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며
2. 대세를 역행하는 솔라나, 이유는 솔라나의 비전에 있다
2-1.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모듈러(modular) 구조의 부상
2-2. 또 다른 대세, EVM호환성
2-3. 솔라나가 대세를 역행하는 이유? No.1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엔진으로 거듭나기 위함
3. 솔라나가 L1전쟁에서 이기는 방법, 육참골단(肉斬骨斷)
3-1. 구조적인 한계로 맞춤형 서비스(customizability)와 리소스 분배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
3-2. 대신 최고 수준의 확장성(scalability)과 결합성(composability)을 제공
3-3. 최근에는 모바일 사업을 통해 전세 역전 시도
3-4. 솔라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feat. 탈중앙화와 토크노믹스)
4. 맺으며
1. 들어가며
솔라나는 모듈러 구조, 샤딩(sharding), EVM호환성 등 흔히 블록체인의 성공 방정식으로 일컫는 요소들을 갖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L1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솔라나는 블록체인 중 실질적으로 TPS가 가장 높고 DAU 및 개발자 수 측면에서도 이더리움, 폴리곤에 이어 3위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아래 차트 참고). 어째서일까. 솔라나가 독자적인 길을 가는 이유, 핵심 기술력 및 경쟁력, L1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장기 전략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파헤쳐 보자.
2. 대세를 역행하는 솔라나, 이유는 솔라나의 비전에 있다
2-1.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모듈러(modular) 구조의 부상
블록체인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 디파이, 게임, NFT 등 컨텐츠 증가 → 시장 크기 및 인재 풀 증가 →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반복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2020년 defi summer, 2021 nft summer, P2E/메타버스의 사이클을 거치면서 블록스페이스 수요가 증가하였다. 한편, 비탈릭의 블록체인 트릴레마에 나와있듯이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은 확장성(scalability), 보안성, 그리고 탈중앙화를 모두 만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더리움의 경우 보안과 탈중앙화에 집중하고 확장성은 희생하는 구조를 띄고 있어 쏟아지는 트랜잭션을 따라가지 못하였다. 자연스레 블록체인 업계 내에서는 이더리움의 확장성 향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이더리움 진영에서는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롤업 중심의 로드맵, 즉 모놀리틱에서 모듈러 구조로 탈바꿈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모듈러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의 네 가지 역할(Execution, Settlement, Consensus, Data Availability)를 하나가 아닌 여러 블록체인에 분담하여 수행하는 구조로, 각 역할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더리움의 확장성 한계 개선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이더리움 진영의 비전에 맞춰 수많은 L2 프로젝트들이 지난 2년간 탄생하였으며 현 시점에는 모듈러 블록체인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물론 최근 앱토스와 수이로 인해 모놀리틱 구조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영지식 증명(zero knowledge proof)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롤업이 블록체인의 엔드 게임을 장식할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2-2. 또 다른 대세, EVM호환성
모듈러 블록체인과 함께 블록체인 시장을 뒤흔든 또 다른 내러티브가 있다면 바로 EVM호환성이다. EVM호환성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솔리디티로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블록체인별 TVL을 살펴보면 이더리움을 포함하여 BSC, 트론, 폴리곤, 아발란체, 아비트럼, 옵티미즘 등 EVM호환성을 구축한 블록체인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90%가 넘는다. 상위 10개 블록체인 중 솔라나를 제외한 9개의 블록체인이 EVM호환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총 개수로 치면 50여 개가 넘는 블록체인이 EVM호환성을 갖춘 상태이다. 이처럼 기타 블록체인들이 이더리움과 유사한 개발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이더리움이 압도적인 개발자 커뮤니티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EVM호환성을 갖춘 블록체인 리스트다.
2-3. 솔라나가 대세를 역행하는 이유? No.1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엔진으로 거듭나기 위함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대세는 모듈러 구조와 EVM호환성으로, 두 요소는 마치 블록체인 사업을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솔라나만큼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꿋꿋이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솔라나의 비전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솔라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보의 불균형 없이 누구나 동일한 시점에서 시장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NASDAQ급 속도를 갖춘 가격 발견 엔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솔라나 코파운더 Anatoly Yakovenko는 ‘빛의 속도로 합의를 이루는 글로벌 동기화된 상태 머신(global synchronized state machine with consensus at the speed of light)’을 구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샤딩 혹은 롤업을 이용한 모듈러 구조를 선택하게 된다면 state이 분리되기 때문에 아비트라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즉, 모듈러 구조는 솔라나의 장기적인 비전과 부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서로 HFT(High Frequency Trading)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STARK증명 기반 L2 솔루션은 state transition에 필요한 최종 거래 내역만 온체인으로 남기고 그 외 트레이딩 기록은 모두 오프체인으로 처리하되 트랜잭션의 유효성을 보장하는 STARK증명을 생성 및 L1에 기록한다. 해당 방식은 연산은 오프체인으로 처리하고 반드시 필요한 핵심 데이터만 블록체인에 기록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기는 하나,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1) 누군가는 철수와 영희가 진행했던 트레이딩 과정을 전부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으며 해당 기록 자체가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영지식 솔루션을 이용할 경우 해당 기록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2) STARK증명을 생성하고 트랜잭션 기록을 L1에 반영하는 과정 중 latency가 발생하기 때문에 state 업데이트가 느리다. 반면, 솔라나는 둘 사이에 빠르게 발생하는 microtransaction을 실시간으로 모두 연산 및 L1에 기록하고 400~600ms마다 슬롯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솔라나가 디파이에 최적화된 블록체인인 이유이기도 하다.
3. 솔라나가 L1전쟁에서 이기는 방법, 육참골단(肉斬骨斷)
솔라나는 개성이 확실한 만큼 장단점도 명확한 블록체인이다. 지금부터 솔라나의 장점과 한계를 살펴보고 나아가 솔라나가 어떠한 전략을 통해 L1전쟁에서 이기고자 하는지 파헤쳐 보자.
3-1. 구조적인 한계로 맞춤형 서비스(customizability)와 리소스 분배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
우선, 솔라나는 코스모스의 Tendermint BFT, SDK 혹은 아발란체 CLI, Subnet-EVM과 같이 자체 메인넷을 구축할 수 있는 개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솔라나는 dYdX, DFK, BMX와 같이 맞춤형 메인넷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싶어하는 기업 및 프로젝트들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개발 프레임워크 없이도 솔라나 기반의 자체 롤업 혹은 L2솔루션을 구축할 수는 있으며 실제로 Nitro 혹은 Eclipse와 같이 SVM(Sealevel Virtual Machine) 기반의 롤업을 구축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솔라나 사이드체인/L2는 1) 구축 과정이 어렵고 2) 코스모스 IBC와 같이 네이티브 브릿지도 지원하지 않으며 3) 아발란체, 폴카닷이 제공하는 보안 공유 매커니즘이 존재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타 모듈러 블록체인 대비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솔라나의 비효율적인 리소스 분배도 지적할만하다. 모놀리틱 블록체인의 특성상 솔라나는 앱 및 서비스들은 동일한 블록스페이스를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띈다. 솔라나가 최근 Local fee market(솔라나,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리포트 참고)을 도입하여 앱/서비스에 따라 가스비를 구별하였다고 해도, 그것과 별개로 web3 서비스를 런칭하려는 기업 혹은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블록스페이스에 대한 니즈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앱체인, 서브넷, 파라체인이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솔라나는 1) Stake-weighted QoS에 따라 프로젝트가 직접 $SOL을 스테이킹하거나 밸리데이터와 계약을 맺어 독자적인 블록스페이스를 할당 받는 방법이 있기는 하고 2) 확장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 리소스 경쟁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면, 2022년 초 기준 Internet Live Stats에 따르면 구글의 초당 서치 횟수는 약 99,000개로 집계되었으나 솔라나의 이론상 최대 TPS는 75만, 블록타임은 150ms로 알려져 있다).
3-2. 대신 높은 수준의 확장성(scalability)과 결합성(composability)을 제공
솔라나의 가장 큰 무기는 속도다. 솔라나는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확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여기서 확장성이란 처리량(throughput)과 지연 속도(latency)를 의미하며 처리량은 TPS, 지연 시간은 트랜젝션 요청부터 완결(finalization)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즉, 확장성 증가의 핵심은 신뢰와 비용을 희생하지 않은 채 처리량을 높이는 동시에 지연 속도를 낮추는 것인데, 현재 솔라나의 평균 처리량은 4,000 TPS, 블록 타임은 500ms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이더리움은 10~11 TPS, 블록타임은 약 12초로 크게 차이가 난다. 솔라나가 이토록 확장성이 높은 비결이 무엇일까.
솔라나는 유저들이 트랜잭션을 제출하면 그것을 전송하는 과정부터 밸리데이터끼리 합의를 이루고 블록을 생성하는 과정까지 모든 단계에서 최상의 속도를 발휘할 수 있도록 8가지 기술을 도입하였다. 솔라나에서 블록이 생성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으며, 지금부터 각 과정마다 어떠한 기술을 적용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솔라나 블록이 생성되는 과정: 유저들이 트랜잭션을 제출 -> 디앱이 sendTransacation HTTP API콜을 통해 트랜잭션을 RPC서버/밸리데이터에 전달 → RPC가 트랜잭션을 확인하고 UDP 패킷으로 변환 → 리더 스케줄을 확인한 뒤 트랜잭션을 차기 리더의 TPU(Transaction Processing Unit)로 전송 → 리더가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final state을 검증자들에게 전송 → 검증자들이 final state을 검증한 뒤 투표 결과를 리더에게 전송
Gulfstream: 제출된 트랜잭션을 빠르게 전송
사용자들이 솔라나에서 트랜잭션을 제출하면 RPC서버가 해당 트랜잭션을 UDP(User Datagram Protocol) 패킷으로 변환한 뒤 차기 리더 노드에게 곧바로 전송한다. 이러한 구조는 멤풀(mempool)을 사용하는 이더리움의 구조 대비 월등히 빠른데, 해당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솔라나의 리더 노드 순서가 사전에 결정되고 누구나 차기 리더 노드의 순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pre-deterministic). Gulfstream은 검증자들로 하여금 트랜잭션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메모리 과부하를 줄여주며, 리더를 빠르게 교체할 수 있게 해준다.
Sealevel: 트랜잭션을 병렬적으로 처리
트랜잭션이 리더의 TPU로 전송되면 리더는 트랜잭션을 실행하고 변경된 최종 state을 나머지 밸리데이터들에게 전파한다. 이때, EVM이나 WASM기반의 런타임은 싱글 쓰레드를 사용하여 트랜잭션 혹은 컨트랙트를 직렬적으로 실행하는 반면, SVM(Sealevel Virtual Machine)은 멀티 쓰레드 방식으로 검증자가 보유하고 있는 코어 수에 따라 트랜잭션을 병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솔라나 밸리데이터들이 HW의 성능에 따라 처리 속도가 결정되는 이유이다.
솔라나가 트랜잭션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솔라나 트랜잭션은 instruction 벡터가 있는데, 모든 instruction은 1) 프로그램ID, 2) 프로그램 instruction, 그리고 3) 읽거나 쓰고자(read/write) 하는 어카운트 목록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시 돌아와, 해당 instruction은 커널(Kernel)로 하여금 read/write 트랜잭션을 미리 분류하고 overlap되지 않는 트랜잭션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쓰레드를 이용하여 트랜잭션을 병렬적으로 처리도록 명령한다 (이때 사용되는 어카운트 데이터베이스가 Cloudbreak이다). 이를 위해서 SVM은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를 지원하는 CPU/GPU에서 사용이 가능한데, 솔라나 검증자 노드가 되기 위해서는 AVX(Advanced Vector Extension)가 탑재된 멀티 프로세서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ipelining: HW 사용 극대화
UDP패킷이 리더의 TPU로 전송되면 리더는 파이프라이닝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리더로 하여금 블록 검증 프로세스를 각기 다른 하드웨어 유닛(unit)이 실행하도록 분업화하여 모든 유닛을 쉬지 않고 항상 가동시킨다. 즉, 리더의 하드웨어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려 하드웨어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블록 검증 및 전파 속도를 향상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를 돌리는 것이 첫 번째 과정, 건조기를 돌리는 것이 두 번째, 빨래 개는 것이 세 번째 과정이라고 가정해보자. 파이프라이닝은 세탁이 끝난 첫 번째 빨래 더미를 건조기에 넣고 곧바로 두 번째 빨래 더미를 세탁기 안에 넣는 것과도 같다. 이후 건조가 끝난 빨래는 개고, 세탁이 끝난 더미는 건조기를 돌리고, 세 번째 더미를 세탁기 안에 넣는 과정을 쉬지 않고 반복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솔라나 리더는 커널에서 data fetching, GPU에서 sig verification, CPU에서 banking, 그리고 다시 커널에서 write 작업을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리더의 TPU가 밸리데이터들에게 블록을 전파할 때 쯤이면 리더는 이미 다음 UDP 패킷을 가져오고 처리하고 있다.
Turbine: 데이터 분배(data propagation) 속도 향상
리더는 트랜잭션 처리가 끝났으면 변경된 state에 대한 데이터를 밸리데이터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이때, 리더가 128MB 데이터(가상의 숫자)를 2,000명의 밸리데이터들에게 한 명씩 전송한다면 네트워크 대역폭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솔라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urbine이라는 기술을 도입하였는데, 비트토렌트와 유사한 해당 기술은 리더로 하여금 UDP패킷을 64KB로 쪼개 탑다운 방식으로 밸리데이터들에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28MB 크기의 블록일 경우 리더는 해당 블록을 2,000여 개의 64kb 패킷으로 쪼개 밸리데이터 1,2에게 전달하고, 이후 밸리데이터 1,2는 또다시 패킷을 밸리데이터 3,4,5,6에게 뿌리는 방식이다. 리더에게 패킷을 가장 먼저 전달 받는 밸리데이터들은 가장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SOL 스테이킹 비율이 가장 높은 노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상 전체가 아닌 소수의 노드만 악의적인 행동을 하거나 해킹 당해도 전체 네트워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솔라나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fanout 알고리즘을 통해 패킷을 (임의로) 매번 다른 루트로 보내도록 한다.
PoH+ TowerBFT: 합의 소요 시간 최소화
블록체인은 트랜잭션 순서와 최종 state에 대한 합의 및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존하는 블록체인들은 시간이 아닌 블록 높이(block height)를 통해 사건의 순서를 기록하고 있어 노드끼리 블록 생성에 대한 합의를 보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비트코인의 블록 타임은 10분, 이더리움의 경우 15초인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 솔라나의 블록 타임은 평균적으로 이더리움보다 25~30배 정도 빠른 500ms~600ms인데, 그 비결은 솔라나의 PoH (Proof of History)에 있다.
PoH는 SHA256 기반의 VDF(Verifiable Delay Function)를 이용하여 두 트랜잭션 사이의 시간이 경과하였음을 검증할 수 있는 기술로, 블록체인내 시간의 기준이 되는 동기화된 시계 (synchronized clock) 개념을 도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영희가 부산에 사는 철수에게 기차로 편지를 부쳤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기차는 중간에 수원, 대전, 대구를 경유한다. 이더리움 기차의 철도 조종사는 매 경유지마다 멈춰 자신이 현재 어느 지점에 있는 지 각 경유지 담당자에게 전화로 알려줘야 한다. 반면, 솔라나 기차의 철도 조종사는 경유지를 도착할 때마다 각 담당자들에게 전화할 필요 없이 몇 시 몇 분에 해당 도시에 도착했다는 것을 인증하는 도장 하나만 찍고 바로 출발한다. 이처럼 솔라나 기차는 시간 순서에 대한 합의를 전화가 아닌 도장 인증으로 대체하기에 이동 속도가 이더리움 기차 대비 월등히 빠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솔라나가 타 모듈러 블록체인 대비 결합성이 높은 것도 큰 장점이다. 솔라나 개발자들은 이미 출시된 서비스 및 커뮤니티 역량을 자신들이 개발하는 서비스에 쉽게 버무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초기에 부트스트래핑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아비트럼에 디앱을 출시하려는 이더리움 개발자가 스타크넷 위에 있는 서비스를 빌딩 블록으로 이용할 수 없듯 모듈러 블록체인은 프로토콜 및 개발자 커뮤니티가 파편화되어 있어 결합성이 떨어진다. 결합성은 특히 생태계 확장 속도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솔라나는 이러한 측면에서 더욱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3. 최근에는 모바일 사업을 통해 전세 역전 시도
최근 솔라나는 모바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여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한다. L1 중 최초로 데스크탑 중심의 크립토 시장에 모바일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도라고 판단되며,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은 ‘솔라나가 HW시장에 진출한 이유와 잠재적 영향은? (feat. 솔라나 폰)’ 리포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현재 Saga 사전 주문 대수는 6,700대에 불과하나,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판매량보다는 SMS(Solana Mobile Stack), Seed Vault, 그리고 Dapp Store로 인해 변화할 소비자 행동 패턴의 변화, 모바일 디앱의 UX/UI 개선, 그리고 모바일 컨텐츠의 확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솔라나 랩스는 12월 15일부터 개발자들에게 Saga를 분배하기 시작하였으며, 정식 출고 날짜는 올해 1분기로 결정되었다. 추가적으로, 솔라나 랩스는 1월부터 솔라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디앱 스토어 온보딩 지원서를 받기 시작했다.
3-4. 솔라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feat. 탈중앙화와 토크노믹스)
A. 솔라나는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다?
솔라나만큼 탈중앙화 논란이 많았던 블록체인이 있을까 싶다. 솔라나의 탈중앙화를 다루기에 앞서, 탈중앙화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블록체인에서 탈중앙화라는 개념은 1) 노드 수와 2) 포괄성(inclusivity)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노드 수는 해당 블록체인에 발생했던 트랜잭션에 대한 DB가 총 몇 개 있는 지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노드(DB)는 많을 수록 더 안전하고 탈중앙화되어 있다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천재지변이 발생하여도 DB 하나만 살아있으면 블록체인을 정상적으로 복제 및 정상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 가동 중인 솔라나 풀 노드 개수는 2,200~2,300개 사이로 전체 블록체인 중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카르다노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노드 수를 보유하고 있어 탈중앙화 수준이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나카모토 계수(Nakamoto Coefficient)이며 이는 쉽게 말해 네트워크를 공격하려면 상위 몇 개의 노드를 장악해야 하는 보여주는 지표이다. 솔라나의 나카모토 계수는 30으로 타 블록체인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
나카모토 계수는 탈중앙화의 두 번째 요소인 포괄성과 연결된다. 포괄성은 얼마나 쉽게 노드가 될 수 있는 지 나타내는 척도로,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비용이다. 노드 수와 달리 솔라나의 포괄성은 다소 아쉽다. 솔라나 밸리데이터가 되기 위한 초기 구축 비용 및 운영비가 타 블록체인 대비 높기 때문이다. 밸리데이터 사업을 하면서 BEP에 도달하려면 블록 보상이 1) 하드웨어 구축비 + 2) 스테이킹에 참여하기 위해 구매한 $SOL의 가치를 합한 금액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솔라나 밸리데이터는 순수익을 발생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가 매우 높은 편인데 (참고로, 2021년 말 $SOL 1개당 가격이 $150에 육박했을 때 밸리데이터 사업을 하기 위해선 약 $1M가 필요했다), 주 이유는 다음과 같다:
- Stake weighted QoS에 따라 블록 보상은 스테이킹 비율에 비례하기 때문에 스테이킹 비율이 너무 낮으면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스테이킹 비율이 높아야 한다.
- 솔라나는 블록 보상을 제외한 +a 수입인 트랜잭션 수수료가 낮을 뿐더러 그 중 50%는 소각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준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스테이킹 비율이 높아야 한다.
- 솔라나는 합의 과정에서 밸리데이터끼리 통신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도 네트워크 트랜잭션으로 잡는다(vote transaction). 즉, 밸리데이터로 참여하면 매 순간 소량의 $SOL이 고정비로 나간다는 뜻이다. 고정비는 n^2 대역폭으로 계산된다 (n개의 패킷을 n개의 노드들에게 전송해야 하기 때문).
- HW 요구 사항이 높다 (아래 그림 참고)
솔라나의 성능이 뛰어난 만큼 HW 셋업 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라 HW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렴해지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끝났다고 주장하나, AMD는 2022년 무어의 법칙이 2019년을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유효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B. 네트워크 활성도가 높아도 $SOL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트랜잭션 수수료가 너무 낮아 네트워크 활성도가 높아도 (트랜잭션이 많이 발생해도) $SOL 수요가 크게 증가지 않아 궁극적으로 $SOL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해당 주장은 일리가 있다. 솔라나 트랜잭션 수수료는 서명당 5,000 lamports (1 lamport = 0.0000000001 SOL)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라 1 $SOL만 보유하고 있어도 수만 개의 트랜잭션을 제출할 수 있다. 즉, 아무리 솔라나 네트워크를 자주 이용하는 사용자라도 $SOL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SOL 가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mass adoption: 수수료가 높으면 단기적으로 토큰 수요가 높을 수는 있으나,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네트워크를 이탈하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확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반면 수수료가 낮으면 단기적으로 토큰 수요가 낮을 수는 있으나,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 $SOL이 수억,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기축통화가 되면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도 등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스테이킹 수요: Stake weighted QoS에 의해 블록스페이스를 차지하기 위한 스테이킹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SOL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도 생길 것이다. 현재 스테이킹 비율은 71%로,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 마지막으로, 솔라나가 4Q22에 local fee market을 도입하여 사용자들에게 priority fee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였다는 점도 해당 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크게 될 것이다. 현재 fee bump 비율은 30% 남짓, 일일 fee bump는 약 40B lamports이지만, 향후 RPC노드 및 지갑에 priority fee 기능 지원 시 해당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4. 맺으며
솔라나는 빛의 속도로 합의를 이루는 글로벌 동기화된 상태 머신이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나가며 블록체인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솔라나는 탈중앙화 수준이 높고 모놀리틱 구조를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확장성이 가장 뛰어나다. 향후 multiple concurrent block producers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 시 확장성이 지금보다 몇 배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쩌면 솔라나는 샤딩이나 L2 없이도 기술적으로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최초로 해결하는 모놀리틱 블록체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솔라나가 L1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