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Agenda
1. 크라켄 스테이킹 서비스 금지로 포문을 연 SEC
2. 이번 규제는 이더리움의 증권성 논쟁과는 별개
3. 다음 타겟은 바이낸스의 BUSD
4. 더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
1. 크라켄 스테이킹 서비스 금지로 규제 포문을 연 SEC
지난 9일 SEC가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SEC가 ‘새로운 기술 및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2023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나온 첫 액션이다. 스테이킹(Staking)이란 주로 PoS 컨센서스를 활용하고 있는 블록체인 내에서 블록 생성 및 검증에 참여하기 위해 토큰을 예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예치자는 블록 생성에 대한 대가로 많게는 두자리수의 수익률에 해당하는 토큰을 지급 받는다. 문제는 개인이 직접 블록 생성을 하기 위해서는 노드를 운영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크라켄과 같은 거래소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블록 생성을 위한 노드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SEC는 이 서비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행위로 규정 짓고, $30M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결국 크라켄은 $30M의 벌금을 내고 SEC와 합의했으며, 합의 결과에 따라 미국 내에서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이로 인해 SEC가 스테이킹 기반 토큰에 증권성 잣대를 들이대며 업계 전반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불거졌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21,000 대로,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2. 이번 규제는 이더리움의 증권성 논쟁과는 별개
업계에서는 SEC의 스테이킹 서비스 규제가 궁극적으로는 PoS로 전환한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규정하고 규제하기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머지 업데이트 이후 SEC 의장 Gensler가 PoS 기반의 토큰들을 증권으로 볼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 점도 해당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이더리움의 증권성 논쟁과는 별개로 플랫폼 사업자의 스테이킹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쟁글 다이제스트 <크라켄 사태, 국내 거래소 스테이킹이었다면?> 참조>
공개된 보도에 따르면 SEC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스테이킹을 통해 제공받는 수익은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따른 순수 스테이킹 리워드가 아니라 크라켄이 불투명하게 운용하고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수동적 형태의 스테이킹
- 투자자가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자에게 토큰 제공 시, 토큰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플랫폼 자체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
- 이러한 서비스 제공 시 의무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크라켄의 재무 정보와 약속된 수익률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점
SEC 의장 Gary Gensler는 직접 유투브에 출연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스테이킹 서비스가 해당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언급하며 스테이킹 시 필요한 주요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것을 역설했다. 실제로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노드를 운영해 스테이킹을 하는 경우엔 이번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이더리움 자체에 대한 증권성 판단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스테이킹 서비스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미국 증권법 1933 Securities Act.에 따르면 증권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Howey Test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EC가 해석하는 증권에 대한 정의는 훨씬 광범위하며, 자산 뿐만 아니라 대출 서비스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 같은 경우 이익의 공유에 대한 증서, 예탁 증서 등과 같은 범주에 해당할 수 있어 보이며, 투자자를 대신해 가상자산을 예치(스테이킹)하는 행위 또한 증권성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 크라켄이 소송전을 포기하고 벌금으로 합의한 이유였을 것이다.
3. 다음 타겟은 바이낸스의 BUSD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시킨 SEC의 다음 타겟은 바이낸스의 BUSD로 보인다. SEC는 BUSD 발행사 Paxos에 미등록 증권 BUSD를 발행하고 유통했다는 명목으로 경고장 형태인 Wells Note를 전달했다. 해당 Notice에는 바이낸스와의 관계에 여러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관계를 종료를 명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규제 당국은 Circle로부터 BUSD가 충분한 담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제보를 받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Paxos는 공개 성명을 통해 BUSD가 미 증권법 상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나, 신규 BUSD 발행은 중단된 상황이다.
SEC의 크라켄 고소와 BUSD 규제 모두 증권성을 문제 삼았으나 그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크라켄 케이스의 경우 스테이킹 서비스의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반면, BUSD는 스테이블 코인 자체를 증권으로 간주했다. 과거 Gensler는 스테이블 코인을 증권으로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사례를 든 것은 아니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투자 계약 증권” 혹은 “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다만, 화폐와 1:1로 페깅되어 화폐처럼 사용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증권으로 보기엔 아직까지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우선은 단기적으로 BUSD에 초점을 둔 규제고, 신규 BUSD 발행이 당장 중단되고, 바이낸스와의 관계 청산을 요구 받은 만큼 바이낸스와 BSC 생태계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낸스 CEO CZ는 BUSD 시총이 $2.4B 가까이 감소하였음을 시인했다. 장기적으로는 증권으로 확실하게 규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증가하는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의 등록된 스테이블 코인을 제외하고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USDT와 같이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회사나, DAI, FRAX와 같은 탈중앙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또한 사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4. 더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
스테이킹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SEC의 연이은 규제는 향후 가상자산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거래소들이 제공하는 스테이킹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으며, 생태계 성장에 크게 기여한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유통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이처럼 해당 규제가 의미하는 바가 큰 만큼 더욱 명확한 가이드라인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EC 위원 중 하나인 Hester Peirce는 SEC 홈페이지 기고문을 통해 크라켄 스테이킹 서비스 규제를 비판했다. 그녀는 SEC가 지속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등록을 거절했기 때문에 크라켄 서비스의 증권 등록 자체가 불가능했음을 꼬집었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폐지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규제 방식인지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코인베이스 또한 <스테이킹 서비스는 증권이 아니다>는 기고문을 통해 SEC의 주장을 반박했다.
루나와 FTX 사태 이후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고객의 예치금을 리스크 높은 투자에 활용 혹은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규제 당국의 경각심이 높아진 부분은 일견 이해가 간다. 특히, 스테이킹과 같이 투자 상품의 성격을 갖는 경우 해당 서비스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운용되고, 그 자산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으며, 수익 발생 시 분배는 법적으로 보장되는지는 투명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SEC의 규제는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사전 가이드라인 혹은 개선 조치 명령 없이 일방적으로 서비스 폐지를 명하는 것은 건전한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스테이킹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한다. 국내 규제 당국 또한 위와 같은 SEC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며,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거래소들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단을 명하기 보다는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그리고 소비자 이익의 관점에 맞는 규제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