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분석 ③] '테라·FTX'로 본 지속 불가능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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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택
Director/
Philosophia Ventures
2023.01.20

[Xangle Digest]

※해당 컨텐츠는 1월6일 외부에서 기발간 된 컨텐츠입니다. 컨텐츠에 대한 추가적인 주의사항은 본문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목차

1. 들어가면서 

2. 테라(루나) 사태 

3. FTX 사태 

4. 마무리 지으며 

 

 

 

1. 들어가면서

2022년 5월 7일, 그리고 11월 8일. 크립토 업계에서 충격적인 나날이었습니다. 시가총액 당시 4위였던 LUNA는 0원의 가치로 몰락했고, 세계 2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고객의 돈을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앞선 2편에 이어 우리는 이런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차분히 살펴보고, 이 사태를 통해서 얻을 교훈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 테라(루나) 사태

해치랩스 웹삼뽀 아티클 을 주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2_1. Overview

테라(루나) 사태는 2022년 5월 7일부터 5월 10일 사이까지, 테라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UST의 달러 패깅이 깨지고 루나의 가치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사건을 말합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2_2. 배경지식

UST의 가치가를 1달러에 고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리가 작동되어야 합니다. 

  1. 만약 UST>1달러이면, UST=1달러가 될 때까지 프로토콜은 LUNA를 통해 UST를 시장에 풀어서 가격을 내리고 회수된 LUNA는 소각됩니다. 
  2. 만약 UST<1달러라면, 프로토콜은 LUNA를 통해 UST를 시장에서 사 와서 UST=1달러가 될 때까지 가격을 올립니다(자세한 원리는 링크 참고). 

 

이 전략을 곱씹어 보면 UST의 가격 안정성은 LUNA의 시가총액에 의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LUNA로 UST를 사거나 찍어내면서 가격을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LUNA의 시가총액은 LUNA의 가격 그리고 발행량에 의존합니다.

앵커프로토콜은 UST를 맡기면 UST로 고정 이자 20%을 주는 대출 플랫폼입니다. UST 발행량 중 약 70%가 이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기존 유니스왑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는 동일 유동성 풀에 예치되어 있는 페어 토큰 간의 가치가 다르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지만, 커브는 달랐습니다. 서로 같은 가치를 가지는 토큰 끼리 교환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탈중앙화 거래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커브의 동일 풀에서는 1달러에 패깅된 DAI, 그리고 역시나 1달러에 패깅된 USDC끼리 교환된다는 가정이 있습니다.

이 프로토콜의 장점은 이렇게 가치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는 토큰끼리 교환할 때에 가격의 변화(슬리피지)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특정 구간을 벗어나게 되면 훨씬 가격 변화가 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태라 사태도 이 점이 악용되어 발생하였습니다.

스테이블 스왑(커브)과 유니스왑 가격 변화 그래프. 출처: 링크

위 그래프를 통해 특정 가격 범위를 벗어나면, 커브는 가격의 변화가 커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배경지식을 이해했다고 가정하고 사건을 시간 순으로 간단하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2_3. 루나 사태 발생 과정

2022년 5월 7일 토요일, 커브의 UST-3Pool이라는 곳에서 UST의 패깅 가격이 깨졌습니다. 3Pool은 3가지 종류의 토큰이 서로 교환 가능한 풀이라는 뜻입니다. 위에 적어놨다시피 특정 가격 이상으로 변화하면 커브에서는 가격이 급격히 변화합니다. 해당 풀은 UST, USDC, USDT의 자산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UST가 77%의 비율로 되어있어 1 UST의 가격이 약 0.98 달러로 하락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은 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었던 프로토콜 입니다. 이 프로토콜의 장점은 가격이 변하지 않는 코인 UST를 예치하면 고정 이자 20%를 준 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UST의 가격이 변하면 어떨까요? 만약 UST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으니 시장에서는 UST를 더 이상 앵커에 묶어둘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20억 달러어치의 UST가 앵커로부터 시장에 나왔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의 뱅크런은 5월 6일부터 서서히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UST 패깅이 깨진 직후인 5월 8일부터 급격히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 예치 현황. 출처: 링크 

 

루나 재단은 3Pool을 4Pool이라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3Pool에 있던 UST를 4Pool로 빼버렸습니다. 4Pool은 4개의 스테이블코인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가격 교환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쪽 풀로 옮기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공격자는 3Pool에 UST가 없는 것을 인지하고, 가격 조작을 시도해서 다시 UST는 0.97달러가 됩니다. 이 시기도 5월 7일에서 5월 8일로 넘어갈 때입니다.

탈중앙화 거래소의 UST 디페깅은 중앙화 거래소의 UST 디페깅을 가속시켰습니다. 공격자는 약 6억 5천만 달러의 UST를 바이낸스 등 중앙화 거래소에 대량 매도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UST의 가격을 다시 1달러에 맞추기 위해서 프로토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LUNA를 통해 UST를 다시 사 와야 합니다. 그렇지만 UST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 이 큰 충격을 흡수할 많은 LUNA가 필요합니다. 루나의 리더 권도는 여기서 LUNA를 더 많이 찍어서 UST의 가격을 어떻게든 맞추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이를 커뮤니티 1164 제안이라는 것을 통해 실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LUNA는 더 이상 가격을 회복하지 못해 5월 13일 이후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2_4. 누구의 잘못인가?

USD 가격. 출처: coinmarketcap

 

우선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급격한 뱅크런으로 프로토콜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변화량 이상의 UST 가격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그 원인으로 역설적이게도 엥커 프로토콜의 지나친 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UST의 수요 중 70%가 앵커에 의존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외환 시장의 경우, 예를 들어 한국 원화와 미국 달러라면 은행에 예치하는 것 말고도 수많은 니즈들이 있습니다. 이에 이를 사고판다고 해서 은행 이자가 바뀌거나, 일시에 원화나 달러를 매매할 일이 적습니다. 물론 특정한 이벤트들(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로 환율이 큰 폭으로 변할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수요로 인해 충격이 완화됩니다.

반면 UST의 수요는 거의 대부분 앵커 프로토콜에 몰려있었습니다. 따라서 앵커 프로토콜에 더 이상 맡길 니즈가 사라지면 일순간에 정말 많은 UST가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이 있었습니다.

커브 프로토콜은 특정 범위 이상으로 유동성 공급에 차이가 나면 가격이 많이 변합니다. 테라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커브 프로토콜의 이런 특성을 활용한 공격이 빈번했습니다.

사실 UST의 가격 담보의 상당 부분을 커브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UST <-> LUNA 관계는 단지 가격 차이가 벌어질 때에 개입하는 비상 장치였지, 평소에는 커브 때문에 가격이 유지됐다고 얘기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므로 사실상 테라는 자체 프로토콜 외에 외생적 변수에 의해서 충분히 가격이 조작될 수 있었던 플랫폼이었고, 그 플랫폼의 유동성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이번 사태를 낳았습니다.

LUNA 프로토콜은 만능이 아닙니다. LUNA <->UST 관계로 가격을 맞출 수 있긴 했지만, 그 수량은 LUNA의 시총, 즉 LUNA에 대한 수요를 기반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미 해당 물량 이상으로 시장에 LUNA를 유통하는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고, 그것을 LUNA 프로토콜 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으니 커브같은 다른 프로토콜의 가격 알고리즘에 의존하였습니다.

3Pool -> 4Pool로 마이그레이션 과정 중에 공격자에 의해 UST 가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에 빠졌던 이유 중 하나는 중앙화된 주체가 없어도 시장 논리에 의해 알아서 잘 돌아간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곱씹어 보면 중앙화된 루나 재단의 운영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습니다. 시스템을 믿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전히 사람을 믿고 있었던 셈입니다.

 

3. FTX 사태

코빗의 Alameda Research / FTX 유동성 사태 현황 보고서 를 참고하여 작성합니다.

3_1. Overview

FTX 사태는 2022년 11월 2일 코인데스크에서 FTX의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에서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FTX에 대한 불신이 커져 FTX가 파산한 사건입니다. 관련 배경지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알라메다와 FTX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Sam Bankman-Fried(이하 SBF)가 만든 트레이딩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 그리고 동일인이 만든 크립토 거래소 FTX는 창업자가 같다는 점 말고는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끈끈했습니다.

NYT 기사에 따르면 FTX의 고객자산으로 알라메다에 대출한 금액이 100억 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알라메다 리서치 장부 중 21.6억 달러가 FTX가 발행한 FTT 토큰 담보로 되어있었습니다.

심지어 코인데스크 기사 에 따르면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에서 트레이딩 할 때에는, 청산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를 줬다는 폭로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가 한 몸이라고 봤고, 알라메다의 부실이 그대로 FTX의 부실이 되어 고객의 돈은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3_2. FTX 사태 발생 과정

코인데스크 기사가 지적한 사실은 단순합니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장부가치 중 대부분의 자산이 FTT 담보였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알라메다 CEO가 아직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자산이 있고, 본인들의 재무는 건전하다고 트위터에 해명했습니다.

단순 의혹 제기인가 싶은 사건은 바이낸스의 오너인 CZ가 FTT를 매각하겠다는 트윗을 올리며 더 고조됐습니다. 바이낸스는 21억 달러 정도의 FTT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면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라메다 CEO가 CZ의 FTT를 개당 22 달러에 사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이는 더 시장에 큰 동요를 줬습니다. 알라메다의 FTT가 22 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죠.

CZ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사건은 더 파국으로 향합니다.

시장에서 FTT의 신뢰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결국 FTT는 11월 8일부로 알라메다 리서치가 지키고 싶어 했던 가격인 22 달러를 크게 하회했습니다.

알라메다와 FTX 간 관계를 의심한 시장은 FTX에 있던 자산을 빠르게 인출하기 시작하고 뱅크런이 발생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T뿐 아니라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하락하면서 알라메다/FTX의 장부 가치는 더 파국으로 향합니다.

FTT 가격. 출처: coinmarketcap

 

2022년 11월 9일, CZ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 의향서를 FTX에 전달했다고 트윗합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11월 10일, 바이낸스는 인수를 철회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이로써 FTX가 구원받을 마지막 카드까지 사라져버린 샘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각, SBF가 바하마에서 구속됐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엔론/테라노스 사태를 이은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시나리오로 이 사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_3. 무엇이 문제인가

이 사건의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 지적하기는 쉽습니다. SBF가 애매한 규제를 이용해 고객의 자산을 자기 돈처럼 사용하였고, 결국 모두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왜 SBF를 믿었는 가 입니다. MIT 등의 이력, 스탠포드대학 교수인 부모님들, 세콰이어/페러다임 등 상위(top tier)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성공적인 투자 경력 등 그 무엇도 결과적으로 그가 사기를 칠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하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 또한 적지 않습니다. 테라 사태 그리고 이 FTX 사태의 핵심 중 하나는 플라이휠(Flywheel) 모델이 결국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셀시우스의 구조. 출처: https://twitter.com/coryklippsten/status/1588591383933521920

 

Web3에서 플라이휠 구조란 토큰을 기반으로 담보를 맡겨, 그 대출로 더 많은 금액을 벌고 그리고 그 더 많은 금액만큼 추가로 신규 토큰을 발행해서 계속 몸집을 키우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구조는 1) 수익을 많이 내거나 2) 토큰의 가격이 올라가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큰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디레버리징(대출 비율을 낮추는 것)하지 않으면 토큰의 가격이 낮아질 때 연쇄적으로 부도가 납니다.

이 모델이 잘 돌아갈 때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무너지는 사상누각 같은 모델이 바로 이 토큰 발행을 기초로 한 플라이휠 모델입니다.

4. 마무리 지으며

이 두 사건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1) 오너리스크 2) 토큰 플라이휠 모델의 취약성이었습니다. 물론 서로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테라는 FTX보다는 조금 더 설계상의 문제가 부각됐던 사건입니다.

모두가 투명하게 보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web3 기술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누군가를 너무 믿었고, 감시를 게을리했습니다. 그 결과 이런 비극이 발생하였습니다. 앞으론 적어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를 믿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더 주목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2022-2023 분석 ③] '테라·FTX'로 본 지속 불가능한 구조'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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