채굴을 통해 배포되었지만(Fair Launch) SHIB은 사전에 발행하여 임의로 배정하는 프리마인(Premine)방식을 따랐다. 이 과정에서 총 공급량 1천조 SHIB중 50%는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의 유동성 풀, 나머지 50%는 비탈릭 부테린의 지갑에 배분하였다. 배정받은 SHIB의 가치는 당시 시가 기준 70억 달러였는데 비탈릭은 이 중 10억달러를 India Relief Fund에 기부하고 남은 물량 대부분을 소각하였다. 이 사실은 크게 언론에 보도되며 시바이누 프로젝트의 밈이 널리 퍼지는데 기여하였다.
SHIB의 2021년 연간 수익률은 자그마치 5천만%로 2021년 강세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가상자산 중 하나이다. 2022년 약세장으로 시가총액은 크게 줄었지만 자체 레이어 2 솔루션 ‘Shibarium’을 출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커뮤니티가 건재함을 보였다. 약세장 속에서 많은 밈코인이 사라지는 가운데 SHIB이 시총 1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며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재한 커뮤니티 기반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바이누는 밈코인을 표방하긴 했지만 커뮤니티의 활동을 보면 일종의 레이어 1 커뮤니티에 더 가깝다. SHIB외에도 LEASH, BONE 토큰 등을 발행하여 커뮤니티 운영 및 자체 디파이 서비스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 토큰들은 시바이누 커뮤니티를 위한 탈중앙화 거래소(DEX)인 시바스왑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NFT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Shiba Incubator도 운영 중이다(Figure 11). 6월 17일 기준 SHIB은 시가총액 순위 18위(41억 달러)이며, 보유자 수는 128만 명이다(address 기준)*.
*https://etherscan.io/token/0x95ad61b0a150d79219dcf64e1e6cc01f0b64c4ce
2023년 밈코인 붐 주역, 페페
페페(Pepe, PEPE)는 Pepe the Frog 밈을 주제로 발행된 ERC-20 밈코인이다. 2023년 4월 14일 익명의 개발자들에 의해 발행되었으며 연초 비트코인 오디널스 출시를 계기로 불이 붙은 밈코인 재유행 트렌드 속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밈코인이다.
Pepe the Frog는 만화가 맷 퓨리(Matt Furie)의 2005년 작품 ‘Boy’s Club’에 등장한 개구리 캐릭터이다. 찌질하면서도 불쌍해 보이는 특유의 슬픈 표정이 생활 속의 희노애락을 유머스럽게 전달한다는 점이 어필하면서 10년 넘게 꾸준히 사용되어 온, 동서양을 뛰어넘어 높은 대중성과 긴 생존력을 겸비한 캐릭터이다. 한때 특정 정치 세력들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정착하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전후로 알려지면서 현재는 정치나 커뮤니티 성향과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PEPE는 윈작자의 동의없이 발행되어 저작권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맷 퓨리는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EPE는 SHIB처럼 대부분 유니스왑을 통해 배포되었으며 출시 이후 단기간내 큰 주목을 받으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장기 보유를 촉진하는 PEPE 재분배 시스템, 자동 소각, 트랜잭션 비용 제거 등을 설계에 반영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로드맵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도지코인이나 시바이누에 비해 공개된 정보는 빈약하며 충분한 시간을 거쳐 커뮤니티의 내구성이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상대적 리스크 요인이긴 하다. 6월 17일 기준 PEPE 시가총액 순위는 91위(4억 달러)이며 사용자 수는 현재 12만 명이다(address 기준**).
* Pepe creator Matt Furie says he didn’t know Pepecoin existed, May 9, 2002,, Protos
** https://etherscan.io/token/0x6982508145454Ce325dDbE47a25d4ec3d2311933
*총 공급량은 초기 발행 물량이며 비탈릭이 약 410조 SHIB을 소각하여 유통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맺음말
본 리포트에서는 최근 화제인 밈코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밈은 사람들 사이에 복제되어 전파되는 문화 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 단위를 뜻하며 사람들을 집결시키는데 필요한 문화 형성의 최소 단위이다. 밈이 내재 가치가 있는 이유는 ‘커뮤니티 형성’과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인류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커뮤니티 형성의 근간이 되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커뮤니티 성장을 견인한다. 이 두 가지 요인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과 일치한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커뮤니티는 디지털상에서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접목시킨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밈은 가상자산의 성장을 견인하고, 동시에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밈의 전파를 촉진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밈과 가상자산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관계에 있다. 톱3 밈코인(DOGE, SHIB, PEPE)의 성공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밈코인은 가장 인간적인 사회 현상
자발적 참여에 의한 바텀업(bottom-up)방식의 가치 창출은 가상자산 산업의 특징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가치 제안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탈중앙화’, ‘비허가성', ‘검열저항성', ‘마찰없는 네트워크’, ‘스마트 컨트랙트'등의 개념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고 결코 친근하다고 할 수 없다. 밈코인은 가상자산의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러한 ‘고상한 척' 문화를 자기 비하(self-deprecating)의 유머코드로 풀어내는 여유로움이 담겨져 있다. 동시에 특정 유틸리티를 추구하지않고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 아닌, 심지어 어린이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친근한 밈과 운명을 함께하는 가상자산 실험을 통해 가치창출에 있어 평소에 간과하기 쉬운 사회성의 중요함을 상기시켜준다.
유틸리티와 조직성 결여, 천박함, 높은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밈코인에 대한 인식은 제도권을 중심으로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보면 밈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고정 관념에 얽매여 치열하게 기준을 세우고 근거가 빈약한 도덕적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야를 넓히면 밈코인은 우리 모두가 호모 사피엔스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우 인간적인 사회현상이기 때문이다.
-> '밈코인의 부활: 투기, 사기, 혹은 새로운 투자 테마의 서막?'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