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오라클, 웹3 골드러시 시대의 청바지
1.1. 오라클 문제와 오라클 비즈니스의 탄생
1.2. 오라클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본 구조
2. 디파이와 함께 성장한 오라클 비즈니스
2.1. 디파이 서머를 거치며 2021년 급격히 성장한 오라클
2.2. 레이어 1, 2 전쟁 속 숨은 승자, 오라클
2.3. 약세장에도 오라클 파트너쉽은 꾸준히 증가 중
3. 체인링크 독주 시장, 누가 왕좌에 도전할 것인가?
3.1. 선점 효과와 경쟁자의 몰락으로 오라클 시장을 독점 중인 체인링크
3.2. 앞으로도 유효할 “오라클 = 체인링크” 공식
3.3. 2등 플레이어의 자리는 누구가 차지할 것인가?
4. 오라클 비즈니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
4.1. 오라클 비즈니스의 리스크 요인
4.2. 그럼에도 오라클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부록) 개별 프로젝트 분석
1) 체인링크
2) 피스 네트워크
3) 밴드 프로토콜
1. 오라클, 웹3 골드러시 시대의 청바지
19세기 미국에서는 모두가 금을 찾아 떠나는 골드러시 시대에 틈새 시장을 공략해 대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바로 리바이스의 청바지이다. 당시 골드러시로 인해 많은 광부들이 광산을 찾았으나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바지가 마모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자 리바이스의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돛천으로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청바지를 만들어 판매했고, 그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리바이스는 이 시대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 청바지 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크립토 시장에서도 골드러시 시대의 청바지를 연상하게 하는 비즈니스가 존재한다. 바로 오라클 비즈니스이다. 오라클 비즈니스는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메인넷과 디앱들에 필요한 오프체인 데이터를 오라클 솔루션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다소 생소한 용어인 오라클은 무엇인지, 또한 오라클 비즈니스는 어떻게 성장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기 설명을 할 것이다. 또한 본 글에서는 오라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향후 오라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전망을 해보도록 하겠다.
1.1. 오라클 문제와 오라클 비즈니스의 탄생
오라클 문제
오라클이라는 용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오라클 문제는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2014년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블록체인은 그 자체적으로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가지지만 그로 인해 외부 데이터(오프체인 데이터)와 단절된다는 문제점을 말한다.
블록체인은 노드 혹은 검증인이 블록을 생산하고 검증을 거친 장부를 분산해서 저장한다. 그로 인해 블록체인 내부의 데이터는 높은 신뢰성과 무결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높은 신뢰성과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증이 되지 않는 오프체인 데이터를 받아들일 수 없는 고립 네트워크 성격이 강하다. 즉, 블록체인은 검증되지 않은, 혹은 중앙화 주체가 제공하는 오프체인 데이터와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블록체인에서 오프체인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한다면, 오프체인에서 중개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개인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중앙화된 중개인이 데이터를 제공할 때 중개인의 고의 혹은 실수로 오염된 오프체인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블록체인 데이터 전체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중개인은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SPOF)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월드컵 경기 결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베팅 디앱이 있으며, A는 한국이 포르투갈에 이긴다고 배팅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경우, A는 자신이 베팅에 대한 보상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중개인이 고의 혹은 실수로 경기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잘못 입력한다면, A는 보상을 얻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블록체인은 이미 저장된 기록에 대한 비가역적 특성 때문에 이미 잘못 분배된 보상을 롤백해서 되찾는 것은 중앙화 시스템에 비해 어려워진다.
이러한 오라클 문제로 인해 블록체인의 오프체인 데이터 사용이 제한되며, 그로 인해 본래 스마트 컨트랙트가 보유한 잠재성에 비해 활용도가 매우 떨어지게 된다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따라서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의 매스 어돕션에 있어서 큰 장애물로 평가된다.
오라클 비즈니스의 탄생
이러한 오라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된 것이 바로 블록체인 오라클(Blockchain Oracle)이다. 블록체인 오라클은 데이터 제공자, 웹 API, 결제 시스템 등의 다양한 오프체인 시스템과 블록체인 간의 신뢰 가능한 데이터 통신을 위해 형성된 미들웨어이다. 오라클은 직접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 소스 그 자체는 아니지만, 데이터 제공자와 데이터 수요자 사이에 하나의 레이어를 형성해 오프체인 데이터 소스를 쿼리, 검증 후 전달하는 릴레이 레이어 역할을 한다.
오라클 비즈니스는 2014년 체인링크가 설립되고, 2017년에는 ICO, 2019년부터 네트워크를 운영하면서 오라클 비즈니스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밴드 프로토콜, 피스 네트워크, DIA, FLUX 등의 오라클 솔루션이 출시되었으며, 추후 이야기할 디파이의 성장과 함께 오라클 비즈니스는 성장하여 현재는 블록체인에 있어 중요한 필수 인프라 비즈니스로 자리잡게 되었다.
1.2. 오라클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본 구조
오라클 비즈니스 모델
오라클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오라클 데이터 중개인이라는 점이다. 오라클은 오프체인의 제공자의 데이터 공급과 블록체인 내부에 있는 소비자들의 데이터 수요를 중개하여 전달한다. 이는 쉽게 말하면 유튜브의 컨텐츠 중개 모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유튜브는 컨텐츠 생산자의 컨텐츠를 온보딩을 하면 사용자들은 이러한 컨텐츠들을 소비한다. 오라클 또한 데이터 제공자들의 데이터를 온보딩하면 데이터 소비자인 디앱이 소비를 하는 형식인 것이다.
다만 오라클은 인프라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B2B 비즈니스의 형태를 띄고 있어 디앱 프로젝트들의 사용료 지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디앱 프로젝트는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 오라클 프로젝트의 토큰을 구매 후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따른다. 그리고 지불된 사용료는 유튜브와 같은 중앙화된 플랫폼이 아닌 노드와 데이터 제공자가 나눠가지는 구조이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디앱 프로젝트들이 자신의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하는가(파트너쉽 프로젝트 수)와 얼마나 많은 자산이 오라클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가(Total Value Secured, TVS)를 오라클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지표로 볼 수 있다.
오라클의 설계 구조: Third-Party Oracle vs. First-Party Oracle
현재 오라클의 대표적인 구조는 데이터 취합 및 전송 과정에 있어 제 3자의 개입 여부에 따라 써드파티 오라클(Third-Party Oracle)과 퍼스트파티 오라클(First-Party Oracle)로 구분된다.
먼저 써드파티 오라클은 중립적인 참여자인 제 3의 주체에 의해서 오프체인 데이터가 제공되는 오라클의 유형이다. 써드파티 오라클은 데이터의 집계 및 취합 과정 또한 다수의 노드가 참여함으로써 탈중앙성을 지킬 수 있다. 그로 인해 써드파티 오라클은 단일 실패지점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데이터 이해관계자(공급자, 소비자)로부터 자유로워져 중립성을 가진 데이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써드파티 오라클에도 제3자 노드를 거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또한 데이터 공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오라클 노드와 데이터 제공자가 나눠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지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퍼스트파티 오라클은 이러한 써드파티 오라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오라클 구조이다. 퍼스트파티 오라클은 제 3자의 개입 없이 데이터 제공자가 바로 소비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구조로, 써드파티 오라클에 비해 효율성 측면에서 더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수익 측면에서도 오라클 노드와의 수익 배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 제공자의 수익성이 향상되게 된다. 그러나 퍼스트파티 오라클은 효율성에 대한 Trade-off로 데이터 제공자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일례로 퍼스트파티 오라클은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제공자의 평판을 중요시하는데, FTX, 알라메다와 같이 데이터 제공자의 평판이 급락하는 경우에는 데이터의 신뢰도 자체가 함께 하락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현재 오라클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이 두 가지의 구조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체인링크, 밴드 프로토콜 등의 기성 오라클들이 주로 선택하고 있으며, 후자는 새롭게 등장한 피스 네트워크(Pyth Network), API3와 같은 신생 오라클들이 선택을 하고 있다.
2. 디파이의 성장과 함께 성장한 오라클 비즈니스
오라클이라는 개념은 2014년에 제시되었으나 거의 6년 동안은 실제 적용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을 비롯한 디앱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였으며, 디앱들은 오라클을 필요로 할만큼 고도화되지 않았어서 오라클 솔루션의 개발이 더뎠기 때문이다. 첫 오라클 솔루션인 체인링크는 2017년에 ICO를 진행했으며, 2019년에야 메인넷이 출시되었다. 그러나 2020년 디파이 서머로 인해 디앱, 특히 디파이가 크게 성장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가격 데이터 피드를 제공을 담당하는 오라클 비즈니스의 성장도 가속화되었다.
2.1. 2020년 디파이 서머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한 오라클
디파이는 2020년 디파이 서머를 거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9년부터 오라클 솔루션을 운영해오고 있었던 체인링크의 TVS(Total Value Secured)는 2019년 12월 $258M에서 2020년 12월 31일 $5.75B로 성장했으며, 2020년 9월 출시된 밴드 프로토콜의 TVS는 2020년 12월 31일에는 $382M까지 성장했다.
오라클 도입에 있어 특정 계기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 시기를 무렵으로 디파이 시장에서의 오라클 도입은 보편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디파이들의 경우에는 오라클 이슈를 겪으면서 점차 체인링크, 밴드 프로토콜 등의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하게 되었다. 일례로 자체 오라클을 사용하던 신세틱스에 2019년 6월 오라클 공격이 있었다. 해커는 sKRW의 데이터 제공자의 수가 불충분하며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sKRW의 오라클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상승시켰고 그로 인해 신세틱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시적으로 셧다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공격 이후 신세틱스는 자체 오라클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체인링크의 오라클을 적용하게 되었다.
2.2. 레이어 1, 2 전쟁 속 숨은 승자, 오라클
크립토 시장에게 2021년과 2022년 초는 과거 골드러시 시대를 방불케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이 시기를 통해 오라클 솔루션들은 TVS와 파트너쉽 수 등 규모 면에서 더욱 더 큰 성장을 보였다. 2021년부터 이더리움의 확장성 이슈로 BSC, 폴리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2021년 중순부터는 SOLUNAVAX(Solana, LUNA, Avalanche)와 FOAN(Fantom, Harmony, Cosmos, Near) 등의 레이어 1이 시장에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레이어 2에서도 아비트럼과 옵티미즘이 크게 주목 받았다.
레이어 1, 2들은 속칭 레이어 1, 2 전쟁(Layer 1, 2 WAR)이라는 이름으로 디앱 유치 경쟁을 벌였다. 레이어 1, 2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생태계 펀드를 출시했으며, 출시된 생태계 펀드는 자신의 생태계에 디앱을 온보딩하는 데 그랜트를 지급하거나 지원을 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리고 디앱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메인넷들의 지원을 선점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할 필요가 있었다.
오라클 솔루션들은 이러한 레이어 1, 2 전쟁에 편승하여, 온보딩되는 디앱의 가격 데이터에 대한 오라클 솔루션을 제공했다. 디앱들은 이러한 오라클 솔루션의 지원을 통해서 서비스를 온보딩 시킬 수 있었다. 주요 오라클들의 TVS 지표는 2021년 초 $6.3B에서 루나 사태 전에는 약 $74.3B를 기록해 1,0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오라클 비즈니스는 레이어 1, 2 전쟁의 숨은 승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DAI, USDD 등 단일 자산만을 취급하는 Maker와 Winklink는 지표에서 제외)
또한 2021년부터 루나 사태 전까지는 신생 오라클 프로젝트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신생 오라클들은 아직 오라클 솔루션이 제공 중이지 않는 체인에 오라클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독보적인 체인 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례로 피스 네트워크는 2021년 3월 출시되면서 무주공산이었던 솔라나 생태계의 디파이를 장악했다. 체인링크는 기존 EVM 기반 오라클의 연결에는 용이했으나, non-EVM인 WASM 기반 솔라나를 체인링크 생태계에 편입시키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다. 이러한 솔라나의 오라클 공백기에 피스 네트워크는 시카고 거래소(CBOE), FTX 등을 포함한 유명 퍼스트파티의 데이터 퀄리티와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솔라나의 디파이들을 점령했다. 이러한 솔라나 디파이 프로젝트들에 대한 공략을 통해 2021년 3월 출시 이후 $16M에 불과했던 피스의 TVS는 루나 사태 전까지 $1.6B까지 성장했다.
2.3. 약세장에도 오라클 파트너쉽은 꾸준히 증가 중
그러나 이후 루나 사태, 셀시우스•3AC 사태, 그리고 최근 FTX 사태 등 크립토 시장 전반에 대형 악재가 잇따르자 디파이 시장은 침체를 겪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고공행진을 해왔던 오라클의 디파이 TVS 또한 $70B에서 $10B로 약 85% 가까이 급감했다.
비록 오라클의 TVS는 매우 크게 위축되었으나 파트너쉽 프로젝트의 수의 증가를 봤을 때, 오라클 프로젝트들의 비즈니스는 여전히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체인링크는 여전히 탄탄한 가격 오라클 수요와 함께 신규 솔루션 VRF와 Automation를 기반으로 해서 2022년 2분기 1350개에서 3분기에 파트너쉽 프로젝트를 1600개 이상 확보했으며, 피스 네트워크 또한 높은 확장성을 강점으로 한 멀티체인 전략을 통해 5월 60개에 비해 11월에는 100개의 파트너쉽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그렇다면 전체 TVS는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오라클 솔루션은 파트너쉽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증가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오라클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이다. 오라클 비즈니스는 1) B2B 비즈니스이며, 디앱 입장에서는 2) 필수재에 가까운 솔루션이기 때문에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아무리 디앱들의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자체 오라클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켓이 전반적인 침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앱들의 수요는 굳건하기 때문에, 오라클들의 파트너쉽 프로젝트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체인링크 독주 시장, 누가 왕좌에 도전할 것인가?
현재 오라클 시장은 사실상 체인링크 독주라 말할 수 있다. 체인링크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연초 80% 수준에서 연말 90% 수준까지 상승했다. 루나, FTX 사태로 인해 전반적인 오라클 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했지만, 상대적으로는 선방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이다. 파트너쉽 프로젝트 수도 경쟁 프로토콜 대비 수십배나 많은 상황으로 한동안 체인링크가 마켓을 리딩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체인링크는 어떻게 독보적인 오라클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3.1. 선점 효과, 경쟁자의 몰락에 의해 오라클 시장을 독점 중인 체인링크
1) 이더리움 선점효과
체인링크는 비탈릭이 처음 오라클 문제를 제기 후 세르게이 나자로프, 스티브 엘리스 등에 의해 2014년에 설립되었다. 이렇게 초기에 설립되었던만큼 체인링크는 2017년에 ICO를 통해 약 $32M의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매우 이른 시기에 DON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사전에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이더리움 디앱에 빠르게 완성된 오라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한 체인링크의 초기 고객들의 성공도 체인링크의 선점효과를 높이는 데에 일조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AWS의 초기 고객인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등이 성공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것처럼, 이더리움의 대표적인 디파이인 Aave와 컴파운드 등의 고객들이 이더리움 내의 핵심 디앱으로 자리잡으면서 체인링크의 오라클 시장 내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체인링크는 사업 영역을 이더리움에서 그치지 않고, 2021년부터 불어온 멀티체인 내러티브로 인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EVM 메인넷의 스마트 컨트랙트 작동 방식이 이더리움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이더리움의 디앱들에 오라클 데이터를 제공해온 안정성을 바탕으로, 체인링크는 바이낸스, 폴리곤과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주요 EVM 메인넷 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었다. 밴드 프로토콜과 피스 등 경쟁사들도 EVM 메인넷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주요 메인넷 시장에서는 체인링크에 밀려 주요 메인넷에서는 일부 디앱에만 오라클 서비스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 2022년 경쟁 오라클들의 몰락
2022년을 시작하면서 체인링크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테라의 내부 오라클이었다. 테라의 내부 오라클은 20%의 이자율을 선보인 앵커 프로토콜을 통해 루나 사태 전까지 전체 오라클 시장 TVS의 23.6%를 차지했다. 그러나 테라 생태계가 루나 사태로 인해 몰락하면서(물론 오라클의 실패는 아니었지만), 내부 오라클은 전체 TVS에서 0.8%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체인링크에 이어 2등을 차지하고 있던 밴드 프로토콜도 테라 생태계가 몰락하면서 오라클을 지원했던 합성자산 프로토콜인 미러 프로토콜의 TVS가 빠져, 사태 직전 $2B에 달하던 TVS가 순식한에 약 $900M까지 하락하는 여파를 맞았다.
이후 체인링크의 강력한 경쟁자로 주목받은 퍼스트파티 오라클, 피스 네트워크도 FTX 사태로 인한 솔라나 생태계의 위축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한 때 $2B에 근접했던 TVS는 솔라나 디파이의 몰락으로 현재 $70M 근처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체인링크는 이미 선점한 이더리움을 바탕으로 주요 EVM 체인들의 오라클을 선점했으며, 타 메인넷을 위시한 후발주자들은 2022년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힘을 잃으면서 체인링크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3.2. 앞으로도 유효할 “오라클 = 체인링크” 공식
이처럼 사실상 체인링크가 점령 중인 오라클 시장의 구도는 앞으로도 체인링크의 독주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로는 1) 높은 탈중앙화 수준과 누적된 경험, 2) 주요 메인넷 시장에 갖춰진 오라클 데이터 공급망이라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1) 높은 탈중앙화 수준과 누적된 경험
체인링크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히 구축해온 높은 탈중앙화 수준와 누적된 경험이다. 오라클 솔루션의 탈중앙화 수준이 높을수록 디앱들은 제공받는 오라클 데이터의 탈중앙성과 연속성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으며, 경험이 누적된 오라클 솔루션일수록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체인링크의 탈중앙화 수준에 대해 살펴보면, 체인링크는 현재 다른 오라클 솔루션에 비해 가장 많은 노드와 데이터 제공자 수를 자랑하고 있다. 체인링크는 노드 오퍼레이터와 데이터 제공자에게 데이터 수수료로 전달받는 LINK 이외에도 별도의 LINK를 지급하여 부트스트래핑에 성공을 했으며, 그로 인해 체인링크가 처음 노드 수를 공개한 2020년 4분기에만 벌써 139개의 노드를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2021년에는 디파이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늘어난 오라클 수요로 인해 노드 수는 꾸준히 상승하게 되었고, 현재는 약 1,000개에 가까운 노드 수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 1,000개의 노드들은 일부 중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각기 다른 데이터 제공자들의 오라클 데이터를 받아오고 있다.
또한 체인링크는 점차 PoS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전환을 통해 네트워크의 탈중앙성과 안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체인링크는 2022년 12월 스테이킹 v0.1 도입을 통해 ETH/USD 가격 데이터에 대한 노드에 대해 시범적으로 PoS 방식을 도입했으며, 추후 점차 많은 가격 데이터에 대한 PoS 방식 도입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에 반해 경쟁사들의 탈중앙화 수준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점유율 2위의 밴드 프로토콜은 2020년에 코스모스 SDK 기반의 밴드체인을 출시했음에도 아직 확보한 노드 수는 72개에 불과하다. 또 다른 경쟁자인 피스 네트워크도 퍼스트 파티 오라클의 탈중앙화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 제공자 수는 현재 75개로 아직 체인링크의 데이터 제공자 생태계에 비해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체인링크의 누적된 경험 또한 체인링크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체인링크는 네트워크를 출시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오라클 데이터에서 사고를 경험하지 않은 바 있다. 피스 네트워크는 출시 초기 수차례 사고가 발생한 것에 반해, 체인링크는 Aave, 컴파운드, 프랙스(Frax) 등 TVS 규모가 큰 디파이에서도 무리 없이 오라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체인링크는 수 년 간의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디앱에 가격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22년 9월 열린 체인링크의 스마트콘(SmartCon)에서는 빌드(Build)와 스케일(Scale) 프로그램을 출시하면서, 오라클에 대한 비용을 메인넷에서 지원하거나 유망 디앱들의 토큰으로 충당하게 함으로써 디앱들의 오라클 사용료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2) 주요 메인넷 시장에 갖춰진 오라클 데이터 공급망
체인링크는 오라클 데이터를 개별 디앱들의 수요에 맞춰 제공하는 대신, 타겟 메인넷 시장에서 디앱들이 자유롭게 오라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Integration) 과정을 거친다. 이 통합 과정은 체인링크 네트워크와 메인넷을 연결을 시작으로, 두 네트워크 사이에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매핑하고, 테스팅과 디버깅을 거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통합 과정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수 개월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 번 통합 과정을 거친 메인넷의 경우에는 디앱들이 따로 체인링크와의 연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데이터 피드와 같은 체인링크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체인링크는 2019년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해서, 바이낸스, 아발란체 등 주요 EVM 레이어 1들과의 통합을 완료했으며, 폴리곤, 아비트럼, 옵티미즘 등 주요 레이어 2들과도 통합을 마친 바 있다. 이러한 통합 과정을 바탕으로 주요 EVM 메인넷에서 존재하는 디앱들은 LINK 토큰을 지불만 하면 자유롭게 오라클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디앱 단에서 오라클 데이터 연결 과정이 필요한 타 경쟁사들 대비 고객들의 접근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체인링크의 LINK 토큰은 EVM 기반의 ERC-677 토큰이기 때문에 아직 WASM 기반의 메인넷에서는 솔라나를 제외하고는 통합이 지원되지 않아 WASM 메인넷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다소 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2022년 테라, 솔라나와 같은 WASM 메인넷들의 몰락과 위축으로 2023년에는 EVM 메인넷들의 주도권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이미 주요 EVM 메인넷에 통합을 마친 체인링크의 점유율을 한동안은 다른 오라클들이 뺏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높은 탈중앙화 수준과 누적된 경험, 그리고 주요 메인넷 시장에 갖춰진 오라클 공급망을 바탕으로 체인링크는 향후에도 오라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체인링크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웹2와 기관들과의 협력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체인링크는 코인베이스와 NFT Floor Price 데이터에 대한 협업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탐앤탐스 커피와 파트너쉽을 체결하는 등 다수의 전통 기업들이 선택한 오라클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체인링크의 독주 체제는 한동안 굳건할 것으로 보이며, “오라클 = 체인링크”라는 공식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3.3. 2등 플레이어의 자리는 누구가 차지할 것인가?
이렇게 체인링크가 오라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체인링크가 모든 오라클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고 예측되지는 않고 있다. 체인링크의 시장 독점 시, 체인링크 자체가 거대한 단일 실패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인링크에서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오라클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체인링크를 대신할 수 있는 경쟁자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필자는 오라클 시장의 2등 플레이어는 피스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피스가 장악해왔던 솔라나 디파이가 2022년에 FTX 사태로 인해 매우 위축된 상황이다. 그러나 피스의 높은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 방식과 멀티체인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피스는 오라클 시장에서 2등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과 멀티체인 확장성을 통해 2등 플레이어 자리를 노리는 피스 네트워크
먼저 피스는 퍼스트파티 오라클로서 체인링크에 비해서 데이터의 전송 방식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체인링크는 특정 기준 이상의 가격 변동이 감지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요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오프체인에서 데이터를 집계해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오프체인 집계 및 Push 방식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더리움과 같이 가스비가 비싼 체인에서는 전송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데이터가 오프체인에서 집계되기 때문에 온체인으로 전송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 즉각적으로 가격 데이터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디앱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피스는 온체인 집계 및 On demand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온체인에서 집계를 하며 소비자가 데이터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집계 및 전송 방식의 높은 효율성으로 인해 피스는 최근 이더리움 기반의 신세틱스 Perps 거래에 오라클 데이터를 지원에 성공하는 등 그동안 체인링크가 독점 중이었던 EVM 메인넷에서도 금융 데이터 전문 오라클로써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음으로는 피스는 멀티체인 확장성이 매우 높다는 강점이 있다. 피스는 솔라나 코드 베이스 기반의 자체 네트워크인 피스넷(Pythnet)을 구축하여 솔라나에서의 온체인 집계 외에도 별도로 가격 데이터를 집계한다. 그리고 집계된 데이터는 웜홀(Wormhole) 브릿지를 통해서 타 네트워크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체인링크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 개월의 통합 과정을 거쳐야되는 것에 비해, 피스는 피스넷과 웜홀을 통해서 디앱에게 오라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통합이 끝난 네트워크에서는 체인링크에 비해 비교우위가 낮을 수 있지만, 신생 메인넷 시장에 있어서는 오히려 피스가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스는 이러한 높은 확장성을 바탕으로 하여, 2022년 최대 기대주 중 하나인 앱토스의 디파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에 성공했다. 2023년에는 또 하나의 기대주인 수이(Sui)에 있어서도 피스의 빠른 멀티체인 확장 능력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EVM에서는 체인링크가 여전한 강세를 보일 것이지만, 그 외의 신생 메인넷 생태계에 있어서는 피스의 선전을 기대해볼만 하다.
다만 피스가 체인링크를 완전히 넘어서서 오라클 시장에서 1등이 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에 있어 가장 큰 이유로는, 피스의 퍼스트파티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있다. 피스는 그동안 유명 퍼스트파티를 통해 데이터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이는 다른 말로는 높은 퍼스트파티 의존도를 가지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피스는 FTX 사태 전까지도 FTX, 알라메다 리서치가 퍼스트파티로 참여해 오라클 데이터를 제공해왔다. FTX, 알라메다 리서치 등 평판이 높았던 퍼스트파티들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사례에서 봤을 때, 피스 네트워크의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피스의 멀티체인 데이터 제공 방식에서 웜홀을 사용하는 점 또한 피스가 가진 리스크로 보인다. 웜홀은 일전에 해킹을 당한 이력이 있으며 브릿지 시스템 자체에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피스의 멀티체인 데이터 전송에 있어 웜홀이 또다른 단일 실패지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에도 피스가 오라클 시장에서 금융 특화 디파이에서는 일부 파이를 가져올 가능성은 있지만, 체인링크라는 오라클 제국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틈새 시장 공략과 기술적 우위 측면에서 애매한 포지션의 밴드 프로토콜
그렇다면 현재 오라클 시장의 점유율 2위인 밴드 프로토콜이 2등 플레이어로 남을 가능성은 어떠할까?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피스 네트워크와 같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기술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밴드 프로토콜은 이 두 가지에서 모두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밴드 프로토콜은 체인링크와 사업 영역과 타겟 시장이 모두 중복되고 있다. 사업 영역에 있어서는 밴드 프로토콜은 체인링크와 같이 범용성 높은 오라클 데이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밴드는 체인링크의 VRF 시장 진출에 뒤이어 밴드 VRF를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에 있어서 체인링크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타겟 시장 또한 이미 체인링크가 차지하고 있는 EVM 메인넷들을 선택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체인링크와 같은 써드파티 오라클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할 기술적 우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밴드 프로토콜은 체인링크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지도 않으며, 효율성, 확장성 등 기술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스와 같이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오라클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
4.1. 오라클 비즈니스의 리스크 요인
1) 토큰으로의 가치 획득(Value Capture) 문제
우선 토크노믹스 관점에서 오라클 솔루션에서 발생하는 매출(가치)이 토큰 홀더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는 ‘토큰 가치 획득’ 이슈가 있다.
일례로, 오라클의 선두주자인 체인링크를 들 수 있다. 체인링크는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하는 디앱들로부터 사용수수료로 LINK 토큰을 지불 받는다. 문제는 해당 LINK가 토큰 홀더가 아닌 노드 및 데이터 제공자들에게 전부 귀속된다는 점이다. 노드 및 데이터 제공자들에게는 사용 수수료로 디앱으로부터 받은 LINK 뿐만 아니라 체인링크가 보유하고 있는 LINK가 추가로 보상으로 제공된다. 운영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해당 LINK 물량은 곧바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고,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기에 LINK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홀더 입장에서는 보유 유인이 적으며, LINK 가격은 근본적으로 장기 하향 추세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인링크에서는 스테이킹 제도(수요 증대)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아직 v0.1 단계로 ETH/USD 페어에만 적용이 완료된 상황이다.
LINK 토큰 가격 하락은 솔루션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이슈가 될 수 있다. LINK를 인센티브로 받는 데이터 제공자 및 노드들의 참여 동기를 떨어뜨리면, 데이터의 정확성과 오라클의 탈중앙화가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피스와 같은 오라클 솔루션들은 토큰을 출시하기 전으로, 토크노믹스에 해당 문제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 메인넷, 디앱의 자체 오라클 사용으로 인한 고객 이탈 가능성
메인넷과 디앱 입장에서는 초기 구축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차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것처럼, 오라클 시장 또한 메인넷 혹은 디앱 단에서 자체 오라클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디앱 단에서 자체 오라클로 TWAP(Time-Weight-Average-Price, 시간 가중 평균가격)이 사용했으나, 추후 메인넷 단에서 자체 오라클 서비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바이낸스에서는 2022년 10월 바이낸스 오라클을 발표하면서 추후 BNB 체인 내에 있는 10개의 디앱들에 오라클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낸스 오라클은 선점효과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오라클 시장의 특성 상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바이낸스가 만약에 디앱들의 오라클 부담 비용을 경감시켜주는 방식으로 BNB 디앱들의 사용을 장려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면, 오라클 솔루션들 입장에서는 점유율을 일부 뺏길 가능성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4.2. 그럼에도 오라클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위와 같은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오라클 시장은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오라클의 미래는 여전히 밝으며, 오라클 시장은 향후에도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1) 아직도 웹3 골드러시는 본격화되지 않았으며, 2) 아직 지원 중인 오라클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두 가지의 이유에 대해서 논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아직도 본격화되지 않은 웹3 골드러시
다수의 리서처들은 웹3 이용자 수가 2000년대 초기 인터넷 이용자 수의 성장과 유사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웹3 이용자 수의 증가 추이가 추후 인터넷 이용자 수 증가 추이와 유사하게 이루어질 경우, 2030년에는 4배, 2045년에는 7배에 가까운 성장이 기대된다. 이러한 높은 웹3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오라클 시장 또한 웹3 시장과 동반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또한 한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하루에 약 수백, 수천 건의 데이터 리퀘스트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크립토 이용자 또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수십, 수백 건의 오라클 데이터를 요청할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따라서 오라클 시장의 성장률은 웹3의 성장률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활용 데이터는 아직도 빙산의 일각일 뿐인 오라클 시장
현재 활용하고 있는 오라클은 아직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점도 오라클 시장의 전망을 밝혀주는 이유이다. 현재 오라클 데이터는 디파이의 금융자산 데이터, 그 중에서도 크립토 자산 가격 데이터와 일부 외화 가격 데이터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웹3 시장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오프체인 데이터들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켓은 디파이 시장이다. 디파이는 이미 활용 중인 크립토 자산 가격 데이터 외에도 원자재, 주식, 채권 등 수많은 전통 금융자산 데이터가 활용이 가능하다. 비록 현재는 규제의 불확실성에 막혀 데이터의 수요가 존재하지 않고 있으나,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디파이에서도 전통 금융자산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외에서 STO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추세로 보아, 수 년 안에 오라클 솔루션을 활용한 STO 자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FT와 게이밍 시장에서도 오라클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체인링크와 코인베이스의 NFT Floor Price 협업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며, 추후 NFT 가격 오라클, 게임파이 등에서도 오라클의 사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 보험, 예측시장 등 오라클 시장은 수없이 많은 활용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웹3는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앞으로 더욱 더 다양한 오라클 데이터를 필요로 할 것이며, 오라클 시장은 다양한 오라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록) 개별 프로젝트 분석
부록 1) 체인링크: 블록체인 계의 AWS를 꿈꾼다
체인링크의 구조
체인링크는 대표적인 써드파티 오라클 중에 하나로, 탈중앙화 오라클 노드(Decentralized Oracle Nodes, DON)들로 구성되어 있다. 노드라는 용어 때문에 체인링크 또한 블록체인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체인링크는 블록체인과는 구조가 다르다. 체인링크는 하나의 블록체인이 아닌 소규모 의사결정 전담기구인 DON 위원회(Committee)의 집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때 각각의 DON 위원회는 BTC 가격, ETH 가격과 같은 개별 합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다. 오프체인 데이터는 데이터 제공자를 통해 DON으로 전송되며, DON에게 전송된 데이터들은 바로 온체인 어그리게이터에 전송되거나, OCR* 리더에 의해 취합 후 그 중 중간값을 블록체인에 전송한다.
* OCR은 Off-Chain Reporting의 줄임말로, 노드들의 가스 비용 및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1월에 도입되었다. OCR은 오프체인에서 리더를 선정 후 리더가 취합한 가격의 중간값을 보내는 노드 내의 클라이언트 기능을 말한다.
데이터 소비자들은 데이터 사용료로 체인링크의 토큰인 LINK를 지불한다. LINK 토큰은 ERC-20과 스마트 컨트랙트 함수가 결합된 ERC-677 토큰으로, 디앱이 LINK를 통해 결제 시 자동으로 transferAndCall 함수를 불러와 오라클 컨트랙트를 실행한다. 이렇게 실행된 오라클 컨트랙트는 오프체인으로 데이터 리퀘스트를 보내며, 데이터 리퀘스트를 받은 오라클 노드는 오프체인 데이터를 전송 후 LINK 토큰을 받는다.
* ERC-677은 체인링크에서 개발한 토큰 스탠다드로, 기존 ERC-20에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 함수를 삽입해 특정 트랜잭션 발생 시 자동으로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가 실행되는 토큰을 말한다.
Trust-Minimized Network 제국을 건설하려는 체인링크
체인링크의 창업자 세르게이 나자로프는 뱅크리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라클을 데이터 제공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신뢰 최소화(Trust-Minimized)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네트워크라고 정의했다. 이는 체인링크가 생각하는 오라클의 영역은 오프체인 데이터 전달뿐만 아니라 오프체인 연산, 크로스체인 통신 등으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또한 체인링크는 이러한 오라클의 영역을 소규모의 DON 위원회들이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탈중앙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체인링크의 철학과 DON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여, 체인링크는 오프체인 연산을 통한 난수 생성 솔루션 VRF와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화 솔루션 Automation, 리저브 감시 솔루션 PoR(Proof-of-Reserve) 등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 VRF는 데이터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 노드에서 제공하고 있으나, 그 외 솔루션들에서는 모두 각 솔루션을 담당하는 DON 위원회가 존재한다. 또한 체인링크는 추후 크로스체인 통신 솔루션 CCIP(Cross-Chain Interoperability Protocol)과 시퀀서 탈중앙화 솔루션 FSS(Fair Sequencing Service)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체인링크는 이렇게 다양한 솔루션 제공을 통해서 오라클 프로젝트를 너머 거대한 Trust-Minimized Network 제국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 피스 네트워크: 금융 전문 데이터로 체인링크의 틈새 시장을 노린다
피스 네트워크는 데이터 제공자와 데이터 수요자, 그리고 위임인 세 명의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먼저 퍼블리셔(Publisher)는 데이터 소비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피스 네트워크는 퍼블리셔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PYTH 토큰을 스테이킹을 하는 SFA(Stake-For-Access) 모델을 따르고 있다. 만약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 스테이킹을 한 PYTH는 슬래쉬(Slash)를 당하게 된다. 데이터 소비자(Consumer) 역할은 주로 오프체인 데이터가 필요한 디앱들이 맡고 있다. 피스에서는 데이터 소비자가 데이터 피드를 이용하기 위해 따로 수수료를 지불하지는 않으나, 잘못된 데이터 업데이트에 대한 보험료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위임인(Delegator)**은 PYTH 토큰을 특정 데이터 공급자에게 스테이킹해 데이터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스테이킹된 PYTH가 많을수록 데이터 제공자의 피드가 데이터 집계 매커니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PYTH 토큰이 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퍼블리셔의 평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직 퍼블리셔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추후 PYTH 토큰이 발행된 후에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 밴드 프로토콜: 체인링크를 뒷따라가는 후발주자
밴드 프로토콜은 또 하나의 대표적인 써드파티 오라클로, 자체 블록체인인 밴드체인(BandChain)을 통해서 오라클 데이터를 데이터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밴드 프로토콜은 네 종류의 참여자에 의해 구성된다. 먼저 데이터 제공자는 밴드 체인에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리고 밴드체인의 노드 검증인은 데이터 제공자가 제공한 오라클 데이터를 검증하며, 검증과 블록 생성 보상으로 BAND 토큰을 받는다. 검증된 오라클 데이터는 밴드체인에서 활동하는 오라클 스크립트 개발자에 의해서 오라클 컨트랙트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오라클 스크립트 개발자는 오라클 사용 수수료를 얻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라클 스크립트는 데이터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
밴드 프로토콜의 특징은 오라클 스크립트의 가격 집계 및 선정 방식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의 중간값(Median)을 선정하는 체인링크와 신뢰구간을 설정하는 피스와는 달리, 밴드 프로토콜은 디앱의 수요에 따라서 오라클 스크립트 개발자가 가격 집계 및 선정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도 체인링크가 이미 선점한 오라클 시장을 반전시킬만한 장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향후 체인링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후발주자로써 확실한 기술적, 비용적 우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https://blog.chain.link/what-is-the-blockchain-oracle-problem/
https://betterprogramming.pub/what-is-blockchain-oracle-ce2ad4a46c08
https://www.blockchain-council.org/blockchain/blockchain-oracle-a-deep-dive/
https://blog.ethereum.org/2014/07/22/ethereum-and-oracles
https://members.delphidigital.io/reports/the-oracle-of-pyth
https://medium.com/despread-creative/디스프레드-리포트-피스-네트워크-신규-오라클의-사활을-건-시장-침투-4301489428e4
https://members.delphidigital.io/reports/the-oracle-report-of-delphi
https://oracle.binance.com/do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