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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3, 2022

한국 가상자산 시장 리포트: ①거래소

[Xangle Originals]

작성자: Trace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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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머리말

2. 특금법 도입으로 재편된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3. 압도적 거래대금 1위 업비트, 주목받는 Layer 1

     3-1. 편리한 UI/UX와 신규 고객 유치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업비트

     3-2. 섹터별 거래량에서는 Layer 1이 앞서는 상황

4. 특금법 이후 변화된 한국 거래소 포트폴리오

     4-1. 글로벌 거래소 대비 아직 상장된 토큰 수가 적은 한국 거래소

     4-2. 금융당국 신고를 위한 무더기 상장폐지

     4-3. 상폐 제로, 코빗의 보수적인 상장 행보

     4-4. 주목받는 디파이와 P2E 섹터

5. 여전한 한국 프로젝트의 존재감

     5-1. 알트코인이 답이다, 높은 알트코인 거래비중

     5-2. 전체 거래량 중 20% 차지하고 있는 한국 프로젝트

     5-3. 부실코인 상장 논란은 진행 중

6. 글로벌 시장의 추세에 역행하는 한국 거래소

     6-1. 해외를 타깃하는 프로젝트 vs 국내에 집중하는 거래소

     6-2. 토큰 상장 추세는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와는 디커플링 되는 모습

     6-3. DEX 대비 현저하게 높은 한국의 CEX 거래량

7. 맺음말

 

1. 머리말

2017년, 튤립 파동에 비견되는 가상자산 열풍의 중심에는 한국이 있었다. 물론 2018년 초 시작된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잠시 주춤했던 적도 있었으나, 2020년 다시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어 현재까지도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거래 규모도 2020년 2분기 약 100조 원에서 2021년 2분기 1,500조 원으로 크게 상승하였다. 작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약 11조 원으로 거래대금만 비교했을 때 코넥스(74억 원)를 넘어 코스닥(11조 원)과 맞먹는 위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한국은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시장 거래대금 중 한국 거래소 거래대금 비중은 2022년 1분기 기준 약 5%에 달하며, 가상자산 시장 거래대금 규모를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비트코인 거래량의 경우 한국(3.7%)은 미국(84.4%), 일본(6.9%)에 이은 3위로 (출처: 코인힐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쟁글은 2020년 11월에 이어 2022년 5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을 거래대금 중심으로 다시 한번 분석했다.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과 트래블룰 도입으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는 만큼 현재 시장이 성장과 퇴보를 결정지을 변곡점에 서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021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의 국내 4대 거래소 거래대금 분석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와는 다소 구별되는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 현황을 살펴볼 예정이며, 이후 시리즈에서 한국 가상자산 시장 규제와 대표적인 한국 프로젝트를 다뤄볼 것이다.

2. 특금법 도입으로 굳어진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체제

2021년 9월, 특금법 시행으로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의 업체가 원화거래 지원을 중단하면서,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으로 대표되는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체제로 굳어지게 되었다.

국내 63개의 가상자산 거래소 중 29곳만이 개정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쳤으며, 이 중 원화마켓(한국 KRW으로 거래되는 시장) 거래소 신고요건인 은행 실명계좌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모두 갖춘 단 4곳 만이 원화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고팍스가 전북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통해 원화마켓 오픈했지만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거래대금을 확보한 상황은 아니다.

코인마켓 거래소 (BTC/ETH 등 페어로 토큰이 거래되는 거래소)는 원화마켓 거래소와 비교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의 경우 사실상 사업을 지속하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발간한 ‘2021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2021년 하반기 기준 원화마켓 일거래금액은 10.7조 원으로 전체의 95%이며, 코인마켓 일거래금액은 거래규모인 5%인 0.6조 원 수준으로 원화마켓 거래대금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거래소의 특성상 거래대금은 매출과 직결된 이슈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코인마켓을 지원하는 거래소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으나,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한국 4대 거래소 실적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든 측면에서 크게 성장하였다. 원화로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는 법적으로 과점적 위치를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이들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코빗은 작년 업비트, 빗썸, 코인원 모두가 흑자 기조를 확대할 동안 27억 원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2021년 기준 95%가 넘는 가상자산이 업비트와 빗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후발주자로 꼽히는 코빗의 거래량 확보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3. 압도적 거래대금 1위 업비트, 주목받는 Layer 1

3-1. 편리한 UI/UX와 신규 고객 유치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업비트

특금법의 도입으로 4대 거래소 체제가 굳어졌던 2021년, 한국 가상자산 시장 내 거래대금 점유율이 크게 변동했다. 2019년까지 빗썸이 독주했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2020년 6월부터 9월 기준 빗썸이 거래대금에서 업비트를 살짝 앞서며 두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을 양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21년은 달랐다. 업비트가 전체 거래대금 중 7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업비트 독주체제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업비트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1) 편리한 UI/UX, 2) 타 거래소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원화 거래 수수료, 3) 2020년 6월 케이뱅크와의 제휴를 통한 신규 고객 유치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주식 투자 앱 ‘증권플러스’를 지난 수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저가 원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발 빠르게 도입하여 타 거래소 대비 편리한 UI/UX를 구축할 수 있었다.

업비트의 성장은 해당 거래소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의 실적 변화에서도 알 수 있었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와의 제휴 이후 1년 새 폭발적인 규모의 고객을 유치했는데, 2020년 말 219만 명이던 케이뱅크 신규 고객은 11개월만에 480만 명 이상 증가해 2021년 12월 기준 700만 명을 기록했다.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고객 수가 3배 이상 늘었으며, 2020년 약 460억 정도였던 케이뱅크의 순이자손익이 2021년 약 1,980억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힘입어 케이뱅크는 2021년 2분기 출범 4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현재의 한국 가상자산 시장 내 거래대금 점유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비트의 국내 점유율은 2021년 기준 75%가 넘으며, 한국 가상자산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2개 또는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가상자산 산업 이슈 중 거래소 독과점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향후 후발 주자가 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거래소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3-2. 섹터별 거래량에서는 Layer 1이 앞서는 상황

국내 거래소에는 어떤 섹터의 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쟁글은 상장된 프로젝트의 섹터를 Layer 1, Layer 2, 디파이, P2E/NFT/메타버스, Web 3.0, 기타 총 6가지로 나누었다. 해당 섹터에 포함되는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 Layer 1: BTC, ETH, SOL, KLAY 등
  • Layer 2: MATIC, RON, LRC, BOBA 등
  • 디파이: AAVE, COMP, SNX, SRM 등
  • P2E/NFT/메타버스: AXS, MANA, SAND, WEMIX 등
  • Web 3.0: BTT, GRT, FIL, THETA 등
  • 기타: DOGE, XRP, MVL, ASM 등

이 분류로 한국 거래소에 상장된 프로젝트의 거래량을 살펴보았으며, 한국 거래소에서는 모든 분기 Layer 1 관련 프로젝트 거래량이 가장 높았다.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TOP 100에도 Layer 1 프로젝트가 다수 포진해 있는데, 한국 역시 해외와 비슷하게 시가총액이 높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항상 상위 종목에 포함됨을 알 수 있었다. 한편, 2022년 1분기 Web 3.0 거래량이 매우 높았는데, 이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지속된 상황에서 업비트 거래소에서 BTT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글로벌 시장 대비 한국 시장에서 리플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플은 거래량 TOP 5 안에 매 분기마다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전체 거래대금 대비 리플의 거래 비중은 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전체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리플이 차지하는 거래대금 비중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해당 토큰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특금법 이후 변화된 한국 거래소 포트폴리오

4-1. 글로벌 거래소 대비 아직 상장된 토큰 수가 적은 한국 거래소

앞에서 살펴보았듯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대금 규모 측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은 3위로 유의미한 시장 규모 형성하고 있다. 2021년 9월 1일 코인마켓캡 기준 업비트는 약 11조 원(24시간 거래량)의 거래량을 보여주며 전체 거래소 398개 중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거래소는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500+개의 토큰 상장)와 후오비 글로벌 (400+개의 토큰 상장)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약 200개 정도의 토큰 거래를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2. 금융당국 신고를 위한 무더기 상장폐지

한국 거래소는 지난 9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토큰을 무더기로 상장폐지했다. 원화마켓 거래소로 신고하기 위해서는 은행 실명계좌가 필요한데, 은행연합회 측이 상장된 토큰이 많은 거래소는 자금 세탁이 높은 거래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인데스크가 조사한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의 코인 상장 현황 전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개월간 한국 4대 거래소에 상장된 토큰 거래 쌍은 476개에서 749개로 약 57% 증가했다. 거래 가능한 토큰 수가 많을수록 사용자 유치에 유리하기 때문에 4대 거래소 누적 가입자 수와 거래대금도 해당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 4대 거래소의 토큰 거래 쌍은 지난 6월부터 줄고 있다. 거래소는 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이전 많은 토큰을 상장폐지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2021년 2분기에 지난 5분기 동안 가장 많은 25개의 토큰이 상장폐지되었다.

4-3. 상폐 제로, 코빗의 보수적인 상장 행보

2021년 동안 거래소별 상장폐지 토큰 수를 살펴보면 업비트가 가장 많은 수의 토큰을 상장폐지시켰으며, 그 뒤를 빗썸과 코인원이 따랐다. 한편 거래소들의 유의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기조와 정반대 되는 행보를 보여준 코빗도 있다. 코빗은 2021년 동안 상장 폐지된 토큰이 전무하며, 이는 코빗이 타 거래소 대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현재 코빗에서 거래 가능한 토큰 수는 약 101개로 타 거래소 대비 약 50%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 가능 토큰 개수가 거래소의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코빗의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타 거래소 대비 적은 수준이나, 지난 2021년 상장폐지를 단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처로 부상하고 있다.

4-4. 주목받는 디파이와 P2E 섹터

특금법으로 인해 지난 2분기와 3분기 많은 토큰이 상장폐지되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거래소의 토큰 상장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분석 결과 4대 거래소는 지난 5분기 동안 매분기 30개가 넘는 토큰을 꾸준히 상장했다.

특히, 빗썸은 2021년 이후 99개의 토큰을 상장하며, 토큰 상장 개수에서 선두를 달렸다. 코빗도 상장 토큰 개수를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바뀐 것은 거래소의 포트폴리오였다. 2021년부터 4대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약 50개의 토큰 중 50%가량이 한국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국 프로젝트를 상장 폐지하고 2021년 디파이와 P2E 섹터 프로젝트를 상장하면서, 한국 거래소 내 포트폴리오는 크게 변화하였다.

작년 기준 한국 4대 거래소에서 상장한 프로젝트의 섹터별 분류에서 디파이 관련 프로젝트 상장 건수가 48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P2E/NFT/메타버스는 40개, Layer 1은 35개, Web 3.0은 29개, Layer 2는 7개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디파이와 P2E 섹터는 2020년 시작된 디파이 열풍, 엑시 인피니티의 성공으로 촉발된 P2E 유행으로 시장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분야였으며, 이에 거래량 확보를 위해 한국 거래소에서 해당 섹터의 토큰을 많이 상장한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섹터별 상장 트렌드에서는 2021년 상반기에는 디파이에서, 2022년 1분기에는 P2E/NFT/메타버스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가 상장되었으며, 섹터별 상장 트렌드를 분석했을 때 한국 가상자산 시장 상장 트렌드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트렌드와 비슷하게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5. 여전한 한국 프로젝트의 존재감

5-1. 알트코인이 답이다, 높은 알트코인 거래비중

한국 4대 거래소 거래대금 분석 결과 한국 유저들은 여전히 높은 비중으로 알트코인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불장을 이끌었던 2021년 1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1년 동안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거래 비중은 약 10% 정도로 글로벌 가상자산 대비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2020년 2분기에도 CMC 기준 비트코인 거래 비중은 26%, 한국 4대 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 비중은 15.3%로 알트코인 거래가 상대적으로 높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현재도 그러한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2. 전체 거래량 중 20% 차지하고 있는 한국 프로젝트

알트코인 중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것은 소위 ‘김치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한국 프로젝트이다. 한국 프로젝트의 거래대금은 지난 5분기 동안 전체 거래대금의 약 20%를 차지하는 등 한국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상반기 비트코인을 가격을 필두로 많은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하였으며, 한국 프로젝트도 2021년 4월 초까지 눈부신 상승세를 기록했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인 메디블록은 2021년 4월 1일에만 115.38% 상승했으며, 물류 네트워크 플랫폼 디카르고 또한 2021년 3월 14일 70%가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 프로젝트의 상승세에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누적 거래소 가입자 수 또한 크게 증가하여 2021년 4월에만 전월 대비 50% 상승한 571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거래소 또한, ‘김치 코인 열풍’에 편승해 수혜를 입었다. 거래소는 거래량이 발생하면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하는데, 2022년 4월 말 기준 4대 거래소에 상장된 한국 프로젝트 개수는 126개로 전체 상장 프로젝트의 33%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인이 대표로 있거나 한국에 운영 법인이 있는 프로젝트를 합한 수치로 한국인인 것을 숨기고 외국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어 한국 프로젝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별 상장된 한국 프로젝트 개수로는 코인원이 84개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로 빗썸 (59개), 업비트 (29개), 코빗(7개) 차례로 뒷따르고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거래량이 높았던 한국 프로젝트는 국내 거래소에서 90% 이상이 거래되는 썸씽, 메타디움, 디카르고 등 플랫폼 및 결제 관련 프로젝트였다. 동기간 해외에서 디파이 관련 토큰 거래량이 높았던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트렌드로 대표되는 P2E/NFT/메타버스 섹터 내 한국 프로젝트의 거래량이 TOP 5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트렌드를 좇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위믹스로 대표되는 한국의 P2E 섹터가 킬러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위믹스 외에도, 국내의 유수한 게임사들 역시 P2E와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컴투스, 네오핀 등 이미 자본력과 퍼블리싱 및 게임 개발을 갖춘 게임사들이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으로, 크립토 태생의 P2E와 다르게 재미에도 집중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한국 프로젝트는 과거 디파이 섹터에서는 유의미한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으나, 넥슨, 엔시소프트, 넷마블 등 한국 게임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었던 만큼, 보유하고 있던 IP를 기반으로 P2E 섹터에서는 킬러 서비스를 내놓으며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위믹스 외에 실제 P2E 게임을 출시한 기업은 없는 상황이며,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한국 내 P2E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한국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트렌드 선도할 수 있을지, 더나아가 다음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유의미하게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5-3. 부실 코인 상장 논란은 진행 중

국내에서 대다수의 거래가 일어나는 한국 프로젝트들은 시가총액이 가볍기 때문에 시세 변동이 심해 급등과 급락이 빈번하다. 지난 상반기 불장 때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었으며, 블록체인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토큰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상당수의 프로젝트가 기존 운영하던 사업에 블록체인을 붙여 프로젝트를 새롭게 내놓았을 뿐 별다른 기술적인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거래소가 2021년부터 재단의 개발 및 사업 현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상장 폐지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토큰을 구매한 투자자들이 감당할 몫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 프로젝트는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보라는 2.0 리뉴얼을 발표하며 기술, 토크노믹스에서 눈에 띄는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었으며 (관련 글), 메타디움 또한 메타디움 2.0을 선포하며 디파이 및 Web 3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비전 및 로드맵을 수립 중에 있다. 이미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와 같이 한국 프로젝트도 개선점을 바탕으로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6. 글로벌 시장의 추세에 역행하는 한국 거래소

6-1. 해외를 타깃 하는 프로젝트 vs 국내에 집중하는 거래소

국내 시장 한계를 자각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처음부터 해외를 타깃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 시장만으로는 높은 시총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믹스는 한국 P2E 규제 리스크로 국내가 아닌 해외에 미르 4 글로벌을 출시하였으며, 해당 게임의 흥행으로 시가총액이 크게 성장하였다. 이를 보고 국내 프로젝트도 이제는 해외 커뮤니티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는 프로젝트와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금법의 도입에 따라 한국 거래소가 제도권 내로 편입되었으나, 사실상 해외 고객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3월 트래블룰 도입으로 인해 국내 거래소와 프로젝트가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된 프로젝트는 약 400개로 해외 거래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국내의 자금이 유출되어 해외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6-2. 토큰 상장 추세는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와는 디커플링 되는 모습

거래대금에서 수수료를 수취하는 거래소의 사업 모델 상 높은 거래대금은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다만, 한국 거래소는 높은 거래대금을 보장할 수 있는 유망한 토큰을 사전에 상장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거래량과 수익성 측면에서 타 거래소 대비 경쟁열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국내 거래소가 2021년 상반기 디파이 토큰을, 2022년 1분기 P2E/메타버스/NFT 관련 토큰을 상장하며 글로벌 트렌드와 비슷한 섹터의 토큰을 상장하고 있으나, 최근 떠오르는 GMT, STG 등 트렌딩 토큰을 상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FTX 등 글로벌 거래량이 높은 거래소의 경우 시장의 주목을 받는 코인을 즉각적으로 상장해 시장의 유동성을 해당 거래소로 빠르게 흡수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변화하고 있다. 코빗이 APE, ENS를, 어제와 오늘(5월 4일) 빗썸이 GMT, 업비트가 ENS, GMT를 상장하며 이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글로벌 트렌딩 토큰을 상장시키고 있다. 무조건 많은 토큰을 상장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한국이 해당 토큰을 상장시킴에 따라 빠르게 국내 유동성 유출을 방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6-3. DEX 대비 현저하게 높은 한국의 CEX 거래량

한국은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거래 비중이 높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대비 CEX 거래량이 현저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DEX는 토큰을 사고파는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이며, 반대로 CEX는 중앙에서 토큰 거래 정보를 모아 처리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DEX 거래량은 CEX 거래량 대비 상당히 낮은 2%이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11%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CEX, 즉 국내 4대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코인 투자자들도 결국 규제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거래소로 대거 이동할 것이며,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기존 거래소는 현금 환전소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 맺음말

이번 리포트에서는 한국 4대 거래소 거래대금을 중심으로 한국 가상자산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거래소는 상장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거래 가능한 토큰의 수는 글로벌 대비 낮은 상황이며 여전히 한국 프로젝트가 알트코인 중 높은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규제 마련과 함께 한국 가상자산 시장도 여러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다음 시리즈에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의 규제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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