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며
2. 아발란체의 비전
3. 서브넷, 아발란체의 비전을 이루어줄 무기
3-1. 네트워크 리소스를 독식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장애를 분리
3-2. 무한 생성이 가능한 서브넷으로 무한한 확장성을 달성
3-3. 높은 유연성으로 다양한 운영 주체의 입맛을 만족
3-4. 네이티브 통신 프로토콜을 통한 단절된 생태계의 연결
4. 이제 서브넷 생태계를 확장할 차례
1. 들어가며
"Our goal is to digitize all the world's assets on blockchain. To that end, we design the entire system to have the scale and the structure necessary for digitizing all things." - Emin Gün Sirer
아발란체는 세상의 모든 자산을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화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빠른 완결성(finality)을 자랑하는 스노우맨 합의 알고리즘과 수평적 확장(horizontal scaling)이 가능한 서브넷을 도입했다. 해당 편에서는 서브넷의 기술적인 특성을 중심으로 아발란체의 비전 실현 가능성을 살펴보고, 다음 편에서는 온체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서브넷 생태계 현황을 점검하고자 한다.
2. 아발란체의 비전
앞서 설명했듯 아발란체의 목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모든 자산을 디지털화(토큰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오직 제한적인 시장 참여자들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자산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여 투자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 개인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동시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자산 소유자에 적절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산 시장은 보다 효율적인 구조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산을 수용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많은 거래 내역을 소화할 수 있는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에 아발란체는 무한 확장이 가능하고, 트랜잭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서브넷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서브넷의 구체적인 특성에 관해서는 후술할 예정이다.
3. 서브넷, 아발란체의 비전을 이루어줄 무기
서브넷=앱체인(app-specific blockchain)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서브넷은 블록체인 상태(state)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밸리데이터 세트(set)다. 모든 아발란체 밸리데이터는 프라이머리 네트워크(Primary Network)라는 상위 개념의 서브넷에 속하여 아발란체를 구성하는 P체인(Platform Chain), X체인(Exchange Chain), C체인(Contract Chain)을 검증하고 보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밸리데이터(들)은 선택적으로 하위 개념의 서브넷을 구성하여 마찬가지로 한 개 이상의 블록체인을 검증하는데, 이때 서브넷이 검증하는 블록체인이 대개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된 체인인 경우가 많아 서브넷=앱체인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3-1. 네트워크 리소스를 독식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장애를 분리
서브넷은 프라이머리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른 서브넷과 네트워킹, 연산, 스토리지를 공유하지 않는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따라서 수많은 디앱이 한정된 리소스를 놓고 경쟁하는 L1(C체인)과 달리 서브넷은 네트워크 리소스를 100% 독식하여 원활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2021년말 C체인에 배포된 P2E 게임 크라바다(Crabada)는 2022년 상반기에 걸쳐 대량의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며 수수료 급등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크라바다를 플레이하지 않는 디앱 유저조차 높은 트랜잭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서브넷은 C체인, 혹은 다른 서브넷에 트랜잭션이 몰려 수수료가 급등하고 거래 속도가 저하되어도 독자적인 네트워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서브넷은 네트워크 장애(failure) 또한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서브넷 A에서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서브넷 B와 서브넷 C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심지어 프라이머리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서브넷은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서브넷의 특성은 아발란체의 비전 실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발란체에서 실제로 다양한 자산을 거래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른 자산의 상태에 따른 영향이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2. 무한 생성이 가능한 서브넷으로 무한한 확장성을 달성
수많은 자산을 아발란체에 올리기 위해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무한 확장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서브넷은 이론적으로 무한 생성이 가능하며, 서브넷 내 체인 또한 무한 생성이 가능하다. 무한한 확장성의 기반에는 모든 서브넷이 채택하는 스노우맨 합의 알고리즘이 자리하고 있다.
- 스노우맨 합의 알고리즘: 반복적인 표본 투표(repeated sub-sampled voting)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총 n개의 노드 중 k(1<k<n)개의 노드를 임의 추출해 의견을 묻고, 이 중 α(1<α<k)개의 노드로부터 동일한 의견을 β번(β≥1) 이상 반복적으로 얻으면, 해당 의견을 자신의 의견으로 채택한다. 이때, k, α, β 값은 임의 설정할 수 있으며, 해당 과정의 반복을 통해 합의를 이루게 된다. 시각화된 자료는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노우맨 합의 알고리즘은 합의 과정에서 전체가 아닌 k개의 선별된 노드들과 통신하기 때문에 노드 수가 증가하더라도 빠른 합의를 이룰 수 있다. 서브넷은 모든 아발란체 밸리데이터가 아닌 특정 밸리데이터(들)이 구성하는 네트워크이고, 그중에서도 선별된 밸리데이터와만 통신하기 때문에 서브넷 생성에 제한이 없다. 서브넷 내 체인 역시 체인별로 합의 알고리즘이 분리되어 있어 생성에 제한이 없다.
반면, 아발란체 서브넷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폴카닷 파라체인은 슬롯(slot)이 100개로 제한되어 있다. 파라체인을 검증하는 밸리데이터(para-validators)로 선정될 경우 1) 모든 파라체인을 검증해야 하고, 2) 합의 과정에 있어 모든 밸리데이터와 메시지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파라체인 개수에 비례해 연산 부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한정된 슬롯을 놓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매에 참여해야 하고, 또한 슬롯을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태계를 지속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3-3. 높은 유연성으로 다양한 운영 주체의 입맛을 만족
서브넷은 또한 다방면에서 높은 유연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서브넷 운영 주체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파라미터를 가진 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자산별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VM 선택을 통한 개발자 개발 편의성 및 원활한 사용자 UX 확보
서브넷의 가장 큰 특징은 EVM 기반 Subnet-EVM 뿐만 아니라 SpacesVM, TimestampVM, BlobVM 등 다양한 VM을 기호에 맞게 채택하거나, 커스텀 VM을 직접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VM 선택에 있어 주어지는 높은 자유도는 개발자의 개발 편의성과 기존 사용자 확보 등에 있어 용이하게 활용될 수 있다.
- Subnet-EVM: EVM 호환 블록체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이더리움 언어 환경(Solidity), 툴(Metamask), 개발 도구(Remix, Truffle)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이더리움과 유사한 사용 경험을 제공
- 커스텀 VM: Subnet-EVM 등 기존 VM을 복사(fork)하거나 솔라나 VM 등 외부 VM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고, Go, Rust 등 다양한 언어로 작성할 수 있어 개발자들에게 개발 편의성을 제공. VM 개발에 있어 직접 구현하기 어려운 인터페이스를 미리 구현하여 손쉽게 커스텀 VM을 개발할 수 있는 SDK인 HyperSDK가 올해 2월 출시되었으며, 메인넷 배포는 안정화 단계를 거쳐 이루어질 예정
- SpacesVM, TimestampVM, BlobVM: Ava Labs가 개발한 Proof-of-Concept 단계의 VM으로 EVM 외에도 Key-Value 스토리지 등을 도입한 VM도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며, 현재는 테스트넷에만 구현되어 있음
허가형/비허가형 구조를 통한 자산에 대한 통제권 혹은 탈중앙적인 보안 확보
서브넷은 특정한 밸리데이터만을 허가하는 허가형(permissioned) 구조와 누구나 밸리데이터로 참여할 수 있는 비허가형(permissionless) 구조를 채택할 수 있다.
허가형 서브넷의 경우 컨트롤 키를 가진 노드가 특정 주체만을 밸리데이터로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악의적인 공격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KYC/AML 등의 조건 충족 여부 확인을 통해 규제 요건을 준수할 수 있으며, 하드웨어 성능 등을 선별하여 성능 저하 또한 피해갈 수 있다. 이 경우 자산의 토큰화 주체인 기업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가 규제 변동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변경 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비허가형 서브넷 Elastic Subnet의 경우 누구나 아발란체 P체인에 서브넷 네이티브 토큰을 스테이킹하면 서브넷의 밸리데이터가 될 수 있다. 서브넷 구축 초기 단계에서 밸리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스테이킹 보상이라는 유인을 통해 보다 손쉽게 밸리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탈중앙적으로 보안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추후 EVM 서브넷에서도 활성화될 예정이다.
토크노믹스 측면에서도 높은 자유도 제공
서브넷은 네이티브 토큰의 종류부터 발행량, 수수료 기준, 밸리데이터 보상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토크노믹스 측면에서도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특히, 트랜잭션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필수적으로 AVAX 토큰을 수수료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C체인과 달리 서브넷에서는 자체 토큰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브넷 운영 주체는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규제 등의 이유로 토큰 발행을 꺼리는 기업의 경우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기업/규제 친화적인 환경이 제공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3-4. 네이티브 통신 프로토콜을 통한 단절된 생태계의 연결
아발란체의 목표대로 점차 더 많은 자산을 수용하게 될수록 자산 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브넷 간 빠르고 안전한 자산 전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존에는 이를 위해 서브넷 운영 주체가 자체적으로 브릿지를 구축하거나 제3자 브릿지 서비스를 사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개된 아발란체 네이티브 통신 프로토콜인 AWM (Avalanche Warp Messaging)을 통해서는 더 안전하고 빠르게 서브넷 간, 그리고 서브넷과 프라이머리 네트워크 간 자산 전송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메시지 전송에 기능이 제한되어 있지만, 상반기 내로 자산 전송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기존 브릿지 통신 방식, 출처: Avalanche
AWM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 서브넷 밸리데이터는 P체인에 BLS 퍼블릭 키를 등록한다 → 서브넷 A는 BLS 멀티 시그(BLS Multi-Signature)를 생성한다 → 서브넷 A는 서브넷 B로 BLS 다중 서명과 함께 메시지를 전송한다 → 서브넷 B는 P체인에서 서브넷 A 밸리데이터의 BLS 퍼블릭 키와 스테이킹 지분(weight)을 조회한다 → 서브넷 B는 특정 지분의 서명 여부(예: 70% 이상의 스테이킹 지분이 서명)를 확인하여 메시지의 유효성(validity)을 검증한다.
AWM 통신 방식, 출처: Avalanche
AWM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서브넷 밸리데이터는 프라이머리 네트워크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서브넷 스테이킹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P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브넷 B의 밸리데이터는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서브넷 A의 BLS 퍼블릭 키와 스테이킹 지분을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코스모스 생태계에서는 존(zone) 간 통신을 위해 AWM과 유사한 통신 프로토콜인 IBC (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Protocol)가 사용된다. AWM과 달리 IBC를 통한 메시지 검증 과정에는 각 존의 밸리데이터가 헤더를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헤더를 주고받지 않는 존 간 통신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발란체는 헤더 교환과 같은 번거로운 과정 없이도 즉각적인 서브넷 간 통신과 메시지 검증이 가능하다.
4. 이제 서브넷 생태계를 확장할 차례
아발란체는 세상의 모든 자산을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화하겠다는 비전과 함께 비전을 이루어줄 수단으로 서브넷을 내세웠으나, 현재 유의미한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서브넷은 디파이킹덤(DFK)이 유일하다. 한때 C체인에서 대량의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며 자체 서브넷(Swimmer Network)으로 이전한 크라바다마저 4월 24일 서브넷 운영 종료를 알렸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서브넷은 수많은 자산을 수용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 자산별 특성에 맞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커스텀 기능, 자산 간 안전하고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통신 프로토콜 등 비전 달성을 위한 기술적인 기반을 갖추었다. 이제 서브넷 생태계를 확장할 차례다. 다음 편에서는 전체적인 서브넷 생태계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생태계 확장을 위한 아발란체의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