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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3, 2023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재무 안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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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외 1명
Xangle

목차

1. 국내 거래소, FTX와는 다르다

2. 수익성 지표: 매출, 영업이익

3. 안전성 지표: 자기자본비율, 가상자산손익, 차입금, 현금

4.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 대두
 

 

 

1. 국내 거래소, FTX와는 다르다

지난 11월 글로벌 2위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신청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 사태는 FTX의 자회사이자 협력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rach)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문 제기에서 시작되었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에 기록된 자산의 대부분이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인 FTT 토큰이었다는 점이 알려졌고,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는 보유 중이던 $500M 규모의 FTT 토큰을 매도할 것이라는 트윗을 업로드하였다. 이에 FTT 토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2022년 상반기 테라 사태를 경험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FTX 거래소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달려갔다. 담보자산인 FTT가 흔들리자 급격히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FTX 제국은 몰락의 길로 들어갔다.

한편, 거래소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던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다른 모습이었다. 국내 거래소는 2021년 9월 선제적으로 도입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따라 1) 고객 예치금을 분리하여 보관하고 있었으며, 2)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담보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FTX에서 발생한 인출불능사태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또한, 국내 거래소는 주기적으로 감사보고서 또는 실사보고서를 발간하여, 현금성 자산과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거래소는 FTX 사태에도 불구하고, 파급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재무제표에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가 담겨있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재무제표를 이용하여 이러한 사태를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사보고서 혹은 실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은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재무제표를 통해 국내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8개

현재 특금법 신고 완료한 36개 사업자 중 거래업자는 27개사이다. 이 중 원화마켓 거래소는 5개사, 코인마켓 거래소는 22개사이다. 한편, 모든 거래소가 감사보고서나 실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거래소는 원화마켓 5개사, 코인마켓(코인빗, 프로비트, 포블게이트) 3개사에 불과하며, 실사보고서를 공개한 곳도 15개사에 불과하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 8개사를 중점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2. 수익성 지표: 매출, 영업이익

먼저, 거래소의 재무지표 중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거래소 매출은 거래 수수료 비중이 높아 가상자산 시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한, 디지털 기반의 개인 간 거래이며, 24시간 내내 거래되기에 증권사 등 기존 금융업권에 대비해서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21년 가상자산 시장 호황과 함께 원화마켓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는 매출 5조원, 순수익 3조원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2022년에는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과 각종 이슈로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거래소 매출 역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A. 매출

1) 거래소는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기민감산업

가상자산 거래소는 경기 변동에 매출과 이익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경기민감산업이다. 호경기에는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나지만 불경기에는 매출과 이익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거래소가 거래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분기 매출 기준 두나무(업비트)는 매출의 98.7%, 빗썸코리아는 매출의 100%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였던 2021년 2분기에 업비트와 빗썸은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가장 거래비중이 큰 자산이며,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 증가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가장 먼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2022년 1분기부터 가파르게 약세로 전환되어 국내 거래소들의 매출도 급격히 감소하였다.

 

2) 거래소 매출 2021년 증가, 2022년 감소

이러한 매출 추세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여 2021년에도 원화거래를 중단 없이 지원했던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2021년 매출이 2020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2021년 1분기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가상자산 붐이 시작되면서 국내 거래소 거래대금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한편,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과 각종 이슈로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2022년 거래소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크게 감소하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와 빗썸의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은 각각 1조 570억원, 2,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어들었다.

 

3) 원화마켓으로의 거래량 쏠림현상

2021년 9월부터 특금법에 따라 은행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한 가상자산 거래소만 원화거래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과 계약에 실패한 중소형 거래소는 원화거래를 닫는 동시에 기존에 지원하고 있던 대부분의 가상자산의 거래지원을 종료하였다. 이로 인해 2020년 말부터 시작된 가상자산 가격과 거래량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인마켓 거래소(원화 대신 BTC/ETH 등 시가총액이 큰 코인으로 다른 알트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원화마켓 거래소의 2022년 상반기 거래대금은 5.2조원으로 국내 전체 가상자산 거래대금의 99.4%를 차지하는 한편, 동기간 코인마켓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300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 중 0.6%에 불과했다.

코인마켓 거래소가 경쟁력을 잃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원화 전환의 어려움 때문이다.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현물화를 위해서 거래소 외 다른 서비스를 활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결국 코인마켓에 단독 상장된 코인을 거래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굳이 코인마켓 거래소를 이용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전반적인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코인마켓 거래소 매출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원화마켓 거래소의 2021년 매출액은 2020년 대비 최소 3배 이상 상승했으나, 코인마켓 거래소의 동기간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B. 영업이익

1) 전통 금융권 대비 높은 가상자산 거래소 영업이익률

가상자산 거래소 영업이익률은 전통 금융권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21년 두나무의 영업이익률은 88%이며, 빗썸의 영업이익률은 77%에 달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가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이루어져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으며, 24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자산 매수 및 매도 평균 수수료율이 0.16%(출처: 금융위원회)로 한국 거래소 주식 매매수수료율 0.0027%(+증권거래세, 유관기관 제비용)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 거래소 영업이익도 2021년 증가, 2022년 감소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업이익은 매출과 동일한 추세로 변동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의 영업이익은 2021년 각각 3.3조원, 0.78조원으로 전년 대비 3,676%, 424% 늘었다. 반면 2022년에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0.73조원, 0.1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52% 줄어들었다.

 

3) 영업비용에서 고정비 비중이 높은 수준

이렇게 영업이익이 매출과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업비용 중 고정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고정비는 매출 증감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므로, 고정비가 높은 기업은 경기나 매출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인해 매출 변화에 따른 영업이익의 변동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업비트의 영업비용 중 인건비성 항목과 감가상각비, 광고선전비, 전산운영비 등을 포함한 고정비성 비용은 2022년 3분기 기준 약 72%를 차지한다. 고정비성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이다. 

2022년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는 2022년에도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2022년 3분기 누적 2.7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코인베이스의 영업비용은 2021년 3분기 누적 $3,187mn에서 2022년 3분기 누적 $4,720mn으로 48%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인건비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인베이스의 2022년 3분기 기준 영업비용 중 고정비 비중이 약 85%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는 2022년에만 최대 1,16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4) 단타 거래에 진심인 한국

그렇다면 국내 거래소의 영업이익률은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코인베이스는 업비트보다 12배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며, 고객 예치자산도 업비트에 비해 5.4배(2022년 3분기 기준)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의 매출은 업비트 대비 3배 수준에 불과하다. 즉, 고객예치자산 대비 매출액 비율은 코인베이스가 0.6% 이지만, 업비트는 1.4%로 업비트가 오히려 2배 이상 높다.

이는 국내 거래소의 자산회전율이 코인베이스보다 높다는 의미이며,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에서 단타 비중이 높다는 의미이다. 결국, 국내투자자들의 잦은 거래 덕분에 국내 거래소는 예치자산 대비 높은 마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코인베이스와 비교하여 업비트의 고객 예치 자산 중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중이 낮고 상대적으로 다른 알트코인 비중이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내에서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에 자금이 많이 흘러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내투자자들이 해외 대비 상대적으로 투기적인 성향이 강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5) 원화 환금성이 낮은 코인마켓 거래소 경쟁력 하락

2021년 9월 원화마켓 거래소 신고 요건으로 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명문화한 특금법이 실시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시중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여 원화마켓을 계속 운영한 5대 거래소의 경우 2021년 가상자산 시장 성장과 함께 모두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원화거래가 불가능해진 코인마켓 거래소는 같은 기간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거래 중단으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실질적인 사업 지속가능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

 

3. 안전성 지표: 자기자본비율, 가상자산손익, 차입금, 현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재무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과 현금성 자산, 차입금 등을 살펴보자. 자기자본비율은 고객의 자산을 예치하는 금융업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로 재무적인 충격에서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는 재무 완충력을 나타낸다. 고객 가상자산을 포함한 국내 대형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은 약 10% 내외로 국내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원화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국내 거래소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반으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전반적인 재무안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A. 자기자본비율

1) 자기자본비율 지표의 의미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 중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업체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자기자본은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안정된 자본이며,  자기자본이 많으면 시장 위험 등으로 인한 손실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불 수 있다. 따라서, 금융업체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자기자본비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고객자산의 예치, 자산 거래의 기술적 특성 등에서 증권사와 유사한 부분이 많기에 자기자본비율을 안전성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2) 국내 대형 거래소 자기자본비율은 증권사와 유사한 수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국내 8개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은 약 30%로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다만, 외견상 드러나는 지표만 가지고 거래소의 재무 안전성을 논하기는 이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아 자산과 부채가 적게 계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객 가상자산의 통제권을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재무제표에 인식하지 않고 있다. 통제권을 기준으로 자산인식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기술적, 법적 위험은 물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고객 예치 가상자산을 거래소의 재무상태표에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8년 3월부터, 미국은 2021년 3월부터 고객 가상자산을 거래소 자산과 부채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고객 가상자산을 포함할 경우 자산 총계가 커져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은 한자리 수 후반까지 떨어진다. 이는 현재 거래소가 보유한 자산과 비교해 고객 가상자산이 훨씬 많기 때문으로 2021년 기준 업비트의 자기자본비율은 7%, 빗썸의 자기자본비율은 8%로 추산된다. 2022년 3분기에는 자기자본 비율이 소폭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고객 가상자산 규모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업비트와 빗썸과 같은 대형 거래소의 경우 현재 증권사의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 현재 증권사는 고객예치자산(주식 등 증권)을 예탁결제원에 예치하고 고객계좌만을 관리하고 있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에는 고객 자산을 자체적으로 예치, 관리하고 있기에 재무제표상 자산/부채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한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은 증권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편인데, 이는 현재 거래소가 보유한 자산, 자기자본과 비교해 고객 가상자산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코인원의 경우 2021년 기준 고객 가상자산은 거래소가 보유한 총자산의 약 6.6배이며, 코인마켓은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인빗의 경우 고객 가상자산 비중이 매우 낮고, 자기자본 비율이 높다. 이는 2021년, 코인빗이 지원하고 있던 대다수의 토큰을 모두 상장폐지 하면서 고객 가상자산과 고객 예치금이 감소해 총자산과 고객 가상자산이 둘 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 실사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보유 현황 공개 중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매매는 실제로 자산이 개인 간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에서 사고파는 ‘장부거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실제 출금 시에는 자산이 실제로 이동하게 되므로 고객 출금 요청 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거래소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뱅크런 리스크를 막기 위해 실사보고서 형태로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외부에 발표하고 있다. 가상자산 실사는 외부회계법인을 통해 거래소가 자체 보유 중인 가상자산 지갑 내 수량 확인 및 고객의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콜드월렛 및 핫월렛을 조회하여 진행된다.

실사보고서에서는 거래소 보유자산 대비 고객 예치 자산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거래소 보유자산에는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자체 보유 자산이 포함되어 있어 100%가 넘는 것이 국내 거래소의 일반적인 상태이다.

다만, 실사 보고서는 매분기 혹은 매달 발간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자산 보유 비중을 확인할 수 없으며, 세부 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은행의 경우 지급준비금 제도에 가입하는 등 예기치 않은 대규모 인출 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데 비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나 대비책이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B. 영업이익, 가상자산손익

1) 가상자산손익

기업이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주식 등 투자자산의 거래 손실과 평가 손실을 당기손익에 반영하는 것과 같이 가상자산 거래소 재무제표에는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가상자산의 손익을 영업외손익에 계상하고 당기손익에 반영하고 있다. 거래소는 취득시점에 가상자산을 공정가치로 측정하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자산으로 인식된 가상자산의 취득원가는 이동평균법을 적용하여 산정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의 순공정가치 변동분은 변동이 발생한 기간의 손익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고객 가상자산의 경우 아직 회계정책 상 자산의 정의와 인식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별도의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으므로, 여기서 논의하는 가상자산손익에는 고객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은 제외한다.

2) 가상자산손익은 거래소 건전성의 리스크 요인

가상자산손익은 가상자산 가격 등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좋을 때는 영업이익과 가상자산이익이 모두 높아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시장이 나빠지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가상자산손실도 커지면서 순이익과 자본이 감소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가상자산손익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리스크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2022년 2분기 3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1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는 두나무의 2022년 2분기 영업이익은 2,7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 만 하락한데 반해 영업외손실은 -3,08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00%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업외손실의 대부분은 가상자산평가손실에서 발생했다.

코인마켓 거래소의 위험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영업이익이 작고 이와 대비해 가상자산손익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C. 차입금과 현금 규모

1) 차입금과 현금성자산 규모를 보는 이유

마지막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차입금과 현금 규모를 보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규모가 크고, 차입금의존도(총자산 대비 차입금 규모)가 높을수록 기업 부실 위험이 높아진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현금 혹은 큰 거래비용 없이 현금으로 전환이 용이한 자산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현금성자산이 많을수록 지급불능의 위험을 감소시켜 준다.

 

2) 국내 거래소 차입금 규모는 낮은 편

전반적으로 국내 거래소 차입금 규모는 작은 편이다. 빗썸과 코빗은 차입금이 없으며, 코인원의 차입금은 3억원 정도로 차입금의존도는 0.1%에 불과하다. 업비트의 경우 차입금 규모가 3,193억원(2021년말 기준)으로 다른 거래소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데, 차입금의존도는 3.1%로 낮은 편이었다. 2022년 3분기 기준 업비트의 차입금이 5,585억원으로 늘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6.8%까지 상승했으나 이는 투자부동산 등 투자자산이 늘었기 때문으로 거래소 재무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팍스의 차입금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이는 고팍스가 2019년 25억원, 2020년 15억원, 2021년 5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코인마켓 차입금의존도 역시 낮은 편이다. 포블게이트는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프로비트 역시 차입금의존도가 3%에 불과하다. 한편, 코인빗의 2021년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21.9%이다. 원화마켓 중단으로 모든 코인마켓 거래소의 자산이 줄어들었음에도 유독 코인빗의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진 이유는 코인빗이 2019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으며, 차입금을 조달하여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3) 원화마켓,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풍부한 현금성 자산 보유

앞서 살펴보았듯 원화마켓 거래소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많은 현금을 창출해내고 있다. 업비트의 2021년 현금성자산은 7.1조원으로 전년대비 6.5배이상 증가하였으며 빗썸도 2021년 현금성자산이 2배 이상 늘었다. 두 거래소 모두 2022년 실적 악화로 현금성자산이 작년 말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소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에는 고객 예치금도 포함되어 있다. 고객 예치금은 고객이 가상자산 등을 구매할 목적으로 거래소에 예치하고 있는 자금으로 고객 요청 시 언제든지 돌려주어야 하는 금액이다. 2022년 발발한 크립토 윈터 이전까지 지난 3년 동안 가상자산 시장 규모와 함께 고객 예치금 규모 역시 성장했다.

고객 예치금을 제외한 거래소의 순현금성자산* 자산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업비트의 순현금성자산은 2020년 1,280억원에서 2021년 1.3조원으로 9배가량 상승했고, 빗썸의 순현금성자산도 2020년 2,468억원에서 7,552억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다른 원화마켓의 경우에도 순현금성자산의 절대량은 적지만 모두 2021년 가상자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순현금성자산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순현금성자산 = 현금 및 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상품 - 고객 예치금 - 미지급 고객 예치금

 

4) 코인마켓의 현금성자산과 고객 예치금은 감소

한편,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거래 지원 중단에 따른 경쟁력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현금성자산이 감소했다. 2020년 205억원에 달했던 포블게이트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 14억원으로 93% 하락했다.

또한, 코인마켓은 2021년 9월 말부터 투자자들의 원화 예치금을 반환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원화 고객 예치금 역시 크게 줄었다. 포블게이트의 경우 2020년 고객 예치금이 164억원이었지만 2021년 2억원까지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원화마켓 거래소는 차입금 규모는 크지 않은 반면, 현금성자산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재무 안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마켓 거래 지원 중단에 따른 투자자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4.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 대두

A. 확대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 증가하는 거래소 자산 규모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주식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2021년 하반기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11.3조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대금 12.8조원(출처: 한국거래소), 코스닥 거래대금 11.7조원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5%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참여자들이 가상자산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매우 활발하게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래대금은 가상자산별 거래체결 수 X 해당 가상자산의 일별 종가의 합계로 산정되었다.

가상자산 거래규모가 늘자 거래 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성이 좋아졌다. 거래소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반으로 현금성자산을 늘려나갔고, 가상자산 시장 호황에 따른 고객 예치금 및 가상자산 증가로 전체적인 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지난 4월 가상자산사업자 최초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지정되기도 했다.

또한, 2021년 기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의 고객 가상자산을 포함한 자산 총계는 국내 증권사 자산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업비트의 2021년 기준 자산총계(고객 가상자산 포함)는 47조원으로 키움증권보다 많으며 빗썸 또한 15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산기준 중상위권 증권사와 유사한 수준이다.

(단, 앞서 설명했듯이, 증권사는 고객 예치 자산(주식 등 증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 반면,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에는 고객 자산을 재무제표상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어, 이를 반영하여 비교하였다.)

 

B.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균형과 견제의 필요성 증가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전통 금융 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고, 거래소 등 시장참여자의 규모도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된 규제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을 준수하고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을 규제하기 위해 2021년 3월 개정 특금법을 시행하였으나 특금법은 거래소에 고객 확인과 의심거래 보고 등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뿐 투자자 보호, 자본금 규제 등 진정한 의미의 제도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특히 증권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으로 권한이 분산되어 있는 기존의 증권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중개, 상장, 예탁, 매매, 결제 등 거의 모든 기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기관의 참여를 통한 상호 감시 기능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고객과의 이해상충 문제, 내부정보를 통한 거래, 시세 조정 개입, 자기자본 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가산자산 시장에서는 공적규제는 물론, 자율규제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시장 내 거래소의 역할과 시장 구조 설정 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규제 도입과 함께 시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회계 감사와 자산 실사에도 불구하고, 회계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보고서에 나타나는 정보도 제한적인 수준이다. 2022년 결산부터는 가상자산 주석공시가 의무화되는 만큼 주석 상 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재무안정성은 우려했던것보다 양호한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원화마켓 거래소와 코인마켓 거래소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2022년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재무안정성이 다소 저하되고 있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으로 전통 금융업권과 유사한 규모를 갖추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 비해 제도적, 구조적 정비가 미비한 점들을 재차 확인하였다.

쟁글은 국내 거래소들의 2022년 결산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다시 한번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재무 건전성을 점검해 볼 예정이며, 이후에도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과 관련한 분석을 이어갈 계획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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