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근간, 커뮤니티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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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문
Head of Research/
Korbit
2023.05.15

[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5월 12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블록체인의 조직 구조   
오픈소스 이해하기   
공공재로서의 블록체인
맺음말

 

 

 

 

 

“...the most important layer in blockchains is social consensus. Blockchains are a tool to allow 
communities of people to socially coordinate in a sovereign way.”

- Celestia, Modular Blockchain Network

 

가상자산 입문자가 어렵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이다. 시중의 블록체인 입문 자료는 엔지니어 관점에서 암호학과 프로토콜 작동 방식부터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블록 형성 과정과 합의 알고리즘, 퍼블릭 키와 프라이빗 키, 해시레이트나 스테이킹의 역할 등의 설명에 집중하는 자료는 많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상자산의 실체에 다가갈 수 없다. 결국에는 많은 입문자들은 친숙한 주식의 프레임을 적용하여 이해하려 하고 이는 더 큰 오해와 혼돈으로 이어진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작동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여자들과 그들을 하나로 묶는 공동체에 대한 설명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본 리포트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자는 의도로 작성되었다. 가상자산을 논할 때 흔히 언급되는 ‘커뮤니티'라는 개념에 대해 역사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필수불가결한 오픈소스 개발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 가상자산의 등장으로 오픈소스 생태계에 도래한 변화에 대해 논한다. 가상자산 네트워크의 공공재적 성격에 대해서도 알아본 후 마지막으로 가상자산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인 커뮤니티에 달렸다는 점을 설명한다.  

블록체인의 조직 구조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논할때 자주 등장하는 ‘커뮤니티’는 어떤 집단일까? 저명한 투자자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나에게 인센티브를 알려주면 결과를 예측해주겠다(Show me the incentive and I’ll show you the outcome)”라고 하였다. 블록체인의 커뮤니티란 어떻게 형성되며 이들은 어떤 인센티브에 의해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면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본질과 가치제안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커뮤니티’는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집단 형태  

많은 가상자산 입문자들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주식의 틀을 적용하여 가상자산을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더와 해당 프로토콜 고유 자산(native asset)을 보유한 이들의 관계를 일종의 주식회사와 주주와의 관계로 오해한다. 이러한 오해는 특히 국내 프로젝트의 경우 어김없이 나타난다. 프로젝트 주도자가 특정 단일 업체이고 나머지 토큰 보유자들 대부분이 프로젝트 발전에 기여하지 않고 단순히 시세차익만 노리는 free rider들로만 구성되면 이러한 관념은 더욱 고착된다.         

하지만 이것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시가총액 글로벌 상위 20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성공 사례로 삼아 이들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20개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경우 목적 의식이 뚜렷한 커뮤니티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커뮤니티란 공통된 관심사 혹은 목표를 가진 집단을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혈연 또는 지연 기반의 닫힌 공동체를 일컬었다. 인류 역사 초기에 형성된 커뮤니티의 공통된 목표는 구성원들의 생존이었다. 가족이 최소 단위의 커뮤니티였으며 이들이 모여 더 큰 커뮤니티인 부족을 형성하여 함께 농업 활동을 하고 여기서 얻은 수확을 공유하는 형태로 생존이라는 목적을 함께 달성하였다. 공통된 목표 달성을 위한 집결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활동 범위를 확대하여 중세 이후로는  다양한 형태를 갖춘 열린 공동체까지로 그 개념이 확대되었다. 유럽 중세의 길드(유럽 상인들의 협동조합), 한국의 계(稧), 아프리카의 수수(Susu)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집단의 특징은 집단이 생산하는 재화나 효용을 소비하는 주체가 곧 집단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Producer(생산자)와 Consumer(소비자)가 일치하는 ‘Prosumer‘ 조직인 것이다. 영어로 Co-operative, Collective, Common, Mutual, Union등으로 불리는 조직들이 이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조합(組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주식회사의 등장과 조합의 변화  

대항해시대를 맞은 유럽의 상인들은 무역업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형태를 고안하였다. 기존의 조합은 집단의 효용을 소비하는 주체(소비자)가 곧 생산자였기 때문에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본 출처 또한 소비자로 제한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분리하는 조직 형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조직의 소유 지분을 소비자로부터 분리함으로써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소비자외 다른 일반 투자자에게서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본 효율성을 갖춘 조직 형태는 당시 시대적 요구에 크게 어필하였고 17세기에 등장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기점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형태의 조직이 오늘날 우리가 ‘주식회사’로 부르는 일반적인 기업 조직 형태의 원조이다. 주식회사의 주식은 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중적이고 친숙한 자산으로 각인되었다.  

반면 기존의 조합 형태의 조직은 조합 구성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 우선시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되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게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구민회관부터 크게는 특정 산업 생산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농협 또는 수협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알기쉬운 해외 사례로는 레알마드리드와 같은 스포츠 구단, 그리고 국제 송금 서비스 SWIFT 등이 있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공통의 목적을 공유하는 집단(커뮤니티)들이 온라인상에서도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국경과 같은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형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이 성행하였고 이는  오늘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근간이 되었다. 다음 섹션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과 블록체인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본다. 

 

오픈소스 이해하기   

가상자산 산업을 논할 때 반드시 필요한 배경지식 중 하나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개념에 대한 이해이다. 오픈소스란 어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소스 코드나 설계도를 누구나 접근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말하고 소스가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오픈소스는 비개발자 출신 가상자산 산업 참여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일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오픈소스보다는 기업의 리더십하에 성장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특성, 그리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자 수가 해외에 비해 많이 저조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더욱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이다(Figure 3).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 제안과 발전 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금융권, 정치권, 법조계 등 비개발자 인력의 참여가 향후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본 섹션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과정을 간략히 짚어보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 왜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인지 살펴본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오픈소스가 원조

컴퓨터 산업의 근간은 학계 중심으로 다져졌다. 1950~60년대 주요 미국 대학 연구실들은 IBM과 같은 대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컴퓨터 기술을 연구 개발하였고 이러한 과정은 학계의 전통이자 관행을 따라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공개된 절차를 따랐다. 이 시기에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구분하기보다는 하드웨어 작동에 필요한 하나의 부품 정도로 인식하였다. 또한 같은 소프트웨어를 서로 다른 규격의 하드웨어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각자의 하드웨어 규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와 머신코드를 함께 공유하였다. 사용자가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패키지로서 함께 판매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것이다.

그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많은 대학 전산과 연구실들은 정책적으로 공개된 소스 코드가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IBM 컴퓨터 사용자들의 모임인 SHARE는 초창기 메인프레임 컴퓨터인 IBM 700과 7090용 운영체제 SHARE Operating System을 출시하고 보급하여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고 수정 및 개선할 수 있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프로그램으로서의 중요한 첫 사례를 만들었다. 훗날 인터넷의 모태가 된 알파넷(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 ARPANET)이 1969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 주 사용처는 다양한 연구기관 소속의 연구원들끼리 소프트웨어 코드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이와 같은 초창기 컴퓨터 공학자들 사이의 자발적인 협조 및 공유의 문화는 컴퓨터 산업 성장의 기반을 닦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오픈소스 문화가 뿌리내리는데 기여하였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의 등장과 오픈소스의 반격     

1970년대부터 이러한 관행에 변화가 찾아왔다. 대기업 또는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되었던 당시 컴퓨터 사용자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되는 가격 구조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점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하는 ‘언번들링(unbundling)’이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들은 사업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할 자산이라 주장하였으며 결국 이를 법률화하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규율 체제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산업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라이센싱 산업으로서의 위치를 1980년대부터 확고히 하였고 이후 기업의 테두리 안에서 폐쇄적으로 진행되는 클로즈드소스(closed-source) 형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널리 확산되었다.  

하지만 베테랑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중 일부는 소프트웨어의 상업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오픈소스의 전통을 이어갈 것을 호소하였다.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으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개발 지지자들은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분석하고 수정할 수 있는 형태로 보급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들은 80년대 중반부터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운동’을 벌였으며, 재단 설립과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오픈소스 개발이 지속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개발자들 사이에 호응을 얻으며 성장하였고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기여를 하였다. 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중 평균 80% 정도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성과로는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를 들 수 있다.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주도하여 개발된 리눅스는 현재 역사상 가장 많은 참여자가 관여하고 있는 오픈소스 운영체제이며 안드로이드는 이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모바일 운영체제이다(Figure 4, 5). 이처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때로는 협업하고 때로는 건전한 자극을 주며 함께 성장해 왔다.      

 

 

가상자산 등장으로 더욱 탄력받은 오픈소스 개발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오픈소스 개발의 중심에는 사용자 모임, 즉 커뮤니티가 있다. 여기서 커뮤니티란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서로 협업하여 공동으로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이를 소비하는 집단이다. 전 섹션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Prosumer들이 모인 사실상 조합과 같은 조직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비금전적인 이유로 특정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기업 등 영리 단체가 자신들의 사업에 득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재단을 설립하여 금전적 지원을 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개발자들이 오픈소스에 참여하는 주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에게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정, 혹은 저명한 프로젝트 참가를 통한 경력이나 인맥 쌓기 등이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성장과 참여하는 개발자들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인센티브는 전혀 얼라인(align)되어있지 않다. 

가상자산의 등장은 이러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인센티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결과물이 제공하는 효용을 누리기 위해서 토큰이 필요하도록 설계하고, 이를 프로젝트에 기여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럴 경우 결과적으로는 토큰이 조합 회원권과 유사한 구조를 띠게 된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효용이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더욱 증가하는 경우 토큰은 개발자들에게 파워풀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보 교환, 교역(거래), 상호호환성 등이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효용의 예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시도된 무수히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중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여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든 사례를 보면 네트워크 효과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글로벌 규모의 네트워크 효과를 구현하여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보다 10배 이상 강력하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그리고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니스왑 및 스테이블코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종합하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 갈래이며 토큰을 사용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참여하기 쉽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 비허가성(permissionless)이라고 불리우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물성 중 하나이며 다음 섹션에서는 이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공공재로서의 블록체인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특징을 설명할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비허가성(permissionless)이다. 누군가의 허락없이 아무나 사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동통신망은 허가성(permissioned) 네트워크, 인터넷은 비허가성 네트워크의 예이다. 비허가성의 개념은 우리의 일생 생활에서 자주 고민하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우리 주위에서 좋은 예시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공공재이다. 본 섹션에서는 공공재의 특징을 알아보고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왜 공공재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공공재의 경제학적 정의

공공재(public goods)란 일반적으로 어떤 경제주체가 생산하면 경제 참여자 모두가 소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은 이를 좀 더 체계화하기 위해 모든 재화나 용역을 아래와 같이 4가지로 분류하면서(Figure 6) 이 중 공공재는 비경합적(non-rivalrous)이며 비배제적(non-excludable)인 경우라고 정의하였다.   

 

경합성이란 소비할 때마다 그 재화나 효용이 소모되어 다음 소비자가 같은 수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소비자들이 재화나 효용을 소비하기 위해 일종의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이다. 배제성은 해당 재화나 효용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거나 기타 다른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위의 표에서 사유재의 경우, 적정 가격을 지불한 사람만이 해당 재화 및 효용을 이용할 수 있다. 경합성과 배제성은 시간, 지역, 경제적 상황 및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도로나 무상 의료혜택을 예로 들어보자. 이러한 시설이나 서비스는 평상시에는 비경합적이며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에는 비배제적이기 때문에 공공재에 해당한다. 하지만 도로의 교통량이 늘어나거나 심각한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는 이용자들 간에 경합성이 생긴다. 교통량이 늘어나면 체증이 심해져 도로가 제공하는 혜택은 줄어든다. 팬데믹으로 환자가 급증하여 의료시설이 포화 상태가 되면 다른 환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이용료를 부과하면 배제성이 생긴다.

사회보장을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 공공재의 범주를 넓혀왔다. 설령 100% 무상은 아니더라도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배제성을 최소화하여 특정 재화나 효용을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수도, 전기, 의무교육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공공재의 범주는 국가나 공동체가 공유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여 형성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과 같이 신기술의 포용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국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와이파이(WiFi) 접속을 가능하게끔 예산을 투입하여 제반 시설을 갖춘다. 이럴 경우 인터넷 또한 공공재의 성격을 띠게 된다. 

정부개입이 없는 공공재 구현   

공공재는 어떻게 공급될까?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친숙한 방법은 정부 주도이다. 정부가 세수를 기반으로 사회 제반 시설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여 국민들에게 공공재가 제공된다. 

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공공재의 공급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국가 주도의 공공재 제공 방식이 공익 실현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 별도의 방식이 필요해진다. 재정의 한계, 정보 부족, 행정 지연 등이 이유일 수도 있고 집권 세력의 정치적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공공재가 적시에 제공되지 못할 경우 지역 공동체들은 구성원들의 공익을 위한 공공재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구현하기도 한다. 

쉬운 예로 구민회관이나 아파트 단지 주민을 위한 헬스장 시설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해당 구민이나 아파트 단지 주민 외에는 열려있지 않아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는 통상적인 의미의 공공재는 아니다. 하지만 지방세나 관리비 등을 통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커뮤니티 구성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의미의 공공재와 다르지 않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 또한 원칙적으로는 국가에 납세의 의무를 지닌 국내 거주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거주자들은 건강보험,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공재에서 제외된다. 대한민국 군대는 국방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지만 혜택의 대상은 세금을 납부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된다.

블록체인은 공간의 제약없는 글로벌 공공재    

전 섹션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개발되고 사용되는 재화이자 효용이다. 저작권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특정 단체의 허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즉,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겸비한 공공재의 성격이 매우 짙은 효용인 것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한 갈래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물성을 지니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프로토콜의 효용을 누리기 위해 고유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배제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공공재에 숨겨진 비용과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 또한 세금이라는 비용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것과 유사하다.  

2020년 6월, 유엔(UN)은 Secretary-Generals’ Roadmap for Digital Co-operation을 통해 인류의 발전을 위해 디지털 공공재(Digital Public Good)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개념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오픈 데이터, 오픈 AI 모델, 그리고 개인정보와 관련 법률 및 모범 관행을 준수하며,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을 돕는 모든 오픈 콘텐츠”라고 정의하였다. 가장 알기 쉬운 디지털 공공재의 예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정보통신망을 TCP/IP, SMTP, HTTP와 같은 공개된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서로 정보 교환이 가능하게끔 묶어 놓은, 소유권이 분산된 정보통신 인프라이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이 정보망에 대한 진입장벽을 최소화하여 공공재처럼 제공하고 있다.     

오픈소스로 진행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글로벌 공공재의 성격이 짙다. 구민회관이나 아파트 단지 주민 시설이 그러한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블록체인 프로젝트 또한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디지털상에서의 효용 제공이 목표이기 때문에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국경없는 서비스를 구현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그리고 가상자산은 공동체가 만들어낸 블록체인 솔루션을 사용하는 데에 쓰일 목적으로 발행된다. 

모든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토큰 발행을 동반하는 블록체인 솔루션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토큰 가격이나 네트워크 수수료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배제성이 강해져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약해진다. 하지만 만일 공동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솔루션의 효용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더욱 개선되는 상황일 경우 솔루션 구축에 기여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배분되는 토큰은 솔루션의 성장 촉진제가 된다. 솔루션의 가치 증대가 솔루션 사용에 필요한 회원권, 즉 토큰의 가치에 그대로 담기는 구조로 설계된다면 토큰 보유자에게 큰 경제적 보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맺음말

본 리포트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커뮤니티의 개념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현대 사회의 투자자산으로 주식회사의 소유 지분을 뜻하는 주식이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하다. 하지만 주식은 근대 이후 생겨난 조직인 주식회사의 소유 지분이다. 이보다 더 오래되었고 원초적인 인류의 협업 방식은 커뮤니티이며 가상자산은 이러한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효용을 소비할 수 있는 혜택이 담긴 자산이다. 협동조합의 익명 조합원증에도 비유될 수 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개발자들이 특정 문제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형성되며 그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으로 설계한 토큰을 발행하여 가치를 부여한다. 그 가상자산의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해당 솔루션이 사용자 증가에 따라 더욱 유용해지는 경우 이에 사용되는 가상자산은 솔루션 가치 증대를 캡처하며 성장한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 솔루션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차별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즉, 그 솔루션은 공공재의 성질을 가져야 한다.     

블록체인은 하이브리드 집단 

태초부터 인류는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를 형성하여 활동하였으며 목적에 따라 다양한 무리의 형성 방식을 고안해왔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그 연장선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특정 외부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설계한 인센티브 시스템과 규약(프로토콜)을 통해 조직을 형성하여, 새로운 형태의 무리(조직, 커뮤니티)을 가능하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조직 형태에 비유한다면 조합, 공공재, 네트워크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볼 수 있다(Figure 9).

 

진정한 Layer Zero는 커뮤니티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은 일정 부분 사회성을 지닌다. 블록체인은 그 중에서도 사회성이 매우 높은 ‘소셜 테크놀로지(Social Technology)’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류는 집단을 형성하여 서로 협업할 때 고난을 극복하고 혁신도 이룬다. 가상자산 기술은 인류가 집단을 형성하여 협업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기술이다.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직감적인 협업 방식인 커뮤니티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상에서 형성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접목시킴으로써 기존의 중앙화된 솔루션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가상자산 프로젝트이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성장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유니스왑(탈중앙화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등을 통해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안착하는 조건은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의 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커뮤니티를 한국 개발자들이 주도하여 형성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세계적인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는 희망이 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TPS만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하는 것 만으로 성패가 갈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커뮤니티이고, 가상자산은 단순히 커뮤니티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커뮤니티가 진정한 레이어 제로(Layer Zero)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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