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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2, 2022

셀시우스∙3AC∙블록파이 사태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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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시우스∙3AC∙블록파이 사태 총정리

목차

1. 사건의 발단: 루나 생태계의 붕괴

2. 셀시우스∙3AC∙블록파이: 뭐하는 곳들인가?

3. 셀시우스∙3AC∙블록파이 유동성 사태의 전개

4. 셀시우스∙3AC∙블록파이, 세 회사의 각기 다른 대응

5.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인된 씨파이의 민낯

6. 서브프라임 모기지와의 유사성

7. 규제도입 가속화와 리스크 관리 중요성 대두

 

1. 사건의 발단: 루나 생태계의 붕괴

이번 3AC (Three Arrow Capital), 셀시우스, 블록파이의 유동성 부족 사태는 크립토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수십조원을 운용했던 VC (3AC),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했던 씨파이(CeFi) 렌딩 업체(셀시우스, 블록파이) 들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청산 작업은 시장에 연쇄 하락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수년간 아무 문제 없이 운영해온 업체들이 갑작스럽게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사건의 발단이 루나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봤다. 루나 사태가 터지기 전 3AC와 셀시우스는 LUNA와 UST에 큰 규모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LUNA 및 UST에 노출된 금액은 각각 약 $700M, $500M에 달했다. 해당 규모의 포지션이 단 며칠만에 99% 사라지고, 이에 영향을 받은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30% 이상 급락하자 유동성이 말랐다. 그 결과,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에 빠지게 된 것이다.

2. 셀시우스∙3AC∙블록파이: 도대체 뭐하는 곳들인가?

루나 사태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급락은 위 업체들에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LUNA 포지션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도 영향을 미쳤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인해 디폴트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3AC, 셀시우스, 블록파이는 고객이 대출 혹은 예치한 자산을 위험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투자를 해왔으며, 디파이 등을 활용해 레버리지 포지션을 구축하는 등으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해당 방식은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장일 때 이익을 극대화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나,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며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일으켰다.

셀시우스, 씨파이, 씨파이 이자율
<출처: Wall Street Journal>

위 그래프는 CeFi 업체들이 제공하는 이자율을 나타낸다. 대표 씨파이 업체인 셀시우스, 블록파이 등은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8%까지의 수익을 고객에게 약속해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러한 수익을 약속할 수 있게 했던 수익 구조는 무엇일까?

셀시우스 3ac 블록파이 비즈니스 모델 비교

셀시우스, 3AC, 블록파이 세 곳 모두 근본적으로는 고객들로부터 예치한 자산을 자체적으로 운용 (대출 혹은 투자 등)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대출이자 혹은 운용수수료)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한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셀시우스는 주로 디파이 프로토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를 중점으로 하는 한편, 3AC는 자체 VC 투자, GBTC 투자 등 투자 수단이 다양화된 편이다. 특히 3AC의 경우 솔라나, 루나, 아발란체, 폴카닷 등 대형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자로 명성을 높여왔으며, VC 부문에서 큰 수익을 창출했다. 이러한 입지를 바탕으로 블록파이와 같은 씨파이 렌딩업체들로부터 대출의 형태로 추가 유동성을 제공받기도 하였다. 블록파이는 셀시우스와 마찬가지로 고객 예치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올리는 씨파이 렌딩업체인데 기관 투자자금을 유치한다는 점, 디파이 보다는 OTC 마켓에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3. 셀시우스∙3AC∙블록파이 유동성 사태의 전개

그렇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앞서 얘기했듯이 사건의 시발점은 LUNA-UST의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 사건은 전반적인 크립토 시장의 하락과 맞물려 유동성 리스크를 불러오게 되었다. 세부 전개 과정은 각 업체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셀시우스 3ac 블록파이 사태

3.1. 셀시우스

앞서 설명한 대로 주로 디파이 등을 활용해 자금을 운용하던 셀시우스는 전방위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포지션이 구축된 상태였다. 대표적으로는 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앵커에 261k ETH(당시 $500m 상당)를 예치한 포지션이 있다. 루나 사태 당시 셀시우스는 다행히도 서둘러 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61k ETH 중 225k ETH에 달하는 물량을 되찾은 것이 온체인 지표상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나머지 36k ETH도 회수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LUNA 말고도 다른 투자처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22년 6월 초, Dirty Bubble Media는 셀시우스가 지난 해 스테이크하운드에서 계정 프라이빗키를 분실해 35k ETH를 피해를 입었으며 올해 초 뱃저다오 해킹 사태로 인해 $22M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셀시우스 측에서는 처음에는 손해를 부인했으나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블록체인 애널리틱스 회사 Arkham 리서치에 따르면 셀시우스가 DeFi 투자를 통해 입은 손해는 약 $350M에 달한다고 한다. 캐나다 연기금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기업 가치가 $3.25B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인 씨파이 업체였으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수면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급락에 따라 셀시우스가 담보로 제공한 wBTC, stETH의 담보가치가 하락하며 청산 리스크까지 부각되기 시작했다. 아래 차트에서 확인 가능하듯이 BTC 가격이 급락했던 5월 11일과 6월 12일 CDP Ratio(담보 대비 부채 비율)가 150%까지 하락했다. (청산 비율은 145%) 따라서, Aave, Maker 등 렌딩 프로토콜에 예치한 wBTC, stETH 가치가 청산가격에 근접하며 고객들이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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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6월, 청산가에 근접했던 셀시우스의 WBTC 담보, 출처: DefiExplore>

문제는 보유 자산 중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셀시우스는 1M ETH 이상의 부채 중에서 32%는 이더리움 2.0 스테이킹에, 또 44%는 Lido에 스테이킹하고 받은 stETH를 Aave 등 렌딩프로토콜에 예치했다. 따라서 유동화가 가능했던 ETH 물량은 268k ETH에 불과했다. 결국 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셀시우스는 6월 13일 입출금 서비스를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후 7월 초에 셀시우스는 Maker에 남아있던 $210M 규모의 DAI 부채를 모두 상환했으며, Aave와 Compound에 있는 부채도 상당수 상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셀시우스를 둘러싼 파산 위기설은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때마다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3.2. 3AC

3AC는 자신있던 비즈니스 모델인 크립토 직접 투자 실패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루나 사태 발생 전, 3AC는 약 $700M 규모의 LUNA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2월, LFG(Luna Foundation Guard)로부터 $200M 규모의 LUNA를 구매했다. 또한 3AC는 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몇 주 전에도 $500M 상당의 BTC를 LUNA와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루나 사태가 발생하자 3AC가 보유한 $700M 규모의 LUNA는 전부 가치가 0에 수렴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정확한 포지션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3AC는 크립토 하락장이 오기 직전에도 대부분의 자산을 크립토 자산으로, 그 것도 레버리지 포지션으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하락장의 여파를 그대로 맞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루나를 포함해 크립토 투자 실패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자, 3AC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주요 보유자산인 stETH와 GBTC를 대량으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 중 stETH 매도는 온체인 트랜잭션 거래에서 확인이 되었는데 3AC는 약 80k stETH를 Aave에서 인출했으며, Curve를 통해 약 38.9k stETH를 5~6% 할인된 가격에서 판매했다. 그러자, 3AC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이렇게 stETH를 급하게 투매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또한 3AC의 대표 Zhu Su가 투자했던 크립토 자산에 대한 트윗을 전부 삭제하고 공동 창업자인 카일 데이비스가 3일간 트위터에서 활동하지 않으면서 이 루머는 더욱 증폭되었다. 이후 Zhu Su가 이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트윗을 올리며 3AC의 유동성 리스크는 더이상 루머가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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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Zhu Su 트윗>

3.3. 블록파이

3AC가 유동성 부족 사태로 인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그동안 3AC에 대출을 제공한 CeFi 업체와 거래소 등의 기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가 바로 블록파이다. 블록파이는 셀시우스와 같은 씨파이 렌딩 플랫폼이지만, OTC 마켓 거래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헤지펀드 등 고객사의 리스크를 함께 지고 있었다.

블록파이는 고객의 자금 인출 요구에 100% 응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언론에 자신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으나,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상태다. 코인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블록파이가 3AC에 대출해준 규모는 $1B 규모이며 약 30%가 초과담보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1.3B의 담보의 2/3은 BTC로 3AC가 상환하지 못하자 즉시 청산을 했다고 언급했다. 나머지 $400M은 GBTC로 블록파이가 GBTC 청산을 위해 매도를 시작하자, 한때 GBTC 디스카운트율은 -34%를 기록하기도 했다. GBTC 가격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아 현재도 -3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블록파이, 블록파이 사태
<5월과 6월, 루나 사태와 셀시우스∙3AC 사태로 디스카운트가 심화된 GBTC, 출처: Coinglass>

4. 셀시우스, 3AC, 블록파이, 세 회사의 각기 다른 대응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은 세 곳이 각각 달랐다. 셀시우스는 Defi 프로토콜에 추가 담보를 입금하고, 일부 대출의 경우 상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청산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블록파이는 담보 자산들을 청산하고, FTX로부터 대출을 받아 유동성을 긴급 수혈했다. 반면, 3AC는 사실상 대응을 포기하고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 온체인에 공개된 각 기관들의 보유 자산과 최근 공개된 뉴스 플로우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중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4.1. 셀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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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공개된 블록체인 애널리틱스 업체 Arkham의 리서치에 따르면 셀시우스가 청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750M에 달하는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7월 12일 현재 Zapper에서 확인된 셀시우스 지갑에는 약 $1.3B 규모의 자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 중 27%의 자산($355.8M)은 이더리움 2.0 스테이킹에 묶여있어 당장 유동화가 불가능한 자금이다. 그리고 약 41%($654M)의 자산은 아베와 컴파운드에 담보로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셀시우스 자금 현황, 셀시우스 사태, 셀시우스 현황

셀시우스가 아베, 컴파운드 등 디파이 렌딩에서 담보를 맡기고 대출한 총 부채는 $122M 규모이다. 이 중 Maker에 담보로 맡긴 WBTC는 5월 12일과 6월 12일 한때 담보비율이 150%에 근접하며 청산비율 (145%) 근처까지 하락했다. 이에 셀시우스는 청산을 막기 위해 7월 4일과 7월 7일 각각 $120m과 $92M을 갚아 메이커에서의 포지션은 모두 정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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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정리한 메이커에서의 셀시우스의 포지션, 출처: Defiexplore>

이후 대부분의 담보를 stETH와 WBTC로 맡긴 Aave와 Compound에서도 일부 포지션을 정리해서 담보가치가 대출 대비 각각 629%, 401%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현재 셀시우스의 DeFi 렌딩 프로토콜에서의 청산 리스크는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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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렌딩 프로토콜 상환에 소진된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온체인 상에서 공개되지 않은 대출 혹은 투자 규모가 얼마인지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30일 FTX가 셀시우스의 대차대조표에 약 $2B 규모의 구멍을 이유로 셀시우스 구제금융 논의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는 더블록 보도는 디폴트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4.2. 3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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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AC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산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Zapper의 온체인 데이터 따르면, 3AC는 추적 가능한 지갑에서 거의 모든 디파이 포지션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Zapper에서 나타난 3AC의 총 크립토 자산은 7월 12일 현재 $77.8M 규모이며 토큰 대부분이 ETH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3AC의 자산이 너무도 초라하다는 것이다. AUM이 한때 최대 $30B에 달했던 운용 자산 규모도 무색하게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은 $80M 언저리뿐만 남았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보이저 캐피털 등 채권자에게 더이상 대출금을 상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보이저 캐피털에 상환해야할 금액은 각각 $670M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 외에도 FTX, 비트맥스 등의 채권자 그룹에게도 상환해야할 대출금이 남아있어 사실상 파산 상태로 보인다. 3AC도 이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뉴욕 연방법원에서도 파산 신청이 된 상태이다. 또한 현재는 3AC의 설립자인 Zhu Su와 카일 데이비스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보도되고 있다.

4.3. 블록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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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파이는 디파이 프로토콜을 활용하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셀시우스, 3AC와 달리 대부분의 자산이 온체인 상에 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블록파이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블록파이는 6월 14일에 이번 손실로 인해 전체 임직원의 2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블록파이는 6월 16일에 CEO인 잭 프린스의 트위터를 통해 $400M 규모의 주요 고객(3AC)의 담보 자산을 청산했음을 밝혔다. 6월 21일에는 FTX에게 $250M을 신용 한도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계약으로 인해 FTX에 헐값에 인수되는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고 있다. 블록파이의 현재 시장에서의 평가는 매우 박한 상황이다. 블록파이는 지난 해 투자 라운드에서 $3B의 가치를 인정 받았던 것이 무색하게 최근 $500M도 되지 않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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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잭 프린스의 트윗>

4.4. 전염되고 있는 유동성 리스크

그렇다면 향후 시장 영향은 어떠할까? 셀시우스와 블록파이는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온체인 지표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했을 때, 3AC는 이미 파산 상태로 간주하는 것이 맞다. 3AC의 파산으로 인해 그동안 3AC에 대출을 해줬던 기관들의 유동성 리스크도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AC 대출 포지션이 공개된 보이저 디지털의 경우, 7월 4일 파산 신청을 한 상태이다. 그 외에도 DCG(Digital Currency Group)의 마켓 메이커이자 렌딩 플랫폼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CEO인 마이클 모로의 트윗을 통해 손실을 인정했다. 아직 손실이 밝혀진 기관은 보이저 디지털, 제네시스 트레이딩, 그리고 블록파이 뿐이지만, 3AC에 대출을 진행했던 기관들은 아직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추가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3AC가 그동안 진행했던 크립토 벤처 투자 프로젝트들도 이 사태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3AC가 토큰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진행했으나 이제 이 토큰들이 법원의 청산 과정을 거칠 것이기 때문에 매도 압박이 거세져 토큰의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인된 씨파이의 민낯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책임은 디파이에 있는 것일까? 디파이는 머니레고를 손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책임의 소재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는 디파이 머니레고 자체가 아니라 씨파이의 과도한 욕망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

디파이 머니레고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를 개인이 한다면,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투자의 손실은 개인의 책임 하에서 마무리된다. 또한 디파이 렌딩의 경우, 초과담보와 청산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디폴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즉, 개인이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더라도 초과담보와 청산 시스템을 통해 손실의 여파는 개인에서 머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사용자는 자신의 욕망과 청산의 적정선에서 투자를 해야한다는 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씨파이의 차이점은 씨파이의 유동성의 원천은 씨파이 기관의 자금이 아닌, 고객의 예치금이라는 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씨파이는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줘야하는 채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채무관계는 초과담보와 청산 시스템이 아닌 기관의 신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씨파이 기관의 파산은 단지 하나의 기관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즉, 씨파이 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디파이 머니레고를 한다면 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씨파이는 자금 운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 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디파이 씨파이, 씨파이, 디파이 씨파이 차이

따라서 이번 사태는 씨파이의 민낯을 드러낸 사태이며, 씨파이의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사태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루나 사태이기도 하며, 디파이 머니레고의 환경이 투기에 너무 용이하기 때문에 디파이에서도 레버리지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6.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의 공통점

크립토 머니레고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혁신’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VC 투자, 디파이 머니레고 등을 통한 크립토 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자산 대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니즈에 맞춰 탄생했다. 2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또한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혹은 보험회사와 같은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투자 상품들은 각각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와 금융공학이라는 혁신적이면서도 새로운 기술에 기반하여 설계되고 투자자에게 제공되었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에서 발생했고 또 반복되게 된다. 2000년대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은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대출을 허가하고, 이를 부채담보부증권(CDO)로 유동화 시킨 후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을 거쳐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2007년 3월 그 규모는 $1.3T에 달했다. 이후 주택경기 둔화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멈추고, 금리 인상으로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번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15년 가량 지난 오늘날 크립토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 금융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규제를 받지 않는 크립토 세상에서 씨파이 렌딩과 디파이 프로토콜 들은 크립토 투자자가 손쉽게 대출을 받고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이에 디파이의 상징적 지표인 TVL(Total Locked Value)은 $180B을 초과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크립토 VC부터 개인투자자들까지 다양한 렌딩, 스테이킹 서비스들을 이용했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것처럼, 2022년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과 긴축은 크립토 시장에서 쌓아올린 머니레고를 하나둘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디파이 TVL, 디파이 TVL 차트

7. 규제 도입 가속화와 리스크 관리 중요성 대두

셀시우스, 3AC, 블록파이 사태는 지난 루나 때와 마찬가지로 규제 당국의 개입을 가속화하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분별한 대출과 투자로 인해 부채 위기에 빠진 나머지 입출금 금지 및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였으며, 운영 주체가 명확한 씨파이 및 VC에 대한 규제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향성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도권 금융회사가 받는 규제 수준을 향할 것이며 1) 위험투자 제한, 2) 내부 리스크 통제 강화 등이 거론될 것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도입된 볼커룰은 앞으로 도입될 규제와 관련해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그 때와 현재 사건에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Citi($22.1B 손실), JP Morgan Chase($10.7B 손실) 등 막대한 위험 투자 손실을 기록한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오늘날 무분별한 투자 포지션으로 위기에 빠지고, 고객 자산에 대한 상환 및 입출금을 중단한 CeFi 업체들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2008년 미국 주요 금융회사 위험투자이익 및 당기순이익

이러한 대형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볼커룰은 위험투자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은행 및 비은행금융회사의 자기자본 거래, 헤지펀드 및 PEF 투자 등의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구축하는 것을 담고 있다. 물론, 대형 금융회사에 적용하고 있는 규제 수준을 크립토 업계에 곧바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SEC 의장 Gary Gensler, 유럽은행 총재 Largard가 크립토 렌딩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만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크립토 업계 내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높은 레버리지 포지션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DeFi 프로토콜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거버넌스 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Maker는 Aave에서 담보 없이 DAI를 발행할 수 있는 모듈인 DAI Deposit Module(D3M)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셀시우스가 보유한 stETH가 청산될 경우 DAI 상환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례 없는 Fed의 양적긴축 사이클을 겪는 오늘날 크립토를 비롯한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레버리지 포지션이 역으로 작용하여 디레버리징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현실성 없는 수익률을 제공했던 씨파이 업체들과 하이리스크 투자를 행해온 VC들이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셀시우스, 3AC, 블록파이 사태는 방만했던 투자와 리스크 관리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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