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 이후 솔라나와 레이어1 생태계 점검

김재원 (포뇨)

Xangle

들어가며: FTX 파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솔라나

FTX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조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솔라나의 토큰 가격은 FTX 파산설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였던 11월 7일을 기점으로 무려 60%가 넘게 빠지는 등 L1 블록체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솔라나가 FTX와 함께 몰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솔라나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본문을 통해 FTX의 파산이 구체적으로 솔라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알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솔라나의 미래를 전망해보자.

FTX/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한 SOL 매도 시 2차 가격 하락 발생 가능

FTX는 11월 12일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하였으며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의 부채는 최소 $10B에서 최대 $50B (원화 기준 66조) 수준이다. 챕터 11은 파산 법원 감독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기업의 회생을 노려볼 수 있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 관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챕터 11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즉각 청산을 규정하는 챕터 7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며, 챕터 11을 신청한 기업의 경우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고 영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정부의 지원과 채무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할 기회를 얻는다. 단, 챕터 11을 신청한 기업은 법원의 허가 없이 영업 및 재무활동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을 집행할 수 없으며, 파산 법원이 회생 대상 기업의 부채 조정과 채무 이행에 개입하게 된다. 즉, 파산 법원은 채무 이행을 위해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 중인 $SOL 및 솔라나 기반 토큰들을 매각함에 따라 해당 토큰의 2차 가격 하락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챕터 11의 규정에 따라 FTX는 보유 중인 유동화 가능한 자산을 단박에 모두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X 및 알라메다 리서치는 총 5 라운드에 걸쳐 전체 발행량의 10% 수준인 58.1M $SOL을 솔라나 재단 및 솔라나 랩스로부터 분배 받았다 (아래 그림 참고).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기준 FTX가 보유 중인 $SOL 가치는 약 $1.2B이며 미확인 크립토 자산 $3.4B 중 상당 수는 $OXY, $MAPS, $SRM 등과 같은 솔라나 기반 토큰이다 (현재 FTX는 약 $2.2B 규모의 $SRM 보유, 출처: Bitcoin Magazine). FTX 및 알라메다 리서치는 2분기 당시 보유하고 있던 토큰들을 이미 상당 부분 매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Solana Compass에 따르면 11월 11일 기준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 중인 잔여 $SOL 물량은 약 18.6M개로, 달러 기준 약 $310M에 해당한다.

설상가상으로 FTX는 11월 13일에 해킹되어 총 $477M에 해당하는 가상 자산 (ETH $278M, SOL $106M, BSC $89M, AVAX $4M)이 거래소 지갑에서 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중 $220M 이상은 DEX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미 스왑되었다고 하는데, 이대로 추가적인 스왑이 이루어질 경우 $SOL 가격은 단기적인 급락을 면하기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유 자금이 FTX에 있는 경우 직접적인 피해 예상

보유 자금이 FTX에 있는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FTX가 솔라나 생태계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만큼 FTX 거래소를 믿고 이용하던 솔라나 기반 프로젝트들이 특히 많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디파이 프로젝트 Sollet 등이 있다. Sollet은 Wrapped asset 서비스를 지원하던 프로젝트로, 약 $40M 규모의 $SoBTC, $SoETH 등을 솔라나 네트워크에 발행하였으나 FTX내 보관하고 있던 담보 자산이 증발하였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들이 운용하고 있던 토큰의 가치도 폭락하였다. 11월 14일 기준 $SoBTC, $SoETH은 BTC, ETH 대비 각각 91.7%, 36.1%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솔라나 게임 중에서 기대작으로 꼽혔던 스타 아틀라스(Star Atlas)도 FTX에 총 트레저리 자금의 50%를 보관하고 있어 런웨이가 반으로 줄어든 실정이다. 솔라나 재단 측의 직접적인 피해 규모는 $1M 수준이고, 그 외에도 3.24M FTX Trading LTD common stock, 3.43M $FTT, 그리고 134.54M $SRM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와 솔라나 랩스(Solana Labs)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Anatoly Yakovenko는 솔라나 랩스의 캐시 런웨이가 약 30개월 수준이라고 발표).

한편, FTX에 투자한 VC 및 기타 기관들도 극심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대표적으로 BlackRock, Ontario Teachers Pension Plan, Sequoia, Paradigm, Tiger Global, SoftBank, Circle, Ribbit Capital, Alan Howard, Multicoin Capital, VanEck Temasek 등이 있다. 그 외 Genesis, Galois Capital, Ikigai Fund 등 FTX에 자금을 보유 중이었던 기관들도 FTX 사태로 인해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솔라나는 강력한 조력자의 파산으로 생태계 침체를 면하기 어려울 것

FTX 및 FTX의 산하 조직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는 솔라나 투자 라운드에 여러 차례 참여한 바 있으며 솔라나 기반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솔라나 생태계의 성장을 이끈 핵심 조력자였다.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255개의 기업/프로젝트 중 솔라나 프로젝트는 STEPN (M2E), Solend (랜딩), Solscan (익스플로러), UXD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 Katana (디파이), Burnt Finance (NFT 마켓플레이스) 등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다. 또한, FTX는 솔라나 기반 토큰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상장하는 거래소이기도 했고 NFT마켓플레이스 및 솔라나 대표 디파이 프로젝트이자 CLOB(Central Limit Orderbook) 거래소인 세럼(Serum)을 직접 운영하는 등 솔라나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FTX를 보고 솔라나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FTX가 없는 지금, 솔라나 프로젝트들은 신규 투자 및 주요 CEX 상장이 이전 대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신생 프로젝트들이 적극적으로 솔라나에 온보딩할 지도 불투명해졌다.

온체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FTX 붕괴 이후 솔라나 TVL은 $340M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WoW -66%) 전체 레이어1블록체인 중 9위로 하락하였다. 작년 11월 솔라나 TVL이 약 $10B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솔라나가 과거의 위상을 얼마나 잃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Sollet의 피해 규모에 따라 솔라나 TVL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네트워크 보안성 측면에서 검증자 노드 수는 3Q22 대비 소폭 증가하였으나 (2,210명 → 2,332명), SOL 스테이킹 비율이 줄어들었다 (73.9% → 70.0%). 아직까지는 네트워크 보안성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나 언스테이킹 비율이 증가하고, SOL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검증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네트워크의 안정성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립에 나선 솔라나,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펀더멘털

다만, 이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솔라나가 부활할 가능성은 있다. 테라 사태 때와는 달리 프로젝트 엑소더스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Layer 1 War의 전쟁터가 된 테라’ 리포트 참고) 헬륨(Helium)이나 Degenerate Ape Academy (DAA)와 같은 몇몇 인지도 있는 프로젝트들도 솔라나에 남을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탄탄한 개발자 커뮤니티 보유

솔라나 개발자, solana breakpoint, 솔라나 ftx — 2022 Solana Breakpoint 현장, 출처: Solana

솔라나는 탄탄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8월, 불과 2,400명이었던 솔라나 개발자 수는 2022년 11월 20,717명으로 증가하여 1년 만에 761% 성장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덕분에 솔라나는 현재 레이어1 중에서 이더리움 다음으로 많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솔라나 해커하우스는 블록체인 이벤트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2022년 솔라나 컨퍼런스 총 참가자 수: 약 6.4만명).

NFT 시장서 괄목할만한 성과 달성

솔라나는 NFT섹터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하였다. 현재 솔라나의 NFT 시장 점유율은 거래대금 기준 레이어1 블록체인 중에서 2위이며, DeGods, y00ts, Okay Bears, Solana Monkey Business, Degenerate Ape Academy (DAA) 등 인지도 있는 NFT프로젝트들을 대거 배출해낸 바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 솔라나 NFT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향후에도 NFT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타 달성 마일스톤

누적 NFT 판매량: $3.6B (1차 판매량: $1.1B, 2차 판매량: $2.5B)
민팅된 NFT 개수: 21.9M
NFT 보유 지갑 수: 7.2M
NFT 크리에이터: 150K

기술 및 사용성 개선

솔라나의 기술 및 사용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로, 솔라나는 네트워크 안정화를 위해 올해 1분기에 발표하였던 세가지 방법 (QUIC, QoS, Local fee market) 중 QUIC (Quick UDP Internet Connection)와 QoS (Stake Weighted Quality of Service)를 최근에 도입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솔라나, 네트워크 안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다’ 리포트 참고), 내년 1분기에 출시될 Saga 스마트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Saga 출시 이후 솔라나는 기존의 HW와 운영체제 하에서 Web3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한계들을 극복하고 모바일 친화적인 Web3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솔라나가 HW시장에 진출한 이유와 잠재적 영향은?’ 리포트 참고). 나아가, 최근에 구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노드 엔진 개발 관련 파트너십을 맺음에 따라 향후에는 복잡한 절차 없이 누구나 간편하게 솔라나 노드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VC체인” 탈피

솔라나는 초기 펀딩 당시 50%에 가까운 물량을 팀 및 투자자에게 분배한 바 있어 메인넷이 출시된 지 2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립토 업계 내에서 ‘VC 체인’으로 조롱 받고 있다. 따라서, FTX 붕괴 이후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는 물론 솔라나 투자에 참여한 기타 기관들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SOL을 매도하고 나면 토큰 분산도 및 탈중앙화 측면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타 레이어1으로의 전염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

FTX 사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레이어1 블록체인은 솔라나 외에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레이어1 프로젝트들이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대부분의 L1들은 트레저리 자금을 FTX에 보관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니어 프로토콜(Near Protocol), 앱토스(Aptos), 쎄타(Theta) 등은 FTX에 묶인 트레저리 자금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FTX에 상장된 국내 프로젝트 XPLA 또한 출금이 막힌 $XPLA가 전체 물량의 1.6% 밖에 해당되지 않고 FTX에 보유 자금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 피해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하여 XPLA는 해당 물량 만큼의 $XPLA를 리저브 물량에서 꺼낸 뒤 기존 홀더들에게 분배할 계획이라고 한다.

니어 프로토콜, 니어 파운데이션, 니어프로토콜 ftx — 출처: Near Foundation 트위터

맺으며: 급격히 어두워진 미래, 그러나 부활 가능성은 존재

솔라나의 미래는 FTX의 파산으로 인해 급격히 어두워졌다. FTX와 깊은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던 만큼 그 피해를 복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대로 $SOL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솔라나는 생태계 및 네트워크 보안이 붕괴하여 네트워크의 펀더멘탈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 사이클로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필자는 솔라나의 1) 기술 및 사용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2) 탄탄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으며 3) NFT섹터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봤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다만, $SOL 투자를 고민 중인 투자자에게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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